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초전도체

노벨상의 노다지, 초전도체(3)

Que sais 2020. 10. 2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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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현상의 이론을 찾기>

복잡한 초전도 현상은 학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초전도 현상이 아무리 많은 장점을 갖고 있더라도 그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실용화에 한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금속전자를 내놓은 금속 이온들이 서로 연결해 금속 고체의 구조를 만드는 결정격자로 이루어져 있고 각 이온을 받으면 제자리에서 조금씩 진동하는데 이를 격자진동이라고 한다. 한편 금속 원자들이 내놓은 전자자유롭기 때문에 금속전기를 잘 통하는 것이다. 그런데 금속 내부에 섞여 있는 불순물, 결정 구조의 결함, 금속 이온들의 격자진동에서 오는 불규칙성 등전자의 운동방해해서 저항이 생긴다.

보통 상태의 전기 저항은 이 같은 금속 내부의 구조적인 특성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아무리 순수한 물질을 가정하고, 구조적으로 규칙적인 물질을 가정하더라도 절대온도 0°K(-273.15)가 되지 않는 한 격자 진동이 있게 마련이므로 저항0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금속의 구조적인 점에서 볼 때 초전도 현상절대온도 0°K가 아니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현상으로 온도가 조금이라도 높으면 전자가 원자에 충돌하게 되어 전기 저항이 생겨야 했다.

전기 저항전자가 물질 속을 통과할 때 주변의 이온과 다른 전자들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일종의 마찰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때 저항0이라는 것은 마찰이 전혀 없는 전자의 흐름이라는 뜻이다. 헬륨 원자는 온도가 충분히 낮을 때 마찰이 전혀 없는 흐름을 만들지만 헬륨 원자와 초전도체를 이루는 전자에는 서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 완전한 설명이 불가능했다.

리처드 필립스 파인만(1918~1988)1965년 노벨 물리학상

이와 같이 초전도 현상이 규명되지 않자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파인먼(Richard P. Feynman) 박사양자역학의 마지막 가시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마이스너와 옥센펠트 그리고 런던 형제의 중요한 연구에도 불구하고 초전도 연구2차 세계대전으로 또 다시 중단을 겪는다. 그러자 2차 세계대전 이후 과학의 중심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진다. 특히 많은 학자들이 금속 내에서 격자 진동양자화 된 포논(phonon) 쿨롱 상호작용양자역학적으로 연구하였으며 이들을 토대로 혜성과 같이 나타난 이론이 바로 BCS이론이다 BCS바딘(John Bardeen),쿠퍼(Leon N. Cooper) , 슈리퍼(John Robert Schrieffer) 세 이름의 첫 글자를 모은 것이다.

BCS이론으로 초전도 현상의 비밀을 해명한 바딘,슈리퍼,쿠퍼(좌로부터)

이중 바딘 박사1956년 노벨상을 받은 저명인사이지만 쿠퍼는 당시 27, 슈리퍼26이었다. 1957BCS 이론이 등장한다. 바딘초전도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다음 두 가지 조건이 선결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첫째맥스웰 박사가 발견한 동위원소 효과(Isotope effect)로부터 포논상호작용어떻게 초전도현상을 일으키냐이며 둘째저항 제로, 비열의 점프메스너 효과 등을 설명하려면 페르미 표면에너지 갭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쿠퍼바딘노벨상을 받으러 스톡홀름으로 떠난 사이 금속 내에서는 서로 끌어당기는 두 전자는 상호작용이 아무리 약하더라도 쿠퍼쌍(Cooper pair)을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째 의문이 해결된 것이다. 두 번째 문제슈리퍼가 해결하여 초전도 현상에 관한 거의 모든 실험 사실을 설명하는 BCS 이론을 발표한다.

BCS이론에서는 금속 결정의 격자를 이루는 양이온을 매개체로 해서 전자들이 쌍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각각의 자유전자들은 자신이 어떤 전자와 부딪혔는지 전혀 모르고 돌아다니지만, 이상하게도 자신과 속도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전자인식하고 서로의 운동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전자들의 짝쿠퍼쌍이라고 한다. 쿠퍼쌍들이 헬륨 원자처럼 같은 양자적 상태에 있고 이들이 함께 움직이면서 비틀린 공간을 만들어 초전도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으로 1유형 초전도체라고 부른다.

놀랍게도 그들의 주장은 곧바로 학계에서 받아들여졌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1972,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BCS 이론에 대한 즉각적인 성공과 응집물리학 전반에 미친 중요한 영향을 생각하면, 그들이 1972에야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은 매우 늦은 수상이다.

