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놓친 비운의 천재들/우장춘

노벨상에 가장 근접했던 우장춘(2)

Que sais 2020. 10. 1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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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9년 다윈이 발표한 종의 기원에서 설명한 진화론의 논지생존 경쟁과 적자생존에 의한 자연 도태 원칙에 의해 종의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양친의 생식세포의 단순한 결합으로 서로 형질(形質)이 다른 개체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화론의 문제점은 바로 적자생존을 위한 변위가 자손에게 쉽사리 전달되지 않는다는 이론 즉 획득형질은 쉽게 유전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로 인정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서양의 창조론자들은 성경에 적힌 대로 신이 모든 생물을 창조했다고 주장하고 이를 으로 인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진화론자들은 인간도 비슷한 종들인 공통 조상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진화론자들은 인간은 몇 백만 년 전에 인간과 원숭이공통 조상에서 분리되었다고 설명한다. 현대 과학으로 무장한 사람들로 볼 때 창조론자의 주장이 다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을 집요하게 추궁하는 것은 진화론에 두 가지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문제점의 발단종교적인 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과학 분야에서 제기된 것이다.

첫째 진화론이 어떤 유기체로부터 새로운 유기체가 진화되는 것은 비교적 모순 없이 밝혔다 하더라도 생명이 원초적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윈과 원숭이

둘째진화론의 골격은 어떤 이유로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습득된 형질이 유전자에 의해 후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는 점이다. 진화론 자체습득된 형질이 유전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인간이 태어날 때까지의 이론을 비교적 알기 쉽게 제시한 진화론이지만 형질변경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진화론에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상당히 많은 시간 즉 형질 변경이 일어나기 위해서 몇 십만 년에서 몇 백만 년이 걸린다고 한다면 그동안에 습득된 형질계속 보존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간단하게 생각하여 습득된 형질이 변경되는데 100만 년이 걸린다면 일반 동물의 생명을 20으로 볼 때 50,000세대를 지나야 한다. 50,000 세대를 지나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고 했을 때 그것을 100만 년 전에 일어났던 환경의 변화로 볼 수 있느냐이다.

형질이 변경되려면 장시간이 필요하다는 다윈의 설명은 증거 찾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틈새를 준 것이 다소 긴 이름을 갖고 있는 라마르크(Jean Baptiste Pierre Antoine de Monet Chevalier de Larmarck, 17441829)이다. 다윈보다 진화론이라는 개념을 먼저 제시한 라마르크습득한 형질단시간에 걸쳐 유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형질변경에 대해 설명은 명쾌하다. 라마르크자연적인 변이환경의 영향을 받은 결과이며 이 변이가 다음 세대즉시 유전된다고 주장했다.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변이들은 생명체가 특정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갖추는 데 가장 적합한 변이들이라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예는 기린이었다. 영양이 높은 곳에 있는 나뭇잎을 먹으려고 오랜 동안 목을 늘이다 보니 기린이라는 새로운 종으로 변했다는 설명이다. 반면에 두더지나 도룡뇽의 눈처럼 계속해서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한다는 주장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라마르크와 다윈의 이론은 차별화되는 점이 있으므로 별개의 이론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라마르크진화의 요인획득형질의 유전이라고 본 반면에 다윈진화의 주된 추진력획득 형질의 유전보다는 생존 경쟁을 꼽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라마르크의 설다윈의 진화론에 흡수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윈이든 라마르크형질변경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라마르크단시간에 형질변경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므로 많은 학자들이 선호했다. 한마디로 잘 연구하면 당대에 형질변경의 증거를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학자들이 형질변경의 증거를 찾는데 도전했다. 그러나 이런 중차대한 문제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생기고 또 그에 대한 희생자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 와중에서 냉전이라는 세계적인 정치문제까지 개입되어 진화론은 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러시아를 무너뜨리고 공산국가를 세운 구소련의 스탈린1922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하여 부르주아 과학에 반격을 가한다. 공산주의에 근거한 이념은 정신 세계 뿐만 아니라 과학의 세계에서도 자본주의부르조아 과학이 아닌 프로레탈리아 과학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곧바로 진화론으로 세계의 과학계가 양분되는 초미의 사건이 벌어지는데 자유진영단시간의 형질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손을 들었고 공산진영단시간에 형질변경이 가능하다는데 손을 들었다. 이 문제는 <끄새 이야기>생리의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에서 이데올로기로 변질된 형질변경의 진상(1),(2),(3),(4)로 심층적으로 다루었으므로 이곳에서는 간단하게 설명한다.

