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그래?(세계불가사의)/어린왕자

어린 왕자, 드 생텍쥐페리 동화(1)

Que sais 2020. 11. 18. 13:24

youtu.be/YzDhprQ0GCI

정식 판매부수는 8,000만부가 넘고, 해적판까지 합치면 전 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 팔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16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오늘날에도 널리 사랑 받고 있는 작품 중 하나이다. 사실 어린 왕자는 책을 읽는 어린아이들의 통과의례와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도 전 세계의 어린이들로부터 꾸준히 읽히고 있는 어린 왕자는 본명이 앙투안 장밥티스트 마리 로제 드 생텍쥐페리(Antoine Jean-Baptiste Marie Roger de Saint-Exupéry, 19001944)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는 작가가 쓴 작품이다. 그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비행기 조종사아프리카·남대서양·남아메리카 항공로의 개척자이며, 야간 비행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데 어린 왕자의 시작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는 코끼리를 삼키고 있는 보아구렁이를 그려서 어른들에게 보여주었다. 무섭지 않느냐고 하자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섭냐고 하며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느니 지리나 역사에 관심을 가지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내 어릴 적 꿈인 화가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비행기 조종하는 법을 배웠고 나는 세계 여기저기 안 가본 곳이 없다. 비행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하던 중 비행기가 갑작스럽게 고장이 나 버렸다. 그래서 도착한 곳은 사하라 사막 한 가운데였다. 사막 한 가운데에서 비행기를 고치고 있을 때 어린왕자를 만났다.’

 

소설의 내용대로만 보면 화자(話者)는 매우 유복한 사람이다. 현대도 그렇지만 소설이 쓰여지는 1940년대에 자가용비행기를 갖고 세계 일주를 한다는 것은 일반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로 소설에서 화자는 드 생텍쥐페리 자신을 뜻한다.

이는 드 생텍쥐페리가 프랑스의 귀족 중의 귀족으로 태어났으며 어린 왕자의 곳곳에 남다른 순진함이 나타나는 것도 그의 배경이 순수하고 특수하기 때문이다.

 

어린왕자

전쟁이라는 참화 속에 인간성이 파괴되기 십상인 암울한 시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물론 물질문명이 장악한 현재도 아주 선한 이야기로 자리매김한 어린 왕자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전개된다.

 

어린왕자는 처음에 나에게 양의 그림을 그려 달라고 했다. 또한 전에 그린 보아뱀의 그림을 이해했다. 양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귀찮아 상자의 그림을 그렸더니 의외로 만족해했다. 상자 안에 양이 있다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B-612라는 별에서 왔다.

나는 어린왕자가 사는 곳에는 거대한 바오밥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왕자는 해질 무렵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하루는 몹시 슬픈 날 해 지는 모습을 마흔 세 번이나 보았다고 한다. 어린왕자가 이 꽃을 먹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렇다면서 가시는 아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 순간 어린왕자는 나에게 화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

어린 왕자의 별에는 장미꽃이 있었다. 그 꽃은 씨앗으로 날아와서 어린왕자의 별에 싹이 튼 것이었다. 어린왕자는 그것을 정성을 다해서 보살폈고 그것은 이내 예쁜 장미꽃으로 자랐다. 하지만 장미는 겸손하지 않고 자존심이 매우 강해 자기의 가시 네 개로 호랑이 발톱을 당할 수 있다고 허세를 부렸다. 그러나 어린왕자는 아름다우나 교만한 꽃이 부려대는 투정 때문에 쓸쓸하고 불행하게 느낀 후 어느 날 자기별을 떠나서 다른 별들을 방문한다.’

 

어린 왕자가 방문하는 별은 크고 작은 7개의 별이다. <네이버지식백과> 등에서 설명하는 별의 이야기를 보자.

첫 번 째 별에는 전체가 수달피로 덮여 있었는데 권위적이고 추대받기만 원하는 나이가 많은 왕이 살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왕은 어른들을 가르키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행성을 뒤덮을 정도로 긴 코트를 걸치고 있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누구든지 신하로 여기는데 사리에 맞는 명령만 내리려 노력하지만 정작 주변에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무척 외로워한다.

두 번 째 별에는 자기를 칭찬하는 말 이외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허영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살고 있었다. 혼자밖에 살지 않는 별에서 자기가 가장 똑똑하다고 인정받기를 원했는데 그것은 위선 속에 사는 어른을 가르킨다.

세 번 째 별에는 언제나 술에 취해있는 술꾼이 살고있다. 어린 왕자가 술꾼에게 왜 술을 마시냐고 묻자. 술을 마시는 이유는 부끄러움을 잊기 위함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어린 왕자가 무엇이 부끄럽냐고 묻자, 자신이 부끄러운 이유는 술을 먹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말 그대로 어린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허무주의에 빠진 어른들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내면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네 번째 별에는 우주의 5억 개의 별이 모두 자기 것이라고 되풀이하여 세고 있는 상인이 살고 있었다. 책상에 앉아서 자신이 소유하게 된 별들을 끊임없이 세며 개수를 '은행'에 예금한다. 어린왕자가 별들을 '소유'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에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묻는 왕자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못하는데 물질 만능의 표본 같은 어른을 가르킨다.

다섯 번째 별에는 1분마다 한 번씩 불을 켜고 끄는 점등인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남을 위해 유익한 일은 하고 있으나 기계 문명인간성을 상실한 현대인처럼 자기 일에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는 어른을 뜻한다. 엄청 고달픈 삶을 사는데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살고 있으므로 어린 왕자로부터 긍정적인 평을 듣는다. 어린왕자가 가장 머물고 싶었던 별이었지만 그가 머물 만한 공간이 없어 슬퍼한다.

