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우주

아직 빅뱅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Que sais 2020. 9. 2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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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의 승리>

 

빅뱅과 정상우주론 모두 만만치 않은 문제점이 있지만 대세는 빅뱅 우주론이다. 특히 아인슈타인 이래 최고의 천재라 알려진 스티븐 호킹 박사빅뱅 이론에 손을 들어준 것은 강력한 지원군이 되었다.

빅뱅 이론의 기본은 에드윈 허블의 측정우주가 팽창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우주가 팽창한다면 당연히 팽창하기 전의 상태가 연상되며 그것이 한 특이점이라는 것이다. 특이점이 대폭발했고 인플레이션에 의해 현 우주가 만들어졌다는 것인데 이 대폭발과 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이 잘 이해되지 않는 면은 있지만 대체로 현 우주의 상황에 잘 맞는다. 정상우주에 비해 빅뱅이 큰 지지를 받는 이유다.

그런데 대폭발이 존재하기 위해서 절대적인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우주의 나이가 충분해야 한다.

우주의 나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지만 이를 실질적인 면에서 규명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주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측정 장비가 있어야하는 것은 물론 이를 분석 정리할 수 있는 논리가 개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인간사에는 이런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1899년 무렵의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

1912년 우주사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천문대에서 이루어졌다. 이 발견은 우주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나이에 관한 그동안의 의문점에 불을 붙이는 촉매가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우주의 나이가 핵심이다. 당시 상당히 많은 학자들이 우주의 나이를 제시했는데 제시된 나이가 서로 수십억 년씩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우주가 그 속에 있는 가장 오래된 별들보다 젊다는 이상한 결론으로 귀착된다는 점이다.

헨리에타 스완 리비트(1868~1921)

놀라운 것은 1912년의 발견헨리에타 스완 리비트에 의해서인데 그녀는 유명한 천문학자가 아니었다. 특히 당시 여성과학자는 매우 희귀할 때인데 리비트는 천문학에서 그야말로 힘들고 지루한 일에 매진하여 현대말로 하면 인간 컴퓨터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다.

레빗의 《마젤란 성운의 1777개 변광성》(1777 Variables in the Magellanic Clouds)의 표제지. 1908년 《하버드 대학교 천문대 연감》에 실렸다

리비트마젤란 성운을 찍은 사진들을 살피던 중 세페이드라고 알려진 별들의 광도 차이별들의 크기가 아니라 지구에서 떨어진 거리와 관련된다는 것을 알았다.

할로우 새플리(1885~1972)

그녀의 발견을 1920년부터 1952까지 천문대장을 맡았던 미국의 할로우 새플리가 중요성을 알아차렸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며칠에서 몇 주에 이르는 간격을 두고 밝아졌다 어두웠졌다를 반복하였다. 한 마디로 육안으로 보이는 밝기와 절대등급밝기와 차이가 그 별이 지구로부터 떨어진 거리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이는 아이작 뉴턴이 어떤 광원이 관찰자로부터 멀어질 때 거리에 제곱하는 비율광도가 감소한다는 것에 기초한다.

새플리리비트의 측정 자료를 기본으로 마젤란 성운을 보다 깊게 연구하여 태양계가 당대의 정론이었던 우주의 중앙이 아니라 변경 지역에 위치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실제 중심까지의 거리를 5만 광년으로 계산했으며 추후에 3만 광년으로 수정했다. 새플리는 당시 전체 우주가 오직 우리 은하로만 되었다고 믿고 있었으므로 계산에 착오가 생긴 것이다.

에드윈 허블(1889~1953)

새플리의 라이벌에드윈 허블1925년 우리 은하가 셀 수 없이 많은 은하를 담고 있는 전체 우주에서 단지 하나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런 양상을 섬 우주라고 불렀다. 허블은 자신의 이론을 증빙하기 위해 1923에 설치한 지름 2.5미터짜리 망원경을 사용했다.

인간의 역사에서 천문학은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한 장본인 중 하나이다.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83~168)

2세기경 프톨레마이오스태양을 비롯한 모든 행성과 별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천동설을 발표했다. 이것은 인간들에게 기쁨을 주는 절대 명제였는데 16세기 코페르니쿠스지동설을 주장하여 인간의 지고함이라는 명예를 실추시켰다.

그런데 새플리는 우리의 은하가 많게는 20억이 넘는 별로 구성된 수억 개의 은하 중 하나인데다 변두리에 있는 대단치 않은 별 중 하나라고 하여 또 한 번 인간의 지위를 격하시켰다.

