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세계유산)

페루 나스카 문양과 후마나 평원(I)

Que sais 2020. 8. 31. 17:57

 

신세계를 처음 탐험한 유럽인들은 그곳에 다른 문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에는 독자적인 문명을 갖고 있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이것은 자신들만이 문명인이라고 생각했던 유럽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유럽인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문명을 갖고 있었던 아메리카의 수많은 고대 문명은 아직도 많은 것이 신비에 싸여 있다. 그 중에서도 페루의 남쪽에 있는 나스카의 사막 고원에 있는 기괴한 문양들만큼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나스카 유적이 발견된 것은 스페인이 남아메리카에 도착한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페인의 연대기 작가인 시에사 데 레온은 나스카 부근사막에 이상한 부호들이 있다고 적었다. 1927년 페루의 유명한 고고학자인 엑세페(T. M. .Xesspe)도 사막의 한 언덕에서 이 라인들을 발견하고 신비함에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라고 했지만 실질적인 연구를 하지는 못했다. 그러므로 나스카 문양이 과학자들의 본격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1941년부터이다.

1941년의 어느 날 오후, 미국 롱아일란드 대학의 천문학과 고대 관개 수로를 연구하는 폴 코삭 교수는 그란데 강의 한 지류인 나스카 계곡에서 신비스런 문양이 수 킬로미터에 걸쳐 분포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페루 정부의 의뢰로 황량한 나스카 평원과 잉카 제국 이전 시기의 관계 설비 유적을 조사하는 것이 당초의 목적이었다.

 

조사지역을 상공에서 바라본 폴 코삭은 사막의 모래 평원 위에 그려진 수많은 기묘한 선을 비롯해 원본을 밑에 깔고 조심스럽게 베낀 듯 보이는 수많은 그림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발견을 학자들은 20세기에 알려진 고고학상의 대발견으로 평가한다.

 

폴코삭(Paul K0sok) 교수

코삭이 동료에게 이 그림을 설명하자 그들은 이런 그림이 여러 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년 전에 페루의 한 학자가 그 그림들을 일컬어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어느 종족이 제례를 위해 만들었을 것이라는 설명도 들었다.

사실 그들이 이들 그림을 처음 발견한 것은 아니다. 1600년경 스페인의 역사가들이 언급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코삭은 이런 그림이 몇 개나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인근을 조사했는데 이들 그림은 사막을 횡단하는 수백 개의 희끄무레한 선들이 사방으로 펼쳐져 있 그것은 마치 땅에 그려진 양탄자의 무늬와 같았다. 그것들 중 어떤 것은 한 중심점에서 출발하는 바퀴나 별 문양을 하고 있었다. 3각형 혹은 사다리꼴로 항공기의 활주로와 비슷한 것도 있었다. 그는 나스카의 문양 천체의 운동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이 거대한 그림들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폴 코삭은 이 문양들이 천체 관측용이라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나스카인들이 농사짓는 가장 좋은 시기를 알아내기 위하여 이들 문양을 사용했다면서 그 증거가 어디엔가 분명히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중도에서 연구를 중단하고 마침 페루에 와있던 독일계의 마리아 라이헤 박사에게 나스카 문양에 대하여 계속 연구할 것을 부탁했다.

수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마리아 라이헤는 나스카인들이 어느 정도의 기하학적인 지식을 갖고 이 문양들을 만들었다고 추측하였다. 몇 킬로미터에 걸쳐서 단 하나의 선으로 이렇게 완전한 직선들을 얻으려면 최소한의 도형을 제작하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나스카인들이 도형을 그릴 때 말뚝에 끈을 묶어 그렸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동일한 목적을 위하여 3개의 말뚝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는데 그녀의 가정은 옳았고 말뚝을 박았던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직선을 만드는 것은 간단하더라도 동물들을 그릴 때 사용되는 곡선들은 말뚝만으로는 그릴 수 없다 마리아 라이헤는 이러한 곡선들은 각자가 특별한 원을 그릴 수 있는 중앙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컴퍼스로 원을 그리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그녀의 추측대로 중심점도 발견되었다.

