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우주

우주의 설계자와 스티븐 호킹(2)

Que sais 2020. 9. 1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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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물리학과 블랙홀>

호킹의 설명으로 중력과 양자론 통합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알려지지만 그의 설명에서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중력우주의 4가지 힘(중력, 약력, 강력, 전자기력) 중에서 가장 약한 이유가 무엇인가하는 점이다. 빅뱅 당시 전자기력과 중력의 힘은 거의 같았다.

가상 광자 를 교환하여 두 전자 사이의 전자기력을 보여주는 Feynman 다이어그램

그런데 우주가 팽창하면서 중력이 약화된 반면 전자기력은 매우 강한 힘을 갖게 되었는데 이 이유야말로 현 우주의 존재 이유까지 거론된다.

마이클 보리스 그린(1946~)

이 문제에 관한 한 호킹다른 우주론이 등장한다. 마이클 그린 박사가 주도하는 끈이론이다. 그는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 즉 가장 작은 입자에서 큰 행성, 항성까지 진동하는 끈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는 끈이론을 접목시키면서 우리의 기본 차원 즉 , 높이, 길이3차원 공간이 아니라 최소한 9차원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다소 SF 소설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우리들이 9차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작아 관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는 차원이 어떻게 존재할까하는 질문에도 우리가 볼 수 없다하여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고 받아친다. 너무 작아 우리들이 볼 수 없는 부가차원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다. 부가차원을 적용하면 중력이 약화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그는 한 예로 바이올린 소리를 들었다. 바이올린 소리를 연주자 옆에서 들으면 매우 크게 들리지만 점점 거리가 멀어지면 소리가 적어지다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는 소리여러 방향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그린 박사중력음악소리라면 중력약해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부가차원은 매우 작은 매듭으로 서로 엉켜있지만 우주의 팽창으로 중력이 분산되어 약화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는 부가차원이 많을수록 즉 차원이 많을수록 중력이 퍼져나가기 쉽다는 뜻으로도 이해되는데 이의 중요성은 부가차원우주가 약화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력이 무한정으로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약하지만 우주에서 중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제공한다는 뜻이다. 부가차원중력을 잡고 있기 때문우주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 박사의 끈 이론호킹의 문제점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완벽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우주의 생성 이론에 한걸음 더 나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호킹의 주제블랙홀이 궁극적으로 우주의 생성을 의미하는 빅뱅의 원천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호킹은 일반 사람들의 상식과는 달리 블랙홀은 소모한 에너지만큼 홀쭉해지기도 하며 마침내 증발하기도 한다고 발표했다. 미니 블랙홀이 에너지를 내뿜을 때는 검은색이 아닌 흰색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이론에 의하면 미니 블랙홀이 소멸되면 그 자리에는 빛만 남게 된다. 이것은 우주블랙홀로 모두 끌려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궁극적으로 현 우주가 존재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 한마디로 지구에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이다.

호킹의 가설에 많은 학자들이 환호한 것은 그가 양자물리학블랙홀 연구에 도입함으로써 양자물리학을 우주학 전 분야로 끌어들여 모든 것을 포용하는 우주 물리이론으로의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빅뱅과 블랙홀, 상대성이론과 양자물리학을 함께 포용했다고 평가된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시간의 역사198741일 만우절에 출간했다. 놀랍게도 이 책은 복잡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역사상 가장 잘 팔린 과학서적이 되었다. 그의 책이 왜 그렇게 잘 팔렸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호킹우주의 궁극적인 진실의 일부를 밝혀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딸 우주 탄생>

호킹의 가설에 의하면 유명한 다른 세계 즉 다른 우주 또는 다중 우주의 아이디어가 태어난다. 스티븐 호킹블랙홀 이론에 의해 파생된 웜홀을 곰곰이 따져보면 색다른 아이디어가 태어날 수 있다. 그것은 다른 세계의 우주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시간의 축을 따라 현재에서 미래로 일방 통행하는 여행과는 달리 공간 축으로 여행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점에 착안했다.

