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찬성자가 아닌 노예해방자 링컨(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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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관한 한 링컨도 처음에는 같은 견해를 보였다. 링컨은 1848년 1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느 곳에 사는 어느 누구든, 기분이 내키거나 힘이 있다면, 봉기를 일으켜 기존의 정부를 무너뜨리고 자신에게 적합한 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 그것은 가장 귀중하고 신성한 권리이며 장차 세상을 해방시키리라고 우리가 믿고 기대하는 권리다. 또한 그것은 기존의 정부 아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결정해야만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일부 사람이라도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자신의 뜻대로 바꿀 수 있다.”

 

원래 뉴욕 공화당 지도부도 1862년 초에는 남부 주들의 평화로운 탈퇴를 허용하는 방침을 지지했다. 이와 같은 탈퇴의 지지는 언론인들로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받았는데 윌리엄 C. 라이트 박사는 1861년 당시 존재했던 101개의 뉴욕 신문사 가운데 46개사가 남부 주들의 탈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뉴욕 시의 모든 민주당 의원들은 평화로운 탈퇴를 지지했다. 심지어 <올버니 아틀라스 앤드 아르고스>지는 1860년 11월 1일자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리는 남부의 권리가 심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데 공감하며 남부를 정당하다고 본다. 만약 남부가 탈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성공하기를 바란다.”’

 

<신시내티 데일리 코머셜>지도 1860년 11월 14일자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남부 주들을 강제적 조치로 끌어들이러 할 것이 아니라 파멸로 향하든 번영으로 향하든 그들 나름대로 처신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것은 북부 지역에서조차 전쟁 전야까지도 독립선언에서 채택된 탈퇴의 권리를 자유로운 주권 주민들의 권리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처음에 탈퇴에 긍정적인 견해를 가진 링컨은 돌변하여 남부의 미합중국에서 탈퇴를 강력히 반대했다. 그는 탈퇴의 부당성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탈퇴가 ‘무정부 상태’를 초래하며 다른 하나는 다수의 지배라는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링컨은 자신이 갖고 있는 정치 이념은 노예를 해방하는 것이 아니라 미합중국이라는 틀을 유지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링컨이 뉴욕 〈트리뷴〉지의 호레이스 그릴리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에서도 그가 갖고 있는 이념이 나타난다.

 

“이 전쟁에서 나의 최대 목표는 연방을 구하는 데 있으며 노예 제도를 유지하거나 없애려는 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어떤 노예도 해방시키지 않고 연방을 유지할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노예를 해방시킴으로써 연방을 구할 수 있다면 또한 그렇게 할 것이며, 일부는 노예로 남겨 두고 일부만 해방시킴으로써 연방을 유지할 수 있다면 또한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가 노예나 흑인에 대해 어떤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그렇게 함으로써 연방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며,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떤 정책도 삼갈 겁니다.”

 

링컨의 생각은 단순하였다. 단일 연방의 유지야말로 미국 정부가 지켜야 할 궁극적인 목표이며 노예제 폐지는 정치적 이해에 따라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놀라운 것은 링컨이 남부연합의 탈퇴를 막기 위해 남북전쟁의 발단이 되었던 섬터 요새의 전투를 책략으로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학자들은 섬터요새의 전투가 일어나자 링컨이 의도적으로 민족적 애국심을 고취시켜 그 결과 북부에서 연방을 수호하는 것이 민족적 자긍심이 걸린 문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섬터 요새 전투

당시의 상황을 브루스 캐턴(Bruce Catton) 박사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링컨은 식량은 물론 비품들이 거의 떨어진 섬터 요새로 식량을 실은 선박이 출동하면 포격을 당하리라는 것을 알았고 장병들에게도 그 사실을 숙지시켰다. (중략) 해군사령관 구스타부스 폭스 장군은 “빵을 실은 선박에 총격을 가한 상태로 문명 세계 앞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링컨에게 매우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니엘 B. 클라인(Daniel B. Clein) 박사는 링컨의 책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링컨은 책략을 써서 남부연합을 유화적인 상태로 만들거나 아니면 전쟁의 첫 총성을 울리게 만들었다. 더 나쁜 것은 그 첫 총격이 굶주린 사람들에게 식량을 전달하는 선박에 가해졌다는 점이다.’

 

북부의 많은 신문들이 링컨이 전쟁을 원했고 남부로 하여금 첫 총성을 울리도록 유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것은 남북전쟁은 북부연방이 섬터 요새에 주둔한 연방군에게 식량을 보내자 남부연합이 요새를 포위함으로써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뉴욕이브닝데이북>의 1861년 4월 17일자는 섬터 요새의 사건이 남부에 대한 북부인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가능하다면 화나게 만들기 위해 교묘하게 꾸며진 술책이라고 썼다.

