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플라스틱

조물주가 빼먹은 물질, 플라스틱(5)

Que sais 2020. 10. 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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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틸렌에는 작은 탄소 원자 1개의 메틸기가 붙어 있는데 그는 지글러의 촉매를 사용하여 동일한 방향으로 배열된 중합체를 만들었다. 즉 그때까지 만들어졌던 어느 폴리프로필렌보다도 유용한 고밀도, 고용융점, 직선형의 폴리프로필렌을 만든 것이다. 폴리프로필렌은 세계의 주요 플라스틱이 되어 자동차 부품, 냉장고, 기타의 기구류 등 많은 성형품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또한 융단, 케이블 등에 사용되어 폴리프로필렌 산업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업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지글러-나타 촉매 작용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고밀도의 폴리에틸렌, 이소티탄폴리플로필렌, 4-폴리이소프로펜과 같은 여러 가지 탄소중합체, 트랜스-폴리아세틸렌과 같은 물질들은 모두 지글러-나타 촉매반응을 이용한 것들이다. 지글러와 나타의 연구는 화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것을 알려 주었는데 그것은 인간이 원하는 대로 중합체를 합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글러와 나타는 1963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여기에서 폴리염화비닐(PVC)을 빼어 놓을 수는 없다. PVC는 폴리에틸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재료로 염화비닐에 햇빛을 쬐면 용매나 산에 영향을 받지 않는 하얀 분말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PVC로 대단히 용도가 광범위하여 공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파이프와 파이프 부속품, 컴퓨터 디스크, 원예용 호수, 건축용 벽판, 전선용 케이블 절연체, 식품 포장 재료, 자동차 시트 커버, 샤워 커튼 등 수많은 제품에 PVC가 사용된다.

쇼생크 탈출은 할리우드의 아카데미상은 수상하지 못했지만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영화로 평가받는다.

 

촉망받는 은행 간부 앤디 듀프레인은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다. 주변의 증언과 살해 현장의 그럴듯한 증거들로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악질범들만 수용한다는 지옥같은 교도소 쇼생크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날 간수의 세금을 면제받게 해주는 덕분에 그는 일약 교도소의 비공식 회계사로 일하게 된다. 해마다 간수들과 소장의 세금을 면제받게 해 주고 재정 상담까지 해 준다. 그 와중에 교도소 소장은 죄수들을 이리저리 부리면서 검은 돈을 긁어모으고 앤디는 이 돈을 세탁하여 불려주면서 그의 돈을 관리한다.

그런데 어느 날 교도소 안에 토미라는 신참내기가 들어오는데 그는 앤디가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것이 거짓임을 실토한다. 앤디의 결백이 알려지면 자신의 처지가 곤란해질 것을 직감한 소장은 토미를 무참히 살해한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무고한 자신을 풀어주지 않을 것으로 앤디는 친구 레드에게 희미한 암시를 남긴 채. 그는 20여 년 간 차근차근 준비해온 탈옥을 감행하고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한다.‘

 

앤디는 레디에게 자신이 탈출하고 레디가 석방되면 자신이 이야기하는 곳에 숨겨놓은 작은 통을 찾아보라고 했다. 레디가 가석방되어 앤디가 쓴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하는데 그것은 플라스틱 필름으로 쌓여있었다. 이는 플라스틱으로 자신이 넣어 둔 편지를 밀봉한다면 레드가 언젠가 찾아오더라도 내용물이 부패 등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은 통의 뚜껑에는 20세기 초 세계를 강타한 타이타닉호가 그려져 있다. 타이타닉호가 세계를 절망시킨 대 사건 중의 하나이지만 그런 고난과 좌절을 이겨나갈 수 있는 사람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를 심어주는데 그 속에는 희망의 메시지와 앤디가 있는 멕시코까지 올 수 있는 교통비를 넣어둔다. 사족이지만 인간에게 활동비가 없다면 무엇이든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인간을 공격하는 플라스틱>

인류 역사를 석기(石器청동기(靑銅器철기(鐵器)시대로 구분한다면, 지금은 '플라스틱 시대'라고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비닐봉지부터 음료수 병, , 스마트폰, 자동차, 심지어 우주선에까지 플라스틱을 이용한다.

그런데 플라스틱은 앞선 세 가지 재료와 다른 점이 있다. 자연에서 곧바로 얻는 것이 아니라 여러 화학물질을 인위적으로 합성한 것이므로 플라스틱은 특별히 정해진 성질이 없고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하다. 특히 열이나 압력을 주면 특정한 쓸모에 맞게 모양이나 성질을 조절할 수 있어 현대 문명의 축을 이룬다.

그러나 신이 빼먹은 물질이라고 호평 받던 플라스틱이지만 1980년대 들어 환경 문제가 강력히 대두되자 플라스틱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기 시작한다. 플라스틱은 가공이 쉽고 가벼우며 값이 싸서 인류에게 상상할 수 없는 혜택을 주었지만 잘 분해되지 않아 공해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버려진 플라스틱, 특히 농업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폴리에틸렌 필름은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여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꼽힐 지경이다. 또한 버려진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들어 가 물고기·바닷새 등 해양 생물들을 해치고, 먹이사슬을 거쳐 우리 식탁까지 올라온다.