우주 평행 네트워크

우리는 공간상 모든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인다. 휴가를 위해 자동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다가 맘이 바뀌면 차를 돌려 설악산으로 갈 수 있다. 공간시간과는 달리 어느 특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자유로운 공간의 이동성에 대비하여 시간의 경직된 방향성을 물리학에서는 '시간의 비대칭성(time asymmetry)'라고 한다.

조지 엘리스(1940~)

비대칭성에 착안하여 앨리스(G. F. R. Ellis)는 만약에 우주가 무한하다면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한 우주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우주가 무한하다면 우리가 모르는 셀 수 없는 대폭발(Big Bang)이 있을 것이고, 따라서 제각기 나름대로 진화하고 있는 우주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타임라인.2003

그의 가설에 따라 수많은 SF 작품들이 태어났다. 마이클 크라이튼타임라인이 바로 이러한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그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그와 동등한 많은 세계들 중의 하나라고 가정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여행할 때 여행자는 그가 살아온 세계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세계와 평행적인 다른 세계로 여행한다.

이 경우의 장점은 여행자가 도착한 다른 세계에서 그의 아버지를 살해하거나 어머니와 결혼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가 도착한 세계에서 그의 의지에 따라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발칙한 상상이 아무런 모순점이 없다는 것은 물리학 지식을 이용한 무한우주라는 개념을 초기에 설정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르는 우주들이 있고 그것들은 각각의 다른 역사를 갖고 있을 터이므로 우리의 과거 미래 또는 갖가지 다른 역사를 가진 우주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렇게 무리한 설명은 아니다.

창세기전.1995

국내에서 만들어진 게임 창세기전에도 유사한 이론이 나온다. 시간여행의 모순점으로 미래의 사람이 타임머신을 통해 과거로 들어가 역사의 진행을 방해할 경우 미래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반발을 '평행세계'이론으로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이러한 무한우주다중우주의 개념은 이제까지 논의한 타임머신과는 또 다른 이론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간여행이라면 시간 축을 따라 과거나 미래로 가는 여행이 아니라 무한우주로 여행을 가서 어느 우주에 도착해보니 그곳엔 우리의 10년 전 모습의 사람들이 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10년 전의 과거로 여행한 것이 된다. 그곳의 모습이 우리의 10년 전, 100년 전 모습과 정확히 같다면 물리학적으로 '구분불가능(indistinguishable)'으로 부를 수 있다. 즉 우리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한 것이다.

콘택트.1997

웜홀을 실질적으로 태어나게 만든 장본인인 칼 세이건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콘택트Contact는 외계인에 대한 인간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다.

앨리 애로우는 밤마다 우주의 모르는 상대의 교신을 기다리며 단파방송에 귀를 기울인다. 그녀는 '이 거대한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는 것은 공간의 낭비다'라는 생각에 외계생명체를 찾아내려고 한다. 그녀의 목표는 이루어져 드디어 베가성(직녀성)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메시지를 수신한다. 그것은 1936 나치 히틀러 시대에 개최된 뮌헨 올림픽 중계방송이 발신되자 이것을 외계인이 수신하여 다시 지구로 발송한 것인데 그 프레임 사이에 은하계를 왕복할 수 있는 운송 수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수만 장의 디지털 신호가 담겨 있었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 애로우는 우주선을 타고 베가성에 도착하여 아버지의 형상을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이 장면을 보고 아버지가 사망했는데 어떻게 다시 나타나느냐고 시나리오의 모순점을 질책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천만의 말씀. 이 장면은 손 교수가 주장한 웜홀을 이용하여 우주 어디엔가 우리와 똑같은 환경을 가진 우주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무한대의 우주이론을 접목시킨 것이다. 감독들이 과학에서 새로운 이론이 나오면 곧바로 자신의 영화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다중우주의 모습. 다중우주론에서 우리 우주는 수많은 우주 가운데 하나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암흑에너지의 양은 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면 다른 우주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CREDIT Image by Jaime Salcido simulations by the EAGLE Collaboration

이를 학자들은 공기방울에 비유한다. 공기방울 안에 우주가 있는데 이 안에 다른 공기방울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큰 공기 방울도 있고 작은 공기방울도 있다. 즉 우리 우주도 공기방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공기방울 안에도 생명체가 있을 개연성을 높여준다.