링컨의 개인비서인 존 니콜레이도 링컨이 남부로 하여금 전쟁의 첫 총성을 울리도록 유도했음을 시인했다.

 

'큰 틀로 볼 때 정부의 방침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링컨은 그 사태를 단순한 발란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으로 못 박으려 했다.‘

 

링컨의 의도 즉 남부군이 섬터 요새에 발포하도록 하려는 것은 성공했고 결국 남부연합의 탈퇴는 실패했다. 그러나 남부연합의 탈퇴의 권리를 막으려고 시도한 링컨의 전쟁이 그토록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지는 그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남북전쟁으로 인해 당시 사망한 숫자는 62만 명이 되는데 당시 미합중국 인구 3,000만 명이었다.

 

<작전에 의한 노예해방 선언>

미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총력전을 벌인 소위 남북전쟁은 4년 간 계속되었지만 전쟁 발발 초기에는 남군이 우세했다. 리 장군을 비롯한 유능한 지휘관을 가진 남군은 적시적소에서 북군을 공격하여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러나 북부는 경제력과 인구 면에서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북군의 인구는 남군에 비해 3배나 되었고 공장 지대여서 남부에 비해 무기의 생산이 월등하게 높았다. 더구나 북군은 해군력에서 우세를 보였다. 그러므로 남부 해안을 통하여 영국으로 목화 등을 수출하는 뱃길을 차단하여 경제적인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사실 자체 군사력만을 비교한다면 남군은 북군에 비해 모든 면에서 현저하게 열세였다. 더구나 북군은 인도주의적인 면에서 노예제를 반대한다는 명분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일어나자 노예 문제에 대한 링컨의 태도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전쟁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장군들이 점령 지역에서 노예제를 즉각 폐지하자고 건의했을 때조차 그는 반대했다.

 

로버트 리 장군

그렇지만 전투는 북군의 의도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원래 링컨은 로버트 리(Robert Lee) 장군을 북부군의 사령관으로 임명코자 했다. 그러나 그는 링컨의 요청을 거절하고 미 육군에서 사임한 후 남부연합군에 합류했다. 자신의 출신 주에 대하여 총을 겨눌 수 없다는 이유였다. 리 장군이 남부군에 합류하자 전투경험이 많은 남부출신 장군들이 남부군에 합류했다. 전황이 북군에 불리함에도 링컨은 노예 해방의 급진적 진행을 계속 반대했다.

그런데 그의 생각과는 달리 일선 현장에서 돌발사태가 생겼다.

1861년 4월 21일 일명 황소길(Bull Road)의 마나시스에서 남부군과 북부군 간에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는데 미주리의 윌슨 수로(水路)에서 북부군의 존 프리먼트(John Fremonte) 장군이 남부군에게 완패하면서 미주리의 대부분 지역에서 철수했다. 이에 프리먼트 장군은 자기의 책임을 만회하려는 생각으로 1861년 8월 30일 계엄령을 선포하는 한편 연방을 탈퇴한 사람들 소유의 노예들을 해방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반면에 북부연방지지자는 마음대로 노예를 소유할 수 있다고 했다.

 

존 프리먼트 장군

더불어 계엄령의 핵심은 미주리 지역에서 활발한 테러 활동을 벌이던 남부 게릴라들을 견제하기 위해 북군이 장악한 지역에서 ‘총을 소지한 민간인은 군법재판을 통해 처형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남군은 북부 지지자들을 처형했고 미주리 주 주변에서 그야말로 대학살이 벌어졌다.

문제는 그의 발표 즉 남부 지지자 소유인 노예는 모두 해방되지만 북부연방 지지자는 노예를 소유해도 된다는 선포는 그동안 눈치를 보면서 관망하고 있던 중립적인 사람들 상당수를 남부 지지자로 만드는 등 혼란을 초래했다. 특히 켄터키가 남부로 돌아섰는데 이는 북군으로선 가장 두려워하던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프리먼트 장군의 돌발적인 선언에 놀란 링컨은 프리먼트에게 자신이 직접 허가를 내린 경우가 아니면 북군이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포고문을 수정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프리먼트는 자신의 선언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라고 거부했다.

링컨은 곧바로 노예해방보다 더욱 급한 일이 있다며 포고문에서 노예 해방 부분을 무효화했다. 그리고 프리먼트 아내가 직접 와서 탄원했음에도 불구하고 1861년 11월 대통령의 지휘권에 도전했다는 명목으로 그를 지휘관직에서 해임하고 그랜트 장군을 임명한다. 그는 추후 대통령으로 당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