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좌뇌ㆍ우뇌>
스페리 박사 등의 뇌 연구는 인간들에게 워낙 큰 영향을 미치므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의 연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좌뇌와 우뇌가 기능면에서 따로 논다는 것이다.
그는 두뇌는 인간의 정신이 물질과 만나는 장소인 두뇌가 두 개의 반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반구는 몸의 대각선 방향, 반대쪽 부위를 통제하는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가령 우반구가 몸의 왼쪽(왼손·왼발 등등)을 통제하는 식이다.
특히 스페리 박사는 인간의 뇌는 오묘하여 우반구와 좌반구가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비대칭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적 비대칭성은 뇌의 왼쪽이 비대칭적으로 더 크다는 것을 뜻하며 기능적 비대칭성은 두 반구가 서로 다른 유형의 기능을 수행할 목적으로 전문화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는 좌반구가 언어를 포함해 개념적이고 분석적인 기능에 우세한 반면 우반구는 지각을 포함해 공간적이고 종합적인 처리를 전적으로 맡고 있음을 밝혀냈다. 좌반구에 있는 정보은행 같은 것이 없으므로 추상과 추상에 의거한 지식 범주를 만들 수는 없지만, 우반구는 타인과의 소통, 관계를 위한 장소이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공감기술이 개발되는 장소라는 것이다.
좌반구가 세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설계돼 있지만 초점이 좁고 경험보다 이론을 높이 평가하며 기계를 선호하고 명시적이지 않은 것은 무시하며 공감하지 못하고 자기 확신이 강하다고 설명된다. 반면 우반구는 세계를 훨씬 더 넓고 관대하게 이해하지만 좌반구의 맹공격을 뒤집을 만한 확신이 없다고 말한다. 우반구가 아는 내용은 좌반구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다측면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페리의 연구로 두 반구의 기능적 차이가 온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스페리 교수는 비대칭적인 두 반구가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고, 두 반구는 서로 도와야 함에도 불구하고 둘 사이에 일종의 권력투쟁 같은 것이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서구 문화의 많은 부분이 이런 메커니즘으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뇌의 우반구는 좌반구가 갖는 지식의 기반이 되고, 양쪽이 다 알고 있는 것을 활용가능한 전체로 종합할 수 있다.’
이언 맥릴크리스트는 이런 생각에서 우반구를 주인, 좌반구를 심부름꾼에 비유한다. 하지만 반구 사이의 치열한 권력투쟁의 결과 심부름꾼인 좌반구가 주인인 우반구보다 지배력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상황에 따라 좌뇌가 우뇌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좌반구와 우반구의 특성을 보다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좌반구는 세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초점이 좁고, 경험보다 이론을 높이 평가하며, 생명체보다 기계를 선호하고, 명시적이지 않은 것은 모조리 무시하며, 공감하지 못하고, 부당할 정도로 자기 확신이 강하다. 반면에 우반구는 세계를 훨씬 더 넓고 관대하게 이해하지만, 좌반구의 맹공격을 뒤집을 만한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우반구는 ’좌반구가 갖는 지식의 기반’이 되고 양쪽 다 알고 있는 것을 활용 가능한 전체로 종합할 수 있으므로 우반구는 주인이 되어 좌반구를 심부름꾼으로 부릴 수 있다.‘
좌반구가 ‘무엇’(범주)의 반구라면, 우반구는 ‘어떻게’(육화)의 반구다. 우반구는 경험과 감정, 어감의 상대적 측면에 몰두하는 반구다. 두뇌의 ‘비교적 독립적인’ 두 덩어리인 좌·우 반구는 그 말 자체의 이분법처럼 추상화 대 육화, 범주 대 고유성, 일반 대 개별자, 부분 대 전체 등으로 대표되는데 인류 문명도 두 측면에 의해 반영돼 왔다는 것이다. 물론, 좌·우 반구가 창조적 긴장을 유지하며 뇌의 거의 모든 기능에 함께 참여하고 서로 돕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유럽의 상당수 나라가 좌반구 특성을 갖고 있는 것도 두뇌의 특성으로 설명한다.
한국은 극우뇌 우세지역인데 비해 터키․이집트 등은 우뇌 우세지역이며, 이탈리아․스페인․미국․중국 등은 비교적 우뇌 우세지역이다. 반면에 인도․태국․일본 등은 비교적 좌뇌 우세지역이고, 네덜란드․영국․독일․이스라엘․그리스 등은 극좌뇌 우세지역이다.