 

<소련의 형질변경 구원투수>

진화론 세계 정치 논리로 변질되어 학계가 흙탕물로 범벅이 되는데 소련단기간에 형질변경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는 소련의 유전학자이자 정치가로 볼 수 있는 트로핌 데니소비치 리센코(Trofim Denisovich Lysenko)가 있었기 때문이다.

리센코1917년에 우만에 있는 농과대학, 1922년에는 키예프 농과대학을 졸업한 후 오르조니키드제 중앙식물품종개량연구소에서 콩의 새 품종을 연구하여 식물이 생장 시기마다 필요로 하는 온도, , 습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들 논문은 학계의 커다란 주목을 받았는데 이어서 1928밀의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야로비 농법을 발표하여 당시의 집권자들을 놀라게 했다.

 

리센코

원래 야로비 농법이란 겨울철 농작물의 씨앗을 몇 주 동안 저온 처리하여 봄철에 심는 것으로 춘화(春花)처리라는 이름으로 수백 년 동안 농민들이 사용한 방법이다. 춘화처리의 기본은 대략 영하 2도에서 영상 12도의 범위의 저온에서 50일 정도 실시하며 이와 같은 처리를 받아 봄에 파종하거나 이식하면 보통보다 단기간에 라이프사이클완결한다. 따라서 여름이 짧은 지방에서 춘화처리가 된 식물은 가을이 오기 전에 수확이 가능하다.

소련은 정부가 국민들의 식량을 책임지는 공산주의이므로 농산물 증산이 가능하다는 그의 주장은 곧바로 채택되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과거보다 3배의 수확을 얻었다고 우크라이나인민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보고했을 정도다. 리센코의 업적은 워낙 두드러졌으므로 1930오뎃사 유전학연구소장으로 임명된다.

춘화처리 자체는 그동안 러시아에서 잘 알려진 내용인데 리센코가 큰 호응을 받은 것은 이전의 농부들이 경험에 의해 야로비 농법을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이론적인 근거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밀의 유전적 성격을 아주 단순하게 변형시킨 야로비 농법이야말로 신라마르크주의가 옳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주장으로 설명되자 일파만파의 파장을 몰고 왔다.

야로비 농법이 그동안 세계학자들이 고대하던 형질 변경의 증거라고 설명되자 서방 즉 민주 진영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논제의 요점은 자연 속에서 자발적인 변형 유전의 예를 발견했다는 것인데 밀 이삭에서 보리나 호밀로 변할 수 있으며 나무들도 종을 바꾸어 다른 품종으로 거듭 태어난다는 뜻이다. 그의 주장에서 핵심은 봄철에 자라는 마카로니 밀(염색체28)을 보통계 (염색체42)로 변형시킬 수 있다는 주장으로 소위 염색체가 변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센코의 논지는 환경의 조작에 의해 유전적인 변화인공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은 물론 형질변경을 위해 무한정의 기간을 요구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리센코의 주장우장춘의 종의 합성이 유사하다는 것에 주목하기 바란다.

그러나 당대의 정치역학상 공산진영과 민주진영은 극과 극이었다. 리센코가 서방학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습득된 형질이 단기간에 일어날 수 있다고 기염을 토했지만 일부 학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서방세계의 학자들은 그의 주장을 공산당의 상투적인 선전으로 일축했다. 그가 아무리 많은 논문을 제출해도 리센코가 내세운 내용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것으로 한마디로 공산당이 만든 논문이므로 조작이 분명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결국 형질변경을 둘러싼 진화론은 논문의 진위여부를 떠나 서방세계와 공산세계 학자들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비화되었다.

결국 그의 절대적인 지지자였던 소련의 집권자 스탈린후르시쵸프사망하자 리센코정치계와 연구계에서 추방된 후 쓸쓸하게 사망했다. 한마디로 형질변경이 단기간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서방측의 집요한 공격에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1983, 야생 옥수수를 사용해서 연구를 하던 바바라 맥클린토크(Barbara McClintock)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이론은 전 세계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유전자가 그 개체의 일생 동안에도 변화한다는 소위 단시간에 형질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을 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강의중인 맥클린토크

옥수수1년에 두 번 이상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때문에 알에서 성충이 될 때까지 열흘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초파리보다 실험 연구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특별한 특징이 있으므로 유전학자들이 많이 연구했다.

