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더퍼드는 실험을 통해 원자의 질량은 원자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는 것이 아니라 원자 중심의 매우 작은 부피 속에 질량의 대부분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원자핵이다. 러더퍼드의 원자핵 발견 당시에 전자의 전하량은 이미 밝혀져 있었고 양성자는 전자와 같은 양(量)의 전하를 가지고 있으나 전자와는 달리 플러스 전하를 디고 있다는 것도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원자핵은 양성자의 전하(e)의 원자 번호를 곱한 값(Ze)에 해당되는 양의 전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핵의 질량은 양성자 질량에 원자량을 합한 값에 해당한다는 것도 알려졌다. 예를 들면 원자변호가 8이고 원자량이 16인 산소핵의 전하량은 양성자 전하량의 8배이고 질량은 양성자 질량의 16배라는 것이다. 이 단원은 곽영직의 글을 많이 참조했다.
원자량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원자의 질량은 대부분 원자핵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원자의 질량과 원자핵의 질량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량은 원자 하나의 질량을 ‘g’ 단위로 나타내는 양이 아니다. 수소 원자의 원자량이 1이라는 것은 수소 1mole의 질량이 1g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1mole은 입자 6.02 x 1023개를 나타내는 양이다. 따라서 수소 하나의 질량을 구하려면 1g을 6.02 x 1023으로 나누어야 한다. 이것을 계산하면 수소 원자 하나의 질량은 1.66 x 10-24g이 된다. 이 값을 원자 질량단위(Atomic Mass Unit)라고 한다. 따라서 원자의 원자량은 원자 1mole의 질량을 ‘g'으로 나타낸 값 또는 원자 1개의 질량을 원자 질량단위로 나타낸 값이다. 또한 원자 질량 단위의 값은 양성자 또는 중성자 한 개의 질량을 나타내므로 원자량은 원자 속에 들어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런데 중성자가 발견되기 전 원자량의 의미가 다소 혼동을 갖고 왔다. 만약에 원자핵이 양성자만으로 이루어졌다면 원자핵의 질량과 전하는 다같이 양성자 하나의 질량과 전하량에 양성자의 수를 곱한 값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원자핵의 질량과 전하가 양성자의 전하와 질량에 각각 원자 번호와 원자량을 곱한 값을 갖는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원자핵에는 양성자가 원자량만큼 들어있고 또한 원자량과 원자번호의 차이만큼 전자가 들어 있다고 했다. 이런 설명은 방사성 원소의 붕괴시 전자가 나오는(베타 붕괴) 사실까지 설명할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설득력을 얻었다.
그런데 이 설명에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어떤 입자가 작은 범위에 잡혀 있기 위해서는 이 입자를 잡아 두고 있는 결합 에너지와 이 입자의 운동 에너지를 합한 총에너지가 음의 값을 가져야 한다. 에너지 값이 음이냐 양이냐 하는 것은 결합 에너지의 값의 기준을 정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인 경우 총에너지가 양의 값을 갖는다는 것은 이 물체가 결합을 물리치고 결합력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뜻하고 총에너지의 값이 음의 값을 갖는다는 것은 물체가 가진 총에너지가 구속력을 벗어나기에 충분하지 못한 에너지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이 지구로부터 원원히 멀어지지 않는 것은 달의 공전 운동에 의한 운동 에너지와 지구와의 인력에 의한 위치에너지를 그 입자가 외부에 지고 있는 빚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입자의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가 같다는 것은 그 입자의 재산과 빚이 같다는 것을 뜻한다. 이 입자는 빚이 없으므로 다른 입자의 인력에 구속될 필요는 없지만 부채를 모두 갚고 나면 남는 재산이 없으므로 꼼짝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입자들은 다른 입자의 인력에서 벗어나도 운동에너지를 가질 수 없어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나 총에너지가 양의 값을 갖는 경우 즉 빛보다 재산이 많은 경우에 이 입자는 다른 입자에 구속당해 있을 필요가 없게 된다. 이런 입자는 곧 모든 부채를 청산하고 남은 재산을 여비로 떠날 수 있다.
만약에 원자핵에 잡혀 있는 전자의 총에너지가 음의 값을 갖는다면 이 전자는 원자핵으로부터 나올 수 없어야 하고 반면에 전자의 에너지의 값이 양의 값을 갖는다면 전자는 원자핵에 잡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원자핵에 전자가 들어 있다는 간단한 모델로 원자핵이 갖는 전하의 문제와 베타 붕괴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던 생각은 벽에 부딪혔다. 그런데 이 문제의 해결사가 나타났는데 그 이름 역시 러더퍼드이다. 1920년 러더퍼드는 핵 속에 양성자와 전자가 뭉쳐서 형성된 중성입자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고 이 입자를 중성자라고 명명했다.
<중성자 발견>
원자모형에 대한 보정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채드윅(Sir James Chadwick)이 러더퍼드가 예언한 전하를 띠지 않는 중성자를 발견하였다.
