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 복제과정>
생명체에서 유전정보가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DNA의 유전정보가 RNA로 전사된 후 이 유전정보에 담긴 대로 단백질이 합성돼야 한다. 만약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단백질 합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의 다트머스 대학교의 빅토르 암브로스 박사는 하등생명체의 일종인 꼬마선충의 발생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발견하고 sRNA가 특정 발생단계에서 발현돼 발생을 조절한다는 의미에서 stRNA(small temporal RNA)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들 내용을 종합한 RNA 복제과정은 다음과 같다.
DNA 복제에서 양친 분자의 두 사슬은 풀리고 각 사슬은 새로운 사슬에 대한 주형으로 행동한다. 전사에서 DNA는 RNA 합성을 위한 주형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 풀린다. RNA 전사체가 형성됨에 따라 RNA는 떨어져 나오고 이미 전사된 DNA는 이중나선으로 재결합된다. 이와 같은 전사는 개시(initiation), 신장(elongation), 종결(termination)이라는 분명한 차이를 가진 세 과정으로 나뉜다.
① 전사 :
유전자의 전사는 RNA 중합효소가 매우 단단히 결합하는 특수한 DNA서열인 프로모터(promoter)에서 시작한다. mRNA로 전사될 각 유전자(혹은 원핵생물에서는 각 세트의 유전자)에는 적어도 하나의 프로모터가 있다. 프로모터는 구두점으로 작용하여 RNA 중합효소에게 어디서 시작하고 어떤 DNA 사슬을 읽을 것인가 또 시작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전사할 것인가를 지시한다.
그런데 모든 RNA 중합효소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원핵생물은 mRNA, tRNA 그리고 rRNA를 생산하는 한 종류의 RNA 중합효소를 갖는다. 반면에 진핵생물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세 종류의 RNA 중합효소를 가지고 있다. 이들 중에서 RNA 중합효소II가 mRNA의 생산과 관련한다. 진핵생물의 RNA중합효소는 다른 단백질이 프로모터에 있는 자리에 결합하여 RNA 중합효소에 도킹자리를 제공해 줄때까지 프로모터에 결합하여 전사의 과정을 시작할 수 없다. 또한 이들 단백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특정 유전자의 전사가 조절된다.
② 신장 :
일단 RNA 중합효소가 프로모터에 결합하면 한 번에 약 20개의 염기 쌍씩 DNA를 풀고 주형 사슬을 읽는다. DNA 중합효소와 같이 RNA 중합효소도 생장하는 사슬의 말단에 새로운 뉴클레오티드를 첨가한다. 즉 새로운 RNA는 그 자신의 말단에서 생장하므로 RNA 전사체는 DNA 주형 사슬에 역평행한다. DNA 중합효소와는 달리 RNA 중합효소는 전사과정을 검사하거나 교정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전사에서 실수는 10,000개에서 100,000개 중에 하나의 빈도로 일어난다. 그러나 많은 수의 RNA 사본이 만들어지므로 이러한 실수는 DNA에 일어난 돌연변이만큼 위험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③ 종결 :
무엇이 RNA 중합효소에 종결 명령을 내리는가는 개시자리가 전사의 시작을 지정하는 것과 같이 DNA에 있는 특정한 염기 서열이 이의 종결을 지정한다.
RNA가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는 한국학자가 제기했다.
서울대학교 유전체의학연구소장 서정선 박사는 인체의 생명현상은 세포핵의 DNA에 들어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결정된다는 생물학의 '중심 원리(central dogma)'를 근본에서 뒤흔드는 연구 결과를 발표 했다. 앞에서 설명했지만 복제의 기본은 DNA 이중나선이 풀리면서 그중 한 가닥이 또 다른 유전물질인 RNA 한 가닥으로 복사된 다음, 이를 토대로 인체 기능을 좌우하는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즉 DNA는 일종의 설계도 원본(原本)이며, RNA는 그중 일부를 복사한 청사진이고, 그 청사진에 따라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서 박사는 지금까지 DNA에서만 유전자 변이(돌연변이)가 일어난다고 알려졌는데, 한국인 18명의 게놈을 해독한 결과 RNA에서만 일어나는 유전자 변이도 1800개 이상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체에 문제가 있다면 설계도인 DNA에 변이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러므로 게놈 해독은 DNA의 염기 서열을 알아내는 데 집중했다. DNA의 변이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생명현상이 대부분 설명될 수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DNA뿐 아니라 RNA에서도 고유한 유전자 변이가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RNA의 역할이 보다 높다는 것으로 DNA 염기서열 분석이 아니라 RNA 염기서열분석도 필수적임을 알려준다.
