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변이 이야기>
멘델의 법칙이 세상에 다시 알려졌지만 당시에도 많은 학자들이 멘델의 법칙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각지에서 연구가 진행될수록 점차 많은 사람들에게 멘델의 가설이 받아 들여졌는데 그것은 멘델이 다윈처럼 옳은 길을 들어섰기 때문이다. 멘델의 연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인간에게도 이들 결과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처가 난 후 피가 잘 멎지 않는 혈우병에도 적용된다는 것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병이 있는 사람은 사소한 상처에도 피를 많이 흘렸기 때문에 치명적인데 러시아 니콜라이 2세 황제의 아들 알렉스가 혈우병을 앓고 있으므로 유럽에서 매우 잘 알려진 병이었다.
고대로부터 혈우병(혈우병A)은 유전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었다. 유대인의 풍습에 의하면 8살 된 남자아이는 반드시 할례를 해야 했다. 만약 할례를 하지 않는 경우 신이 자신의 신성한 약속을 한 대상자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례로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이 과다 출혈로 사망하면 셋째 아이는 할례를 하지 않았다. 더욱이 아들이 여자의 첫째 남편 또는 둘째 남편에서 얻어졌든 간에 상관없이 할례는 면제되었다. 유대인들도 이런 출혈 질환이 어머니에 의해서 운반되어 아들에게 전해진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이 유전학의 식견에 대해 알지 못했음에도 사람의 질병(혈우병 A)과 유전 양상(반성유전)을 연결시킨 것이다.
바로 이런 특이한 혈우병은 멘델의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다. 한마디로 혈우병도 꽃의 색깔처럼 유전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확인하자 학자들은 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명체에도 유전 입자들이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이것들이 어디에 있느냐가 문제였다. 이 단위들을 추후에 ‘유전자’라고 명명되었는데 유전자는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며 결코 혼합되지 않기 때문에 유용한 형질을 보존하고 결국 집단 전체로 퍼뜨릴 수 있으며 후대의 일이지만 ‘디옥시리보 핵산(DNA)’로 더 잘 알려져 있다. DNA는 마치 비틀림 사다리처럼 생겼고, 정보는 사다리의 가로 막대에 새겨져 있다. 가로 막대는 염기라고 불리는 한 쌍의 화학물질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것은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 등 4개로 되어 있다.
보통 수천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진 DNA의 모임인 유전자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조리법이다. 칼 짐머의 설명을 인용한다.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의 세포는 한 줄짜리 버전(RNA)를 만들어내고, RNA는 단백질을 제조하는 부분으로 이동한다. 단백질은 DNA나 RNA처럼 여러 개의 분자가 사슬 모양으로 늘어선 것이지만 염기로 되어 있지는 않다. 단백질은 염기가 아닌 아미노산이라고 하는 기본요소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우리의 세포는 RNA의 염기에 암호화된 정보를 이용하여 적절한 아미노산을 끌어 모아 사슬 모양으로 만든다. RNA 한 조각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독되면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작업이 완료된다. 새로운 단백질 속의 원자들은 상호간의 인력으로 인해 마치 저절로 접히는 수천 가지의 역할, 이를테면 세포막의 구멍을 만들거나 손톱을 단단하게 하는 등의 일로부터 산소를 폐에서 혈류 속으로 옮기는 일까지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멘델이 완두콩에서 찾아낸 3 대 1의 비율 뒤에는 DNA 조리법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되는 방법이 숨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형질이 유전되는 방식은 멘델이 완두콩을 기르며 알아낸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DNA가 조리법이라면 우리의 몸은 모듬 요리이다.
