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싫어한 블랙홀>
1963년 마르텐 슈미트와 알란 샌디지 등에 의해서 수수께끼의 천체 퀘이사(quasar)가 발견되었다. 퀘이사는 일명 준성체(QSO : quasi-stellar object)라고 불리는데 망원경으로 보면 별과 똑같이 보이는데서 생긴 이름이다. 적색이동을 볼 때 퀘이사들이 우주에서 가장 먼 물체인데 우선 놀라운 사실은 퀘이사들이(현재 4,500개 이상이 발견되었음) 산탄총으로 쏘아놓은 것처럼 무늬가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발견은 천문학자들을 놀라게 했고 적색이동 자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이 우주론적인 우주 팽창에 의한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완전히 다른 무언가에 의해 발생했는가하는 점이다. 말하자면 대폭발이론은 심각한 문제에 빠진 것이다.
더구나 적색이동을 볼 때 대부분 수십억 광년이나 멀리 떨어져있는데 그 빛이 너무나 밝다는 점이다. 그런데 많은 퀘이사들이 일주일 정도 심지어는 며칠 정도의 짧은 주기로 광도가 변했다. 이것은 지름이 단 몇 광(light day)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했으므로 퀘이사는 은하보다 훨씬 작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간단하게 비유하여 태양계만한 에너지원에서 별이 1,000억 개나 모인 우리 은하의 총 밝기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나온다는 믿지 못할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퀘이사의 정체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론들이 제시되었지만 어느 하나 시원스럽게 들리지 못하자 일부 천문학자들이 팽창우주론이 과연 정확한 것인지조차 의심하기 시작했다. 즉 지금까지 대폭발 우주론을 구성했던 대 전제가 흔들리는 것이다.
그런데 학자들은 블랙홀이 퀘이사 중앙에 숨어 있다고 가정한다면 문제가 쉽게 풀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래 블랙홀이란 단어는 1967년 미국 프린스턴대의 물리학자 존 휠러(John Wheeler) 박사가 당시 ‘중력적으로 완전히 붕괴된 물체’라는 이름을 보다 간편하게 하기 위해 ‘블랙홀’이라고 부르자고 한데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블랙홀은 ‘얼어붙은 별(frozen star)' 또는 ’붕괴된 물체(collapsed object)'등으로 불리고 있었다. 지금은 초등학생이라도 개념을 알고 있을 블랙홀이라는 세계 천문학계의 저명인사가 불과 50년 전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무명인사였다.
그러나 현대적인 블랙홀 개념은 독일의 수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1873~1916)에 의해서 다시 태어났다.
그는 1916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기초하여 물체의 부피가 아주 작을 때 그 물체의 바로 곁에 극단적으로 크게 구부러지는 공간이 생긴다고 예언했다. 중심점이 있고 정적인(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표면이 없는 대신에 그 선을 넘어서면 탈출이 불가능한 경계가 있다는 점에서 아주 특이한 존재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날 블랙홀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 부른다.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을 둘러싸고 있는 구형의 경계인데 오늘날에는 슈바르츠실트를 기념하기 위해 중심점에서 사건의 지평선까지의 거리를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라 부른다. 즉 만약 어떤 별의 질량이 매우 좁은 영역 안에 밀집되어 있어서 질량을 반지름으로 나눈 값이 어떤 임계값보다 커지면 시공간의 왜곡이 급격하게 심해지고, 그 근처에 존재하는 물체들은 모두 그 별의 중력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는 것으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블랙홀이다. 태양과 같은 크기의 별인 경우 반지름이 약 3킬로미터이다.
사실 슈바르츠실트는 매우 불운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당대에 그를 인정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의 가설이 황당무계했던 것은 블랙홀이 되려면 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이 약 3킬로미터가 돼야하는데 이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가하고 도외시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구의 반지름이 약 1센티미터가 되도록 수축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더구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제창한 아인슈타인 자신은 블랙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큰 질량을 가진 천체의 부피가 무한히 작아지기까지 수축하는 일 따위가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했고 블랙홀이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1939년, 「중력에 이끌리는 다체로 구성된 구상균형을 이룬 정지계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통해 슈바르츠실트가 주장한 블랙홀을 반박하려고 했다.
그런데 1963년 수학자 로이 커(Roy Kerr)는 또 다른 블랙홀에 대한 해를 발표했다. 그것은 회전하는 블랙홀로서, 회전 때문에 시공간을 빨아들이는 영역이 사건의 지평선 바깥까지 뻗어 있는데, 이 영역을 에르고스피어(ergosphere)라 한다. 또 커의 회전하는 블랙홀은 특이점이라 부르는 중심점이 하나의 점으로 존재하지 않고 고리 모양으로 존재한다.
