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광장>
학자들은 IT 생태계에서 플랫폼을 광장으로 비유하는 것은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많은 사용자가 거쳐 가며 사용자들의 취사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좋은 콘텐츠와 서비스가 선택되고 진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되는 곳이 바로 플랫폼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플랫폼은 소수의 특정 사업자가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생태계의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실히 한다.
컴퓨터의 운영 체제를 의미하던 플랫폼이 최근 하나의 장(場)이라는 광의의 의미로 확대된 것은 스마트 혁명의 역할이 크다.
<위키토피아>는 말 그대로 아무나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전자 백과사전 플랫폼‘을 제공한다. 특히 <위키피디아>는 새로운 지식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는 백과사전이 되었으며 유튜브 역시 가장 많은 동영상이 올라온다. 유튜브에 누구나 비디오를 올릴 수 있고 누구나 비디오를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유튜브에 올라온 비디오를 마음대로 퍼 갈 수 있게 허용하는 동영상 자유 유통 플랫폼을 제공한다.
2006년 초 트위터는 자신의 플랫폼에서 작동할 수 있는 API 공개를 통해 제3자 앱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트위터에 등록된 개발자수는 순식간에 75만 명에 달했고 앱 수는 100만 개를 넘어섰다. 이는 1.5초당 1개 앱이 등록되는 수준이며 트위터 콘텐츠의 42%가 제3자 앱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스마트 혁명의 주역들인 애플, 구글, 아마존, 트위터, 페이스북와 같이 세상을 뒤흔들며 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기업의 공통점은 바로 이들 모두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며, 자사만의 독특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애플과 구글을 플랫폼 공급자로서 그들이 가진 OS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의 다른 컴포넌트들과 하드웨어 컴포넌트 등을 경쟁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OS 플랫폼 공급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동시에 이러한 플랫폼 공급자와 이용자를 연결, 매개하는, 광의의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PC 플랫폼, 윈도즈 플랫폼 등 이미 많은 플랫폼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도 플랫폼이 갑자기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애플의 플랫폼이 혁신을 통해 다수의 소비자를 매료시켜 소비 생태계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애플의 플랫폼 전략이란 기업이 제공하는 여러 종류의 상품들을 설계하고 만들고 운송하고 판매하는 전 과정에서 공통 요소들을 찾아내고, 이들의 상호 공유와 활용을 통한 지렛대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플랫폼은 스마트 시대의 ‘정거장’에 비유한다.
정거장은 특정한 장소로 가기 위해 반드시 도착해야 하며 도착한 사람을 태우기 위해 운송 수단이 필요하다. 여기서 운송 수단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이용자가 되는데 플랫폼은 바로 사람과 운송 수단이 만나는 접점, 혹은 사람과 운송 수단을 매개하는 매개 지점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 시대에 인터넷 사업자, 콘텐츠 제공자, 사용자, 기기 제조사 등 다양한 주체들이 만나는 매개 지점이 플랫폼이다.
따라서 핵심 역량과 가치가 플랫폼에서 나오고 그 플랫폼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므로 플랫폼이 기업에는 기회이자 위협이 될 수 있다. 애플,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은 플랫폼 구축에 성공해 기업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반면, 음반업계와 제조업체, 판매업체 등 거대 기업이 순식간에 도산의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것은 플랫폼 내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혁신 기업들이 공통으로 채택하고 있는 플랫폼 전략은 관련 그룹을 ‘장(場)’, 즉 플랫폼에 모아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하고 새로운 사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것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에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학자들은 플랫폼을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장마당 즉 숱한 마을과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노천시장으로 설명한다. 장마당이 잘 운영되게 하려면 일단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 네트워크를 생성해야 하는 것이다. 또 이렇게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 거래가 활발해야 네트워크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거래 자체가 서로가 만족스러운 거래 즉 긍정적 네트워크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당 거래나 부정 거래가 많으면 사용자들이 이탈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은 장마당에 제품이 제공되고 이를 판매하는 판매자가 있어야 하되 판매자와 소비자가 적당한 비율로 모여 있어야 한다. 생산자와 판매자만 많고 소비자가 부족하거나 그 역이 되면 장마당이 활성화 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런 장마당과 현대적 플랫폼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현대적 플랫폼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인터넷을 토대로 디지털 데이터의 교환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멧커프의 법칙(Metcalfe's law)에 의하면 네트워크 참여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그 네트워크의 가치는 지수 함수적으로 증가한다. 전화망을 예로 든다면, 전화망에 가입자가 한 명밖에 없으면 그 전화기의 가치는 0이다. 단 한 대의 전화기만 가지고는 누구에게도 전화를 걸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 상'은 최초의 전화기를 판 사람에게 줘야 한다는 농담은 결코 농담이 아닌 것이다.
