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플라스틱

조물주가 빼먹은 물질, 플라스틱(1)

Que sais 2020. 10. 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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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 가장 도움을 준 발견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학자들은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서 개발된 것을 추천할 것이다. 유전학자들은 인간의 근본을 캐고 있는 유전 분야, 의학자들은 인간의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분야를 제일 먼저 꼽을 것이고 물리학자들은 양자론을 포함한 소립자 분야 등을 제일 중요한 연구 분야라고 추천할 것이다. 반면에 화학 분야에서는 유기합성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는데 거의 모든 화학자들이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유기합성이란 단 하나의 발견이나 발명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거의 모든 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그 영향력은 상상할 수 없다. 현대인은 자연에서 나오는 천연 물질도 많이 사용하지만 그와 똑같이 인공적으로 만들거나 혹은 천연에는 전혀 없는 물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은 유기합성법에 의한 것이다.

화학분야 중에서 가장 빛나는 성과는 생명력 없이도 유기물을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대의 화학자들은 무기물은 생명력 없이도 생성될 수 있지만 유기물은 반드시 생물체로부터 생성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현대 화학은 유기물과 무기물을 구분했던 하나의 기준인 생명력의 개념을 화학계로부터 추방했다. 이는 목적론의 후퇴를 의미하며 기계론 사상의 승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베르텔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의 목적은 생명력의 개념을 추방하는 데 있다. 유기화학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도 합성할 수 있다. 따라서 합성 화학의 창조력은 자연에서 실현되는 창조력의 영역보다 훨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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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가 빼먹은 물질>

화학 분야에서 생명력의 추방은 그 후 합성 화학을 발전시키는 돌파구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때 유일하게 빼먹은 물질이라는 평가를 받는 플라스틱이 등장한다. 많은 학자들은 플라스틱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지구상의 산림과 철의 매장량이 반으로 줄어들었거나 인구가 반으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들 주변에는 여러 가지 물건들이 대부분 플라스틱 제품으로 대체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플라스틱은 고무, 목재, 금속 등 여러 가지 물질의 대용품으로 가전제품, 생활용품, 가구, 건축자재, 전기용품 등은 물론 비닐, 합성섬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현대인은 플라스틱의 더미에 묻혀 살고 있는 셈이다. 불과 1백 년 동안에 인류의 삶을 플라스틱처럼 바꾼 재료는 거의 없다. 바로 유기합성의 개가인 것이다.

독자들은 이미 이런 중요한 분야에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었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 예상은 틀리지 않다. 1902년에 제2회 노벨 화학상의 수상자로 에밀 피셔(Emil Hermann Fischer)가 당류 및 퓨린족 화합물의 연구로 선정된 이래 무려 40명 이상이 이 분야의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플라스틱 류가 개발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의 원동력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면화로 만드는 방적 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면 섬유는 기본적으로 90퍼센트 이상이 셀룰로오스(cellulose)인데 셀룰로오스는 포도당으로 이루어진 중합체 즉 다당류이다. 셀룰로오스는 식물 세포벽의 주요 성분으로 식물의 형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구조다당류이다. 참고적으로 게, 새우, 바다가제와 같은 갑각류의 껍질을 구성하는 키틴(chitin)도 구조다당류이다. 셀룰로오스는 고대부터 인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그것은 연료나 구조 재료로서는 없어서 안 될 나무의 중요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또 종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며 면과 아마포의 순수한 섬유 형태는 인간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직물을 공급한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기탄소의 절반이 셀룰로오스에 들어있다. 매년 1014킬로그램(1,000억 톤)의 셀룰로오스가 생합성되고 분해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셀룰로오스는 부족하면 다시 보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완벽한 동물이 아니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자원 중의 하나인 셀룰로오스를 인간은 직접 활용하지 못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는 구조다당류를 분해할 수 있는 소화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물 셀룰로오스에 엄청난 양의 포도당 단위들이 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들을 에너지원으로 섭취할 수 없다. 반면에 어떤 동물들의 소화계에는 음식물을 소화를 위한 임시 저장소가 있다. 임시 저장소에는 미생물들이 살면서 숙주가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을 돕는다. 말은 임시 저장소로 맹장을 갖고 있고 소, 양 같은 반추동물은 위가 4개의 방을 갖고 있고 그 중 하나의 방에 미생물이 살면서 숙주가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 반추동물이 주기적으로 위에 있는 음식물을 토해내서 되새김질을 하는데 이것은 음식물과 분해효소가 잘 섞이도록 소화계가 진화한 결과다.

