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발명, 불운의 대명사 필로 판즈워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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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문명 이기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들이 라디오, TV라고 하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98년 미국 시사주간지 『라이프』 지가 선정한 ‘서기 1천 년부터 1천년’을 만든 100대 사건 중에는 TV 발명이 14번째로 들어있다. 1900년대에 발명된 것으로는 TV가 20위까지에서 유일하다. 19세기의 발명으로는 전화가 20위로 올라있고 파스퇴르의 미생물 발견이 6위, 다윈의 종의 기원 발견이 15위에 들어있다.

물론 핸드폰이 등장한 현재 당연히 핸드폰이 이 서열 안에 포함되겠지만.

 

TV는 라디오의 발명된 후에 목소리만 들리는 것을 직접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개발된 것으로, 라디오와 TV는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라디오를 포함하여 이들 두 개의 발명품을 지난 1천 년 간의 20대 발명품으로 볼 수 있다.

라디오와 TV가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다는 뜻이다.

라디오는 1876년 벨의 전화기 발명에 힌트를 얻은 것이다. 전화기가 발명되자 전화기에서 송신기 부분을 빼고 수신기 부분만 소리가 증폭되도록 개량한다면 소리와 음악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이 방법은 전선이 필요했으므로 실용화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전파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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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에 시작된 라디오 방송>

마르코니와 브라운에 의해 무선 전신이 개발되자 미국의 물리학자 레지날드 퍼센덴(Reginald A. Fessenden)은 고주파의 교류를 발생시킬 수 있는 전송기를 발명했다.

그는 에디슨 연구소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고 몇 개의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1900년에서 1902년까지 미국 기상청의 특수 요원으로 일하면서 일기예보와 폭풍 경보에 적합한 무선 전신 체계를 개발했으며 전기분해를 이용해서 매우 감도가 좋은 탐지기를 발명했다. 그는 이 고감도 탐지기와 5만 헤르츠의 고주파 발진기와 헤테로다인 수신기 등을 사용하여 음파를 파형으로 보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AM(Amplitude Modulation) 라디오’라고 부르는 것이다.

1906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뉴잉글랜드 근해를 항해하던 선박의 무선사들 몇 명이 영문도 모르고 그들의 이어폰을 통해 놀랍게도 남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남자는 성경 이야기를 낭독하고 바이올린을 연주했으며 이어 녹음된 헨델의 ‘라르고’를 틀어 준 다음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를 바란다고 작별인사를 했다. 방송은 몇 분 만에 끝났다. 바로 페센덴이 1kw의 발전기를 이용해서 음악과 말소리를 전파에 실어 공중으로 보낸 것이다.

 

페덴센은 500여 건의 발명특허를 내었는데 그 중에서 유명한 것은 잠수함용 신호장치, 선박에서 소리를 이용해 해저의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 등이다. 물론 그의 가장 큰 업적은 지속적으로 음파를 송신할 수 있는 라디오 방송 체계이다.

한편 당시 에디슨(Thomas Alva Edison)은 전구의 밝기를 증대시키기 위해 탄화시킨 대나무 필라멘트를 실험하고 있었다. 대나무 필라멘트에 있는 탄소는 아주 높은 전압으로 열을 받자 증발하여 전구 안쪽의 유리벽에 탄소 검댕을 이루었다. 에디슨은 그 탄소 검댕 속에 필라멘트 고리의 가장자리와 나란히 뚜렷한 줄무늬가 나타난 것을 보았다. 탄소 원자들은 필라멘트 고리의 한쪽에서 밀려나왔고, 그 고리의 다른 쪽에는 ‘흰 그림자’가 생겼다.

에디슨은 필라멘트 노릇을 하던 머리핀같이 생긴 탄소 고리의 두 끝 사이에다 금속판 하나를 갖다 놓고 그 판에 백금으로 만든 도선을 연결했다. 전구에 직류를 통해 주고 계기를 금속판과 필라멘트의 도입 전극에 연결하면 계기는 강한 전류를 나타냈지만, 금속판과 배출 전극에 연결하면 그 계기는 아무런 전류도 나타내지 않는다. 공기 간격 사이에 흐르는 전류는 전자의 흐름임이 증명되었지만 에디슨은 자신의 발견에 중요성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단지 그 현상을 기록하여 특허를 획득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에디슨 효과’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리처드슨(Sir Owen Willans Richardson)은 1900년에서 1903년 사이에 실험을 통하여 에디슨 효과가 진공 상태에서 가열된 금속 필라멘트에서 전자가 튀어나오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공로로 리처드슨은 192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에디슨은 ‘에디슨 효과’에 대해 더 이상 연구하지 않았는데 계속 이 분야를 연구했다면 리처드슨과 공동으로 노벨상을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에디슨은 우선 1931년에 사망했으므로 사망자에게 수여하지 않는다는 제한도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에디슨은 탁월한 발명 등으로 노벨상에 테슬라와 추천되었으나 테슬라가 에디슨과 노벨상을 받게된다면 노벨상을 거부하겠다고하여 두 명 모두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불운의 천재가 된다. 이 부분은 에디슨과 테슬라의 장에서 별도로 설명한다.

