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래?(한국불가사의)/한국인과 네안데르탈인

네안데르탈인(10) : 루시와 아르디(3)

Que sais 2021. 2. 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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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디 등장>

인류학은 매우 어려운 학문 중에 하나다. 몇 백 만 년에 걸친 장구한 역사를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연속적인 자료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아직 거기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확히 언제 어떻게 인간의 조상(pre-man)이 인간으로 진화했는가 하는 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논쟁의 주제로 남을 것이지만 지금까지 정설로 알려진 침팬지 등 인류의 공통 조상으로 볼 수 있는 유인원으로부터 인간이 되기까지의 진화과정을 정리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본래 원숭이류가 나무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빙하기가 닥치자 아프리카 지역의 기후가 급변하여 열대 지방에서는 약5, 온대 지방에서는 10도 정도 기후가 내려갔다. 자연 환경이 변하자 원시림이 사라지고 초원 즉 남·북 양반구의 열대우림과 사막 중간에 분포하는 열대초원사바나가 되었다.

삶의 터전이었던 산림이 사라지자 원숭이들 중 일부땅으로 내려와 살게 되었다. 땅은 나무 위와는 삶의 조건이 매우 달랐는데 원숭이들은 나뭇가지나 돌멩이 같은 도구를 이용하면 과실을 따거나 고기를 잡고 자신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터득하였다. 물론 도구를 사용하는 데는 주로 앞발을 활용했다. 이를 되풀이하는 가운데 앞발은 도구를 사용하고 뒷발은 몸을 지탱하는 데 이용되면서 자동적으로 직립하게 되었다. 상체가 자유로워지자 시야도 넓어졌고 먹이를 구하는 데도 유리하므로 2족 보행은 지속되어 마침내 인간은 아주 먼 거리를 걷고 뛰면서 전 지구를 그들의 서식처로 만들 수 있었다. 이로써 원숭이와 인간은 결정적으로 분리되어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는 설명으로 이를 사바나 가설이라고 한다.

사바나 가설의 가장 큰 얼개는 울창한 삼림이었던 아프리카 지역의 기후변화로 인간의 조상이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프리카대륙의 대지구대를 경계선으로 서쪽에 열대림, 동쪽에 사바나가 펼쳐지는데 인간의 조상은 열대림 속에서 사바나로 진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인간과 공통조상을 갖고 있다는 침팬지나 고릴라는 아직도 삼림지역에서 살고 있지만 거의 이족보행이다. 다시 말해 침팬지나 고릴라사바나에서 발견할 수 없다. 인간의 선조들이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올 때에도 침팬지와 고릴라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침팬지와 고릴라는 왜 인간류처럼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았으며 그 역으로 인간류들이 나무에서 내려왔는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더욱 학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직립할 경우의 단점이다. 맹수에게 쫓길 때 2발로 달리는 것4발로 달리는 것에 비해 매우 느리므로 맹수들의 좋은 사냥감이 된다. 이런 불리한 점을 감안하면 나무에서 내려와 2족으로 보행하려는 인류의 선조는 진화론을 대입하지 않더라도 멸종되었어야 옳다. 그런데도 인간이 계속 2족 보행을 고집했다는 것은 단점에 못지않게 장점이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이유로든 2족보행의 인간이 지구를 제패했기 때문이다.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언어.

사바나로 내려온 인간류집단생활을 시작했고 자연적으로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가 필요해져서 처음에는 간단한 손짓 발짓이 점차 복잡하고 풍부한 음성 언어로 발달하였다. 손과 언어의 사용두뇌 발달을 촉진시켰고 종래에는 모든 동물 중에서 왕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또 한 번의 비약적인 발전이 바로 불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불의 사용은 인간과 다른 동물을 확연하게 구분 짓는 계기가 되었다. 음식을 익혀 먹는 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추위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고 맹수로부터의 공격도 막아 주었다.

처음에는 화산폭발이나 번개로 인해 산림이 불타자 불붙은 나뭇가지 등을 동굴로 가져왔을 것이다. 곧이어 천연의 불을 이용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인공적으로 불을 피우는 방법을 터득했다. 불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인간은 다른 동물들을 제치고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로 자리 잡았다. 불과 언어의 사용은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

그러나 고인류에 대한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사바나 가설에 문제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바나 가설로만 인간류가 지상으로 내려와 현대의 인간 선조가 되었다는 설명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증거였다.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은 없었다.

그런데 200910 그야말로 고인류사에 획기적인 신기원을 이룰 수 있는 중대 발표가 있었다. 30036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일명 루시보다 약 100만 년 앞서는 430450만년 전 인류의 조상'아르디피테쿠스라미두스(Ardipithecus ramidus)'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르디피테쿠스라미두스19951화이트(Tim White) 교수요한슨이 '루시'를 발굴한 곳에서 남쪽으로 72떨어진 에티오피아 미들 아와시강 지역아라미스에서 발견한 것으로 그 속명(屬明)'땅 위에 사는 유인원'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화이트 박사의 지휘하에 수집된 유골은 엄청났다. 135,000가지 이상골반·다리뼈·발뼈·손뼈·발목뼈·이빨이 붙은 아래턱뼈와 머리뼈수집되었다. 이들은 최소 36개별 원인을 대표하며 아르디의 두개골125개로 이루어졌다. 학자들이 놀란 것은 이렇게 풍부한 해부학적 표본이 그동안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아래턱뼈와 일부 이빨에 근거해서 이름이 명명된 것이며 유명한 루시의 두개골은 사라진 상태로 손과 발의 뼈로 진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유골은 440만 년 전에 살았던 이 호미니드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과는 달랐다. 그런데 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들 화석은 호미니드직립보행을 했는지 여부를 아는 데 필요한 해부학적 요소를 다 갖출 정도로 완벽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고고학계에서는 이 뼈들은 고인류학의 로제타석()이라 불렀다. 특히 중요한 것은 식물과 꽃가루, 무척추동물과 조류의 화석이 발견되어 이를 통해 아르디가 살았던 기간의 삼림지역 환경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일명 '아르디(Ardi)로 불리는 아르디피테쿠스라미두스의 골격을 보고 곧바로 중요성을 파악한 학자들은 전 세계 학자들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이후 18개국 50여명의 과학자가 참가하였지만 매우 비밀리에 이루어져 인류학의 맨하튼 프로젝트라고도 불렸고 그 결과를 2009년에 발표한 것이다.

