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의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DNA

DNA 이중나선의 비밀(3) : RNA가 말한다

Que sais 2020. 10. 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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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의 구조>

학자들은 우선 이들의 구조에 대해 규명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의 홀리(Robert W. Holly, 19221993)1964알라닌이 부착된 운반 담당 RNA(tRNA)RNA15퍼센트 정도라는 것을 발표했다. 또한 tRNA의 분자세 잎 클로버와 같은 3개의 고리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밝혔다.

로버트 윌리엄 홀리(1922~1993) 1968년 노벨 생리의학상

반면에 미국의 니런버그(Marshall W. Nirenberg, 19272010)어떤 코돈(4개의 뉴클레오티드 중 나머지 3개의 염기로 구성된 배열)이 어떻게 특정한 아미노산과 일치하는가를 연구하였다. 코돈특정한 순서아미노산조립하는 일련의 명령을 담는데 세 개의 계속되는 뉴클레오티드한 개의 아미노산을 끌어오며, 그 작업이 원활하게 끝나면 단백질로 감싸이게 된다.

마셜 워런 니런버그(1927~2010) 1968년 노벨 생리의학상

이것은 특정 길이의 DNARNA 원형으로 복제된 후 RNA 원형단백질을 만든다는 뜻으로 이러한 발견이 유전자 연구에 얼마나 중대한 기여를 했는지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하르 고빈드 코라나(1922~2011) 1968년 노벨 생리의학상

니런버그그의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 다양한 아미노산과 효소, 리보솜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체계를 밝히는 코드 사전을 만들었다. 그들의 탁월한 연구로 니런버그와 그의 공동 연구자인 코라나(Har Gobind Khorana)홀리와 함께 1968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세베로 오초아(1905~1993) 1958년 노벨 생리의학상

한편 오초아(Severo Ochoa, 19051993)폴리뉴클레오티드 포스포릴라제라는 RNA 합성 효소를 발견한 공로로 195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후 유전 암호해독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초아로 하여금 노벨상을 수상하게 한 RNA 합성 효소RNA를 합성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특정한 조건에서, 시험관 안에서만 일어나고 실제로 생체 속에서는 합성 효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노벨상을 수상한 직후에 알려졌다. 오초아발견한 효소는 오히려 반대로 RNA를 분해하는 효소였던 것이다.

 

오초아에 대한 노벨상 수상의 파장은 컸다. 그가 발견한 효소를 사용하여 여러 가지 인공 RNA합성하려고 한 다른 학자들의 노력을 모두 허사로 돌리게 한 것이다. 오초아도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았지만 이미 노벨상을 받은 후였다. 그러나 그는 낙담하지 않고 이 분해 효소사용하여 유전 암호 해독에 나섰고 단백질 합성을 시작하는 단백질 인자를 발견하여 단백질 합성의 복잡한 경로를 밝히는데 앞장섰다. 그는 잘못 발견했던 그 효소이용하는 역수를 써서 그에게 씌워진 오명을 씻은 것이다.

후일담이지만 니런버그노벨상을 받게 된 것에는 오초아의 실수도 큰 역할을 했다. 오초아유전 암호 기능을 가진 모든 RNAU가 들어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U가 들어있지 않는 RNA 조합에는 큰 관심을 기우리지 않았다. 반면에 니런버그U를 포함하지 않은 RNA로부터 아미노산합성하는 연구에 착수하여 마침내 아데닐산(유전 암호 A)만을 이용하여 리신으로 연결된 아미노산 펩티드합성하는데 성공했다. 196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오초아는 탈락하고 니런버그가 수상했는데 오초아2번의 노벨상 수상에 실패한 것은 처음에 실수 때문으로 인식한다.

 

<불필요한 정보?>

DNARNA에게 건네주는 유전 정보에는 불필요한 정보가 많이 들어 있다.

예전에는 이 염기배열의미 없는 유전자라고 불렀으나 오늘날에는 다소 고상한 말없는 유전자라고 부른다. 유전자들이 생명체와 어떤 관계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완전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다.

말없는 유전자들의 수는 실제로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들보다 10나 많이 있다. 학자들은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생명에 관련된다고 추정한다.

나비나 몇몇 잠자리 등의 알 속에는 아주 특별한 비밀이 숨어있다. 나비의 알서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게놈, 나비의 게놈애벌레의 게놈을 갖고 있다. 나비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어른나비로 변화되는 독특한 과정은 이렇게 전혀 다른 두 생명체하나의 알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말없는 유전자어떤 역할이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여기에서 나온다.

토머스 로버트 체크(1947~) 1989년 노벨 화학상

그런데 RNA에서는 이 불필요한 정보가 잘려나간다. 콜로라도 대학토머스 체크(Thomas R. Cech)섬모충류 원생동물테트라히메나 테르모필라(Terrahymena thermophila)를 통해 리보솜 RNA의 모습전사될 때 다르고 리보솜 단백질과 결합할 때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모종의 과정을 거쳐 RNA분자에서 불필요한 조각을 잘라낸 후 남은 조각들을 다시 깔끔하게 붙였다. 반응에 무언가의 효소가 관여했음이 틀림없었다.