아무리 유명한 요리사일지라도 요리를 하다가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소금을 많이 치는 경우도 있고 소금을 쳐야 할 곳에 설탕을 넣는 경우도 있다. DNA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DNA 여러 조각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데 가서 붙어 자신이 들어 있는 유전자를 바꿔버리기도 하며 세포 분열시 DNA가 복사되는 과정에서 어떤 유전자 일부가 복제되기도 하고, 유전자 한 벌이 통째로 복제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태어난 것을 ‘돌연변이’라고 한다. 돌연변이의 기본을 먼저 설명하는 것은 돌연변이야말로 진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돌연변이 가설에 불을 붙인 것은 1912년부터 모건의 연구실에서 유전 연구를 함께 했던 멀러(Hermann Joseph Muller, 1890〜1967)이다. 그는 모건과 함께 염색체에서 교차가 일어나는 과정을 연구하였으며 1920년부터 텍사스주립대학교에서 돌연변이를 연구했다. 1926년 멀러는 X선을 쬐여 주면 유전 형질에 돌연변이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인위적인 돌연변이 유발과 변이된 유전자를 이용한 유전 형질 연구에 전기를 이루었다. X선 조사가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그의 연구 결과는 유전학 연구에 큰 공헌을 하였고 194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DNA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세포는 기능 이상을 일으키거나 죽기도 하고 마구 증식하여 종양이 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돌연변이를 가진 개체가 죽음과 동시에 돌연변이도 사라진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그 개체의 정자나 난자에 영향을 미치면 갑자기 불멸의 힘을 얻을 길이 열린다. 후손에까지 변이가 전해지는 것이다.
돌연변이의 효과는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세대를 거듭하면서 얼마나 널리 퍼지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대부분의 경우 돌연변이는 부정적인 작용을 끼쳐 소유자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이거나 생식능력을 해친다. 그런데 돌연변이가 긍정적인 작용을 할 때는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단백질의 구조를 바꾸어 음식을 소화시키거나 독성 물질을 분해하는 능력을 개선한다면 이런 유전자를 가진 돌연변이는 점점 많아질 것이 당연하다. 이 경우 학자들은 이 돌연변이가 다른 것들보다 생존에 더 적절해졌다고 말한다.
1930년대 학자들은 종들의 다양성과 화석의 증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여 생태학, 동물학, 고생물학에서 새로운 요소를 접합시키기 시작했다. 1937년 소련의 과학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Theodosius Dobzhansky, 1900〜1975)는 『유전학과 종의 기원, Genetics and the Origin of Species』라는 책에서 현대적 통합 진화론을 크게 발전시켰다.
도브잔스키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토머스 헌트 모건(Thomas Hunt Morgan)의 실험실에 합류하여 초파리의 돌연변이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초파리의 염색체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유전자의 차이를 판단할 수 있었다. 즉 그가 연구한 각각의 집단은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분명한 표지를 염색체에 달고 있었다.
영국 의사 아치벌드 개로드(Archibald Garrod, 1857〜1936)는 특정 유전병이 인체의 신진대사를 담당하는 효소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로부터 유전자가 효소의 생성까지 관장한다고 주장했다. 유전자가 생명체의 대사를 관장한다는 개로드의 가설은 1930년대를 통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고 이후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효소에 대응한다는 ‘1유전자 1효소’ 가설이 세워졌다.
유전학자들이 초파리를 많이 연구하는 것은 다양한 형질을 가지고 이 형질들이 유전되는데다 채집하기 쉽고 빨리 번식하기 때문이다. 한 쌍의 초파리 부부에서 200마리의 ‘초파리 자식’을 얻을 수 있고 이 자식들이 8〜10일이 지나면 벌써 자신들의 자식을 낳을 수 있다. 또한 초파리의 세포들에는 염색체가 많지 않고 이 염색체들 중 일부는 당대의 현미경으로도 연구할 수 있었다.
