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물리학 연구의 3대 주류는 기본 입자의 구조, 레이저를 중심으로 하는 광학, 응집 물질의 여러 가지 특성에 대한 연구라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기본 입자와 레이저에 대한 것은 실생활에 많이 적용되고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개념 정도는 이해하고 있으나 3대 연구 분야임에도 응집 물질의 연구에 대해서는 매우 생소하게 느낀다.
그러나 이 분야가 초전도체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금방 이해할 것이다. 1911년 오네스(Heike Kámerlingh Onnes)가 초전도 현상을 발견한 이후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질 때마다 노벨상이 집중적으로 수여되고 있으므로 과학에 대한 문외한이라도 언론을 통해서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초전도라는 단어를 접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초전도 현상이 주목을 받는 것은 초전도 현상 자체도 물리학적으로 매우 흥미가 있지만 실용적으로도 과학 기술에 혁명을 가져올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라비안나이트』에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나는 양탄자’일 것이다. 어떤 기관이나 동력도 없이 주인공이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는 양탄자는 만화영하에서도 단골 소재이다. 그런데 초전도 현상은 바로 만화영화에나 있을 만한 ‘나는 양탄자’를 실현시킬 수 있다.
이렇듯 꿈과 같은 사건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초전도 현상은 주목을 받는 것이다. 초전도 현상의 장점은 전기 저항이 없어지는 환상적인 전기 기기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초전도 물질로 만들어지는 송전선은 중간 손실 없이 전기 에너지를 아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구리선과 알루미늄 선은 전기 저항 때문에 송전 과정에서 전체 전기 에너지 중 약 20%를 잃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초전도 송전선이 얼마나 많은 돈과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모든 수송 기기와 가전 제품들의 사용 전기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게 된다. 즉 초전도 물질을 이용할 수 있다면 가히 제2의 산업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들이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류에 대한 상식을 잠깐 짚어보자. 전기 저항이 작아 전류를 쉽게 흘려주는 물질은 도체(conductor)라고 한다. 구리를 비롯해 모든 금속은 도체이고 금속이 아닌 물질 중에서 흑연처럼 비교적 저항이 작아서 도체로 분류되는 물질도 있다. 한편 전기의 흐름을 막을 때는 고무, 플라스틱 등을 사용한다. 이러한 물질을 부도체(insulator)라고 한다. 반도체(semiconductor)는 도체도 부도체도 아닌 묘한 성질을 가졌는데 반쯤 도체이기도 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대부분 전기를 잘 흘려보내는 금속 내부를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격자구조를 갖고 있다. 그 안에는 전기 흐름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자유전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원자들과 충돌 등을 일으키며 무작위 방향으로 운동을 한다.
텔레비전이나 전자 레인지, 에어컨 등을 켤 때 이들이 작동하는 것은 전기의 흐름, 즉 전류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도체라고 해도 그 속을 지나가는 전자들은 원자들이나 금속 속에 존재하는 불순물에 의해 끌어당겨지거나 밀려나게 된다.
그러나 외부에서 어떤 전압이 걸리면 전위차가 생기고 그 방향으로 일제히 움직이는 힘을 받게 된다. 이때 열적 효과에 의해 생기는 격자들의 진동 또는 물질 내부의 불순물 및 결함들로 전자들의 충돌량이 많아져 전자들이 갖고 있는 운동에너지를 잃어버리고 이동 속도가 늦어지는데 이것이 전기 저항이다.
저항은 원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마찰 현상으로 전기 기구를 오래 사용하면 열이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물체를 통과한 전류의 크기가 I이고 그 물체의 저항이 R일 때 그 물체에서는 매초 I^2R만큼 열이 발생한다. 물론 이런 전기 저항을 이용하는 전기 기구들도 있다. 전기 히터나 헤어 드라이어, 전기 난로 등은 원하는 열을 발생시킬 수 있는, 저항이 큰 물질을 사용한다.
물은 0도(273°K)에서 얼며 수은은 영하 39도(234°K)에서 얼어 고체 상태가 된다. 20세기에 들어와서 학자들은 수많은 물질들이 저온에서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특히 절대 온도로 알려진 온도, 즉 -273.15도에 가까이 갈수록 대상 물질들이 어떤 현상을 보이는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당시 학자들은 절대 온도 조건에서는 물질의 분자가 운동을 완전히 정지한다고 추측했다.
온도 측정 단위를 K(켈빈)으로 사용하는 것은 영국의 슈퍼스타인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이 본명인 켈빈 경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수학의 천재로 인정받아 10세 때 이미 글래스고 대학에 입학이 허락될 정도였고 23세라는 젊은 나이에 글래스고 대학의 자연철학교수가 되었을 정도였다.
