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이유 : 빙산 충돌 + 당대의 과학 수준 + 우연>
타이타닉호의 침몰이 워낙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영국 상무부(Board of Trade)는 선박이 침몰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는 5월 2일부터 7월 30일까지 38회에 걸쳐 선박 운항시 당직 여부는 물론, 선체․기관의 구조로부터 통신과 제반의 구명설비에 이르는 미세한 부분까지 거의 빠짐없이 심리했다. 심판관은 ‘이 선박의 사고는 이 선박이 과도한 속도로 항해했기 때문에 유빙과 충돌하여 발생한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와 같은 결론이 나게 된 이유는 타이타닉호가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추진성능의 개선에는 공을 들였지만 빙산과 같은 돌발 사고가 일어날 경우를 고려하여 설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타이타닉 호의 설계자들이 만약 조종성을 잘 고려하여 만들었다면 멀리 앞에 빙산이 나타났더라도 재빨리 피하였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서 타이타닉호와 빙산이 충돌하여 결국 비극이 생겼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은 바닷물이 얼어서 빙산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빙산은 대륙에 쌓이고 쌓여 녹지 않은 눈인 만년설이 자신의 무게에 눌려 장구한 세월 동안 얼어붙은 것이다. 그러므로 비중이 0.83〜0.9정도이다. 보통의 얼음 비중이 0.917임에 비하면 상당히 작은 숫자인데 이처럼 비중이 줄어든 이유는 눈 사이에 끼어 있던 공기가 조그마한 기포가 되어 틈새로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갓 내린 눈의 비중은 함박눈의 경우 0.05이며 싸락눈의 경우 0.15인데 이는 눈의 결정과 결정 사이에 공기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설량이 많아지면 위로부터의 무게에 눌려 틈새가 짜부라져 공기의 일부가 빠져나가므로 그 비중이 정차 늘어난다. 비중이 0.5이상이 되면 ‘피언’ 상태가 되어 여름이 지나도 녹지 않는다. 피언이 더욱 더 압착을 받아 비중이 0.83 이상이 되면 눈의 결정과 결정 사이의 틈새는 고압의 매우 작은 기포가 되어 영영 얼음 속에 갇힌다. 그 결과 빙산의 비중이 순수한 얼음의 비중인 0.917보다 작은 0.83〜0.9 정도의 크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해수면 위에 떠 있는 빙산에 비해 해수면 아래에 있는 빙산 부분의 체적은 대체로 4.26배에서 7배나 된다. 빙산의 크기는 상상을 초래하는데 예컨대 높이 20미터, 넓이 10,000세제곱미터, 체적이 20만세제곱미터 정도의 것은 보편적인데 이런 빙산의 총 무게는 약 87만〜148만 톤이나 된다. 타이타닉호가 46,000톤이나 되어 세계 최대의 선박이었지만 빙산에 비하면 코끼리에 대한 강아지만한 크기다. 여기에 시속 40여 킬로미터로 빙산을 향해 돌진했으니 부서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참고적으로 얼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그 중 하나로 잘 알려진 것처럼 0도에서 녹는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다른 종류의 얼음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도전했다. 학자들은 기대대로 얼음의 변종을 여섯 종류나 만들었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얼음 VII'로 21,700기압에서 만들어 진 것인데 ‘빨갛게 달군 얼음’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이 얼음은 32,000기압, 192도에서 녹는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온도가 올라가도 얼음이 녹으므로 얼음이 녹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러나 얼음이 녹을 때 실로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고체는 융해하면서 팽창을 시작한다. 그런데 얼음이 녹아서 생기는 물은 정반대의 행동을 보인다. 물은 팽창이 아니라 오히려 수축하고, 얼음이 다 녹은 뒤, 온도가 계속 상승할 때 팽창을 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물 분자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물분자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힘은 4도에서 가장 강하다. 그러므로 물은 4도에서 가장 큰 밀도를 가지며 이 이유 때문에 강이나 연못, 호수의 물이 얼지 않는다. 4도의 물이 밀도가 가장 크므로 밑바닥에 가라앉고 얼음이 위에서부터 얼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하튼 이런 과학성을 갖고 있는 거대한 빙산과 타이타닉호가 충돌하여 불침함으로 불리던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였는데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은 타이타닉호의 속도가 매우 빨랐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재난이 일어난 것에 동조한다. 한마디로 타이타닉호가 전속력으로 달리지 않고 비교적 서서히 달렸다면 제동도 가능하며 적어도 결정적인 파국을 모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자들은 그렇더라도 타이타닉호의 침몰을 매우 이례적임에 주목했다. 빙산과 충돌, 과속에 병행되는 그 어떤 원인이 있지 않을 까 생각하는 것이다. 이 단원은 로버트 개넌과 김준영 박사의 글을 참조한다.