사람들이 전화기를 더 많이 구매하면 할수록 전화기의 가치는 늘어난다. 2대의 전화기로는 1개의 연결이 가능하나, 4대의 전화기로는 6개의 연결, 12대로는 66개의 연결, 100대의 전화기로는 4,950개의 연결이 가능하다. 이런 식의 증가를 가리켜 비선형 성장(nonlinear growth) 또는 볼록 성장(convex growth)이라고 하는데 1990년대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및 페이스북, 우버와 같은 기업들에서 볼 수 있는 성장 패턴이 바로 이것이다. 이 점을 이해하면 플랫폼 기업이 왜 그렇게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는지, 플랫폼 기업의 몸값이 왜 그렇게 높은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규모의 수요 경제에 이르면 경쟁업체들이 따라잡기란 극히 어렵다. SNS의 효율성, 수요 결집, 앱 개발을 비롯해 기타 네트워크가 크면 클수록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가져다주는 현상으로 말미암아 플랫폼 시장 자체가 몸집이 가장 큰 기업에게 네트워크 효과 우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화 시대 거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산업화 시대에 기업들은 규모의 공급 경제를 이룸으로써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규모의 공급 경제는 규모의 수요 경제에 비해 파워가 훨씬 약하다. 일례로 힐튼이나 쉐라톤 같은 호텔 체인이 사업을 확장하려면 객실을 늘리고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해야 한다. 반대로 에어비앤비는 거의 0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또 업워크에 더 많은 프리랜서가 참여할수록 구인 기업들에게는 이 플랫폼 공간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반대로 더 많은 기업들이 업워크를 통해 사람을 구할수록 프리랜서들은 이곳을 더 많이 찾게 된다.
<일체적인 플랫폼 전략>
플랫폼 전략에서 주목할 점은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가 일체가 된 플랫폼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 아이팟은 음악 재생 단말기지만 다양한 음악을 구입할 수 있는 아이튠스라는 플랫폼과 연계했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하나의 물건 즉 하드웨어가 지닌 가치보다는 플랫폼의 일부로 지닌 가치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 시대에 플랫폼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①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 : 기술 혁신의 속도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빨라진다. 그러므로 하나의 기업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 제휴하여 보다 효율적이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② 다양한 고객의 요구 : 인터넷의 정보 활성화로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있으므로 한 회사의 능력만으로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어렵다.
③ 네트워크 효과 : 입소문의 신속하면서도 광범위한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플랫폼이 진화되었다.