반면에 중국과 한국 등 동양인들이 경험하는 세계는 사실상 우반구의 세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동양과 서양이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점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서구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연을 존경하는 태도는 공간개념이 우수한 우뇌의 중국과 한국에서 기본 소양이 아닐 수 없다. 동양 중에서 일본이 좌뇌인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근대사에서 일어난 일본의 침략은 심부름꾼이 주인을 찬탈하려는데서 생긴 에피소드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가령 고대 그리스의 화폐 사용은 ‘우반구의 가치로부터 좌반구의 가치로 넘어가는 과정을 명료하게 반영’하며, 르네상스는 ‘우반구가 벌인 반란’이라는 것이다.
르네상스의 경우를 보자. 르네상스는 경험의 중요성에 눈을 뜨면서 시작됐다. 그것은 우반구의 영역이다. 르네상스는 기본적으로 우뇌의 이탈리아인들에 의한 우반구적 방식의 거대한 확장으로서, 그 속으로 좌반구적 작업이 통합되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르네상스가 진행되면서 우반구적인 존재방식에 대한 강조에서 점차 좌반구적 비전 쪽으로 이동해 갔다. 즉 공존하는 ‘개체'는 배제되고 원자론적 ‘개체성'이 강조되면서 독창성은 더 이상 지혜의 원천이 아니라 비합리적인 과거를 내몰아치는 방법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계몽주의라고 알려진 오만한 운동의 토대가 되었다는 시각이다.
반면에 산업혁명은 극좌계로 표현되는 영국인이 우반구 세계에 가장 뻔뻔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요건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좌반구의 영국과 독일이 주도하는 근대 서양세계는 기계장치에 사로잡힌 엄격하고 관료적이며 비인간적인 사회가 형성되었고 그 대가를 다른 민족이 치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좌반구, 우반구의 차이가 절대적이지 않지만 작은 차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반구는 능동적으로 모든 일에 관여하지만 각기 세계를 이해하는 고유한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두 반구는 사안을 종합적을 판단하지만 어느 한쪽 반구가 본 세계가 최종적으로 우세할 경우에는 '승자독식'을 한다. 즉 한쪽 반구의 효율성이 다른 쪽 반구의 85%에 불과한 경우 우리 두뇌는 작업을 85 : 100으로 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이 높은 쪽에 아예 전체를 맡기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승자독식 효과가 누적되면 전반적으로 큰 편향을 형성하기 때문에 영향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매우 흥미있는 주장은 심부름꾼의 손 즉 좌반구의 영향에 이끌렸던 서구 문명의 활로는 동양문명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구 문화에서 두 반구의 존재 방식 사이에 그어진 날카로운 이분법은 우반구가 기본으로 정착된 동양 문화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서구와 같은 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은 몇몇 선택된 사물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고 그 속성을 분석하고 범주화하여 그것을 지배하는 규칙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동양인들은 전체적으로 접근하고 관계와 변화를 중시하며 범주화에는 덜 관심을 쏟는다.
<기후에 적응된 한국인>
스페리 박사의 연구는 한민족에게 큰 영향을 미치므로 한국인과 스페리 박사의 좌우뇌 연구를 구체적으로 다룬다.
근래의 유전자 연구가 눈부신 성과를 거두면서 한민족의 근원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주고 있지만 사실 한민족의 근원을 어떻게 찾느냐라는 질문은 매우 오래전부터 제기된 사항이다. 일제강점기 1930년대 경성제국대학의 해부학연구실에서 한국인에 대해 약 20,000명을 조사했다. 그런데 당시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인은 앞에 설명한 세 가지 기원에 의함을 알려준다.
이 기록에 의하면 한국인은 남쪽으로부터 이주해온 남방계와 북쪽으로부터 이주해온 기마민족인 북방계가 섞이거나 혼혈되었다고 적었다. 그 증거로서 북쪽지방, 북한사람들의 체형과 남한사람들의 체형이 상당히 다른 점을 증거로 들었다.
결론을 먼저 말한다면 한민족의 유전자 분석 결과는 한민족이 북방계와 남방계로 나뉘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과 다름이 없다. 북방계는 북방기원설, 남방계는 남쪽에서도 한민족의 상당 부분이 유입되었다는 ‘남ㆍ북혼합설’을 의미하며 본토기원설은 큰 틀에서 북방기원설과도 상당 부분 합치된다. 한마디로 본토기원설에 의한 본토인들이 북방계와 남방계에 의해 동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현재 고고학 각 부분에서 활용되는 눈부신 유전자분석기법 때문이다.