흥미 있는 것이 토끼나 기타 설치류로 이들 역시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대장에 갖고 있다. 대부분의 영양소는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설치류의 경우 미생물이 분해한 포도당이 대장에 있기 때문에 이를 섭취할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이런 동물들은 자신의 대변을 먹어서 포도당을 섭취한다. 셀룰로오스를 분해해서 포도당을 섭취하는 방법이 엽기적으로 보이겠지만 이들에게는 적절한 방법이다. 한편 흰개미나 불개미 같은 곤충류는 미생물을 키우면서 셀룰로오스를 먹이로 준다. 이 때문에 목제 건물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인간은 셀룰로오스를 분해해서 포도당을 섭취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셀룰로오스를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셀룰로오스와 기타 섬유소로 이루어진 식물 섬유는 소화관을 따라 내려가면서 우리 몸의 노폐물 배출을 돕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이야기하면서 셀룰로오스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셀룰로오스가 플라스틱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이라는 이름 자체로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은 없지만 플라스틱은 화학의 기본 즉 유기합성법에 의한 것이므로 상당수 학자들이 이 분야에서 노벨상을 수상했다. 플라스틱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플라스틱은 어느 정도 견고하면서도 가볍고 색상이 다양하며 여간해서는 썩지 않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그러나 플라스틱의 가장 핵심적인 장점은 가공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은 열만 있으면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데다가 어떤 모양이던지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간단한 생산설비로 인쇄하는 것 같이 똑같은 제품을 단시간 내에 엄청나게 찍어낼 수 있다. 플라스틱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플라스틱 사출기나 플라스틱 용기를 찍어내는데 사용된다는 금형이라는 말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1830년에 베르셀리우스(Jons Berzelius)는 돌턴의 원자 이론을 접하자마자 분석화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1810년부터 정확한 원자 질량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공헌을 한 베르셀리우스는 오늘날에도 사용되는 화학 기호의 표준 체계와 화학 베례식을 고안했다. 그는 화합물의 일반적인 용어로 기본 단위를 단량체라고 불렀고, 큰 분자를 중합체라 불렀다.

100개 이상의 단위로 구성된 중합체를 고중합체라고 부르는데 셀룰로오스, 녹말, 고무 등이 고중합체이다. 셀룰로오스가 보편적인 물질이므로 학자들과 자본가들은 값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셀룰로오스 개발에 앞장 섰다.

 

독일 화학자 쉔바인(Christian Friedrich Schönbein)1838년부터 셀룰로오스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1845년에는 셀룰로오스를 질산과 황산의 혼합물과 반응시키면 가연성이 높고 폭발성이 강한 흰 가루가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것이 나이트로셀룰로오스로 알려지는 폭약이다. 특별한 역사가 이루어진 후 상당한 후문들이 알려지지만 쉔바인의 경우도 이에 못지 않다. 쉔바인이 부엌에서 부주의하게 질산과 황산 혼합물을 흘렸는데 빨리 치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급한 마음에 아내의 앞치마로 닦았다. 그리고 앞치마를 말리기 위해 난로 위에 널었다. 그가 떨어트린 혼합물은 염산과 질산이 3 1의 비율로 섞인 용액인 왕수였는데 난로 위에 앞치마를 올려 놓자 놀랍게도 앞치마가 폭발했다. 아내가 엉망이 된 부엌에서 자신이 발견한 폭발의 원인에 대해 계속 실험하고 있었다고 한다.

쉔바인은 자신이 발견한 물질을 면화학((guncotton)이라 불렀다.

면은 90퍼센트가 셀룰로오스인데 쉔바인은 자신이 발견한 면화약이 당대에 사용된 화약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로 제조공장을 세웠다. 그런데 나이트로셀룰로오스(질산섬유소)는 건조한 곳에 보관하거나 적절한 주의 없이 취급하면 매우 위험한 화합물로 변했다. 당시에는 물질에 묻어 있는 잔여 질산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으로 나이트로셀룰로오스를 제조하던 수많은 공장에서 격렬한 폭발사고가 일어났고 쉔바인의 공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폭발력이 강하다는 것은 새로운 분야에 적격이라는 것을 뜻한다.

바로 살상용 폭탄이다. 다소 불안정하지만 이 화합물을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므로 각 국에서 폭약으로 사용하는 경쟁에 불을 당겼다. 나이트로셀룰로오스의 단점도 폭발력이 워낙 좋으므로 광산이나 대형 공사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많이 사용하였다.