 

복원된 아르디성인 여성으로, 1.2m 정도의 키에 몸무게는 54kg정도다.

루시보다 키가 30cm가량 크고 몸무게는 2 정도였다. 아르디의 모습은 이미 침팬지와는 크게 다른 원시형 인간형이었다.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아르디가 루시보다 100만 년이나 더 오래 되었지만 그동안 발견되었던 어떤 유인원보다 현생 인류의 중요한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아르디의 발바닥은 침팬지보다 단단하다. 단단한 발바닥은 지레처럼 작용해 두 발로 걷기 쉽게 만들어 준다. 현대 인류도 발바닥은 단단하다. 하지만 아르디의 발진화적 전이의 단면도 보여준다. 여전히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들과 마주 보는 형태였다.

이는 아르디가 발을 사용해 물건을 잡을 수도 있고 나무를 잘 올라갈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나뭇가지를 발로 잡고 팔을 움직여 접근하기 어려운 자리에 위치한 과일 등을 쉽게 딸 수 있는 구조였다. 아르디의 팔은 길고 다리는 짧은데다 발가락의 구조상 나무를 오르거나 잡는 데 유용한 구조이지만 다리의 골격 등을 볼 때 두발로 직립 보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이 더불어 주목한 것은 치아 그리고 아르디가 살았을 당시의 주변 환경이었다. 놀라운 것은 치아구조였다. 일반적인 유인원들은 크고 돌출된 송곳니를 갖고 있는데 이는 진화상 매우 중요하다. 송곳니로 먹이를 수월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들이 싸울 때 보다 공격적인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송곳니가 잘 발달해야만 유인원 무리에서 다른 수컷을 제칠 수 있고 암컷의 호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아르디의 송곳니는 여타 유인원과는 달리 현대인과 마찬가지로 매우 축소되어 있었다. 즉 송곳니 형태만 보면 아르디는 생존경쟁에서 다른 유인원들에 비해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형태였다. 그럼에도 결국 생존경쟁에서 승리하고 현대의 인간으로 진화하여 지구상의 패자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아르디의 작은 송곳니진화상 유리한 점도 있었음을 의미한다.

놀라운 것은 아르디가 살았던 440만 년 전의 주변 환경이다.

사바나 가설에 의하면 인간류가 지상으로 내려오게 된 근본적인 요인은 아프리카의 환경이 사바나 지역으로 변해 인간의 조상들이 땅으로 내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각국의 학자들이 아르디가 살았던 지층의 각종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당대에 아르디는 사바나가 아니라 울창한 삼림 지역에서 살았다. 아르디는 삼림 지역에서 살았음에도 2족 보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학자들은 진화 논리상 다소 상반된 이와 같은 결과를 갖고 수많은 토론을 거쳐 매우 충격적인 가설을 도출했다.

가장 먼저 커다란 엄지발가락의 효용성이다. 엄지발가락으로 나무를 잡거나 잘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지상에 살고 있는 4족 맹수들로부터의 위험을 막아주는 것은 물론 많은 과일류 등을 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발가락으로 나무를 꽉 잡고 과일들을 따려고 할 때 팔의 효용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는 아르디의 손은 멸종된 원숭이와 비슷하지만 강한 엄지와 유연한 손가락으로 물건을 세게 쥘 수 있다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손이 비교적 자유로워 어떤 물건이라도 잡고 이동하기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엄지발가락을 갖고 있음에도 이족보행을 했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학자들은 이족보행의 장점을 기존의 사바나가설과는 전혀 다른 가설을 제시했다. 2족보행으로 수컷이 보다 많은 먹이를 암컷에 갖다 줄 수 있었으므로 이들의 자손들이 널리 퍼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로링 브레이스(Loring Brace) 박사이족보행으로 수렵 대상이 되는 동물들보다 먼 거리를 지치지 않으면서도 잘 걸을 수 있었고 석기를 보다 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된 호모에렉투스는 수렵 대상이 되는 동물들보다 강한 걸음걸이로 사냥감을 지속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고 또한 먹이를 먹지 못하게 하여 결국 쓰러지게 만들었다. 먹이 확보가 수월해 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냥한 먹이를 수컷이 암컷에게 갖다 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암컷으로서는 자신에게 풍족한 먹이를 갖다 주는 수컷을 선택하면 먹이 걱정 없이 수컷과의 사이에 낳은 새끼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다윈은 암컷이 수컷을 골랐다성 선택(sexual selection)으로 설명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별도로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