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을까? 과거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제기한 이 질문에 대해 현대의 천문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과거를 뒤돌아보면 우주는 갈수록 작아진다. 그러다가 빅뱅을 앞둔 어느 시점에서 시간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 설명은 우주가 언젠가의 ‘빅뱅’에 의해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며 시간도 빅뱅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위 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한다.
‘우주는 과거 특정 시점에 탄생했고 그 이후 계속 팽창하고 있다.’
우주가 거대한 규모에서 매우 균일한 것을 감안할 때, 더 작은 규모에서 은하계나 우리 자신 같은 덩어리들이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무(無)에서 우주가 시작되었을까하는 질문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질문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절대온도 0보다 더 추운 온도는 없느냐는 질문과 같다. 스티브 호킹은 이런 문제들을 푸는 데 ‘허수시간(imaginary time, 일반적으로 시간이 흐르는 방향에 직각으로 흐르는 시간을 의미)’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이를 단정하기는 아직 인간들의 지식이 모자람은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설명은 ‘북극에선 북쪽이 없다(There is no north direction at the north pole)’라는 말이다. 이 역시 스티브 호킹이 말한 것으로 북극에선 북쪽이 없다는 것은 매우 깊은 의미를 갖는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북쪽으로 계속가면 언젠가 북극에 도달한다. 하지만 북극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북쪽으로 갈 수 없다. 즉 우리가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언젠가는 태초에 도달한다. 하지만 태초에서 더 먼 과거는 없다는 뜻이다. 북극에서는 오직 남쪽밖에 없으며, 북극에 서 있는 사람은 어느 쪽으로 넘어져도 남쪽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태초에서는 미래라는 시간의 방향만이 존재한다.
그는 또 태초보다 10분 전의 시간에 대해 묻는 것도 지구의 북극에서 북쪽으로 1㎞ 간 지점이 어디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풀이했다. 빅뱅이란 공간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시간의 시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언젠가는 태초에 도달하지만, 태초에 도달하면 더 이상 과거는 없고 미래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폭발 이전의 시기는 현대과학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하나의 미스터리 시기로 알려졌지만 물리적으로 전혀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해서 대폭발이전의 시기란 또는 우주 소명 이후의 시기란 시간의 흐름이 정지하고 공간의 부피 개념이 소멸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라대일 박사는 시간의 흐름이 없는 상태란 마치 상영되던 영화가 갑자기 정지된 화면이 보여주는 그러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또한 공간의 부피가 없어지는 상태란 소립자중 전자가 갖는 이상한 특성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동네 비디오점에서 전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빌려오라. 그 다음에 집에 와서 그 영화를 보다가 전자가 나오는 장면에서 비디오를 정지시켜라. 그때 화면에 나오는 전자의 위치가 바로 시공간이 한 점에 응축된, 대폭발 이전의 상태, 또는 우주 종말점(Bic Crunch)의 상태에 해당한다.’
학자들은 이 시기를 ‘아무것도 아닌 시기(the state of nothing)’로 부른다. 만약에 이 시기에 누군가가 우주만물의 진리를 설명하는 방정식을 쓴다면 다음과 같다.
0 = 0
현재 천문학자들은 어떤 미래가 우주의 운명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우주는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돼 있는데 끊임없는 별의 핵융합 과정으로 인해 언젠가는 수소와 헬륨이 고갈될 것으로 추측한다. 이때가 되면 별의 탄생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별들의 ‘시체’만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약 1조년 뒤의 일이다.
100^27(0이 27개)년 정도 지나면 각 은하는 모두 거대한 블랙홀로 바뀌며 ‘0이 31개’년이 지나면 은하단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이 된다. 이론상 ‘0이 100개’년이 지나면 거대한 블랙홀이 증발한다고 하는데 인간의 수명이 고작 100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0이 100개’년 후의 일은 의미가 없다.
이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도입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한다.
상대성이론은 궁극적으로 절대적으로 생각해왔던 시간 개념이 궁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일부 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이 ‘시간이라는 절대 개념을 물리학에서 사라지게 했다’ 또는 ‘현대 물리학에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도 설명한다.
우리들이 가장 친숙한 시간이 사라졌다는 말이 무엇이냐고 말하겠지만 상대성이론은 궁극적으로 시간이 어떤 특수한 조건에서는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드레아스 로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는 우선 일반적으로 알려진 시간은 뉴턴이 설명한 ‘시간 현상’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절대적이고 진정한, 그리고 수학적인 시간은 외부 요인에 관계없이 한결같이 흘러간다.’