여섯 번째 별은 매우 커서 자기 별도 여지껏 탐사해보지 못한 지리학자가 살고 있었다. 한곳에 앉아 일만 하기에 정작 자기 별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고, 탐험가들이 보고 온 곳에 직접 가본 적도 없는데 어린 왕자에게 지구를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그것은 이론 속에서만 사는 행동이 결여된 어른을 뜻한다.

마지막 별 즉 일곱 번 째로 방문한 별이 지구. 어린왕자는 지구에서 지혜로운 여우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어린왕자가 친구가 되자고 제의했으나 여우는 길이 들지 않아서 친구가 될 수 없노라고 말한다. ‘길들인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여우는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해준다. 길들인 것에 대하여 소중함을 깨닫게 된 어린왕자는 정원에 핀 그 수많은 꽃들이 자기의 장미와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 장미들이 자기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드 생택쥐베리가 어린 왕자를 쓰기 전 사막에 있을 때 사막여우를 길렀다고 한다.

이와 같은 설명은 어린 왕자가 다소 신비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린 왕자는 말 그대로 어린아이인데 얼마나 심오한 이야기를 하는지 보자.

 

어린왕자 캐릭터

 

추락한 지 여드레 째 되는 날 물이 떨어졌다. 어린 왕자와 함께 샘물을 찾아 나섰다. 별들이 보였다. “별은 보이지 않는 꽃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 사막이 이름다운 것은 어딘가 우물이 숨어 있어서 그래.” 이 말을 듣고 나는 이 모래의 신비로운 빛남을 이해하게 되었다. 왕자는 잠이 들었다. 잠든 왕자가 내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이 애가 하나에 충실한 것 때문이었으리라. 어린왕자가 지구에 떨어진 지 1년이 되던 날. 그는 우물가의 벽에 올라앉아 노란 뱀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돌아갈 것이라고 쓸쓸히 말했다. “내 별이 작아 보여줄 수는 없어. 모든 별을 봐. 그 중의 어느 하나에서 내가 웃고 있겠지. 그러면 아저씨에게는 모든 별이 웃는 것같이 보이겠지. 결국 아저씨는 웃는 줄 아는 별을 가진 거야.”

 

어린 왕자의 화자는 어린왕자와 헤어진 지 6년 후 갑자기 어린 왕자에게 그려준 굴레에 가죽끈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만일 그 양이 꽃을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에 따라 온통 천지는 달라진다. 그러나 어른은 그 중요함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화자는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에 있는 장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을 기억해낸다.

 

나는 그때 아무 것도 이해할 줄 몰랐어. 그 꽃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했어야만 했어. 그 꽃은 나에게 향기를 풍겨주고 내 마음을 환하게 해 주었어. 결코 도망치지 말았어야하는 건데!"

 

어린왕자가 현재도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것은 어린 왕자라는 연약하고 순결한 어린이의 눈을 통하여 잊혀지고 등한시되었던 진실들을 하나하나씩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구렁이의 그림으로부터 시작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길들인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전체에 흐르는 중심사상이다. 이 작품에서 생텍쥐페리는 여우를 통해 마음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보는 진실성을 점차로 상실해 가고 있는 오늘의 어른들 즉 삭막한 물질문명에 찌든 사람들이 되어버린 어른들을 고발했다고 볼 수 있다.

어린 왕자가 그야말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은 그만큼 어린 왕자가 갖고 있는 이미지가 신선하면서도 심오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어린 왕자에 들어있는 의미를 찾아내려고 노력했는데 서강대학교 우찬제 교수의 설명을 적는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혹은 '생명의 아름다운 약속'라고 영국의 시인 워즈워스는 노래했다. 오스카 와일드어린애의 몸은 신의 몸과 같다고 말했고 피카소어린이들은 모두가 예술가라고 말한 바 있으며, 아미엘어린아이들의 존재는 이 땅위에서 가장 빛나는 혜택이라고 예찬했다.

이와 같은 어린이의 본성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낸 작품으로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꼽는다 해도 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생텍쥐페리는 어린이가 일종의 황금 과실과도 같다고 적었다. 확실히 어린 왕자는 어린이의 영혼과 눈으로 인간과 세상과 우주를 성찰한 탁월한 작품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서 어린이가 읽기에는 다소 어렵겠지만, 어른들이 이 작품을 읽는다면 잃어버린 자신의 동심을 동경하면서 시종 공감하고 반성적 상념에 젖어들게 된다. 어린 왕자를 심층 분석한 오이겐 드레버만은 이 작품의 전반적 성격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어린 왕자가 우리에게 이렇게도 깊은 위안과 공감을 주는 까닭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영원한 꿈 때문일까? 물론 그렇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여기에 덧붙여지는 것으로, 이 작품은 어른들의 광기에 물든 강압적 세계로부터 예술적, 풍자적으로 인간을 해방시켜 주고, 현실세계의 숨 막히는 사막 속에서 우리가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랑의 조건이 없는 성실성에 대한 믿음어린 왕자가 어느 정도 되살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이 서로 노력과 책임의 세계를 약속하며 또 구현해 보인다. 그것은 죽음 속에서도 깨지지 않는 사랑의 결합을, 우정과 연대의 숭고한 노래를 매혹적인 소박함과 아름다움의 이미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