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생명의 나무(2)>
분자 수준에서 진화 즉 ‘생명의 나무’를 연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DNA가 이중나선이라는 것을 발견한 프랜시스 크릭이 제안한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뉴클레오티드 염기의 네 개의 알파벳 A,C,G,T에서 어떻게 모든 단백질이 조립될 수 있느냐에 의문을 보냈다. 그는 이를 1957년, 런던 대학교에서 열린 실험생물학회의 연례 심포지엄에서 발표했고 1년 후 「단백질 합성에 관하여」라는 논문으로 자신의 생각을 발표했다.
크릭이 왓슨과 함께 DNA가 이중나선을 발견한 1953년에서 단 4년 후로 이 논문은 생물학의 이론적 근거를 바꿀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어 심지어 뉴턴의 『프린키피아』와 비교될 정도였다.
그는 이 논문에서 DNA 명령에 따라 단백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주목하면서 DNA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또 다른 핵산인 RNA(리보핵산)가 관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긴 분자들이 진화의 나무를 보다 정확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분자계통학이 태어나는 계기다.
크릭과 왓슨이 1962년 노벨상을 받은 직후인 1964년 36살의 일리노이 대학교의 칼 워즈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종신 재직권을 얻었다. 한마디로 논문 발표에 대한 압박감 없이 장기간 모험적인 연구 프로젝트에 매진할 수 있는 자격을 받은 것으로 그는 그 기회를 분자생물학에 걸었다.
그는 생명의 나무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생명의 기원 즉 지구에서 생명체가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하는 거의 35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가장 단순한 세포의 기원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포의 '내부 화석 기록'을 사용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분자 증거들, DNA와 RNA, 단백질을 이루는 일렬로 늘어선 구성단위를 분석해보자는 것이다.
그는 리보솜에 초점을 맞추었다.
박테리아를 포함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뿐만 아니라 식물, 균류는 물론 다른 모든 세포 유기체는 모두 많은 리보솜을 갖고 있다. 조립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리보솜은 유전자 정보를 받아서 아미노산을 원료로 하여 더 큰 물질인 단백질을 생산한다. 한 마디로 리보솜은 유전자를 살아 있는 몸으로 바꾸는 것이다.
워즈는 이어서 RNA에 주목했다.
워즈는 시행착오 끝에 16S rRNA를 찾아냈다. 이것은 단편이 아니라 상당히 긴 구조로 모든 서열을 볼 수 있는데다 지구상의 모든 박테리아에 존재한다. 즉 박테리아간의 상관 관계를 추론하는데 적격이었다.
그러면서 워즈는 동료인 울프 교수와 함께 특이한 박테리아에 열중했다. 바로 '메탄생성균'이다. 메탄생성균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대신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대사하면서 부산물로 메탄을 생산한다. 어떤 메탄생성균은 그린란드 빙하나 깊은 바닷속, 뜨거운 사막의 토양처럼 극한 환경에서도 번성한다.
1976년, 워즈는 울프와 함께 배양한 첫 메탄생성균에 '메타노박테리아 호열성세균(델타 H)'이라 명명했다. 그런데 델타H에서 모든 원핵생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표식이 다소 다름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델타 H’는 진핵생물과 동시에 원핵생물의 패턴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그동안 생물학계의 통설인 모든 생물이 원핵생물과 진행생물 단 2개로 나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이들을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례적인 존재, 세 번째 종류라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생명의 나무는 두 개가 아니라 세 개라는 주장이다. 그들이 세 번째에 붙인 이름은 ‘아르케박테리아(Archaebacteria)’이다.
바로 이 이름이 그들을 두고두고 속을 썩였다. 그들이 박테리아로 명명했기 때문에 박테리아와 다른 것이 있다해도 생명의 나무에서 한 가지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냐이다. 이름 명명에 실수했다는 워즈는 이후 ‘아르케이아(Archaea)’로 바꾸지만 한 번 붙인 이름은 계속 그들을 따라다녔다.
