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푸틴 사망 후 진행>
언론은 곧바로 라스푸틴이 실종되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황후는 니콜라이 2세에게 라스푸틴의 실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리는 여기에 함께 앉아 있습니다. 우리의 감정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친구가 사라졌습니다. 유수포프는 집에 오지 않고 그에게 묻지 않은 척합니다.’
다음날에도 라스푸틴에 대한 우려를 황후는 계속 황제에게 보인다.
‘아직 흔적이 없습니다. (중략) 경찰이 수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 비참한 두 소년(펠릭스 유수포프와 드미트리 로마노프)이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아직 모든 것을 잃지는 않은 것 같아 두렵습니다.’
라스푸틴의 시신은 12월 19일 얼음 위를 걷고 있던 네바강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다. 다리에서 약 65m 떨어진 아래에서 모피 코트도 발견되었다. 라스푸틴의 시체가 끌어올려진 후 다음날 부검이 진행됐다.
라스푸틴 살해에 격노한 니콜라이 2세와 알렉산드라 표도로브나 황후는 라스푸틴을 살해한 장본인의 이름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알아내라고 명령내렸다.
라스푸틴 살해의 주역인 스타니스라우스 드 라조베르 박사와 수코틴 대위는 잠적했고 푸리슈케비치는 전선으로 떠났으므로 조사받지 않았다. 유수포프 왕자와 드미트리 대공이 조사 받았는데 그들은 자신들과 관련이 없지만 개에 총을 쏘았다는 것은 자인했다.
라스푸틴의 미스터리한 실종에 대해 여러 가지 루머가 퍼졌다.
그러자 라스푸틴이 실종된 지 3일후 신문에 라스푸틴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지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렇다고 해서 거리의 군중조차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많은 러시아인들이 사악한 천재의 죽음을 서로 축하했다. 라스푸틴이 사망하자 그의 악한 영향력에서 마침내 해방된 황제가 충성스러운 신하들 중에서 현명하고 경험 많은 조언자들을 선택하여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환영했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않았고 순전한 발명품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집시와 난교 중 살해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라스푸틴이 모이카 궁전에서 살해되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주장도 돌았다. 그럼에도 정작 유수포프와 같은 최상위 왕족이 직접 살해에 가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드미트리 대공과 유수포프 왕자가 살해범으로 지목되어 처형될 수 있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드미트리 대공의 궁전과 유수포프의 모이카 궁전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공장 노동자들은 라스푸틴 살해 핵심 5인방을 기리기 위해 환호했다. 러시아 각지에서 수많은 편지들이 이들에게 날라왔음은 물론이다.
황후는 유수포프 왕자 등이 라스푸틴 암살에 가담했다고 확신하며 즉시 총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조처가 러시아인들로부터 항의의 폭풍을 불러온다고 다른 황족들이 그들의 구원을 강력히 요청하자 다소 후퇴한다.
니콜라이 2세는 이들의 청원을 받아드려 드미트리 대공은 전선으로 보내졌고 푸리슈케비치는 1918년 페트로그라드에서 체포되었다가 석방되었는데 1920년 러시아 내전 중에 발진티푸스로 사망했다.
니콜라이 2세는 세 사람을 상트페테르부르그에서 추방하라고 명령했다. 세 사람은 황제에게 도시에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청원했지만 청원은 기각되었다. 황제는 ‘아무도 살인을 저지를 권리가 없다’고 대답했다.
라스푸틴의 장례식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1916년 12월 21일 밤 체스메 예배당에서 거행되었는데 소문에 따르면 의식에는 황후 알렉산드라가 참석했다고 한다. 황후는 라스푸틴의 목에 걸어 줄 십자가를 보냈고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사랑하는 순교자여, 당신의 축복을 저에게 주소서, 그것이 지상에서의 슬픔의 나머지 여정 동안 항상 나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리고 하늘에서 당신의 거룩한 기도에서 우리를 기억하십시오! 알렉산드라.’