타이타닉은 1912년 당시에, 비록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배이지만 약 46,000톤의 무게와 21~22노트의 순항속도를 낼 수 있는 명실상부한 최대의 여객선이었다. 15개의 방수 칸막이벽을 사용하면서 해수면보다 750밀리미터 이상 높게 건조되었으며, 방수 칸막이벽에는 원격 조정 전동식 자동 방수문을 설치하고 방수 주갑판까지 설치되었을 정도로 최고의 안전을 자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배는 침몰했다.
목격자들의 증언과 수중 촬영에 의하면 사고의 원인은 배 앞쪽의 수면 아래 오른쪽 부위가 빙산에 부딪쳐 크게 파손되면서 물이 찼고, 방수 칸막이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선두가 기울어져 무게에 의해 선체의 중간 부위가 두 동강이 났기 때문이다.
배가 타이타닉처럼 두 동강 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많은 생존 목격자들이 배가 둘로 동강났다고 증언했음에도 전문가들은 이들의 증언을 모두 착각 또는 착시로 몰아붙였었다. 그런데 밸러드의 수중 탐사로 타이타닉이 소문처럼 두 동강 났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거대한 타이타닉이 두 동강나게 된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타이타닉(Titanic)의 선체(hull)에서 수거한 선체의 일부 강철 조각의 화학적 조성을 분석한 결과 질소의 함유량이 매우 적고(0.0035%) 상대적으로 높은 인(P)의 함유량(0.045%)과 황(S)의 함유량(0.069%)이 나타났다. 유황의 함량이 높으면 철강이 부서지기 쉬운데 지금 같으면 조선소 밖으로 나가지도 못할 수준이었다.
또한 질소의 함유량이 매우 적다는 것은 그 당시 영국의 대부분의 제강공장에서 사용되던 평로(open hearth process) 제강법으로 제조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평로 제강법은 공기를 산화제로 사용하여 그 발생열로 제강하는 방법으로써 연료가 불필요하여 염가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반면 강중에 질소, 산소, 인등의 불순물 등이 다량 함유되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타이타닉의 선체에 남겨진 산소의 양과 실리콘의 양으로 어느 정도 탈산공정을 거친 강인지를 판단 할 수 있는데 시료 분석결과 상대적으로 산소함유량이 높은 반면 실리콘의 함유량은 매우 적었다. 이는 타이타닉호가 세미킬드강으로 제조되었음을 의미하는데 학자들은 이와 같은 재료 특성이 타이타닉을 연성파괴에서 취성파괴로 전이되는 천이온도를 인(P)과 함께 높였다고 추정했다.
천이온도가 높다는 것은 선박이 특수한 여건에서 갑작스럽게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냉장고에서 딱딱하게 얼은 ‘엿’과 상온의 물렁물렁한 ‘엿’을 생각하면 딱딱하게 얼은 ‘엿’의 경우 조그마한 충격에도 쉽게 깨지지만 물렁한 ‘엿’은 늘어나면서 충격에너지를 흡수한다. 이때 딱딱하게 얼은 ‘엿’을 취성이 크다고 하고 물렁한 ‘엿’을 연성이 크다고 한다.