 

또한 이러한 문양들을 체계적으로 그리기 위해서는 척도의 단위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그녀는 나스카인들이 한 변이 1.80미터인 단면에 우선 나스카의 문양에 대한 샘플을 그렸으며 그것을 확대하여 최종 문양이 그려졌음을 확인하였다. 물론 나스카의 디자이너들이 사용한 척도의 단위는 하나가 아니었다. 그들이 사용한 기본 척도는 25센티미터, 135센티미터 및 180센티미터였다.

라이헤도 지상 그림들은 별자리를 표현한 것이고 천체의 출몰 방향과 관계가 있으며 달력으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동물들은 아마도 행성을 뜻하는데 새는 재빨리 움직이는 화성과 금성을 뜻한다. 거미의 그림은 오리온자리를 나타내는데 거미의 척추선이 오리온자리의 출현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또 원숭이의 그림은 큰곰자리, 사자자리, 작은사자자리의 별들로 구성된다. 벌새 그림의 부리는 하지 때의 태양의 출현 방향을 나타내며, 고래 그림은 하지 때의 태양의 일몰 방향과 관계되어 있다는 식이다.

후마나 평원이나 페루의 북쪽 해안가에서 발견된 그림들은 나스카의 그림보다는 다소 덜 인상적이지만 그 기원 역시 콜럼버스 이전 시대인 기원전 2세기에서 서기 6세기 사이에 만개했던 나스카 문명으로 인식한다.

나스카문명보다 앞선 문화는 파라카스 문화(기원전 400기원전 200)로 나스카에서 북서쪽으로 200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파라카스 문화는 독특한 묘지 유적으로 유명한데 이 유적에서 발견된 수백 개의 미라는 호화스러운 부장품으로 장식되어 있고 고대 안데스 예술을 대표하는 직물인 판초와 망토를 몸에 걸치고 있었다.

학자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엄청난 숫자의 두개골에 모두 인위적으로 가한 상처들이 있는데 이들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다. 특히 카라카스 반도의 토레스구르세스 해안의 경사진 모래 지대에도 식물 모양이나 양초 모양의 거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 나스카 문화와의 연계를 강력하게 시사한다.

 

파라가스 모래언덕의 문양

그런데 나스카인들이 거대한 지상 그림을 그릴 정도라면 커다란 신전 건설도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들은 신전 대신 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정한다. 이 말은 나스카의 선()과 지상 그림(Lines and Geoglyph)은 크기와 다양성 면에서 선사 시대 세계의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하고 장대한 예술적 업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나스카 문양의 규명>

나스카의 미스터리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세인들의 관심을 끌자 많은 학자들이 현장에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나스카의 지상 그림은 리마 남쪽에서 400떨어진 건조한 페루 연안에 있는데 사막과, 안데스 산맥에 속하는 낮은 구릉에 걸쳐 450제곱킬로미터 이른다. 이 지상 그림들은 풍화 작용으로 인해 어두운 녹청이 낀 철 성분의 모래와 자갈로 덮여 있다. 자갈을 걷어 내면 그 밑으로 더 옅은 색의 지층이 나타나, 어두운 색의 자갈과 강한 대조를 이룬다.

신비스러운 문양들은 나스카 고원은 물론 이웃에 있는 언덕의 산허리에서도 발견되었다. 거미, 원숭이, 고래, , 고양이, 벌새, 도마뱀, 범고래, 이구아나, 꽃 등의 동물과 식물의 도안, 마치 우주인이 헬멧을 쓴 것과 같은 이상한 형태의 문양 등이 30개 이상 그리고 소용돌이, 사다리꼴, 직사각형, 삼각형 등의 기하학 무늬가 200개 이상 발견되었다.