그의 시신은 교회의 비밀 무덤에 보관되었는데 2월 혁명 이후, 케렌스키가 유해 소각을 명령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라스푸틴의 유해가 묻힌 곳을 정확히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대체로 세라핌 예배당의 컬트 십자가 인근으로 추정한다. 현재 이곳에 라스푸틴을 기리는 사람들이 조화를 장식한다.
<유스포프 왕자의 러시아 탈출>
유수포프 왕자는 라스푸틴을 살해한 후에도 러시아에 남아 러시아 혁명을 맞았다. 그런데 혁명군이 유수포프의 집을 접수하러 방문했다. 유수포프는 그들에게 집을 보여주며 막사보다 박물관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곧바로 철수했는데 어느 정도 자신의 설득이 주효한 것이 틀림없다고 회상했다. 얼마 후 방을 나서는데 완전히 무장한 군인들의 시체가 모이카 궁전의 대리석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볼셰비키가 나를 동조자로 여겼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것은 조금도 감사하지 않은 칭찬이었다. 나는 즉시 크림 반도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유수포프는 이리나 공주와 함께 크림반도의 얄타로 도피한 후 1919년 4월, 80여 명의 러시아인들과 함께 영국 전함 HMS 말보로를 타고 러시아에서 탈출했다.
그는 1920년부터 파리, 미국 등에서 생활하였는데 다시는 러시아를 방문하지 못했다.
1927년 유수포프 왕자는 작가 오스왈드와 함께 『라스푸틴의 살해(His Malignant Influence and his Assassination)』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라스푸틴을 살해한 장본인이라고 분명하게 적었다.
1932년 할리우드에서 영화 「라스푸틴과 황후」를 출시했다. 영화에서 유수포프 왕자를 모델로 등장시켰는데 라스푸틴이 왕자의 부인을 유혹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두고 매우 화를 낸 유수포프는 영화사 MGM을 고소했다. 재판은 유수포프 왕자의 승리로 1934년 25,000 파운드의 손해 배상을 받았다. 현재 미국 영화의 모든 말미에 나오는 ‘전작은 픽션이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의 유사성은 모두 우연이다’라는 면책 조항은 유수포프 사건을 계기로 등장한 것이다.
1953년 유수포프는 회고록 『잃어버린 화려함(Lost Splendor)』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앞에 설명한 내용처럼 상세하게 자신이 라스푸틴을 살해한 방법과 정황 등을 설명했다. 이를 보고 라스푸틴의 딸 마리아가 유수포프를 상대로 80만 달러의 손해 배상하라고 프랑스 파리 법원에 제출했다. 프랑스 법원은 러시아에서 발생한 정치적 살인에 대해 관할권이 없다고 판결했다.
펠릭스 유수포프는 1967년 9월 80세의 나이로 사망했고 파리의 셍쥬네비에브-데-브와(Sainte-Geneviève-des-Bois)의 러시아 묘지에 묻혔다. 3년 후 이리나 공주도 뒤를 이었다.
참고적으로 여기에서 유수포프와 같은 러시아의 최상위 왕자 즉 황제의 조카사위는 물론 드미트리 대공이 라스푸틴 살해에 가담한 것을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드미트리 대공은 알렉산더 2세의 손자이며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 경마로 참가하기도 했다. 황실의 관례에 따라 군인 경력을 갖고 있지만 군인과 정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펠릭스 유수포프 왕자와 함께 라스푸틴 살해에 참여했다.
라스푸틴의 살해로 페르시아로 추방되었으므로 러시아 혁명을 피할 수 있었고 영국, 파리에서 체류했는데 1920년대 파리에서 유명한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인 코코 샤넬과 친분을 쌓았다. 가장 어린 대공으로서 러시아 혁명에서 살아남은 망명 러시아 사회의 저명한 인물 이었지만 정치에 관련하지 않았고 1942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사망했다.
여하튼 학자들은 펠릭스 유수포프와 드미트리 대공이 라스푸틴을 죽이지 않았다면 다른 누군가가 죽였을 것이라고 단언하여 말한다. 그러므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하던 혁명은 예정대로 진행되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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