④ 디지털 컨버전스의 진화 : 디지털 기술과 통신 기술의 발달로 전화, 방송, 통신, 출판 등 지금까지는 ‘출구’라는 형태로 분류되어 왔던 산업이 일단 무너지면서 전혀 새로운 미디어로 통합되는 ‘미디어 수렴’이 일어났다. 애플의 경우 컴퓨터 제조 회사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음악 파일 공급업자, 음악 재생 휴대 단말기 제조사라는 분류에 속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마존이나 구글도 유사하며 이것은 거대 기업은 물론 산업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플랫폼이 우리 실생활에 얼마나 밀접해있는지는 소비자 행동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들이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예는 아니지만 저널리스트 제이슨 탠즈(Jason Tanz)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낯선 사람들이 리프트, 사이드카, 우버와 같은 상표를 통해 자동차에 올라타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남는 방으로 낯선 이들을 맞아들이며), 반려견을 낯선 이들의 집에 맡긴다. 우리는 또 그들에게 우리 자동차, 배, 집도 빌려준다. 우리는 생판 모르는 이들에게 우리의 귀중품과 개인적 경험, 나아가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맡긴다. 얼마 전까지 이런 행동은 매우 위험하거나, 아주 이상하게 비쳤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너무도 익숙한 행위이다. 이런 환경을 기반으로 이제 스스로를 'X 분야의 우버'라고 칭하는 다수의 신생 플랫폼 기업들은 해당 분야에서 소비자들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상상도 못하는 일이 제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인데 플랫폼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우버의 경우 이미 몰고 온 변화만도 엄청나다. 우버로 인해 미국의 택시 업계는 전체 택시 산업이 조만간 붕괴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전 세계 대도시 택시 회사 사장들이 공감하고 있다.
120만 달러가 넘던 뉴욕시 택시 면허 가격은 1년 만에 30만 달러 가까이 떨어질 정도이다. 한국은 한국 특수 여건에 따라 아직 우버가 진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여하튼 우버가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받는 것은 우버에 의해 사람들이 자가용을 보유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버의 충격은 택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가 플랫폼 모델과 결합하면 그렇지 않아도 뛰어난 우버의 경제 모델로 인해 택시 산업을 넘어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일련의 폭포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는 자동차 시장의 축소를 의미하고 그에 따라 자동차와 관련된 보험, 대출, 주차장 같은 부수적인 사업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 또한 자율자동차는 사실상 계속해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주차 공간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수백만 평에 달하는 부동산이 개발용으로 풀리고 거의 모든 도시의 도로가 여유로워지며 운전자가 주차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야기하는 공해와 도로 혼잡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자율주행차는 전기로 작동하므로 현재 길거리를 주행하는 휘발유 사용 수냉식 자동차와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한마디로 수냉식 자동차를 작동시키기 위한 냉각장치 등이 필요치 않으므로 일부 학자들은 현재의 수냉식 자동차보다 적어도 30〜40퍼센트 정도의 자동차부품이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앞으로 상당수의 자동차 부품과 정비회사들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물류와 유통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갖고 오게 된다.
탑승객 데이터를 통해 사용자들이 어디에서 일하며, 언제 어떻게 통근하는지, 기타 탑승객의 여러 행동적 측면에 대한 특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수많은 이득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전략에 몰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플랫폼도 특성화가 가능하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디지털 세계는 접촉하기 힘든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 컴퓨터영상, 영상인식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시각장애인과 디지털 세계를 연결해주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 이를 특수 플랫폼이 도전하고 있다.
호주의 스타트업 브리타(BLITAB)사는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을 개발했다. 이 태블릿은 전자책(e Book)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일반 태블릿처럼 스크린을 사용하는 대신 점자판을 사용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이 점자판을 통해 정보를 음성으로 변환한 ‘터치 투 스피치(touch-to-speech)’, 손가락으로 접촉할 수 있는 ‘터치 네비게이션(touch navigation)’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즉 태블릿과 대화를 하면서 다양한 인터넷과 접촉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시각장애인들이 접촉과 소리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접촉하고, 또 새로운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브리타사는 시각장애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전용 플랫폼 안에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축적하면 시각장애인들이 그동안 겪었던 불편을 상당부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폴리(Aipoly)>사는 모바일 앱으로 스마트폰 등에 설치하면 눈앞의 물체나 장면을 분석해 음성으로 설명해준다. 이 앱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약 5,000개 유형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서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눈앞에 벌어지는 일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집안, 혹은 사무실 상황까지 감독할 수 있다. 한마디로 눈을 감고도 주변 상황을 상세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뜻으로 이를 위한 전용 플랫폼이 설치되면 세계 장애인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거대 플랫폼의 세계만 플랫폼이 가능하다는 기존의 생각을 불식시켜 아이디어만 좋으면 소규모 플랫폼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플랫폼 세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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