여하튼 이름 때문이 아니든 그들의 주장 즉 '아르케이아'는 1980년대, 1990년대까지도 과학의 주류로부터 완전히 왕따 당했다. 하지만 독일의 오토 칸들러 박사 등은 그들을 지지했다. 그들은 호열호산성박테리아, 호열성 박테리아, 메탄생상 박테리아 분자들이 일반 박테리아와 구분되는 특이성이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이 생물들이 박테리아와 완전히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세 번째 생명체는 새로운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그동안 통용된 나머지 두 왕국의 기원과 역사에 관한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것은 그들이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서로 분화되느냐이다. 또한 세 번째 생명체와 어떤 관계이고 어느 것이 먼저인가라는 의문점도 제기된다. 특히 세 왕국 중에서 왜 유독 하나의 계통만이 눈에 보이는 동물과 식물, 균류, 우리 인간과 같은 다세포 유기체로 살아남았으며, 반면에 나머지 두 왕국은 어째서 다양한 종으로, 엄청나게 풍부한 양으로 그리고 눈에 안 보이는 미세 단일세포로 살아온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질문은 생명의 나무가 과연 어디에 뿌리를 내렸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이 이런 혈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한 슈퍼우먼이 등장한다. 바로 린 마굴리스이다.
그녀는 1967년 20억 년의 진화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고 「세포분열의 기원On the Origin of Mitosing Cells」이란 논문에서 주장했다. 진핵세포는 어디에서 왔는가이다.
그녀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정량적인 증거 자료는 거의 없었지만 놀랍게도 학계로부터 엄청난 반향을 받았다. 논문의 구성에 다서 어설픈 점이 있음에도 이러한 반응은 그녀가 '세포분열'이 아니라 '기원'부터 생각해봐야 한다고 역설했기 때문이다. 즉 진핵세포의 시작부터 살펴보자는 것이다.
그녀의 의문은 간단하다. 어떻게 생명이 핵이 없는 상태에서 핵이 있는 상태로 변화했는가이다. 그런데 그녀가 내놓은 가설은 ‘진핵세포는 다름 아닌 고대의 공생 생물이 진화한 결’라는 것이다. 그녀는 이에 ‘내공생(endosymbiosis)’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녀의 설명은 간단하다. 한 유기체가 다른 유기체의 세포 안에 살게 되고,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자신이 들어앉아 있는 유기체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떤 생물체가 원핵생물을 진핵생물로 이행시켰을까하는 질문에는 박테리아라고 답했다. 마치 인체 내부에서 간이나 비장이 하는 역할처럼, 특화된 기능을 가진 복합체로서 새로운 세포기관으로 굳어졌다는 주장이다. 그 세포기관은 생명체의 중요한 에너지 생산기관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엽록체chloroplasts, 중심소체centrioles라 불리는 것들이다.
본명이 린 알렉산더인 린 마굴리스는 린시카고에서 태어나 시카고 대학에서 학부를 마친 뒤, 천문학자 칼 세이건 박사와 결혼하며 세이건을 따라 린 세이건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이사한 위스콘신주의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했고 지도교수가 한스 리스 박사이다.
1960년대 초반, 한스 리스는 엽록체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한 전자현미경 실험에서, DNA의 증거를 발견했다. 박테리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DNA 섬유DNA fibrils, 이중막, 기타 구조적 특징들이 발견한 것이다. 그것은 유전자가 핵뿐만 아니라 세포질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중요한 성과였다.
더구나 이들 엽록체의 형질은 곧 시아노박테리아로 명명될 미생물 집단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것은 엽록체 자체가 박테리아이거나 또는 박테리아였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린은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녹조류의 엽록체에 DNA가 있다는 증거를 찾앗다. 이것이 토대가 되어 1967년 그녀의 폭탄 발표가 이어진 것이다.