특히 이들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연구에 의해 1860년대 면화약에 남아있는 여분의 질산을 제거하는 방법이 발견되어 면화학은 상업적으로 안전한 물질로 변할 수 있었다. 나이트로셀룰로스 화약은 나이트로셀룰로스만을 기제(基劑)로 하는 무연화학으로 싱글베이스 화약이라 부르며 나이트로글리세린과 나이트로셀룰로스를 기제로 하는 나이트로글리세린 화약을 더블베이스 화약이라 한다.

이후 새로운 나이트로셀룰로오스가 개발되었다. 즉 질산이 많이 들어간 면화약, 적게 들어간 콜로디온과 셀룰로이드이다. 이중에서 셀룰로이드가 최초로 성공한 플라스틱 중 하나며 영화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하자 필름으로 사용된다. 또한 셀룰로오스아세테이트가 나이트로셀룰로오스보다 가연성이 낮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나이트로셀룰로오스의 용도를 빠르게 대처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거대 산업이 된 영화산업 등은 다재다능한 셀룰로오스분자의 화학 성질이 알려졌기 때문에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노벨의 등장>

이 정도 이야기하면 독자들은 다음에 등장할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다음 등장인물은 바로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이다. 노벨의 연구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화약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

원래 화약이 중국에서 발명되어 유럽으로 넘어간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고대 중국에서 초석을 사용해 봉화를 피웠다는 기록과 황과 웅호아(황과 비소의 화합물), 초석이 들어 있는 용기를 가열했더니 불꽃이 발생했다는 기록을 볼 때 매우 오래전부터 중국에서 활용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다루지 않고 유럽의 화약 개발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기록에 의하면 로저 베이컨이 1260년경 화학에 대한 기록을 남겼는데 마르코폴로가 베네치아로 돌아와 화약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훨씬 전 이야기다. 베이컨은 의사이자 실험가이자 천문학, 화학, 물리학에 조예가 깊었는데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했으므로 사라센인으로부터 화약을 배운 것으로 보인다. 1313년에 슈바르츠가 흑색화약을 발명하였고 1786C. L. 베르톨레가 흑색화약에 염소질산칼륨을 사용하는 방법을 발명하였다(베르톨레 화약). 이후 산업혁명의 여파로 강한 폭발력을 갖고 있는 물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었는데 앞에서 쉔바인이 면화약을 발명했다.

 

과학사를 보면 거의 동시에 두 가지 발명이 탄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화약의 경우도 그러한데 1747년 아스카니오 소브레로(Ascanio Sobrero)가 나이트로글리세린을 발명했다.소브레로는 당대의 대학자인 리비히·베르셀리우스 등에게 배웠으며, 1849년부터 토리노공과대학의 화학 교수를 역임하는 등 화학계의 대명사나 마찬가지다.

소브레로는 질산이 유기 화합물에 미치는 효과를 연구하던 중 나이트로글리세린을 발견한 것인데 황산과 질산의 혼합물에 글리세롤을 부은 뒤 이 혼합물을 물 속에 넣으면 오일층이 분리되어 나오는데 이 오일층이 바로 나이트로글리세린이다. 이 물질은 매우 불안정한 분자라서 열이나 충격을 가하면 매우 쉽게 폭발하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다루면서 필요할 때 폭발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마침 이때 알프레드 노벨이 파리에서 이탈리아 토리노대학의 화학자인 펠루즈 교수의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도중 동료인 소브레로가 발명한 불안정한 화합물인 나이트로글리세린의 중요성 발견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노벨은 동료가 발견한 나이트로글리세린을 이용하여 다이너마이트를 만들 수 있었다. 참고적으로 나이트로글리세린은 상당한 두통을 일으킨다. 소브레로도 자신이 발견한 나이트로글리세린의 맛을 보고 다음과 같이 적었다.

 

미량을 삼키지 않고 맛을 보니 맥박이 크게 뛰고 극심한 두통이 오고 팔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훗날 폭약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겪는 극심한 두통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두통의 원인이 나이트로글리세린이 야기하는 혈관팽창임이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로 나이트로글리세린이 협심증 환자 치료에 처방되었다. 협심증 환자들은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수축되어 있기 때문으로 혈관이 확장되면 피의 흐름이 원활해져 협심증의 고통이 감소한다. 이유는 몸속에 들어온 나이트로글리세린이 단순 분자인 산화질소를 배출시키고 배출된 산화질소가 혈관을 팽창시키기 때문이다. 산화질소의 이런 특성이 바로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의 개발로 이어지며 이들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노벨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