1904년 영국의 앰브로스 플레밍은 에디슨의 효과를 이용하여 필라멘트의 둘레에 금속 원통을 놓으면 음전기가 필라멘트를 거쳐 그 금속 원통으로 흘러가지만, 그와 반대 방향으로는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그것에 교류를 통하면, 그 전류의 파동 가운데서 ‘＋’ 부분만 지날 수 있으므로 정류(整流)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플레밍은 이 장치가 전극 두 개, 곧 원통과 필라멘트를 갖고 있으므로 ‘2극 진공관’이라고 불렀다. 이 진공관은 라디오에 처음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라디오 관’이라고도 불린다.

1907년 미국의 드포리스트(Lee de Forest)는 2극 진공관을 보다 개발하여 증폭기 역할을 하는 3극 진공관을 만들었다. 이것은 2극 진공관 속에 정류 작용뿐만 아니라 증폭 작용도 할 수 있게 하는 ‘그리드’를 집어넣은 것이다.

그가 오디온이라고 이름 지은 이 진공관은 방송된 인간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좋았다. 머지 않아 오디온은 통신에 새 바람을 일으켰고, 라디오뿐만 아니라 모든 전자 기구에 필수적인 부품이 되었다.

진공관 증폭기는 유성 영화, TV, 하이파이, 라디오, 컴퓨터, 축음기, 의학용 X선, 마이크로파, 위성 통신용 등 엄청난 분야의 놀라운 발전을 촉진시켰다. 에디슨 자신은 자신의 발견이 갖고 올 파급 효과들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또 다시 발명왕으로의 성가를 높였다.

 

<무선을 이용한 뮤직박스>

페센덴이 1906년에 획기적인 발명 즉 육성방송을 시작했음에도 여러 해 동안 라디오방송은 무선통신에서 중요한 분야로 간주되지 않았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의 공연을 페센덴과 드 포리스트가 생방송으로 중계한 것을 포함하여 몇 차례에 걸쳐 사전에 예고해 놓고 방송한 적도 있지만 대중화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라디오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는 데 필요한 장치의 개발이다.

미국의 암스트롱(Edwin H. Armstrong)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 항공기를 탐색할 목적으로 개발된 수신장치를 라디오 수신기에 사용하였다. 이 장치는 주파수가 비슷한 여러 개의 전파 중 하나만을 골라 수신할 수 있었다. 암스트롱의 발명에 의해 간단하게 라디오의 다이얼을 돌려 주파수를 맞춤으로써 다른 방송을 듣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사람들이 라디오방송이라는 낯선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목소리를 방송한다는 발상 자체는 흥미롭다고 생각하면서도 비현실적이고 멍청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무선에 의한 육성 전달은 ‘햄’이라고 부르는 소수의 열성적인 아마추어 방송가들에 의해 유지되었다.

라디오방송에 엄청난 미래가 있다는 것을 간파한 사람은 미국 마르코니회사에서 근무하던 데이비드 사르노프였다. 1916년 당시 25세에 지나지 않았던 사르노프는 회사에 다음과 같은 기획서를 제출했다.

 

“저는 라디오를 각 가정의 필수품으로 만들 복안을 갖고 있습니다. 무선통신을 이용해 각 가정에 음악을 공급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무선 뮤직박스’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아주 간단한 형태의 수신기를 고안하면 됩니다. 이 뮤직박스는 간단히 스위치를 돌리거나 단추를 눌러 바꿀 수 있는 몇 개의 파장이 다른 전파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면 됩니다.”

 

앞에서 설명한 암스트롱이 그의 아이디어에 부응하는 수신장치를 개발하자 그의 예언은 실현이 가능해졌고 추후에 RCA회사에서 그의 계획을 실천에 옮겼다.