허블나선성운 속의 세페이드 변광성의 적색 이동을 연구하면서 놀라운 결론을 얻었다. 그것이 유명한 1929에 발표한 우주확장설이다. 그는 외부 은하들이 바깥쪽으로 멀어져 가고 있으며 그렇게 멀어지는 만큼 우주의 크기확장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먼 곳에 위치하는 은하일수록 스펙트럼에서 보이는 적색 이동도 훨씬 큰 폭으로 나타난다며 이를 토대로 우주의 크기와 연대를 측정하는 허블의 법칙을 제시했다.

우주의 탄생부터 팽창까지를 나타낸 그림. 처음에 매우 작은 질량점으로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모습까지의 과정을 단순히 나타냈다. 이 팽창우주론은 허블의 법칙 덕분에 확인될 수 있었다

허블의 우주 확장빅뱅을 연상시키므로 우주가 빅뱅으로 탄생했다는 현재의 우주이론을 유도했다. 당시 허블이 제시한 우주의 나이가 젊다는게 문제였다.

그러나 정밀 분석으로 현재 137140억 년 정도로 설명되었으며 빅뱅이론을 지지하기에 충분한 나이였다. 빅뱅정상우주론을 제압하는 절대적인 증거였고 현재의 주류도 빅뱅으로 우주의 탄생을 설명한다.

국부 은하군과 처녀자리 초은하단 내의 여러 은하군과 은하단까지의 거리가 쓰여있다

그런데 빅뱅의 절대적인 년대 문제에 이의가 제기되면서 현재 천문학계는 혼동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허블 상수50km/sec/Mpc(1파섹은 3.26광년)을 널리 받아드리고 있었는데 22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처녀자리 초은하단의 중심부에 있는 M100은하의 세페이드 변광성 20를 분석한 결과 M100이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결과대로라면 허블 상수50km/sec/Mpc가 아니라 80km/sec/Mpc이 되어야 했다.

허블상수가 이렇게 크다는 것은 우주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팽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팽창속도가 빠르다면 우주의 나이는 보다 젊어야 한다. 이는 적어도 우주의 나이140억 년 정도로 추정하던 것을 80억 년 정도로 내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의 우주의 나이 문제 역 상황이 되었다는 점이다. 140억 년에 달하는 별의 나이로 추정했지만 허블 상수가 교정되면 거꾸로 우주의 나이가 젊어지는 것이다.

이후에도 경악할만한 일은 계속 이어졌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최대 실책으로 이야기한 우주상수를 천체물리학자들이 되살리려 한 것이다. 19995 새로운 보고서는 80km/sec/Mpc이 아니라 70km/sec/Mpc으로 수정 제시되었다. 그 최저치를 63km/sec/Mpc이라면 우리은하에서 가장 오래된 별들을 간신히 끼워 맞출 수 있다는 설명도 나왔다.

NGC4258은하(사냥개자리)

또 다른 연구 결과는 우주는 생각보다 15퍼센트 더 작으며 따라서 15퍼센트 더 젊다는 것이 알려졌다. 하버드대 대학제임스 모런은 연구 대상인 NGC4258은하전파전문학을 위해 자연이 내린 선물이란 말을 들었다. 이는 지금가지 수행된 가장 정확한 측정이라고 자부하는데 놀라운 것은 우주우리은하에 있는 가장 오래된 별보다 젊다는 결론이 다시 나온 것이다.

이런 혼동은 어디엔가 잘못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블의 측정적색이동 측정이 잘못될 수도 있고 전파망원경을 사용한 측정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천문학에서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 자체가 정확치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의하면 그동안 세계를 활활 타게 만든 빅뱅결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개연성도 보여준다. 어쩌면 반중력적인 힘이 실재할 수도 있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른 우주적 원리가 있을지 모르며 혹은 지금까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곳에 문제의 열쇠가 있을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빅뱅으로 우주의 원리를 적절하게 설명하여 우주 탄생에 한숨을 놓았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우주론이 간단하게 자리매김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사실 예견된 일이다. 그만큼 현 인간의 과학수준과 측정 기술이 아직 미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0까지 모든 사람들이 우리의 은하전체 우주라고 믿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이론이든 진리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이 있기 마련이다. 우주론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 부분의 혈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큰 틀에서 현재의 정설빅뱅이다. 그런데 빅뱅이든 아니든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은 있다.

우주를 설명할 때 우주의 시작초창기를 제외하면 빅뱅이든 정상우주론이든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두 설이 계속 공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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