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구조 확인>
윗슨과 크릭의 장담대로 유전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이 연구의 중요성은 DNA의 구조를 밝혔다는 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연구로 인해 유전 현상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유전정보가 어떻게 DNA에 기록되며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어떻게 전파되는 등을 규명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1. 미토콘드리아
왓슨과 크릭에 의해 촉발된 유전자 연구는 그야말로 정신이 어지러워질 정도로 하루가 달리 바뀐다. 가장 놀라운 것은 유전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핵뿐만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소기관에도, 식물 세포의 엽록체에도 핵의 DNA와는 별개의 DNA가 있다. 이는 미토콘드리아가 핵의 DNA와는 정보가 다른 독자적인 DNA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고작 1만 6569 염기, 그리고 37개의 유전자를 갖는 작은 DNA인데 이것이 핵 DNA와 크게 다른 점은 모성 유전을 한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차세대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특징은 미토콘드리아 DNA는 핵 DNA에 비해 염기의 교체, 즉 염기 치환이 일어나기 쉽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진화 과정에서 인간은 침팬지와 같은 선조로부터 분리되어 왔는데 인간과 침팬지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해보면 약 9퍼센트 정도나 차이가 난다. 이에 비해 핵 DNA에서는 약 1퍼센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것은 핵의 DNA에 비해서, 미토콘드리아 DNA에서는 생물의 진화를 뜻하는 염기 치환이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는 뜻이다. 즉 비교적 짧은 진화 기간에 일어난 DNA의 이변을 알 수 있게 해 주므로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서 종의 진화, 또는 인종간의 다양성을 파악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독자적인 DNA를 가지고 세포 안에서 분열에 의해 증식한다. 또 항생 물질에 대한 내성(耐性)이 원핵 물질과 비슷한 점으로 보아 호기적 원핵 생물이 원시 진핵 생물에 흡수되어 세포 공생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를 획득한 생물 중에는 시아노박테리아를 흡수한 생물도 있다. 세포 공생을 한 시아노박테리아는 나중에 엽록체가 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것은 다양한 유전자의 염기 배열의 비교를 통해서도 분명하다. 미토콘드리아도 엽록체도 게놈의 크기는 원핵생물에 비해 매우 적은데 이것은 세포 소기관으로서 정의되어 가는 과정에서 많은 유전자가 핵으로 이동하고 그 지배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추정한다.
두 개의 효율적 에너지 변환 장치를 흡수하여, 핵에 의한 조절을 가능하게 한 것은 그 후 진핵 생물의 대 발전으로 연결되었다고 생각된다. 이 말은 미토콘드리아라는 고성능 에너지 변환 장치를 얻게 된 진핵 생물이 몇 가지 생물로 분화하면서 진화하고 마침내 폭발적으로 많은 생물을 낳게 하였다는 뜻이다. 즉 진핵 생물의 빅뱅이 일어났다는 뜻으로 이 결과 태어난 진핵 생물의 무리에서 현재 지구상에서 번성하고 있는 균류와 녹색 식물, 그리고 동물이 태어난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탄생의 비밀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한다.
‘대기의 산소 농도가 대체로 오늘날 수준이 되었을 때 핵과 세포기관이라고 부르는 작은 몸을 가진 세포가 출현했다. 이 과정을 정확하게 알아 낼 수는 없지만 어떤 박테리아가 다른 박테리아에 의해서 침략을 당하거나 포획되었는데 이때 포획된 박테리아가 미토콘드리아가 되었다. 이들에 의해 복잡한 생명이 가능하게 되었다.’
미토콘드리아의 중요성은 산소를 이용해서 영양분으로부터 에너지를 방출시킨다는 점이다. 미토콘드리아는 모래알 정도의 공간에 10억 개 정도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지만 생물체가 흡수하는 거의 모든 영양분은 미토콘드리아를 먹여 살리는 데 사용한다.
사실상 인간의 경우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면 2분 이상 살 수 없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속에서 10억 년 동안이나 살아왔음에도 전혀 다른 행동 즉 독자성을 견지한다는 것이다. 우선 미토콘드리아가 그 자신만을 위한 DNA를 갖고 있으며 또한 주인 세포와는 다른 시기에 번식한다.
미토콘드리아는 박테리아처럼 생겼고 박테리아처럼 분열하며 때로는 항생제에 대해서는 박테리아처럼 반응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서 그들은 자기 보따리를 따로 챙겨두고 있다. 더구나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포가 사용하는 유전언어도 함께 사용하지 않는다. 마치 집안에 손님을 모셔둔 것과 같은 경우이다. 인간이란 고등동물이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다소 이상한 박테리아에 의해 운용된다는 것에 학자들이 매우 놀랐지만 그건 사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가 ‘진짜 핵을 갖고 있다’라는 뜻의 진핵세포가 되는 것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후 왓슨과 크릭은 계속 대형 사건을 터뜨렸다. 두 사람은 DNA로부터 mRNA가 만들어지고 mR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라는 분자생물학의 중심개념을 제안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한 내용인데도 곧바로 학자들이 수긍한 것은 아니지만 분자생물학 연구가 깊이를 더해가면서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최종 단계에 위치하는 단백질이 유전 물질인 DNA로부터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의문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단백질의 기본 단위가 되는 아미노산은 총 20개가 알려져 있으나 DNA의 기본 단위인 염기는 모두 4개밖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4개가 어떤 방법으로 20개의 아미노산을 합성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다.
C. 야노프스키는 대장균이 가지고 있는 트립토판 합성 효소의 유전자를 연구하면서 유전자 지도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유전자의 상대적인 위치와 거기서 생성된 단백질의 치환된 아미노산의 위치가 순서상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때까지 DNA로부터 형성된 mRNA를 모체로 하여 단백질이 합성된다는 사실에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했으나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한 이론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1961년 크릭 등은 그때까지 밝혀진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유전 암호를 규정했다.
