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의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우뇌(북방계)와 좌뇌(남방계)가 만드는 세상

우뇌(북방계)와 좌뇌(남방계)가 만드는 세상(1)

Que sais 2020. 9. 2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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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노는 좌뇌우뇌>

모리스 라벨(1875~1937)

프랑스의 작곡가로 발레음악 볼레로를 작곡한 모리스 라벨(Maurice Joseph Ravel)은 만년 파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를 크게 부딪혔다. 사고는 심각하지 않았고 별 부상이 없어 일생생활에 지장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라벨은 자신에게 의뢰된 오페라 잔다르크를 작곡할 수 없었다.

 

내 마음 속으로는 음악이 풍부하게 흘러넘친다. 그런데 그것을 전혀 기록할 수가 없다.

 

그는 사고 후 기억장애와 언어장애가 더욱 심해져 글씨도 쓸 수 없었다. 결국 1937년 의사의 조언에 따라 뇌수술을 받았다. 위축된 부분이 보이는 좌반구를 열어 장액(漿液)을 주입해 뇌를 부풀리는 지극히 위험한 치료법이었다. 수술 후 라벨은 의식을 차리고 동생의 이름을 불렀지만 곧바로 혼수상태에 빠져 그대로 사망했다.

그가 사망한 것은 당대의 수술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는 인간의 뇌 우반구사람의 얼굴 인식하거나 음악 같은 예술을 감상하는 직감적 능력을 가지며 좌반구언어를 이해하거나 사물을 분석하는 등 논리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천재 음악가라벨의 좌뇌장액을 주입하여 부풀렸다고 해도 그의 음악적 기능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사망했으므로 수술 자체도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계에서 그에 대한 수술은 의학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평가한다. 그의 수술로 우뇌와 좌뇌의 기능 차이를 현대 의학이 인식하게 된 최초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워낙 유명한 작곡가의 비극적 사건으로 인간 대뇌의 좌뇌와 우뇌가 다르다는 것이 알려지자 이후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 분야에 도전했다.

로저 울컷 스페리(1913~1994) 1981년 노벨생리의학상

대표적인 인물이 198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로저 스페리(Roger Wolcott Sperry) 박사이다. 1913년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출생한 스페리 박사모범생인데다 운동도 잘해 학창시절에는 농구, 야구, 육상 등 만능분야 선수였다. 고등학교에서 창던지기 선수로 주에서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학교에서 신경생리학을 수학했다. 1930년대 후반 신경외과의 미세한 수술을 통해 쥐와 도룡룡의 신경접합시키는 등 실험으로 신경의 기본설계가 처음부터 미리 정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등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차 세계대전 중 군에 복무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특히 신경이 손상되면 다른 부분을 이식해도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전쟁이 끝나자 1951부터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고양이의 좌우 뇌를 연결하는 뇌량(뇌의 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하는 거대한 섬유다발)을 절단하고 좌뇌와 우뇌의 기능을 관찰했는데 도형을 기억하는 속도(학습곡선)우뇌와 좌뇌가 기본적으로 동일했다.

스페리 박사인간의 뇌도 이와 같은지 의문이 들었다. 인간의 우뇌와 좌뇌도 기본적으로 구조가 같으므로 고양이처럼 기능이 같아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 과거부터 좌뇌와 우뇌가 다르며 좌뇌에 보다 중요한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 (Edwin Smith Papyrus) 문서에는 부상의 진단 및 치료법을 비록하여 고대 이집트 의학에 대해 설명한다

언어를 지배하는 부위 뇌의 측두부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알려져 있었다. 기원전 1700대 문서인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상처나 병의 증상 예치료에 대해 적은 의술서로 그 내용 중 머리에 손상을 입은 환자에 대한 기술이 있는데 그 환자는 한쪽 측두부의 두개골이 파손되어 대화를 할 수 없다고 적혀있다. 파피루스기원전 3000년 전 것을 옮겨 쓴 것이므로 5000년 전에 이미 실어증이 머리의 손상과 관계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폴 브로카(1824~1880)

19세기 말부터 인간의 뇌좌우 반구로 되어 있으며 둘 사이는 몇 개의 신경다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또한 좌우 뇌의 기능이 다르다는 것도 어느 정도 밝혀지고 있었다. 1861년 프랑스의 신경해부학자폴 브로카(Paul Broca)독일의 칼 베르니케(Karl Wernicke)언어의 이해와 생성을 담당하는 부위가 좌뇌에 위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칼 베르니케(1848~1905)

또한 좌뇌에 손상이 있으면 문자를 이해할 수 없는 실어증이나 귀로 들어온 문장을 이해할 수 없는 청각성 실어증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그러므로 19501960년대 초까지 인간의 복잡한 인지기능은 주로 좌뇌가 담당한다고 생각했다. 이 말은 좌뇌와 우뇌가 있지만 대부분의 중요한 것은 모두 좌뇌가 담당하므로 우반구특별히 중요한 기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당대의 견해를 완전히 뒤엎은 것이 스페리 박사이다.