켈빈경은 열, 에너지 및 세상의 다른 물리적 측정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열을 절대적인 수치로 나타내는 절대 온도체계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K단위이다. 그는 물의 어는점을 273K, 물의 끓는 점을 373K로 정했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geulmoe.quesais
<상상이 안되는 초전도현상>
초전도현상(Superconductivity)이란 어떤 물질이 일정 조건 하에서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특성과 자기장을 배척하는 완전반자성 특성을 갖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리고 전기 저항이 ‘0’인 초전도체는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많은 양의 전기를 손실 없이 먼 곳으로 보낼 수 있다.
초전도체가 되기 위한 조건에는 온도, 자기장의 세기 및 전류 밀도 등이 있다.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지 않는 물질이 적절한 조건 하에서 초전도체로 변하는 것을 정상 상태에서 초전도 상태로의 전이라고 한다. 또 초전도체가 외부자기장과 통전전류가 없는 상황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최고의 온도를 임계전이온도라고 한다. 초전도 물질들은 각각 고유의 임계전이온도를 가지며 보통 저온초전도체들은 이 온도가 영하 253도 이하다. 초전도체는 다른 말로 ‘완전도체’라고도 한다.
극저온에서 순도가 높은 금속의 전기저항이 작은 이유는 불순물 및 결함들이 없고 격자들의 열적 진동도 거의 존재하지 않아 이동 전자들이 적은 충돌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육상의 장애물 경기에서 장애물의 수와 정도에 따라 얼마나 쉽게 또는 방해 없이 달릴 수 있는지와 같은 원리다.
초전도체는 노벨상의 노다지라 할 정도로 과학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므로 과학사와 연계하여 설명한다.
18세기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특히 평균 소득 및 인구수가 과거와 달리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보다 약 300년 후 발달된 기술이 과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에 많은 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학자들은 대체로 1900년 이전까지의 물리를 고전 물리라 하며, 그 이후에 나온 양자역학, 상대성이론 등을 현대 물리라고 한다. 이와 같이 구분할 수 있는 근거는 현대 물리가 과학 기술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론의 등장은 빛의 속도가 어떤 경우에도 일정하다는 실험적 사실에서 출발하였고, 양자역학의 등장도 흑체 복사의 측정과 같이 고전역학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새로운 실험결과를 근거로 시작되었다. 인간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해 주는 이런 결과들은 기술의 발전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뜻인데 이는 이들을 검증할 수 있는 측정 기술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100년은 그동안 질풍노도와 같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과학시대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100년 전의 흑체복사의 측정이 양자 역학을 낳았고, 양자역학은 고체 물리학을, 고체 물리학은 현재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반도체 기술 등을 나오게 했다. 100년 전 말을 타고 다니던 시대에 반도체를 이어 핸드폰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 과학을 논할 때 상대론, 양자론 등이 태어날 때 매우 중요한 새로운 물리 분야가 태어났는데 바로 극저온 저온 물리학이다. 그런데 이들도 온도를 낮추는 냉동 기술이 선제되어야 한다.
이 분야를 개척한 사람이 스코틀랜드의 듀어(James Dewar)이다. 그는 1870년대 중반 산소의 액화(약 -223 C/50 K)에 성공한 후 1898년 및 1899년에 수소를 액화(-253 C/20K) 및 고체화(-259 C/14K) 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헬륨은 난공불락이었다.
이를 해결한 사람이 네덜란드 레이덴(Leiden) 대학의 오네스이다. 그는 대규모의 냉동 장치를 설치하고 헬륨을 액화시키는데 총력을 기우렸는데 1908년 가장 먼저 헬륨을 액화(-269 C/4.2K) 시키는데 성공한다. 이 순간 즉 헬륨의 액화를 성공하면서 비로소 저온 물리가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오네스는 1911년 수은이 4.2 K에서 초전도체가 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그 당시 오네스가 초전도를 발견한 것은 당연하지만 오네스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초전도체의 발견이 아니라 헬륨의 액화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오네스에게 「헬륨의 액화를 가져온 저온에서의 물성 연구」에 대해 수상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현대 과학은 우리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든 아니든 초전도체에 매우 밀접하게 살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여 병원에서 암 등 각종 질병을 검진할 때 활용하는 단충촬영장치(MRI)가 초전도체에 의해 작동된다는 것을 알면 곧바로 이해할 것이다. 1993년 대전 EXPO에서 운용되었던 자기부상열차도 바로 초전도체를 기반으로 한다.