존 바딘(1908~1991) 1956,1972년 노벨 물리학상

그런데 바딘1956점접합형 트랜지스터 발명과 개량으로 라디오, 전화 발달에 공헌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으므로 같은 분야에서 노벨상을 두 차례 받은 첫 번째 인물이 되었다. 일부 학자들은 바딘이 이미 노벨상을 받았으므로 그를 두 번 수상대에 올려야하는지가 노벨상 수여 지연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위대한 연구로 평가되고 그 과실로 노벨상까지 수상 받는데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첫 번째는 걸출한 이론학자에 의해 이론이 완성되고, 그 후에 여러 가지 실험 데이터에 의하여 그 이론의 타당성이 증명되는 경우이다. 소립자 물리학의 경우 이 경우가 기본이다.

두 번째현존하는 이론으로는 풀 수 없는 예기하지 못한 실험 데이터가 생기고 그 데이터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이론적 시도가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초전도 현상이 그 좋은 예이다. 그러나 이 둘 중 어느 쪽이 더 위대하냐고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두 경우 모두 인류에 도움이 되므로 노벨상이라는 과실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완벽치 않은 BCS이론>

BCS이론모든 초전도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19629, 영국 런던대학교 퀸즈메리칼리즈에서 열린 저온물리학학회에서 20대 초반의 한 학이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당대의 최고 석학으로 노벨상 수상자존 바딘이 곧바로 반박했다. 한마디로 그의 주장이 어처구니 없다는 것이다.

브라이언 데이비드 조셉슨(1940~)1973년 노벨 물리학상

당시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물리학부를 졸업하고 캐빈디쉬 연구소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던 조셉슨(Brian David Josephson)이 발표한 것은 매우 흥미 있는 아이디어에 기초한다. 두 개의 초전도체초전도체가 아닌 물질을 사이에 두고 연결시킨 후 전류를 흐르게 하면 어떻게 될까하는 의문을 가진 것이다. 그의 착상은 매우 단순한 것이다. 양자론에 의하면 전자파동과 입자의 이중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쿠퍼쌍입자처럼 행동하지만 파동으로서의 성질도 가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접근이다.

그가 초전도체전류를 흐르게 하였더니 예상대로 한쪽 초전도체의 쿠퍼쌍이 다른 쪽 초전도체로 이동하고 이때 두 부분의 파동이 연결됨을 발견했다. 그러나 파동주변 환경에 따라 조금씩 어긋나는 위상 차이를 만들고 이는 전류의 변화로 나타났다. 더욱 특이한 것은 주변에 자기장이 존재할 때, 초전도가 아닌 부분을 통과하는 자기장이 위상 차에 반영돼 전류의 변화로 나타나며 이를 조셉슨 효과라고 한다.

조셉슨이 이를 발표하자 존 바딘이 발끈한 것이다. 조셉슨초전도체들 사이에 얇은 전열체를 끼워넣으면 적절한 조건에서 초전류가 발생한다는 것은 추후 반도체가 현재와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지만 이 당시 학자들로 볼 때는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주장이었다. 조셉슨의 주장은 양쪽에 극히 작은 전압에 의해 마치 절연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류가 자유롭게 흐를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에사키 레오나(1925~)1973년 노벨 물리학상

사실 이 문제는 일본인 레오 에사키1957 발표한 내용이다. 그는 반도체 사이에 끼워진 얇은 절연체전자양자관통한다고 발표했는데 당시 미량의 전자절연체 장벽을 통과할 수 있으므로 흐르는 전류는 극히 적었다. 한마디로 실용성이 없다는 이야기였는데 조셉슨이 이의 확대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주장한 것이다.

브라이언 피파드(1920~2008)

그런데 조셉슨의 주임교수브라이언 피파드 교수조셉슨의 아이디어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당대 이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피파드 교수쿠퍼쌍을 이루는 전자들이 이보다 훨씬 작은 정도의 양자 확률절연체 장벽을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초전류 양자관통 효과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조셉슨의 논문 발표 자체는 허용하지만 큰 의미는 없다는 뜻이다.

이바르 예베르(1929~)1973년 노벨 물리학상

반면에 조셉슨은 그들의 주장에 항변하면서 많은 전류가 한꺼번에 흐를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의 주장은 이바르 예베르1960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즉 그는 양쪽에 비교적 높은 전압을 가하자 에너지 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내용은 1957년 노벨상을 수상한 존 바딘에 의해 예견되었는데 자신이 그런 예측을 했음에도 당대에 극히 작은 전압으로 무저항 전류흐르는 소자를 만들 수 없었으므로 그는 이를 단지 실용화가 불가능한 이론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예베르 교수가 실험으로 전류의 흐름을 발견했다는 발표를 듣고 1961년 논문에서 초전류절연체를 관통할 가능성이 없다고 부정했다. 그는 쿠퍼쌍을 이룬 전자들의 확률밀도절연체 장벽 앞에서 급속하게 ‘0’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이때 발견되는 전류절연체양자관통하는 초전류가 아니라 미량의 상전류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셉슨1962 자신의 견해에 반하는 주장을 하자 그는 직접 <피지컬 리뷰 레터>조셉슨을 직접 언급하면서 초전류가 절연체를 관통할 가능성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사실 이는 조셉슨에게 학계에서 사망 선거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BCS이론으로 당대를 석권하면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학계의 거장이 직접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의 주장을 반박했기 때문이다.