1930년 독일의 발터 보테와 베커는 폴로늄에서 나오는 알파 입자를 베릴륨에 쏘았을 때, 다른 원소에서는 볼 수 없는 강력한 '감마선'이 나오는 것을 관찰했다. 프랑스에서도 이렌느 퀴리 (Irene Joliot-Curie)와 그의 남편 프레데릭 졸리오(Frederic Joliot)가 보테와 베커가 관찰한 강력한 감마선으로 실험하던 중 1932년 1월 역시 놀라운 현상을 목격했다. 그들은 파라핀, 물, 세로판 등과 같이 수소를 포함한 물질을 알루미늄 창 앞에 삽입시키고, 여기에 보테와 베커가 관찰한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을 쏘아 보았다. 그런데 이 경우에 이온화 상자로 잰 이온화의 강도는 통상의 감마선처럼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엄청나게 증가했다.
그들은 이것이 수소 함유 물질에서 나오는 양성자 때문이라는 것을 실험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만약 이 현상을 감마선에 의해서 나타나는 컴프턴 효과에 의해서 양성자가 튀어나온 것으로 해석한다면, 그 감마선은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와 작용 단면적을 가져야만 했다.
그러므로 채드윅은 당시에 개발된 새로운 전자공학적인 실험기법을 도입해서, 보테와 베커가 관찰한 매우 강력한 '감마선'이 감마선이 아니라 수소 원자와 질량이 비슷하고 중성을 띤 새로운 입자인 '중성자'라는 가설을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보테와 베커가 관찰한 투과력이 강한 '감마선'은 실상은 감마선과 아울러 새로운 소립자인 중성자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원자핵에는 양성자에 중성자가 첨가된 것이다. 중성자의 발견은 원자핵이 양성자와 중성자의 복합체임을 확증시켜 주었으며 동시에 1930년대의 원자핵반응 연구에 크게 기여하였다. 채드윅은 중성자의 발견으로 1935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채드윅에 의한 중성자의 발견은 핵변환 연구에 커다란 전환점을 주었다. 채드윅의 발견을 알고 하이젠베르크는 새로운 원자핵 모형을 만들었다. 그는 전자가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모순 때문에 원자의 물리적 모형을 시각화하려는 접근은 실패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전자 궤도를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그는 이를 무시하고 대신 관찰과 측정이 가능한 것 즉 스펙트럼선에서 보이는 것처럼 방출되고 흡수되는 에너지에 집중하여 새로운 원자모형을 도출했다.
하이젠베르크의 원자핵 모형은 현재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모형으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원자 모형이다. 새로운 모형에 의하면 원자변호 Z인 원자의 경우 그 원자핵은 Z개의 양성자와 N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성자는 양성자의 질량과 매우 비슷한 크기의 질량을 갖는다. 따라서 원자량(A)는 Z+N이 된다.
새로운 원자 모형에서도 원자핵 주위에는 Z개의 전자가 돌고 있어 원자는 전체적으로 중성이 된다. 중성자와 양성자의 수는 중성자는 하나도 없고 양성자만 하나 있는 수소 원자핵을 제외하면 대체로 같거나 중성자의 수가 조금 많다. 원자번호가 작은 원소에서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가 정확히 같은 경우가 많고 원자번호가 큰 원소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중성자의 수가 양성자의 수보다 많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원자핵을 이루는 그의 원자모형은 원자의 화학적 성질을 설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원자의 화학적 성질은 양성자와 전자의 개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양성자의 수가 같으면 같은 원소라고 한다. 그러나 양성자의 수는 같고 중성자가 다르면 원자번호는 같고 질량수가 다르게 된다. 이러한 원소들을 동위원소라고 한다. 동위원소는 화학적 성질은 같지만 물리적 성질이 다르므로 이 원소들을 분류하려면 물리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채드윅에게도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914년 6월 사라예보 사건으로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채드윅은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 이때 러더퍼드의 동료였던 가이거(Hans Wihelm Geiger)가 독일에 있었는데 러더퍼드는 가이거에게 편지를 보내 수용소에서 채드윅이 연구를 할 수 있게 주선했다. 수천만 명이 사망했다는 제1차 세계대전이지만 아무래도 제2차 세계대전에 비교하면 어딘가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톰슨에서 시작된 원자모형은 수많은 물리학자들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런데 현대적인 원자모형은 케플러의 행성 모형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는 자연이 보여주는 통일성과 대칭성, 단순함이 거시세계에서 미시세계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통틀어 언제나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는 증거로도 예시된다.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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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3)』, J. D. 버날, 한울, 1995
『사이언스 오딧세이』, 찰스 플라워스, 가람기획,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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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이 만든 세상(물리)』, 이종호, 나무의꿈,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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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카페(첨단 과학과 내일), KBS<과학카페>제작팀, 예담,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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