이들 문양들은 나스카 고원은 물론 이웃에 있는 언덕의 산허리에서도 발견되는데 가장 눈길을 그는 것은 동물과 식물, 인간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동물 중에서도 특히 분명하게 확인되는 그림은 46미터 길이의 거미, 50미터 길이의 벌새, 55미터의 원숭이, 65미터의 범고래, 180미터의 이구아나, 135미터 길이의 새가 있으며 이외에 펠리컨 도는 왜가리를 그린 듯한 285미터 길이의 나스카에서 가장 큰 그림도 있다.

꽃과 나무 같은 식물과 함께 장신구와 직물기 같은 일상의 생활 도구를 그린 그림도 있다. 인간의 모습을 그린 그림 중에는 우주 비행사’, ‘E.T.', '모자쓴 사람같이 독특한 그림도 놀랍다. 인간의 양 손을 그린 그림도 있는데 특이하게도 양 손에 4개의 손가락만 그려져 있다. 대부분의 그림 주변에는 그림을 가로지르는 똑바르고 긴 여러 개의 선이 있다. 그 중에는 길이가 몇 킬로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고 모든 방향으로 대평원 여기저기에 뻗어 있다. 또 직선은 교차점에 의해 직사각형삼각형사다리꼴의 기하학적인 모양을 이룬다. 한 점을 중심으로 별을 그리거나 곡선이나 나선형을 그린 것도 있다.

거미, 원숭이, 고래, , 고양이, 벌새, 도마뱀, 범고래, 이구아나, 꽃 등의 동물과 식물의 도안, 마치 우주인이 헬멧을 쓴 것과 같은 이상한 형태의 문양 등이 70개 이상 그리고 소용돌이, 사다리꼴, 직사각형, 삼각형 등의 기하학 무늬가 900개 이상 발견되었다. 이상한 나선형의 고리를 갖고 있는 109미터 크기의 원숭이, 45미터 크기의 거미, 304미터 크기의 펠리컨 등이며 그 대부분은 하나같이 묘하게 생겼다.

기학적 무늬는 어떠한 의미를 지닌 것처럼 보이는데 가장 큰 사다리꼴 형상은 면적이 132,232제곱미터에 달하며 가장 긴 라인은 사막을 가로지르며 14킬로미터나 뻗어 있다.

나스카의 고대 유산에서 주목할 것은 이들 라인뿐만 아니라 고대 수로이다. 불모의 평원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 수로 시스템을 푸퀴오스(Puquios)라고 부르는데 깊이 9미터, 길이 600미터나 되며 자갈로 정교하게 구축한 선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 여러 개의 중심과 직선으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방사상으로 뻗은 직선이 한 점으로 모이는 중심도 62개나 확인되었다.

 

나스카의 수로

그러나 나스카의 문양이 천문학적인 용도에만 사용되었다는 라이헤 박사의 주장은 학자들로부터 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1968년에 천문학자 제랄드 호킨스는 나스카 문양이 천체와 관계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컴퓨터로 나스카 문양과 실제 천체와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겠다는 것으로 그는 1963, 영국의 유명한 거석 스톤헨지를 같은 방법으로 분석한 적이 있었다.