필립 워런 앤더슨(1923~2020) 1977년 노벨 물리학상

그러나 존 바딘의 생각과는 달리 벨 연구소의 필립 앤더슨조셉슨 교수피파드 교수의 초청으로 마침 카벤디쉬연구소에서 초청연구원 자격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앤더슨의 탁월한 능력에 감탄한 조셉슨자신의 논문을 발표하기 전에 보여주었는데 이것이 추후 유명한 조셉슨 효과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카벤디쉬연구소에서 벨연구소로 돌아온 앤더슨존 로웰 박사와 함께 조셉슨의 가설을 직접 실험했다. 처음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만족할만한 소자 제작에 실패했지만 결국 조셉슨의 이론대로 샘플을 만들 수 있었다. 당시 앤더슨은 반도체 사이에 산화주석을 넣었는데 예상대로 다량의 전류가 흐르는 것을 확인했다. 이 성공은 바로 현재와 같은 반도체 세상이 되게 만든 요건이다.

한편 IBM의 시드니 쉐이피로 박사바딘에게 결정타가 될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아예 초전도체의 양자 관통에 관한 조셉슨 전류라는 제목으로 조셉슨의 이론이 옳음을 알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앤더슨직류에 대한 실험을 다루었는데 쉐이피로 박사교류에서도 전류의 이동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교류와 직류 모두에 적용된다는 뜻을 이해할 것이다.

조셉슨은 전압이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초전도 양자 관통 현상이 일어난다고 예측했다. 이를 존 바딘 박사는 강력히 부정했는데 실제 실험에서 2mV 정도의 전압에서 초전도 양자관통이 일어났다.

조셉슨은 당대의 최고 학자인 존 바딘을 강타하여 1973년 에사키, 예바르 박사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는다. 그의 나이 33노벨상 수상자로는 예외적으로 젊은 나이다. BCS이론에 강타를 날린 죠셉슨 이론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72BCS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BCS 이론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초전도체1972년과 1973년 연속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조셉슨 접합을 하면 전류의 변화를 통해 아주 작은 자기장도 감지할 수 있다. 또한 위상 차이접합의 전압에도 영향을 준다. 접합에 흐르는 직류 전류를 증가시키면 접합의 전압이 일정한 값의 정수배로 변하는 성질이 있어 조셉슨 소자를 이용해 전압을 측정할 수도 있다.

조셉슨 소자가 개발되면서 초전도체는 우리 생활에 훨씬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지구 자기의 1백억 분의 1정도로 아주 미세한 생체 자기로 작은 값을 검출하는 초전도양자간섭장치(SQUID)에도 조셉슨 소자가 사용된다. 또한 컴퓨터에 반도체 소자를 사용한 경우와 비교할 때 조셉슨 소자를 이용하면 정보 처리에 걸리는 시간과 소비 전력이 각각 1,000분의 1 정도로 작아진다. 한마디로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바딘의 이론이 틀렸기 때문에 현대와 같은 전자시대로 올라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한국인과도 관련된다.

BCS이론초전도체에 대한 많은 부분을 설명해주지만 조셉슨 소자 등에 적용할 경우 대부분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BCS 이론조셉슨 소자에서 나타나는 초전류물질의 종류와 온도에 상관없이 어떤 크기를 갖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미국 푸에르토 리코대학김용진 교수는 물질에 따라 초전류의 크기는 다르며, 큰 저항을 갖는 물질의 경우BCS로 계산한 결과에 비해 10분의 11만분의 1밖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BCS 이론의 경우 저항값이 작은 것에는 맞지만 저항이 큰 물질에서는 대부분 다른 결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초저온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MRI)인간의 뇌, 심장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측정하는 뇌자도·심자도 등에는 저항이 적고,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니오비움(Nb) 계열의 소형 초전도체만 주로 사용한다. 저항이 크고, 고온에서 초전도현상이 일어나는 물질의 경우 계산식과 실제 값이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김용진 교수의 연구는 2003년 초전도체노벨상을 받는데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러시아의 고르코프 박사1959년 초전도체를 해석할 수 있는 GLAG 이론알렉세이 아브리코소프, 비탈리 긴즈부르크 박사와 함께 발표했다. 그런데 김용진 박사1990년 고르코프 박사의 이론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

2003년 노벨 물리학상초전도체와 초유체 현상에 대한 이론적 토대 확립의 공로로 알렉세이 아브리코소프, 비탈리 긴즈부르크, 앤서니 레깃에게 공동 수여되었다. 한마디로 GLAG 이론을 만든 세 사람 중 중요한 수식을 만든 고르코프 박사만 빠진 채 나머지 두 사람이 앤서니 레깃 박사와 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다. 김교수는 자신이 고르코프 박사의 이론을 지적하지 않았다면 고르코프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