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 라스푸틴 복권(12)

https://youtu.be/Mk0gGXINE14

<영국 첩보원 M16의 개입>

코소로토브 박사가 라스푸틴이 3개의 서로 다른 총에 의해 사살되었다고 주장했는데 그 중 하나는 영국 정보 요원 레이너(Oswald Rayner)에게 지급된 총인 455 웨블리 리볼버였다. 스미스 박사는 이를 근거로 레이너가 라스푸틴의 암살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라스푸틴 살해에 유스포프 왕자를 비롯하여 5명이 전적으로 관여했다고 이야기되는데 레이너의 등장은 상당히 헷갈리는 이야기이지 않을 수 없다. 레이너는 당시 주러시아 영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젊은 장교로 유수포프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수학할 때부터 잘 알던 사이로 유수포프가 회고록을 집필할 때 영어 통역담당이었다. 유수포프와 라스푸틴 살해 후에도 계속 만났는데 유수포프는 라스푸틴이 살해된 다음 날 우연히 모이카 궁을 방문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라스푸틴의 머리에 맞은 총탄은 바로 오스왈드 레이너가 가지고 있던 총이었다.

 

라스푸틴과 레이너

레이너 상관이 영국 정보국 본부에 보낸 비밀문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일이 완전히 계획한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나, 목표는 확실히 완수했다. 배후의 개입에 대한 불편한 질문들이 주어지기는 했으나, ‘다크 포스’의 죽음에 대해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받았다. 남은 일들은 레이너가 마무리짓고 있다.’

 

그런데 영국에 귀국한 레이너가 가족에게 총알을 하나 보여주면서 그것이 라스푸틴을 죽이는데 쓰였고 자신이 현장에 있었다고 고백했다는 설명도 있다. 라스푸틴이 살해된 것은 사실인데 영국이 상당한 차원에서 개입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리차드 컬렌 : 2010 년&nbsp; 『 라 스푸틴&nbsp; :&nbsp; 그의 고문과 살인에서 영국의 비밀 경호원의 역할 』

영국 법무부의 리차드 컬렌(Richard Cullen) 박사는 2010년 『라스푸틴 : 그의 고문과 살인에서 영국의 비밀 경호원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나는 살인 혐의를 받는 두 사람(유수포프, 푸리슈케비치)이 출판한 라스푸틴의 죽음 버전을 공들여 비교하면서 몇 시간을 보냈고 그들이 말한 내용에서 수많은 중요한 불일치를 확인했다. 나는 그들이 같은 행사에 참석했는지 아니면 그들 중 한 명이 전혀 참석하지 않았는지 의심해야 했다. 다음으로 나는 법의학을 조사하고 그의 죽음에 대한 기존의 신화를 신속하게 해체했다. 나는 그가 독살되지 않았고 익사하지도 않았으며 근거리에서 세 번이나 총을 맞았지만 그 어느 것도 기존 이야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켈렌 박사의 말은 놀랍다. 그는 법의학 의학 분석국의 책임자이자 러시아의 주요 병리학자들과 함께 1993년 사후 원본 평가를 포함하여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적었다.

 

‘나는 증인 진술을 포함하여 러시아 국가 기록 보관소(GARF)에서 사망에 관한 파일을 받았고 마침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촬영하는 동안 원본 범죄 현장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영국인의 개입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카메라로 촬영하려고 할 때 영국인이 살인에 관여했음을 암시하는 SIS 장교의 편지를 보았다.’

 

다소 어지러운 일이지만 라스푸틴의 살해가 러시아 상류층들의 단순한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에는 많은 자료들이 이를 증언한다.

영국 MI6 의 수장인 맨스필드 스미스-커닝(Mansfield Smith-Cumming)은 라스푸틴이 러시아의 외교 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매우 우려하여 사무엘 호어(Samuel Hoare)를 러시아 참모진과 함께 영국 정보 임무에 배정했다. 그는 초고속 승진하여 페트로그라드에 있는 영국 비밀 정보국의 국장으로 임명됐고 그의 휘하에 레이너, 스케일 등이 배속되었다. 그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러시아에서 가장 사악한 게르마노필 세력 중 하나’로 여겨지는 라스푸틴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영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러시아가 독일과 별도의 평화를 협상하여 동부 전선에 묶인 70개의 독일 사단이 자유롭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킹스맨 퍼스트에이전트」가 그린 바로 그 내용이다. 한 MI6 요원은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독일의 음모는 날로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적 요원은 평화를 속삭이고 무질서, 폭동 등을 일으켜 평화를 얻는 방법을 암시하느라 바빴습니다. 상황이 매우 검게 보였습니다. 루마니아는 무너지고 러시아는 약해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통신 실패, 식량 부족, 전쟁 기계를 막는 것 같은 사악한 영향력, 러시아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술 취한 방탕한 라스푸틴, 이 모든 것의 끝은 무엇인가?’