체크 박사편집되지 않은 RNA 가닥을 정제했다. 그런 후 섬모층의 핵에서 추출한 단백질 용액에 그것을 넣었다. 예상했던 대로 세포 안에서처럼 RNA잘리고 붙으며 편집(splicing)되었다. 촉매분자비커 안에 있었다는 증거. 그러므로 체크는 다른 조건에서는 같은 현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대조군 실험착수했다.

체크RNA가닥만 있고 단백질없는 시험관을 추가로 준비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대조군을 조사해보니 단백질이 없는데도 RNA 편집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RNA자기 자신을 자르고 붙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은 RNADNA처럼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을뿐더러 단백질처럼 반응촉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RNA 자체촉매 역할을 하되 자기 자신을 위한 절단 작업만을 하며 다른 것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마디로 RNA생명의 기원을 다루는 수수께끼에서 닭이자 달걀인 셈이다.

시드니 알트먼(1939~2022) 1989년 노벨 화학상

예일대학의 시드니 알트먼(Sidney Altman)도 같은 시기에 독립적인 연구를 통해 이와 같이 효소로 작용하는 RNARNA(RoboNucleic Acid)와 효소(enzyme)의 합성어로 리보자임(robozyme)'이라 불렀다.

이후 식물 감염시키는 병원체인체델타 바이러스 등 다양한 생명체에서 리보자임같은 효소 기능을 가진 RNA들이 속속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리보자임은 마치 가위와 같이 특정 RNA 염기서열을 인식해 그 부위를 자르기도 하고 또한 이어 붙일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체크와 알트먼RNA 생물 분자의 촉매 특성 발견에 대한 공로로 1989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하워드 마틴 테민(1934~1994) 1975년 노벨 생리의학상

유전자 연구는 계속 전진되었다. 곧바로 모든 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대담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테민(Howard Martin Temin)RNA 바이러스가 증식될 때 새로운 DNA의 합성이 필요하며 또 이들 간에는 서로 상보성이 있으므로 RNA 바이러스감염되면 제일 먼저 RNA 바이러스모형으로 해서 DNA 합성되고 다음에 이 DNA모형으로 해서 다시 RNA 바이러스합성된다고 발표했다.

그의 이론은 기존 학설에 비해 너무나 파격적이므로 학자들은 순순히 그의 주장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고전 이론에서는 생명 정보DNA에서 RNA, RNA에서 단백질 전달되고 역순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까지 DNA를 모형으로 해서 RNA합성하는 효소는 존재하지만 RNA모형으로 하여 DNA합성하는 효소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테민자신의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그 증거인 효소를 찾아야만했다. 그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테민행운아였다. 그는 대량으로 RNA바이러스를 모았고 그것이 새로운 DNA합성하는 것을 확인했다. 테민은 이 효소를 역전사 효소(逆轉寫酵素)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것은 DNARNA란 일방 통로만이 아니라 RNADNA쌍방 통로의 메커니즘도 존재할 수 있다는 매우 중요한 결과를 확인시켜 준 것이다.

데이비드 볼티모어(1938~) 1975년 노벨 생리의학상

데이비드 볼티모어(David Baltimore)쥐의 백혈병 바이러스로부터 이 효소를 추출하는데 성공하여 1975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볼티모어도 매우 젊은 나이노벨상을 받았다. 그는 32에 쓴 논문으로 37노벨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그는 AIDS 퇴치를 위한 미국의 국가적 노력선두에서 이끌고 있으며 게놈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구 소련 물리학자사하로프의 사면에도 깊숙이 관련하는 등 미국의 대표적인 행동하는 지성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러나 노벨상수상한 후의 역할에 대해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안드레이 사하로프(1921~1989) 1975년 노벨 평화상

이제 학자들은 DNA의 구조를 밝히는 것과 같이 RNA의 구조를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RNA의 구조는 수백 또는 수천 개의 뉴클레오티드1열로 연결, 이른바 폴리뉴클레오티드이다. 구조를 밝히기 위해서는 3단계가 필요한데 첫 번째RNA어떤 순서로 연결되었는가를 알 수 있는 1차 구조를 규명하는 것이다. 다음은 2차 구조RNA가 어떻게 꼬이고 접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어떤 입체적 모양으로 접히는가를 보는 3차 구조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RNA의 화학적 구조

여기서는 이와 같이 RNA의 구조를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이론적으로 매우 단순하게 보이는 RNA1차 구조조차 실제로 규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으로 현재까지 3분의 2 정도 밖에 밝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RNA2, 3차 구조의 규명1차 구조를 밝히는 것보다 매우 어렵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RNA중에서도 tRNA2, 3차 구조를 밝힌 학자가 우리 나라의 김성호 박사이다.

김성호(1937~) 제공 듀크대

그는 tRNA결정상태분리하고 X선 분석을 가하여 3차 구조규명하는 한편 3차 구조의 모형을 제시하였다. 그는 또한 tRNA2차 구조클로버 잎 모양으로 제시하였고 3차 구조L자형으로 된다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