그러나 라디오방송이 상업화에 성공할 수 있던 계기는 웨스팅하우스사의 중역인 해리 데이비스(Harry Davis)의 공헌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라디오방송의 가능성을 예견하고 무선 전신 공학자인 프랭크 콘래드(Frank Conrad)를 포섭했다. 그는 자신의 차고에 무선 전신 장치를 설치한 대표적인 ‘햄’이었는데 대화에 싫증을 느끼면 소장한 레코드를 틀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 음악을 듣기 위해 그의 차고로 몰려들었다.

콘라드의 인기를 파악한 데이비스가 전문적인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청취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를 스카우트한 것이다.

1920년 11월 웨스팅하우스사가 미국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인 KDKA를 설립하여 동 사의 지붕에서 상업방송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방송이라는 ‘broadcast'라는 말은 콘라드가 비공식적인 방송을 하는 도중에 만들어낸 말이다.

당시 웨렌 하딩(Warren G. Harding)과 콕스가 대통령 선거에서 격돌했는데 그는 라디오로 개표결과를 중계했다. 많은 사람들이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라디오방송을 듣고 선거 개표 소식을 즉시 알 수 있었다. 개표결과 통보가 중단되는 사이사이에는 축음기를 틀기도 하고 대기시켜 둔 악사가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여하튼 하딩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다음날 아침 신문이 배달되기 전에 라디오를 통해 전달되었을 때 대중들은 라디오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었다. 2년이 지나기 전에 방송국이 499군데나 설립되었으며, 10만 대의 라디오가 팔렸다. 라디오 방송국은 곧바로 각 국으로 전파되어 프랑스는 1921년, 영국은 1922년, 독일은 1923년 순으로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었다. RCA사는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할 NBC방송회사를 창설하여 최초로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라디오가 보다 빨리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은 라디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라디오가 보급되기 전에는 자신의 물품을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신문과 잡지뿐이었는데 라디오는 인쇄매체가 갖지 못하는 사람의 감정을 부추기는 그 무엇이 있었다.

이것은 아직 미답의 땅으로 위험 부담도 있었다. 광고계의 전문가들은 라디오를 통해 나오는 친근감 있는 목소리가 엉뚱한 메시지를 전달하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지 않을까 우려했다. 특히 정부 관리들도 경계심을 나타냈다. 공중파는 공중의 이익을 위해 규제해야 하는 공익 재산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1927년 라디오 광고는 ‘정보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행해졌다. 예를 들면 육류 식품회사를 대변하는 사람이 자기 회사 제품의 장점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가정주부를 위해’ 조리법을 가르켜주는 식이었다. 다음에는 자신의 이름을 상표명으로 바꾼 사람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으며 이것이 효과를 보자 좀 더 적극적인 프로가 탄생했다. 본격적인 광고물은 맥스웰하우스 커피광고였는데 등장 인물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맥스웰하우스 호텔 등에서 보낸 옛날의 추억에 대한 향수를 주고받는 식이다.

라디오 광고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으나 1927년, ‘공공의 이익과 편리 및 필요’를 목적으로 설립된 〈연방라디오위원회〉는 광고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1년 후, 미국담배회사는 모든 인쇄물 광고를 중지하는 대신에 라디오 프로그램에 홍보비를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 판매액이 47퍼센트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935년경 라디오 기술은 광고주들의 재정 지원을 받아 주로 대중의 오락을 위해 봉사하는 공공 매체로서의 위치를 확보했다. 이것이 이후 방송의 정의로 정립되었다. 1937년 마르코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전세계의 방송사들은 그의 업적을 기려 2분 동안 침묵을 지켰다.

한편 암스트롱은 1935년 불필요한 잡음의 간섭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 진폭 변조 대신에 주파수 변조를 택할 수 있는 새로운 라디오 방식을 창안했다. 이것이 ‘FM(Frequency modulation)’으로 잡음을 줄이고 감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FM 방송은 기술적으로 뛰어났지만 기존 방송사로부터 호평을 받지 못했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이미 AM 방식에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사에서 그가 개발한 FM 방식의 장점을 그대로 둘 리 없었다. 그들은 암스트롱의 허가를 얻지 않고 FM 시스템을 이용한 방송을 무단 송출하기 시작했다. 암스트롱은 이 사실을 알고 방송사들을 상대로 수많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형 회사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는 파산 상태에 이르자 1954년 자살을 하였다. 그 후 FM 방송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 그의 죽음을 안타깝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