참고적으로 사람에게는 대체로 약 60조 개의 세포가 있는데 세포 하나의 DNA를 한 줄로 이어놓으면 그 길이는 약 1.8~3미터가 된다. 이 3미터 길이가 지름 50분의 1밀리미터 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 세포 한 개 속에 모두 들어 있는 것이다. 3미터에 다시 60조를 곱하면 놀랍게도 180억 킬로미터의 끈이 된다. 이것은 달과 지구 사이(약 38만 킬로미터)를 무려 20만 번 가까이 왕복할 수 있는 길이이다. 이들 숫자를 모두 적는 것보다 이들 길이에 비하면 지구와 태양 간의 거리는 고작 한 발자국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수가 있는 DNA 복제>
현실적으로 극히 드물지만 유전자 복제과정 중 100만 번에서 1,000만 번 중에 한 번은 실수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부작용이 없는 것은 세포에는 염기의 잘못된 변화나 결실, DNA의 절단 등으로 상해를 입은 DNA를 수선하는 다음 세 가지의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① 교정매커니즘(proofreading mechanism) :
DNA 중합효소가 실수를 저지를 때 실수를 교정한다.
② 불화합수선매커니즘(missmatch repair mechanism) :
실수가 저지러진 후 이를 세밀히 살펴서 어떤 염기 쌍의 불화합도 교정한다.
③ 절제수선메커니즘(excision repair mechanism) :
화학적 손상 때문에 형성된 비정상적인 염기를 제거하고 그들을 기능을 가진 염기로 교체한다.
DNA는 세포가 살아가는 동안에도 손상을 받을 수 있다. 어떤 세포는 DNA가 계속적으로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고에너지 방사선, 화학물질과 무작위 일시적 화학 반응과 같은 위험 요소의 위험에 처해 있음에도 그 생물체 내에서 수년 동안 살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세포의 DNA 회복 메커니즘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다.
이 수선 메커니즘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절제 수선에 장애가 있을 때에는 여러 질병에 보다 쉽게 걸리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로 피부병인 색소성 건피증이 있다. 이 질병에 걸린 사람은 보통 햇빛에 존재하는 자외선에 의해 초래된 손상을 수선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메커니즘이 없으면 햇빛에 노출된 사람은 피부암에 걸리기 쉽다.
그런데 이들 수선은 수선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효소가 있어서 실수를 보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생명체에 신비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런 DNA의 ‘판도라 상자’를 여는데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이 오초아(Severo Ochoa)와 콘버그(Arthur Kornberg)이다. 그들은 왓슨과 크릭이 제창한 2중 나선형인 DNA분자가 생체 내외에서 복제하는 데 관여하는 효소, 이른바 DNA 폴리머라제를 발견했다. 또한 오초아는 뉴클레오티드로부터 RNA와 유사한 분자를 합성하였고 콘버그는 DNA의 합성에 성공했다. 특히 콘버그가 추출한 효소는 실제 생물이 갖는 DNA와 같았으며 DNA 분자의 합성을 촉매 할 수 있었다. 이 두 사람은 1959년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앞에서 오초아의 실수와 이를 극복한 이야기를 설명했지만 콘버그가 발견한 DNA폴리머라제도 DNA를 복제하기 위한 효소가 아니라 DNA를 수복하기 위해 사용되는 효소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것도 노벨상을 수상한 지 10년이나 지난 후였다.
궁지에 몰린 콘버그는 DNA의 합성을 촉매하는 효소를 열심히 찾았다. 그에게는 계속 운이 따랐다.