뉴턴의 설명을 반박할 수 없는 것은 TV 화면을 보고 손목시계를 맞추어 놓으면 손목시계를 찬 사람이 무슨 일을 하건, TV에서 어떤 장면을 방영하든, 시계는 계속 흘러간다. 더구나 자신이 손목시계의 시간을 아무리 조작하더라도 절대 시간은 이에 상관하지 않고 계속 흘러간다. 즉 내가 시계를 다른 시간에 맞춘다고 해서 시간 속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시계를 틀린 시간에 맞추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이 시간에 간섭할 수 있다는 설명으로 그저 아주 빨리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시간이 여행자의 속도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시간의 경과 속도는 물체가 공간에서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으로도 설명되는데 이는 매우 황당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행성이나 별 또는 블랙홀과 같은 거대한 물질 덩어리가 공간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을 팽창시키기도 하고 수축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과 공간의 천을 가지고 그물침대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보다 쉽게 상대성이론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그물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사람은 천의 여기 저기를 불룩하게 팽창시키게 마련이다. 몸을 움직이면 불룩한 부분은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독일의 클라우스 키퍼 박사는 이 문제를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한 방에서 다른 방으로 몸의 무게를 옮기면 옮긴 방에서 공간의 굴곡을 변화시키고 따라서 시공도 변화한다.’
이는 방안에서 몸을 움직이면 이를 전후하여 방안 이곳저곳에서 시간이 경과하는 속도가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영향을 일상생활에서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속도가 아주 느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뉴턴의 ‘흐르는’ 시간, 즉 일상적인 ‘보통’의 시간이 우리들에게는 절대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밝거나 비행기가 이륙할 때 가해지는 힘은 여전히 뉴턴의 시간이 절대적이다.
그런데 아인슈타인과 뉴턴에 바탕을 둔 이론을 한 냄비 속에 넣어보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이 수학적으로 중요성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것이 우주의 탄생 전에 어떠했을까하는 질문에 대한 설명으로도 제시된다. 그것은 우주에 시간이 없다는 것으로도 설명되기 때문이다. 우주는 그저 존재할 뿐이다. 이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것은 인간 개념의 능력을 벗어난 수학적인 사고의 결과로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모순적인 우주의 시작에 대해 클라우스 키퍼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과거를 뒤돌아보면 우주는 갈수록 작아진다. 그러다가 빅뱅을 앞둔 어느 시점에서 시간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매우 명쾌한 답으로 보이는데 근래 일부 과학자들이 이 대답에 이의를 제기했다. 빅뱅 이전의 시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태초(before)에 우리가 속한 우주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근래 제기된 ‘다우주’라는 거대한 우주 집단이 있다고 믿으면 이해하기가 쉽다. 즉 우리 우주는 생명체가 살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진화한 여러 우주 가운데 하나라는 설명이다. 뉴욕시립대학교의 미치오 가쿠 교수는 이 우주들은 지금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가쿠 교수가 이와같이 주장하는 것은 초기 우주의 팽창과 여러 은하계의 합병을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빅뱅의 극한 조건이 양자 우주론으로 대체되어야하는데 이 경우 즉 빅뱅이 일어날 때의 온도가 수소폭탄 폭발의 중심부보다 100경의 100경 배 더 뜨거운 10^32도이므로 모든 입자가 다 조개지고 그 구조가 가장 간단한 전자만 남는다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전자는 절대로 포착할 수 없다. 전자의 위치를 알면 그 속도를 알 수 없으며 반대로 속도를 알면 위치를 알 수 없다. 가쿠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초기 우주 활동은 전자의 활동과 똑같다. 동시에 수없이 많은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 상태들 가운데 일부는 비교적 온건하여 우리가 아는 항성들의 기원이 되었다. 하지만 그 밖의 다른 상태들은 십억 년 뒤에 붕괴하는 양자들 때문에 별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우주를 탄생시킨 다우주는 어떻게 되었을까? 가쿠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다우주는 끓는 물이 끊임없이 거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이 거품에서 우주가 생성된다.’
물론 이런 상황을 재현하여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주가 생성될 때 발생하는 수백 경이나 되는 열을 지구에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상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이를 확인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참고문헌 :
「대폭발이론이 태어나기까지」, 라대일, 과학동아, 1992년 12월
「우주는 모든 물질이 한 점에 모여 일으킨 대폭발의 결과」, 박석재, 과학동아. 2004년 신년호 특별부록
「태초에 神이 있었나 빅뱅이 있었나」, 김형자, 주간조선, 2010.09.27. 제2124호
「빅뱅 2억5천만년 뒤에 별 형성됐다」, 김병희, 사이언스타임스, 2018.05.17.
「별 탄생의 비밀을 밝혀내다」,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스, 2018.06.12
『갈릴레오에서 터미네이터까지』, 에이드리언 베리, 하늘연못, 1997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 제임스 E. 매클렐란 3세 외, 모티브, 2006
'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 > 우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초 3분간(2) (0) | 2020.09.16 |
---|---|
태초 3분간(1) (0) | 2020.09.16 |
우주 모형 (0) | 2020.09.16 |
우리 우주는 세 가지 중 하나(2) (0) | 2020.09.16 |
우리 우주는 세 가지 중 하나(1) (0) | 2020.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