 

사무엘 호어는 1916년 12월 빈약한 지도력과 부적절한 무기가 러시아의 전쟁 스트레스를 불러왔다고 보고했다. 그는 러시아 황제가 라스푸틴을 추방하면 ‘현장에서 군대의 성공을 위험에 빠뜨리는 사악한 영향력에서 나라가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밀턴(Giles Milton)은 2013년 『러시안 룰렛 : 영국 스파이가 레닌의 글로벌 음모를 저지한 방법』에서 이 시점에서 MI6이 라스푸틴 암살 계획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이들 내용을 보면 영국이 라스푸틴 제거에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제국의 종말>

유수포프 왕자를 비롯한 5명이 라스푸틴을 살해했음에도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것은 이들이 라스푸틴을 제거했다는 자체가 러시아의 영웅이자 구세주로 칭송받았기 때문이다. 황제는 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9시. 우리는 모든 가족을 데리고 결코 잊지 못할 그레고리의 시체가 담긴 관을 보고 우울하게 돌아왔다. 그는 유수포프의 집에서 편견으로 가득 찬 자들에게 살해되었다. 날씨는 흐리고 영하 12도다.’

 

러시아 2월혁명

라스푸틴이 죽고 두 달 후인 1917년 2월 23일 ‘2월 혁명’이 시작되었다. 원래 2월 23일은 국제여성의 날인데 페트로그라드의 여성들이 ‘빵을 달라’, ‘우리 아이가 굶주린다’를 외치며 거리 행진을 했다. 여기에 공장에서 나온 노동자들이 합세하여 사태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위대의 주장도 ‘빵을 달라’에서 점점 ‘차리즘 타도’, ‘전쟁 중지’, ‘평화와 자유’로 확대되었다.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려 했지만 반대로 사병들은 혁명의 편으로 돌아섰다. 시위가 일어난 지 9일 만에 니콜라이 2세는 퇴위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로마노프 왕조가 예상보다 일찍 마감하게 된 데에는 황태자 알렉세이의 혈우병과도 관련이 있다.

러시아 혁명이 시작되자 군부 장성들은 황제가 퇴위하는 것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건의했고 니콜라이 2세는 아들 알렉세이에게 황제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했다. 니콜라이는 의사들을 불러들여 마지막으로 아들의 병을 고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의사들이 단호하게 자신들의 의학 실력으로는 혈우병을 고칠 수 없다고 하자 부득이 황제의 동생인 미하일 대공에게 황제의 자리를 넘겨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미하일 대공은 한 때 러시아에서 추방당한 전력이 있어 성난 민중들에게 전혀 인기가 없었다. 자신의 인기가 너무나도 없다는 것을 파악한 미하일 대공이 황제가 되기를 거절하자 결국 니콜라이 2세는 후임을 정하지 못하고 퇴위했다.

 

러시아 마지막화제일가의모습

300여 년에 걸친 로마노프 왕조가 후계자도 없이 니콜라이 2세의 퇴위로 무너지자 그 대가는 너무나 컸다. 러시아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산 정권이 수립되자 황제에서 물러나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던 니콜라이 2세 가족 즉 니콜라이, 알렉산드라, 그리고 그들의 다섯 자녀는 가택 연금되어 결국 1918년 7월 18일 볼셰비키에 의해 살해되었다. 라스푸틴이 예언한대로 그가 살해된 지 2년이 채 안되어서였다. 이 부분은 <세계를 속인 거짓말> ‘아나스타샤’의 장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었으므로 참조바란다.

러시아 황실을 담보로 수많은 장병들이 전쟁에서 살해되고 러시아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라스푸틴이 결국 살해되었다고 하지만 그의 죽음은 너무나 늦은 감이 있었다. 니콜라이 2세도 시대를 잘못 읽고 라스푸틴에게 수많은 권한을 준 것도 로마노프 왕조 자체를 사라지게 만든 요인이었다. 라스푸틴의 이름은 수많은 사람들을 농락하고 살해하여 결국은 러시아 제국이 사라지게 만든 요인이 되었으므로 철저하게 재난의 상징이 되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라스푸틴을 죽이려했던 암살자들은 로마노프 왕조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일어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항명은 결국 로마노프 왕조에 일격을 가한 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