물론 그녀의 아이디어의 시원은 1896년 미국으로 망명한 러시아인 콘스탄틴 메레슈코프스키로 인식한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해양생물에 대해 연구했다. 특히 그는 규조류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규조류는 각 세포가 조개처럼 생긴 규소 벽에 둘러싸인 것들로 미세한 생물임에도 매우 복잡했다.
그는 규조류를 엽록체와 해부학적 구조로 분류했는데 엽록체는 박테리아와 매우 흡사했다. 그는 이를 보고 내부에 정착하게 된 박테리아가 이들(조류)뿐 아니라, 모든 식물이 갖고 있는 엽록체가 되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이 현상을 둘 이상이 결합하거나 연합하여 공생관계에 들어간 유기체의 기원이라며 '세포내공생설(symbiogenesis)'이라 명명했다.
그는 1902년에 러시아로 돌아가 1905년 식물 엽록체의 기원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스웨덴계 미국인 이반 월린이 그의 내공생을 보완했다. 그는 복잡한 유기체들이 가진 또 다른 기관인 미토콘드리아 역시 잡아먹힌 박테리아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 역시 당대의 학계로부터 외면당했다.
린은 그들이 주장한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 외에, 다른 세포 내 기관을 추가했다. 바로 헤엄쳐 다니는 미세한 진핵생물의 편모(flagella)와 우리 인간을 포함한 사실상 모든 진핵세포에서 나오는 작은 섬모(cilia), 세포 내 미세한 구조체인 중심소체(centrioles)였다. 이들은 서로 닮았을 뿐 아니라, 스피로헤타라고 불리는 박테리아들과도 유사하므로 린은 이들 역시 포획된 박테리아에서 유래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녀의 가설은, 예전 아메바 형태였던 초기 진핵생물이 그것을 잡아먹음으로써 물결치는 꼬리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별한 구조적 특징을 나타내는 유전자의 일부가 숙주생물의 유전정보 안으로 어떻게든 통합되어 공생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 유전자들이 가진 세 가지 목적은 편모, 섬모, 중심소체를 만드는 것으로 보이며 그들의 특징이 자손으로 유전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박테리아가 지닌 편모와 진핵생물의 편모는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이름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1980년부터 그녀는 특별히 이들을 '운둘리포디아', 물결 치는 작은 다리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운돌리포디아는 린의 독자적인 아이디어이다.
린이 남다른 인정을 받은 것은 메레슈코프스키와 월린 그리고 여러 초기 연구자를 인정했고, 윌슨과 그녀의 옛 스승 한스리스도 언급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주장도 있지만 다른 과학자가 먼저 주장했던 여러 가설들이 토대가 되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녀의 주장이 큰 파급을 가져온 것은 진화적 혁신을 초래한 유전적 변이의 주요 원인에 대한 신다윈주의의 내용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라는 설명 때문이다. 변이의 주된 요소는 신다윈주의자들이 생각하는 미세하고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게놈의 획득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종의 진정한 기원이 공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진화의 패턴 즉 생명의 나무는 거미줄(web)으로 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1969년 코넬 대학교의 로버트 휘태커 박사는 생명의 나무를 5개의 타원 형태엽으로 표현했는데 위쪽에 3개 아래쪽에 2개가 쌓여 있다. 그는 엽으로써 모든 생명을 다섯 왕국으로 구분하여 제시한 것이다.
생명의 왕국이 5개라는 주장은 그가 형태학이 아닌 생태학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휘태커의 처음에 유기체를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 세 가지로 분류했다. 각각 식물, 동물, 균류인 로 분류했고 이후 맨 아래 모네라, 그 위로 원생생물이 솟아올랐고, 거기서 다시 식물, 균류, 동물이 자라났다.
모네라는 에른스트 헤켈이 주장한 생명의 나무 밑둥이다. 모든 생명체의 기원이 된 태초의 공통 조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박테리아를 닮은 가장 단순한 단세포 생물을 지칭하는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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