그가 이런 연구에 착수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상이용사W. J. 시술했기 때문이다. W. J.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여 낙하산으로 뛰어내리다가 부상을 입고 이틀 정도 의식불명에 빠진 후 포로수용소에서 라이플총으로 머리를 강타 당한 전력이 있었다. 전쟁이 끝나 귀국한 뒤 간질발작을 일으키자 당대외 최선책인 뇌량제거수술을 받았다. 당시 난치성 간질환자에게 뇌량(corpus callosum)을 잘라 좌우 뇌를 분리하는 시술이 보편적이었다. 수술은 성공하여 W. J. 간질발작의 빈도는 극적으로 낮아졌다.

스페리 박사는 수술 뒤 W. J.양쪽 눈과 양손을 사용해 인지기능을 검사해보았더니 뇌량을 절단하기 전과 차이가 없었지만 다른 기능에는 큰 변화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스페리 박사W. J.에게 오른쪽으로 사과를 보여주었더니 왼쪽 뇌가 사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왼쪽으로 사과를 보여주자 오른쪽 뇌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계속적인 실험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W. J.에게 정육면체 그림을 보여주고 종이에 그리게 하자 좌뇌가 지배하는 오른손전혀 닮지 않은 정육면체를 그렸는데 우뇌가 지배하는 왼손제대로 정육면체를 그렸다. 나무쌓기 실험에서는 왼손은 쉽게 견본대로 나무를 쌓았지만 오른손은 실패했다. 다른 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같은 결과를 보여 우뇌가 전혀 소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입체나 공간 파악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알려진 것이다.

특히 우뇌와 죄뇌완전히 분리되었을 때 인간은 두 개의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놀라운 것은 언어를 지배하는 좌뇌우뇌가 한 일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페리인간의 뇌는 오묘하여 우반구와 좌반구가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비대칭임을 발견했다. 구조적 비대칭성뇌의 왼쪽비대칭적으로 다소 크며 기능적 비대칭성두 반구서로 다른 유형의 기능을 수행할 목적으로 전문화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북방계와남방계 감정도 차이>

물론 일부 학자들은 이와 같은 좌뇌-우뇌 구분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우선 그들은 특정한 뇌 기능이 어느 한쪽에 국한되어 있다는 개념 자체를 거부한다. 어떤 뇌 기능 정도차이는 있을지언정, 좌우뇌 간의 공고한 협동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느 한쪽단순히 논리적인 일을 담당하거나 직관적이지 않다는 얘기이다.

그 예로 한쪽 뇌를 다친 경우 반대쪽 뇌상실한 기능을 떠맡아 새로이 발전시키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뇌언어적/공간적, 분석적/종합적 등의 서로 상보적인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를 구체적인 해부학적 위치환원시키는 것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스페리박사좌뇌인간우뇌인간의 단순한 이분법은 근거 없는 비과학적 개념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는 정상적인 상태좌우뇌반구는 한쪽이 부지런하고 다른 쪽이 게으른 것이 아니라 양자는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하나의 뇌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뇌를 가진 사람들의 좌반구로 들어간 정보는 우반구에 전달되고 우반구에 들어간 어떤 정보라도 좌반구에 전달되므로 극단적인 예는 단지 분리된 뇌 환자의 경우에 한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스페리 박사는 큰 틀에서 좌반구언어를 포함해 개념적이고 분석적인 기능에 우세한 반면 우반구지각을 포함해 공간적이고 종합적인 처리를 전적으로 맡고 있다고 주장했다. 좌반구추상과 추상에 의거한 지식 범주를 만들 수는 없지만, 우반구타인과의 소통, 관계를 위한 장소이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공감기술이 개발되는 장소라는 것이다.

스페리 박사좌반구가 세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초점이 좁고 경험보다 이론을 높이 평가하며 기계를 선호하고 명시적이지 않은 것은 무시하며 자기 확신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우반구세계를 훨씬 더 넓고 관대하게 이해하지만 좌반구의 맹공격을 뒤집을 만한 확신이 없다고 말한다. 우반구가 아는 내용은 좌반구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다측면적이기 때문이다.

 

스페리 박사좌뇌와 우뇌다른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좌뇌의 기능이라는 언어만 해도, 단어와 문법좌뇌가 담당하지만 뉘앙스와 억양을 구분하는 것은 우뇌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 기능이 서로 보완되지 않으면 말 한 마디, 문장 하나도 제대로 구사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뇌의 두 반구가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감정에 대해서 오른쪽 뇌부정적인 감정, 왼쪽 뇌긍정적인 감정에 반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뇌파검사 결과, 오른손을 움직인 사람은 오른쪽 뇌보다 왼쪽 뇌에서 활동이 더 활발했고, 반대로 왼손을 움직인 사람은 왼쪽 뇌보다 오른쪽 뇌가 활발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물론 우뇌와 좌뇌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는데 공감을 받고 있지만 아직 그 진상에 대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