호킨스는 93개의 문양과 하늘에서 가장 반짝이는 45개의 별에 대한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가능한 한 최대의 상관관계를 찾아내려고 시도했다. 특히 기원전 5000년 전부터 현대까지의 매 세기별로 유사점을 분석하였다. 그러나 나스카의 문양과 천체와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하였다. 그는 연구를 끝내면서 천문학적으로 나스카의 문양이 천체와 관련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 가장 주목받은 견해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모험가인 토니 모리슨의 설명이다. 그는 나스카의 바퀴 문양과 안데스 지역에서 보이는 바퀴의 형태가 거의 유사하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그곳에서의 인디언들은 아직도 고대 잉카의 전통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가족만의 독자적인 문양을 자신들의 영토 안에 그려서 다른 가족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가족일수록 더욱 더욱 큰 문양을 만드는데 나스카 문양도 바로 가족 집단 간의 차별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과시용으로 만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요한 레인하르트(Johan Reinhard) 박사는 나즈카의 많은 선들이 종교적인 성지를 인도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나스카 인들은 산을 숭배하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안데스 산에는 많은 신들(그들은 독수리나 콘돌의 형상을 했음)이 거주하고 있으면서 날씨와 물과 곡식을 풍성하게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덧붙여 신들의 우두머리인 비로체(Viracocha)는 산, 물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학자들의 연구에 따라 나스카 문양은 기원전 200년부터 기원후 600년 사이의 소위 나스카기()에 만들어졌다. 지상 그림 부근에는 지름 110미터의 환상 열석, 높이 0.42미터의 돌무덤, 원형이나 직사각형의 석벽도 있었다. 이 가운데 환상 열석은 방사상으로 뻗은 직선상에 많이 보이고 돌무덤은 이 직선상의 중심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같은 유적은 나스카 인근에서도 보이지만 나스카의 것이 가장 규모가 크고 숫자가 많다.

어떤 것은 무려 8킬로미터나 되는 것도 있다. 문양들은 대체로 10여 개의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문양의 크기는 10미터부터 300미터에 이르며 문양이 그려진 면적을 모두 합하면 거의 1,300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우주인이 만들었다>

나스카 문양에 대한 수많은 추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세인의 관심을 가장 크게 끈 사람은 이스터 섬의 모아이가 외계인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스위스인 다니켄이다. 다니켄에 따르면 외계인은 수없이 지구에 와서 인간들의 미래에 영향을 주었다. 이유는 그들이 우리들의 선조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고도의 기술을 지구인들에게 전수하였는데 그 증거가 바로 각지에 펼쳐져 있는 고대의 유물이라는 것이다.

 

폰 다니켄

나스카의 문양들, 마야 신전의 조각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인도의 미스터리 금속 기둥, 러시아와 중국의 암굴 속에 그려진 선사 시대의 그림, 이스터 섬의 모아이 등이 바로 그 증거라고 제시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보다 확고하게 하기 위하여 고대 신화에 나타나는 신비한 현상에 주목하였다. 예를 들어 성경 여러 번 나오는 불의 바퀴는 비행접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다니켄에 따르면 미지의 지적 생물체가 고원에 도착하여 두 개의 활주로를 건설했다. 외계인들이 고원을 떠난 후 원주민들은 사라진 신(외계인)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자 원주민들은 새로운 문양을 만들었다. 외계인에 대한 신앙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계인처럼 보이는 그림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나스카 북쪽에 있는 황량한 평원은 우주인의 착륙지점이며 지상화(지오클립스)는 우주인이 방위를 정하기 위해 그린 것이다.”

 

1968년 이런 내용을 담은 책 신들의 전차는 놀랍게도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고 10년 사이에 3,500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더욱이 당시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던 UFO 열기에 편승해 그의 주장은 수많은 호사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신들의 전차

그러나 나스카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곧바로 다니켄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간파했다. 대형 우주선이 이착륙하기 위한 비행장이라는 땅의 토질이 연약하여 우주선이 착륙하려하다가는 푹 빠지기 십상이다. 더욱이 그런 활주로 형태가 다니켄이 이야기한 것처럼 단 두 개가 아니라 도처에 있었다. 지구보다 앞선 기술문명으로 만든 우주선을 타고 온 외계인이 문명도 뒤떨어지는 지구에 와서 착륙하기에 적합한 수많은 안전한 지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나스카의 연약한 지반을 활주로로 사용하여 우주선이 빠지게 할 정도로 멍청하겠느냐는 것이다. 브라이언 M. 페이건은 다니켄이 사이비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다니켄이 사기꾼이든 아니든 나스카 문양이 사람들에게 큰 호기심을 일으키자 학자들은 이렇게 거대한 그림을 변변한 도구도 없는 나스카인들이 어떻게 그릴 수 있었느냐에 집중했다.

https://youtu.be/GGyl1Ocx_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