옥수수 한 자루에 수백 알의 열매가 맺히는데 열매는 제각각 긴 수염을 자라게 하는 배가 수분(受粉)한 결과 탄생한다. 그 때문에 열매 하나하나가 모두 유전학적 성질이 조금씩 다르며 유전자의 차이보라색노란색갈색흰색 등 색의 차이로 나타난다. 그래서 옥수수 수분을 조절하면 유전적 특성을 고찰할 수 있다. 1924년 맥클린토크옥수수 세포를 관찰한 결과 옥수수가 10종류 20개의 염색체를 갖는다는 사실을 발표하였고 이후 1929년에서 1931년까지 옥수수에 대한 탁월한 논문을 9이나 발표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1931년에는 유전자의 교체(양친에게 물려받는 유전자가 재조합되는 현상)염색체의 교차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것은 유전자가 염색체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최초의 증거였다.

 

 

맥클린토크인디언 옥수수의 색이 변화하는 패턴을 관찰하면서 잎이나 줄기의 모양에 주목했다. 옥수수의 싹은 한 알의 열매에서 자라므로 싹의 모든 세포가 같은 한 쌍의 유전자를 가져야 했다. 그런데 염색체손상된 열매에서 자란 싹은 잎과 줄기의 색이 부분적으로 변해서 초록색 잎흰색 얼룩무늬가 생기거나 노란색 잎짙은 초록색 줄무늬가 생기곤 했다. 이런 현상은 싹이 한창 성장하는 중에도 염색체가 변한다는 뜻이다. 절단-융합-염색체다리 사이클로 인해서 색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잎세포의 유전자가 변이해서 색이 하얗게 되면 그 세포가 분열해서 생긴 세포도 흰색이 된다. 그 결과 잎에 흰얼룩무늬가 나타나는 것이다.

맥클린토크는 이를 토대로 색의 변화와 크로모좀(핵 내에 존재하는 실 모양 구조체의 하나로, DNA와 결합단백질로 구성됨)구조 변화 관계를 설명하는 1951크로모좀의 구조 변화와 유전적 현상이라는 논문으로 발표했다. 어떤 유전자들은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넘어갈 때 크로모좀 내에서 위치가 바뀌어 나타난다는 것으로 옥수수 알갱이의 색깔이 심하게 변하는 것은 색깔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빈번하게 돌아다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때까지 학계에서 염색체는 유전자가 사슬처럼 이어져 드물게 일어나는 돌연변이를 제외하면 정적이며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유전자일상적으로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세계를 놀라게 한 유전자를 조절한다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새로운 종의 합성 즉 새로운 종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유전자 도약이론1961프랑스의 자크 모노(Jacques Monod)프랑수아 자콥(Francois Jacob)가 유전자 조절 개념을 제시한 오페론설(Operon Theory)보다 10년이나 앞선다. 그들은 단백질 유전자는 인접한 유전자(작동유전자)와 조금 떨어진 장소에 있는 유전자(조절유전자)에 의해 그 활동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기본적으로 맥클론토크의 주장과 유사하다.

 

연구중인 맥클린토크 박사

문제는 그녀의 연구가 발표될 때는 리센코주의가 한창일 때였고 그녀의 연구는 바로 리센코주의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당대의 학자들이 볼 때 바바라는 그야말로 철없는 사람이었다. 소련이 주장하는 말 안 되는 소리가 말이 된다고 하니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1965부터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보다 많은 증거가 쌓이기 시작했으며 세균 연구에서 특정 유전자가 염색체상의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점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점프하는 유전자를 트랜스포존(transposon, 움직이는 유전자 또는 전이인자로 세균의 염색체상 어떤 위치에서 임의의 다른 위치로 자유로이 이동하는 DNA단위)이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맥클린토크의 주장이 맞는다는 것이다.

맥클린토크단기간에 형질변경이 가능하다는 논제를 도출하여 이데올로기를 둘러싼 논쟁거리의 중심에서 뭇매를 맞으면서도 굳굳이 버텼는데. 시간이 갈수록 맥클린토크의 주장은 점점 힘을 받기 시작했다.

리센코가 주장하고 있는 획득형질이 유전된다는 사례는 계속 보고되었다. 구조가 아니라 습관이 유전된다는 경우도 보고되었다. 브라운 등에 의한 발톱개구리를 사용한 실험에서도 유전자가 개체 안에서 변화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