<초전도체의 분류>
초전도체 자체가 일반인들이 접할 수 없는 영하 100도, 영하200도 등을 기본으로 하므로 다소 이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초저온에서는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달리 온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눈다. 저온, 고온, 상온 초전도체인데 다소 놀랍지만 그 범위가 다소 다르다. 저온의 작동온도는 4 K 대역으로 섭씨온도로 치면 -269 ℃ 정도이다. 고온의 작동온도는 100 K이하로 섭씨온도로 치면 -180 ℃이하이다. 이 온도 이상을 고온이라고 하는데 영하 180도를 고온이라는데 질릴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발된 초전도체는 저온초전도체와 고온초전도체이며 상온초전도체는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아 정식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현재 가장 높은 전이온도를 가지는 물질은 H2S(황 하이브리드)로, 매우 높은 압력 조건에서 203 K의 전이온도를 가지는데 이는 영하 70도를 뜻한다. 물론 BCS이론이 적용되는 란타넘 하이브리드는 영하 23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확인되어 현재 많은 학자들이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① 저온 초전도체(Low-Temperature Superconductor)
작동온도는 4 K 대역으로 섭씨온도로 치면 -269 ℃ 정도이다.
보통 LTS를 구동할 때 기화점이 4.2 K 인 액체헬륨을 사용하는데 현재 상용화되어있는 초전도 관련장비는 모두 이 LTS로 구동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NbTi(니오븀 타이타늄)계열 재료가 있다.
② 고온 초전도체(High-Temperature Superconductor)
일반적으로 HTS라 부르는데 작동온도는 100 K이하이다. 섭씨온도로 치면 -180 ℃이하이다. 구리기반초전도체중 150K에 해당하는 전이온도를 가진 초전도체도 존재한다.
보통 HTS를 사용할 때는 77 K(영하 200 ℃)의 액체질소를 사용하는데 일반적으로 이트륨(Y), 가돌리늄(Gd), 사마륨(Sm) 등 희토류를 포함시킨다.
③ 상온 초전도체
상온초전도체가 가능하다면 거의 모든 일상 생활 용도에 적용할 수 있지만 아직 그 단계에는 도달치 못하고 있다. 상온에서 초전도체가 되려면 두 전자가 상온의 운동 에너지를 넘어서는 강한 상호작용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 그런 상호작용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온초전도체가 실용화된다면 그야말로 현대 문명의 상당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다.
가장 우리 생활에 직결되는 것은 송전효율이 100%가 되어 전기료가 파격적으로 저렴해질 수 있다. 현재 송전효율이 70% 정도이므로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또한 전력시설 크기가 소형화되고 송전 및 배전 전압을 높일 필요가 없으므로 절연비용과 유지비용이 감소되는 것은 덤이다.
인간의 실생활에 직결되는 MRI 촬영비용이 매우 저렴해진다.
학자들은 MRI 촬영비용 중 상당수가 초전도체를 냉각하는 액체헬륨 비용이므로 상온 초전도체가 접목되면 MRI를 현재 X-ray 찍는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초전도체로 만든 대전류 코일을 사용하여 구리선 기준 최대 1.5T가 한계였던 정적 자기장(static magnetic field)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이용하면 강력한 영구자석을 만들 수 있으므로 그 활용도는 상상을 초래한다.
자기장에 대한 제한이 사라진다는 뜻은 구동부의 크기를 줄이면서 출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서 손톱 크기 모터가 소비전력 220V 100A같은 출력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이 개발되면 나노슈트나 아이언맨도 더는 꿈이 아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상온 초전도체에 집중하고 있는데 연구 내역이 항상 고무적인 것은 아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연구소에서 2019년 5월 수소화합물에 고압을 가함으로써 영하 23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가장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인 '고온' 초전도체가 영하 135도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온도 상승이라 볼 수 있다.
또한 2020년 미국의 로체스터 대학 랭거 디아스 박사는 15°C에서 초전도현상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두 개의 다이아몬드 사이에 탄소와 수소, 유황을 삽입한 물질을 레이저로 260만 기압의 압력을 가하는 조건 하에서 초전도체가 되었다고 하는데 260만 기압이 만만치 않지만 여하튼 디아스 박사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이 분야의 연구는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 > 초전도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벨상의 노다지, 초전도체(6) (0) | 2020.10.24 |
---|---|
노벨상의 노다지, 초전도체(5) (0) | 2020.10.24 |
노벨상의 노다지, 초전도체(4) (0) | 2020.10.24 |
노벨상의 노다지, 초전도체(3) (0) | 2020.10.24 |
노벨상의 노다지, 초전도체(2) (0) | 2020.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