① 1개의 아미노산은 3개의 뉴클레오티드로부터 만들어진다.
② 유전 암호는 서로 중첩되지 않는다.
③ 유전 암호는 연속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단백질 합성에 필요하지 않은 뉴클레오티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④ 자연계에는 20개의 아미노산이 존재하며 3개의 뉴클레오티드는 64개의 조합을 이룰 수 있다.
뉴클레오티 3개로 4 x 4 x 4 = 64개의 조합이 만들어지므로 20개의 아미노산을 합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즉 1개의 아미노산을 합성할 수 있는 조합이 여러 개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미노산의 분자구조는 탄소원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탄소는 가장 바깥쪽 전자 껍질에 짝을 이루지 못한 전자가 4개 존재하므로 4개의 결합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탄소는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이자 화학 원소다. 아미노산의 종류는 20종에 불과하지만 그러한 아미노산 단위들이 수많이 들러붙어 다양하게 배열할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의 종류는 매우 많다. 실제로 우리 몸에는 약 5만 종의 단백질이 있는데 그 대부분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다.
2. RNA도 관건
핵산 안에 있는 유전 관련 인자 중에서 DNA만 중점적으로 다루었지만 핵산에는 RNA라는 또 다른 중요한 인자가 있다. RNA는 세 가지 점에서 DNA와 다르다.
학자들은 분자들이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데 이는 복제의 효율을 높이는 촉매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는 정보와 구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즉 성장에 필요한 분자를 주위의 환경에서 가져오는 대신 직접 합성하고 세포활동의 연료로 화학에너지 또는 태양에너지를 활용함으로써 자신을 낳아준 물리과정에서 독립하여 진정한 진화의 여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RNA이다.
학자들은 DNA를 연구하면서 DNA가 화학정보를 보관하는 도서관이라 생각했다. 그러므로 세포의 막조직과 단백질 그리고 DNA 즉 도서관이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해야한다. 그러므로 세포는 엄청난 수의 단백질을 동원해 DNA 도서관에서 정보를 통째로 복제하는데 이는 단백질의 설계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자들은 DNA 정보를 통째로 복제하고 이를 메시지로 전사하는 역할을 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학자들의 생각은 옳았다. 바로 RNA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설계도에 적힌 RNA 메시지를 번역하는 일은 단백질과 RNA로 건설된 화학공장인 리보솜에서 이루어지는 생물은 성장과 번식을 해야 하므로 주위환경에서 물질과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물질대사에는 훨씬 많은 단백질이 동원되는데 그 가운데 일부는 세포막에 파묻혀 있다.
RNA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학자들은 RNA가 DNA정보를 단백질로 번역하기만 하는 DNA의 몸종으로 취급했다. DNA와 단백질이 주인공인 분자 드라마에서 다리 구실을 하는 존재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프랜시스 크릭이 RNA가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그는 아마도 최초의 ‘효소’는 레플리카제(replicase, RNA 주형에서 RNA 사본을 만들 수 있는 복제 효소)의 성질을 띤 RNA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의 추측은 마치 예시자라도 되는 듯 사실로 들어났다.
① RNA는 일반적으로 오직 하나의 폴리뉴클레오티드 사슬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샤가프의 법칙은 보통 DNA에서 잘 적용되지만 RNA에서는 다르다.
② RNA에서 발견되는 당 분자는 리보오스이지만 DNA에서는 데옥시리보오스이다.
③ RNA에 있는 질소 염기 중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은 DNA와 동일하지만 우라실은 티민과 유사하지만 메틸기가 있다. 이 경우 DNA의 티민(T)은 RNA의 우라실(U)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다.
RNA의 역할은 DNA가 발현한 정보를 전사(transcription)해서 그것을 단백질 제조 공장인 리보솜으로 운반하고, 거기에서 단백질의 원료를 설계대로 배열하는 일이다. 한마디로 RNA가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리보솜이란 세포 내 미립자인 미크로솜의 구성분에서 막(membrane)성분을 제거한 부분을 말하는데 다른 소기관보다 작지만 세포 안에 여러 개가 들어 있다.
DNA는 아주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세포의 핵이라는 격납고 안에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다. 함부로 설계도를 밖으로 갖고 나가면 잃어버릴지도 모르며 상처를 입으면 낱낱이 분해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DNA는 자물쇠가 있는 핵이라는 세포 격납고에 챙겨 넣는 것이다.
그런데 설계도대로 유전 정보를 실행하는 것은 단백질이다. 아미노산이라는 재료로 이 단백질을 만드는데 그 생산 공장은 핵의 외부, 즉 세포질에 있는 리보솜이라는 입자 모양의 세포 소기관이다. 그러므로 핵 안의 정보, 즉 단백질 합성에 관한 설계도를 전해 주고 아미노산을 만들라는 명령을 전달해주는 심부름꾼이 필요하다. 바로 이 심부름꾼이 RNA이다.
RNA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것은 전령(메신저) RNA(mRNA)와 운반 담당 RNA(tRNA), 리보솜 RNA(rRNA),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sRNA 등이다.
DNA가 전령 RNA를 시켜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은 우리가 사진을 찍기 위해 필름에 옮기는 방법과 비슷하다. RNA가 DNA를 찍어 놓은 필름과 같다는 것은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반대로 복사하기 때문이다. DNA의 정보를 청사진으로 인화해 mRAN를 완성시키는 것을 전사라고 하며 이때 RNA폴리머라제라는 효소가 필요하다. rRNA는 단백질과 협력하여 리보솜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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