타이타닉호의 선체의 일부조각을 떼어 온도에 따라 샤르피 충격실험을 한 결과 연성에서 취성으로의 천이온도(ductile-brittle transition temperature)가 32℃~56℃로 비슷한 화학적 성분을 지닌 ASTM A36시편의 천이온도인 -27℃와 비교하여 크게 높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므로 파괴되기까지 흡수한 에너지를 비교하면 -2℃에서 ASTM A36의 약 1/10수준이었다. 말하자면 빙하와 충돌 시 해수의 수온이 -2℃였으므로 타이타닉 호의 선체는 충돌 시 에너지를 흡수하기에는 이미 너무 딱딱하게 얼은 ‘엿’처럼 되어 있었다. 즉 조그마한 충격에도 선체의 철판이 안쪽으로 구부러지는 것이 아니라 쉽게 쪼개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타이타닉 호는 용접 구조물이 아니라 리벳에 의해 체결된 선체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타이타닉 호에는 약 300만개의 리벳이 사용되었다. 이들 리벳 중 2개를 수거해 조사한 결과 이 두 개의 리벳에는 슬래그가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슬래그가 혼합된 리벳에 충격이 가해지자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쉽게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타이타닉호는 단순히 빙산과 충돌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 그 당시의 제강기술의 한계와 파괴 역학적인 설계개념의 미비, 과속 등으로 인하여 발생한 종합적인 재앙으로 분석한다. 당시로서는 최첨단 과학 기술을 도입하여 타이타닉호를 건설했지만 당시의 과학이 빙산과의 충돌까지 고려할 수준이 못되었던 것이다. 즉 조선기술이 야금기술을 앞서 갔던 것이다.
한편 타이타닉호의 침몰을 정밀 분석한 학자들은 그야말로 놀랄 사실들을 알아냈다. 그것은 타이타닉호가 그야말로 우연 중에 우연이 겹쳤기 때문에 침몰했다는 것이다. 즉 아래 와 같은 상황이 연속적으로 일어나지 않았다면 타이타닉호에서 적어도 희생자는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할 당시인 1912년 4월 14일은 달이 없었다. 만약에 달이 떠있었다면 2명의 해면(海面) 감시원이 배 옆에 떠다니는 유빙조각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바람이 불었다면 빙산에 부딫혀 파도가 부서질 대 생기는 거품이 희미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엔 달도 없고 바다는 죽은 듯이 고요했다.
두 번째는 추운 날씨임에도 해면 감시원들이 임무에 충실했고 운명의 오후 11시 40분, 플리트는 빙산을 발견하고 선교에 비상연락을 취했다. 그것이 불운한 일이었다. 학자들은 그가 선교에 비상연락을 취하지 않았더라면 타이타닉호는 빙산과 정면충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 경우 피해는 2개 격실 정도로 그쳤을 것이고 따라서 배가 훨씬 덜 기울어짐으로써 격벽이 물속에 잠기지 않았을 것이다. 다소 부상자와 사망자가 생겼을 수는 있었겠지만 적어도 침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번째는 앞에서 설명했지만 선체가 유황 함량이 낮은 철판으로 만들어졌다면 구부러지거나 늘어나기는 했겠지만 파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느슨해진 쇠못이 빠져나와 이음새가 벌어지면서 물이 쏟아져 들어왔을 것이다. 한편 철판은 거대한 양의 에너지를 흡수해 배는 갑자기 속도가 느려졌거나 빙산으로부터 튕겨져 나왔을 것이다. 타이타닉호가 이 충돌로 거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겠지만 구조선들이 도착할 때까지 물위에 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빙산은 배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부서지기 쉬운 철판에 손상을 입혔다. 우연하게도 빙산이 타이타닉호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건드린 것이다.
참고문헌 :
「타이타닉(S. S. Titanic)호의 마지막 비밀」, 로버트 개넌, 리더스다이제스트, 1995년 10월
「빙산과 충돌하여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비극」, 김정흠, 뉴턴, 2001년 7월
「타이타닉(S. S. Titanic)호 침몰 원인과 사고조사 결과」,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 www.news.go.kr, 2004.08.
『생각 1g만으로도 유쾌한 화학 이야기』, 레프 G. 블라소프외, 도솔,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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