회전하는 블랙홀과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은 오늘날 각각 ‘커 블랙홀’과 ‘슈바르츠실트 블랙홀’이라 부른다. 두 블랙홀은 모두 질량과 전하(양전하든 음전하든 간에 그 크기는 비교적 작을 것으로 추정)만으로 완전하게 기술할 수 있으며 커 블랙홀의 경우에는 회전 속도(각운동량)이 추가된다. 여기에 전하를 더한 것이 ‘커-뉴먼 블랙홀’로 이것이 가장 일반적인 개념의 천체다. 회전, 전하에 블랙홀의 질량을 더한 세 개의 양을 ‘털(毛)’로 비유하면 그 세 개의 ‘털’이외의 물리적 정보는 블랙홀이 될 때 모두 소멸된다. 블랙홀을 특징짓는 것은 이 세 가지 ‘털’뿐인데 실제로 커-뉴먼 블랙홀이 유일한 블랙홀인지 또 다른 블랙홀이 있는지의 여부는 계속 연구 중이다.
여하튼 블랙홀은 점점 학자들의 지지를 받아 수축이 이론상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 등에 의해 제기되었다. 그리고 ‘중력붕괴’라는 수축 매커니즘을 통하여 만들어지는 중성자별이 실제로 발견됨으로써 블랙홀의 존재도 유력해졌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
특히 블랜퍼드 등 몇몇 학자들은 블랙홀 질량이 태양보다 1억 배 정도 크면 충분히 은하 밝기 정도의 에너지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에 아인슈타인의 사후에 백조자리 방향에서 강력한 X선원이 발견되었다. 당초에 많은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은 이 X선을 방출하는 천체로 중성자별을 생각했다. 그런데 학자들은 중성자별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3배 이하여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백조자리 X-1은 태양의 약 10배 이상의 질량을 갖고 있었다. 결국 백조자리 X-1은 중성자별이 아니라 블랙홀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후 허블망원경은 많은 은하의 중심에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속속 찾아냈으며(2004년 4월 현재 10여 개) 이제는 대부분 은하 중심에 질량이 태양보다 100만~100억 배 더 큰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이 기정사실이 됐다.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한 방법은 직접 관찰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별이 빨려 들어갈 때 생기는 회전가스 원반 형태의 X선이나 감마선 빛을 관측해서 알아낸 것이다.
중성자별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확고히 증명해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선 중성자별은 1967년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대학원생 조슬린 벨 버넬(Jocelyn Bell Burnell)과 지도교수 앤터니 휴이시(Antony Hewish)가 발견했다. 그들은 퀘이사에서 날아오는 전파에서 이상한 신호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것은 퀘이사에서 날아온 것이 아니라고 확인되었는데 놀라운 것은 그 전파가 1.337초마다 한 번씩 0.3초 동안 맥동을 나타냈다. 이것은 전에 한 번도 관측된 일이 없었다. 그때까지 관측된 퀘이사의 전파 신호는 언제나 일정하게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버넬과 휴이시는 이것이 외계인이 보낸 전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LGM(little green man, 작은 녹색인간)이라 불렀지만 얼마 후 맥동하는 전파 별에서 나오는 것으로 판단하여 펄사라고 불렀고 백색 왜성 또는 중성자 별일 것으로 추정했다.
토머스 골드(Thomas Gold)와 프랑코 파치니(Franco Pacini)도 이 수수께끼의 천체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펄서는 중성자 별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중성자 별은 아주 빠른 속도로 자전하면서 자극에서 강한 전파를 방출하는데, 마침 그 방향이 지구를 향하게 되면 마침 회전하는 등대 불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전파 신호가 맥동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후 펄서는 수백 개가 더 발견되었는데 모두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중성자 별로 밝혀졌다. 휴이시는 펄서를 발견한 공로로 1974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지만 당시 대학원생인 조슬린 벨 버넬은 수상자 명단에서 빠졌다. 물론 그녀는 노벨상을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명성 높은 영국 왕립학회의 회원이 되어 과학계를 이끌어가는 선두주자 중에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2004년 1월 호주의 물리학자들은 지름이 64미터인 파크스 전파망원경으로 우주공간으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 중성자별의 쌍을 발견했다. 호주 과학자들은 애초 초당 44번씩 회전하고 있는 중성자별을 관측했는데 좀더 자세히 확인한 결과 2.8초마다 한 번씩 회전하고 있는 또 다른 중성자별이 바로 곁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천문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두 중성자별은 지금으로부터 8500만년 뒤에 서로 충돌할 것으로 예측됐는데 천문학자들은 이번 관측이 이론적으로만 확인돼온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실제 증거로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