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류에 대한 전방위적인 연구는 근래 그야말로 놀라운 분야로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현대인들이 석기시대의 식단대로 먹으면 현대인이 갖고 있는 상당수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양 학자들이 아마존 강 유역으로 몰리는 것은 그곳에는 아직도 현대 문물의 영향이 적게 퍼져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라틴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전통 식습관과 새로운 문물의 도입으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기에 적격인 곳이다.
애셔 로징어 박사는 90명이 살고 있는 트시마네족을 통해 우리 인류가 무엇을 먹어야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투입했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은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이 풍부하지만 정작 이들만으로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채식만이 아니라 사냥과 고기잡이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개발도상국에서 점점 확대되고 있는 육류와 유제품 위주의 식습관은 가공하지 않은 곡물, 견과류, 과일, 채소 위주의 식습관보다 지구의 자원을 더 많이 고갈시킨다. 10,000여 년 전 농업이 발달하기 전만해도 인간은 사냥, 채집, 고기잡이로 먹을거리를 해결했다.
그러나 현대 문물은 이들에게도 서서히 발을 뻗고 있는데 학자들이 이들에게 큰 관심을 기우리는 것은 그들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원시의 식습관과 생활 방식을 알아내자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들 고립된 부족들에게는 고혈압, 동맥경화, 심혈관 질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대인들이 고대인들과 다른 음식을 섭취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즉 현대병은 우리의 몸이 석기시대에서 변하지 않았음에도 새로운 식단의 주입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뜻이다.
현대 인류는 대체로 약 250여 년 전부터 신석기 농업혁명이 시작될때까지 수렵과 채집한 것을 먹고 살도록 진화했는데 현대의 식단은 우리의 몸이 새로운 식단에 적응할 만큼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직 구석기 시대 식단이 현 인간들의 유전자 구조에 가장 적합하다는 뜻이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로렌 코데인 박사는 현존하는 수렵과 채집 부족들의 식습관을 연구하여 이들 사회의 73%가 열량의 절반 이상을 육류에서 섭취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살코기와 생선을 많이 먹고 농업의 발달과 함께 음식을 조리해서 먹기 시작한 이후 우리의 식단에 추가된 유제품이나 곡물은 없었다는 뜻이다. 코데인 박사의 주장은 명쾌하다.
현대인들이 구석기인들과 마찬가지로 식탁을 차린다면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 암, 심지어는 여드름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상당수 과학자들이 200만 년 전 우리의 조상의 뇌가 갑자기 더 크게 진화한 이유는 육식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유인원처럼 열량이 낮은 식물을 먹지 않고 열량 밀도가 높은 고기와 골수를 먹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조상인 호모에렉투스가 매끼 충분한 에너지를 섭취했고 그 덕에 뇌가 크게 자랐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질 좋은 식사를 하고 식물섬유를 덜 섭취하면서 인간의 소화기관은 훨씬 더 작아졌다. 소화기관이 작아지다보니 남아도는 에너지가 뇌로 몰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쉬고 있을 때에도 신체 에너지의 20%를 소비하는데 유인원의 뇌는 8%만 있으면 된다. 이는 호모에렉투스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 특히 고기에 의존해왔다는 뜻이다.
농업이 발달하면서 인류의 식습관은 또 한 번 커다란 전환기를 맞는다.
인류는 수수, 보리, 밀, 옥수수, 쌀과 같은 곡물을 재배하면서 식량을 넉넉하게 미리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농부의 아내들은 임신 간격이 3.5년에서 2.5년으로 줄어들었다. 이것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이며 농부가 수렵과 채집 인구보다 많아진 요인이라는 것이다.
학자들의 궁금증은 이런 변화가 인간의 건강에 도움이 되었느냐이다. 이 질문의 핵심은 인간이 수렵과 채집 생활에서 벗어나 곡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면서 건강에 유리한 식습관과 강인한 신체를 포기하고 대신 식량 안정을 택한 것이냐이다. 사실 초창기 농부들이 작물에만 의존하므로 이들은 수렵⋅채집을 할 때보다 영양소가 다양하지 못했다. 또한 똑같은 재배 곡물을 먹다보니 수렵⋅채집할 때는 거의 없었던 충치와 치주염이 생겼다. 또한 가축을 기르면서 소, 양, 염소로부터 젖과 고기를 얻었지만 이 동물들 때문에 기생충이 생기고 새로운 전염병도 출현했다. 농부들은 철분 부족에 시달렸고 키도 작아졌다. 한마디로 인구가 증가했지만 농부들의 식습관과 생활 방식은 수렵⋅채집 때보다 건강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구석기시대의 식단이 고기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세계 전역의 수렵⋅채집 부족들은 한 해에 섭취하는 열량의 약 30%를 고기에서 얻는다. 문제는 대다수가 고기를 조금밖에 먹지 못하는 궁핍한 시기를 견뎌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원시 인류의 뇌가 커진 데는 육류 섭취 이외에 다른 요인도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 년 내내 수렵⋅채집을 한다 해도 사냥에 실패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북극 지방을 빼고 그 어느 곳에서도 수렵⋅채집 부족들은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한다. 이누이 족들을 포함한 북극 지역 부족들은 매우 특이한 경우인데 이들은 필요한 열량의 99%를 바다표범, 일각고래, 물고기 등에서 얻는다.