<새로운 종 탄생>
DNA연구가 활성화되자 유전학자들은 초파리에서 발견되는 다양성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생물학자들은 인종들 사이에 대단한 유전적 차이가 있으며 심지어는 생물종적인 차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인간의 유전자를 연구한 결과 이런 생각들은 현재 대부분 틀렸음이 밝혀졌다. 스탠퍼드 대학의 마커스 펠드먼은 ‘인종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던 생물학적 생각은 대부분 유전학전 연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과학이 발달한 21세기에 들어와서 자연선택이 생물체의 모습을 바꾸고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광경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과학자들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자연선택이 작용하는 것을 발견한다. 다윈의 세 가지 기본 개념을 간단하게 복제, 변화, 경쟁을 통한 보상인데 어디서든지 다윈의 진화이론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설명은 근대의 과학 발전으로 알려진 것이지만 다윈과 동시대에 살았던 멘델이 식물 교배에 관한 실험 보고서를 통해 유전이 혼합의 과정이 아니라 각각의 형질을 개별적인 단위로 보존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데 중요성이 있다. 붕어빵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부모와 자식이 외형적은 물론 성격 등이 똑같은 경우 자주 사용되는 말인데 이는 부모의 형질이 자식에게 전해졌기 때문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마디로 부모와 자식은 다른 사람보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유전인자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추후의 연구에 의한 돌연변이에 대한 과정도 상세하게 밝혀졌다. 염기(A, C, G, T)가 복제될 때 100억 번에 한 번꼴로 문자 하나를 빼먹거나 추가하거나 또는 틀린 문자를 복제하는 실수가 발생한다. 이것이 돌연변이다. 그런데 이것이 유전되는 것은 잘못된 DNA 배열 역시 올바른 배열과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복제되기 때문이다.
일부 돌연변이는 ‘조용하다’. 즉 돌연변이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의 기능에 아무런 효과를 미치지 않는다. 드물게 돌연변이를 통해 기능이 향상된 유전자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때 자연 선택 과정을 통해 전체 종이 점진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변한다. 그러나 돌연변이가 중요한 단백질에 변화를 가져와 그 생물에게 해를 끼치거나 죽음도 갖고 온다. 돌연변이에 의해 오히려 퇴화되며 이것이 요인이 되어 결국 전체 종이 멸종할수도 있다.
돌연변이의 형태는 수없이 많이 있다. 이점이 학자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인데 여하튼 돌연변이는 또한 정확한 암호를 가진 유전자들이 염색체상에서 엉뚱한 위치에 가 붙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다. 세포 분열의 간기와 전기 동안에 기다란 DNA 코일은 세포핵 곳곳에 산만하게 감겨 있다가 뭉쳐지면서 염색체를 이룬다. 개개의 암호 배열인 유전자가 처음으로 염색체상에 분명한 띠로 보이는 것은 이 단계다. 모든 유전자는 매번 똑같은 염색체상에 똑같은 순서로 정렬한다. 그러나 DNA 복제 또는 염색체 분리 때 일부 유전자가 엉뚱한 염색체에 붙거나 염색체는 제대로 찾더라도 염색체상의 엉뚱한 장소에 붙을 수 있다.
유전적으로 발생하는 질병도 돌연변이로 설명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중 2%는 유전적 결함을 지니고 태어난다. 자연유산 중 40〜50%는 염색체 이상 때문이며 유아 사망자 중 약 40%는 유전 질환 때문이다. 모든 어린이 중 30%, 어른 중 10%는 생애 중 언젠가는 유전적 장애 때문에 병원을 간다.
이는 에드워드 이스트(Edward M. East, 1879〜1938)가 담배나무를 연구한 후 얻은 결론과 일치한다. 그는 환경 조건의 변화가 없는 상황인데도 담배나무에 나타나는 어떤 변화들은 유전자 자체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일어나는 돌연변이의 결과라는 것을 발견했다. 즉 유전 암호에 일어나는 돌연변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염색체 돌연변이 역시 세포나 생물의 생존 능력을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돌연변이도 자연 선택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 돌연변이로 얻은 획득 형질이 자손에게 유전되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유리한 특성을 부여한다면 그 덕분에 살아남은 생물들은 계속 번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다윈이 멘델의 논문을 읽었거나 직접 만날 수 있었다면 그의 진화론은 획기적으로 변모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그의 변이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교정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학사들의 연구에 의하면 멘델이 독일어판 『종의 기원』을 읽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므로 멘델이 자신의 연구가 다윈의 주장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 틀림없지만 다윈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다윈의 경우에도 멘델의 연구결과를 반복해서 인용한 빌헬름 올버스 포케의 유명한 논문을 깊이 연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결과를 자신의 주장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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