여하튼 지금 이 시간에 수많은 우주가 존재하고, 그래서 어느 우주에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똑같은 옷을 입고 와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고 있는 또 하나의 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인간에게 알지 못할 위안과 기쁨을 준다. 어느 우주엔가 지구의 근대사와 똑같은 시대가 벌어지고 있는데 지금의 현실과는 달리 광개토대왕이 옛날 차지했던 만주 벌판이 한국 땅으로 존재하는 곳일 수도 있다. 임진왜란이 발발했지만 조선군이 역습하여 일본을 점령하고 오히려 일본을 식민지로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안드레이 린데(1948~)

무한우주의 개념구 소련의 린데(A. Linde)에 의해 구체화되었는데 그는 인플레이션 우주론을 통하면 이런 우주들이 자연스럽게 생성된다고 주장했다. 린데는 이렇게 각양각색으로 생기는 우주들을 '딸 우주(daughter universes)'라고 불렀다. 기존 인플레이션 우주론의 모델들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이런 딸 우주들이 도처에서 생기는 수학적 해()가 나타난다.

어머니 우주는 아기 우주를 낳을 수 있다. 이미지 출처 Victor de Schwanberg Science Photo Library

다만 이들 각개 우주 간에는 어떤 교신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들 딸 우주간에는 오직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여행하는 여행자만 건널 수 있는 '시공간의 여울(spacelike interval)'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어떤 관측자빛의 속도에 이를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시간의 비대칭성, 즉 우리가 과거로 여행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우주가 유한하거나 빛보다 빠른 속도로 여행하지 못한다는 절대적인 한계 때문이지만 이 역시 블랙홀이란 개념을 이용하면 다른 우주로의 이동이 가능할 수 있게 된다. 블랙홀SF작가들을 비롯한 수많은 전문학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와 애정을 보이는 이유이다.

 

<발끈한 종교계>

다중우주라는 개념에는 각 우주에 저마다 다양한 역사와 상태가 있을 수 있고 그 가운데 극소수는 우리와 같은 생명체도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저자들은 다중 우주 개념이 옳다면 인간은 비록 크기 면에서 보잘 것 없고 하찮은 존재이지만, 거꾸로 이는 어떤 의미에서 우리를 창조주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서 창조주종교에서 다루는 신은 아니다.

아이작 뉴턴(1643~1727)

호킹 박사의 이 같은 주장은 17세기 중력을 처음 발견한 장본인인 아이작 뉴턴이 자신이 정리하는 자연법칙우주를 단순한 기계와 같이 보게 하는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큰 대조를 이룬다. 뉴턴중력으로 행성들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는 있지만 누가 이 행성들을 이렇게 움직이게 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신이 모든 것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과학 연구신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뉴턴의 경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비판을 받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뉴턴은 임종 직전 영국 교회의 종부성사거부했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종교계에서 발끈했다.

교황 요한 바오르 2세(1920~2005)

교황 요한 바오르 2빅뱅 이후의 진화를 연구하는 것은 좋지만, 빅뱅 그 자체는 바로 신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영국성공회유대교종교계 인사들도 호킹 박사의 주장에 발끈했다. 특히 미국유럽의 주요 언론 중 일부는 호킹 교수우주 탄생에서 신이 한 역할을 인정하는 입장에서 무신론으로 선회했다고 보도했다. 조너선 삭스 유대교 랍비호킹 박사의 주장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너선 삭스 랍비(1948~2020)

 

호킹 박사의 잘못된 해석종교와 과학의 가치를 동시에 훼손하고 있다. 과학설명에 관한 것이라면 종교해석에 관한 것이다. 과학은 사물이나 현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기 위해 쪼개어 보는 것이라면, 종교는 그것들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기 위해 한 데 모아 보는 것이다. 둘은 전혀 다른 지적 체계.’

 

여하튼 호킹 박사의 주장이 큰 파장을 일으키자 물리학이나 수학 법칙의 대체를 통해 비인격적인 존재로 만든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신과 영혼이 없는 물리학의 법칙은 다른 생물과 달리 인간에게만 있는 인격을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과학과 종교 간에 서로의 시각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며 호킹 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지만'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