콘버그의 아들인 토머스 콘버그가 DNA폴리머라제 Ⅱ와 DNA폴리머라제 Ⅲ를 발견한 것이다. 토머스는 당시 줄리어드 음악원 소속의 직업적인 첼로 연주자인데 손가락에 작은 종양이 생겨 첼로 연주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아버지를 도와 실험을 하던 중에 대발견을 한 것이다. 어느 사람은 아무리 고생을 해도 뜻을 이루지 못하지만 이렇게 운이 따라 주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이제 학자들은 세포 공장에서 이루어지는 유전 부품 생산이 정확히 조절되는 메커니즘의 규명에 나섰다. 영양으로 운반되어 오는 부품은 소재에 따라 남는 경우도 있고 모자라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조절하는가를 알아내자는 뜻이다. 자코프(Françis Jacob)와 모노(Jacques Monod)는 특정한 소재에 따라 그것을 처리하는 효소가 그때그때 대량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억제되기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전자의 활동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이 생체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억제 물질은 세포 내에서 환경의 미묘한 차이로 변할 수 있으며 기하학적 구조에 따라 유전자를 억제 또는 방출할 수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그들은 1965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는데 이들이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얻은 것도 대장균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어느 정도 DNA와 RNA에 대한 성격이 규명되자 학자들은 DNA의 염기배열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결정하는 방법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연구가 중요한 것은 DNA 속에 들어 있는 유전 정보를 해독할 경우 유전자의 인위적인 조작이 가능하며 새로운 단백질을 합성시키거나 나아가 새로운 동물이나 식물을 탄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시작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그것은 작업량이 너무나 방대하여 쉽게 연구 결과를 얻어낼 수 없으리라는 좌절감 때문이었다. 평생을 걸려서라도 해석할 수 없는 연구 프로젝트라면 아무리 의욕이 넘친 학자라도 주춤하기 마련이다. 노벨상도 죽으면 수상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인류사에 이럴 경우 매우 재미있는 예가 생긴다. 즉 아무리 어려운 연구를 하더라도 노벨상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바로 이미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다. 1958년 인슐린을 완전히 분석하여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생어(Frederick Sanger)가 여기에 도전했다.
그도 폴링과 마찬가지로 처음에 자신이 노벨상을 수상할 때의 연구 방법으로 시작했다. 즉 아미노산 배열을 결정할 때와 같이 DNA 염기배열을 결정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RNA의 경우 특수부위를 절단하는 핵산가수분해 효소를 구할 수 있었지만 DNA의 경우는 분자량이 큰데다가 염기 종류에 특이한 효소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절단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결론은 역시 해피엔딩이었다. 생어는 결국 특정한 염기들을 제거하면 DNA 중합체의 작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또한 화학적으로 변경된 염기들을 사슬의 말단 고리들로 이용함으로써 그 배열을 더 잘 통제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는 1978년 첫 연구 결과로 비교적 단순한 파이 X174바이러스의 5,386염기의 완전한 배열을 발표했다. 이는 그때까지 배열해 낸 것으로는 가장 긴 가닥이었다. 그는 이 연구로 198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함으로써 노벨상 2회 수상자가 되었다.
그는 두 번째 노벨상을 수상 직후 가진 연설에서 ‘두 번째 노벨상을 수상하는 데 22년이 걸렸으니 앞으로 22년 후인 2002년에는 탄수화물 서열 결정법을 고안하여 노벨상을 한 번 더 받겠다'고 농담을 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목표는 실현되지 않아 말대로 농담이 되고 말았다.
참고적으로 세포가 자신의 DNA를 정확히 유지하고 그것이 적절히 복제되도록 하는 데에는 경비가 들기 마련이다. 큰 틀에서 DNA 합성 그 자체는 커다란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DNA 수선과정은 에너지 측면에서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수선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포는 많은 DNA 수선 메커니즘을 배치시키며 때로는 중복되기도 한다. 이는 경비가 많이 듬에도 불구하고 세포가 유전정보를 보호하려는 의지 때문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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