 

그러나 정확한 의미에서는 비닐을 비롯한 플라스틱이 썩지 않기 때문에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대지를 구성하는 돌이나 흙도 썩지 않지만 아무도 돌덩어리를 환경 오염 물질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목장에서 배출되는 축산 폐수는 잘 썩는데도 불구하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이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오염 물질이 된다. 플라스틱이 공해의 요인이라는 것은 썩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무분별하게 자연에 방치하여 그것이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플라스틱의 분자가 일정 조건이 부여되면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플라스틱을 발명한 인간이 그 문제점 해결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 역시 궁극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강성현 박사는 일예로 어느 날 갑자기 플라스틱으로 만든 자동차의 범퍼가 엿가락처럼 녹아내리거나 바지의 플라스틱 단추가 녹거나 창고에 재고로 쌓아둔 콜라병에 구멍이 생긴다면 그야말로 일상생활이 엉망진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이 아니다. 분해되는 플라스틱은 햇빛에 오래 노출되거나 오랫동안 습기가 있는 곳에 둘 경우에만 분해되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쓰레기 매립 방식에서는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매립하는데 이 방법에는 침출수나 가스 등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피해나 위험이 최소화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소위 위생 매립장인데 이럴 경우 쓰레기가 빨리 분해되지 않게 공기와 습기를 차단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는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라 할지라도 분해여건이 맞지 않는다면 효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전체 쓰레기 부피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런데 플라스틱의 장점은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한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체계적으로 수거하면 재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플라스틱의 문제는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업가들이 재활용의 필요성을 중요시하지 않은데다 사회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데 게을리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물론 일부 분야에서 친환경적인 플라스틱이 성공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수술용 실 등에는 생분해성 지방족 폴리에스테르가 사용되고 있다.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소위 박테리아 중합체로 불리는 PHB 또는 PHBV이다. 이들은 알칼리게네스 유트로푸스 또는 슈도모나스 뮬티보란스 등 박테리아들이 에너지 저장물질로 합성하는 생분해성 고분자들로 비타민 등 일부 약병에 사용되고 있다. 박테리아를 이용하여 친환경적인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미래 화학공업에 큰 시장이 열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스틱을 분해시키는 미생물을 투입하는 것도 활발하게 연구중이다. 영국 포츠머스대 존 맥기헌 교수는 페트(PET)를 먹고 자라는 미생물 이데올레나 사카이엔시스에서 효소 페테이스(PETase)’를 분리한 뒤, 페트 분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발견했다. 2016년 일본 교토섬유공예대 학교에서 재활용 폐기물 시설 근처에서 이 미생물을 발견했는데, 존 맥기헌 교수가 '페테이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플라스틱 분해 성능을 더 높인 것이다. 이렇게 탄생한 돌연변이 효소는 기존 효소보다 페트 분해 속도가 20% 이상 빠르다.

플라스틱을 불태워서 처분할 경우 엄청난 양의 탄산가스와 독성 물질을 배출한다. 그런데 더욱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 5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말하는데,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수준인 것까지 다양하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치약이나 세안제, 샴푸 등 생활용품 속에 들어 있는 플라스틱 알갱이나 옷을 빨 때 떨어지는 합성섬유 조각 등이다.

이 물질들이 문제가 되는 것은 너무 작아서 폐수 처리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고 강이나 호수, 바다로 그대로 유입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흘러들어 간 플라스틱은 심해저나 북극 빙하까지 퍼지는데 문제는 이런 미세 플라스틱을 바다 생물들이 먹이로 오해한다는 데 있다. 플랑크톤부터 물고기, 고래까지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하면 먹이사슬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미세 플라스틱을 먹는 셈이 된다.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생물은 몸속에 상처를 입거나 내장 기관에 문제가 생기는 등 어려움을 겪는데 심하면 성장이나 번식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플라스틱의 유해한 화학 성분이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몸에 그대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참고문헌 :

 

플라스틱 재활용시대, 강성현, 과학동아, 199212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 한국근현대사사전, 한국사사전편찬회, 2005

[재미있는 과학] 썩지 않는 플라스틱, 유전자 조작 효소로 분해 시도하죠, 박태진, 조선일보, 2018.05.03

장난꾸러기 돼지들의 화학피크닉, 조 슈워츠, 바다출판사, 2002

진정일의 교실 밖 화학 이야기, 진정일, 양문, 2006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이야기, 페니 르 쿠터 외, 사이언스북스, 2007

당신에게 노벨상을 수여합니다, 노벨화학상, 노벨 재단, 바다출판사, 2007

100 디스커버리, 피터 매니시스, 생각의날개, 2011

인류사를 바꾼 위대한 과학, 아널드 R. 브로디 외, 글담출판,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