그렇다면 고기가 없을 때 수렵⋅채집 부족들은 어떻게 에너지를 섭취할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자들의 수렵을 보완해주는 여자들의 채집이다. 어려운 시기에는 여자들이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더 많은 열량을 제공한다. 식량의 70%를 식물로부터 구하는 일부 부족들도 있다. 인간의 진화가 구석기시대에 멈췄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뜻이다. 인간의 진화와 턱뼈, 그리고 얼굴이 점점 작아졌다는 것이 변화를 뜻하며 농업이 발달된 이후에도 인간의 DNA는 계속 변했다.
유당의 내성만 보아도 그렇다. 학자들은 모든 인간이 신생아 때에는 모유를 잘 소화하지만 젖을 뗀 아이들은 더 이상 모유를 소화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아이들은 더 이상 유당을 단당류로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를 분비하지 않았다. 그러나 10,000년 전 인간이 소를 가축으로 기르면서부터 우유를 소화하는 능력이 인간에게 크게 도움이 되었고 유럽, 중동, 아프리카의 목축민들은 제각각 유당 내성을 키웠다. 반면 중국인, 한국인, 태국인, 미국 서남부의 아메리카 원주민, 서아프리카의 반투 족 등 가축에 의존하지 않는 집단은 여전히 유당을 잘 분해하지 못한다.
여기에서 학자들이 분명하게 지적하는 것은 원주민들이 전통 식습관과 활동적인 생활 양식을 서구식으로 바꾸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앙아메리카의 마야 족은 1950년도까지 당뇨병을 몰랐다. 그러나 이들이 식습관을 당분을 많이 섭취하는 서구식으로 바꾸자 당뇨병 발생률이 치솟았다. 순록을 치는 에벤키 족과 야쿠트 족은 주로 고기를 먹었지만 심장병에 거의 걸리지 않았는데 이들이 도시로 대거 이주하여 현대 문명품들을 먹기 시작하면서 심장병이 증가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구석기 식단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당대의 생활여건과 현대의 생활여건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고인류들이 200만 년 동안 빨간색 고기를 먹었음에도 문제가 별로 없었지만 현대 물질문명에 젖어있는 현대인들은 빨간색 고기를 많이 먹으면 동맥경화와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우리의 장 속에 있는 박테리아는 고기에 함유된 엘카르니틴이라는 영양소를 소화시킨다. 엘카르니틴을 소화하면 동맥을 막는 혈전의 형성을 조장한다. 또한 인간의 면역체계는 빨간색 고기에 들어있는 글리콜뉴라민상이라는 당분을 공격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가벼운 염증을 유발하고 결국 암을 일으킬수도 있다고 설명된다.
이것은 육식 위주의 이런 식단은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다양한 음식을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심장병, 당뇨병을 막아주었던 우리 조상들의 활동적인 생활 방식을 고려하지 않으므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즉 현대 식단이 과거 식단과 상당히 달라졌기 때문인데 이것이 식단의 변화 때문만은 아님은 분명하다. 즉 현대인간에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는 육식에 대한 취향만이 아니라 각가지 거주 환경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의 리처드 랭엄 박사는 왜 현대식 식단이 우리를 병들게 할 수 있는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인류 최대의 식단 혁명은 고인류가 육식으로 변하기 시작했을 때가 아니라 음식을 조리해서 먹기 시작했을 때라는 것이다.
음식을 자르고 익히면 쉽게 소화된다. 따라서 소화기관이 먹은 음식을 분해할 때 에너지를 보다 적게 사용하면서도 날것으로 먹었을 때보다 음식을 체내에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 그만큼 뇌가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많아진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가공하지 않은 날 음식만으로는 생존하지 못하는 이유는 익힌 음식을 먹고 살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랭엄 박사는 쥐들에게 날 먹이와 익힌 먹이를 주었다. 익힌 고기를 먹은 쥐들은 날것만 먹은 쥐보다 체중이 15〜40%나 더 나갔다. 이에 따르면 초기 인류는 음식을 익혀 먹어서 뇌가 커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었을 뿐 아니라 음식에서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해 체중도 늘렸다.
이것의 역설은 인간들이 이룬 성공의 제물이 된 셈이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인류 진화사에서 처음으로 하루에 연소하는 양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 말은 현대인들이 무작정 석기인들처럼 살아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고도로 가공된 식단이 초래하는 열량 증가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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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래?(한국불가사의) > 한국인과 네안데르탈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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