염색체의 유전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자가 섞여 새로운 형질을 만들어내지만, 두 염색체는 뒤섞임 없이 한쪽 부모한테서 그대로 유전되는 특성을 지닌다. Y염색체는 아버지에서 아들로만 유전되며,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를 통해서만 유전된다는 것을 앞에서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DNA를 ‘이브의 유전자’, Y염색체를 ‘아담의 유전자’라 부른다.
인류학자들은 아시아계 인종 집단을 ‘몽골로이드’이라고 한다. 몽골로이드에서도 중국계 민족과 동남아시아인을 제외하고 만리장성 이북과 만주, 한반도 등지의 사람들을 ‘북방계 몽골로이드’라고 한다. 대체로 누런색에 가까운 피부와 몽골주름(Mogolian Eye Fold 또는 Epicanthic Fold), 뻣뻣하고 검은 모발, 광대뼈가 솟은 넓적한 얼굴, 많지 않은 체모, 몽골반점 등이 겉으로 드러나는 북방계몽골로이드의 신체적 특징이다.
반면에 아시아대륙의 남쪽과 오세아니아 대륙, 태평양의 하와이, 폴리네시아 제도 등 비교적 따뜻한 곳에서 적응한 황인종은 현재의 동남아시아인처럼 눈이 북방계보다 크고 쌍꺼풀이 발달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팔과 다리 역시 긴데 이들을 ‘남방계몽골로이드’라고 부른다.
학자들에 따라 다른 견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약 30,000년 전에 해안가에 거주하던 몽골로이드의 일부가 아시아 내륙 즉 오늘날의 몽골 고원, 고비 사막, 티베트를 포함하는 지역으로 북상했다. 북방계몽골로이드가 내륙 아시아로 진출한 이유는 당시에 이 지역에 ‘맘모스 스텝’이라 불리는 광대한 초원이 펼쳐져 있어서 들소나 맘모스와 같은 먹이가 풍부하여 이들 지역이 살기 좋았기 때문이라고 <지오>의 손현철은 기술했다.
이들은 집단적인 몰이사냥으로 거대한 맘모스를 잡아 단백질 공급원으로 삼았다. 투박한 돌날을 나무 막대기에 동여맨 석창이 당시 사냥꾼들의 주무기였다. 그런데 약 20,000년 전부터 사냥무기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것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한민족의 강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북쪽으로 이동했을 개연성도 있음을 의미한다.
여하튼 북방계몽골로이드들은 현대의 수술용 매스만큼이나 예리하고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세석기들을 나무틀에 박아 낫이나 칼과 같은 용도로 사용하였다. 새로운 무기를 확보한 이들은 내륙 아시아에서 단련된 신체 형질과 함께 자신의 거주 반경을 타이가와 툰드라 같은 낯선 땅으로 넓힐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 지역에 빙하가 몰려와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했다. 빙하시대란 빙하기와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교체되어 모든 환경조건이 격변하는데 빙하기는 오늘날보다 매우 추워 유럽의 경우 지금보다 약 17도나 기온이 낮았다고 한다.
빙하의 두께는 일반적으로 중심지에서 3,000미터가 넘는다. 3,000미터 높이의 얼음 무게는 매 제곱미터 당 2,700톤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녹았을 때 지구에 엄청난 물세례가 떨어졌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자들은 오늘날 대륙붕이라 불리는 부분은 당시 육지로 노출되어 있었는데 물 폭풍으로 바다가 되었다고 추정한다. 즉 빙하기 동안에 황해도 육지였고 한반도와 일본도 연결되었고 아시아대륙과 아메리카 대륙도 서로 연결되어 사람을 포함한 동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고 본다.
더구나 빙하기와 간빙기가 계속 교차하면서 지형이 수없이 변하게 되므로 소위 마지막 빙하기 이전의 구석기 유물은 아무 곳에서나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구석기 유적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적은데다 이들 작은 자료조차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살아남게 된 지역에서의 지질학적 조건을 파악해야 한다. 과학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한, 글이 없는 선사시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이유이다. 참고적으로 오늘날 우리는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의 비교적 따뜻한 시기인 간빙기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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