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생명의 나무(3)>
생명의 나무가 여러 가지로 변화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앞에서 거론된 모든 것을 종합하는 새로운 형태가 제시되기 시작했다. 근래의 생명의 나무는 '생명의 세 번째 왕국'까지 등장한다. 한마디로 '아르케이아'가 독립적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워즈는 이를 '빅 트리(big tree)'로 다루었다. 그는 170종이 넘는 유기체들의 분자 서열로 검토하여 1980년 「원핵생물의 계통」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논문 주제는 세 가지이다.
① 진화에 16S rRNA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② '원핵생물'은 의미 없는 분류이므로 대신 박테리아, 아르케이아, 진핵생물로 분류했다.
③ 린 마굴리스의 내공생이 옳았다. 여기에는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된 박테리아가 포함된다.
이것은 다윈의 진화론에 기초하는 '공통 조상의 영역.' 즉 단 하나의 조상이 아니라 왕국이 여러 개 일수 있다는 것이다.
1987년에 워즈 박사는 생명의 나무의 기본을 제시했다.
에른스트 헤켈의 세 왕국, 휘태커와 마굴리스의 다섯 왕국 그리고 레이크의 네 왕국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세 왕국을 견지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리보솜RNA는 태초의 역사를 드러내는 세포 안의 가장 뛰어나고 믿을 수 있는 증거다. 그것들은 모든 살아 있는 유기체에 존재하면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그 정보들은 광대한 시간 속에서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래전 원시생명 시대에 지금의 왕국들로 갈라지게 된 바로 그 증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그루의 나무가 있는데 바로 아르케이아(archaea)이다. 세 가지가 갈라지던 지점 어딘가에, 정확히 소명되진 않았지만 분명 고세포(Archaebacteria,아르케박테리아)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생명의 세 왕국 모두의 보편적인 조상이 된 하나의 계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증거는, 유전자 코드 자체의 보편성이었다.
1990년 6월, 워즈는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오토 칸들러 박사 등과 함께 세 영역은 박테리아, 유카리아(진핵생물), 그리고 ‘아르케이아’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원핵생물은 계통발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범주이며 서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아르케이아와 박테리아를 함께 묶는 것은 잘못된 분류라는 것이다.
그들이 제시한 생명의 나무는 다음과 같다.
‘뿌리가 있는 나무로 나무의 몸통이 하나의 기원으로부터 수직으로 자라났고, 거기서 두 개의 팔다리로 갈라졌으며, 그중 하나가 다시 두 개의 가지로 갈라졌다. 왼쪽의 큰 팔다리는 박테리아, 오른쪽의 두 가지는 아르케이아와 진핵생물이다.’
그동안 과학교과서는 우리 인간 등의 모든 동물과 식물, 균류를 비롯한 그 외 모든 진핵생물이 하나의 조상에서 갈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워즈의 세 왕국은 현재 상당히 많은 학자들이 지지하며 대부분 교과서에 등장한다.
이 문제는 워낙 어려운 문제들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세계 각지에서 여러 분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데 2014년에 1억년 간 새들은 어떻게 진화했나라는 모토로 방대한 진화계통도를 발표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국제 조류 계통분석 컨소시엄’이라는 이름으로 20개 국 80여 연구기관에서 200여 명 과학자들이 참여하여 4년간의 연구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이중에는 한국의 김희발 서울대 교수도 공저자 중 일부로 참여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48종의 전장 유전체를 대상으로 종 분화의 시기를 분석한 결과 6600만 년 전쯤 공룡을 비롯해 생물종의 대멸종 시대를 겪고도 살아남은 조류의 먼 조상이 이후 1000만~1500만 년 동안에 폭발적으로 분화하면서 현재와 같이 다양한 종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현재 조류 종은 1만 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게 번성했는데, 그 바탕은 1억 년의 조류 역사에서 6600만 년 전부터 5000만 년 전까지 사이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빅뱅 진화’ 시기에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조류계통도가 보여주는 것은 하늘 나는 새는 몸도 가볍지만 유전체도 가볍다는 것이다.
조류와 가까운 생물인 파충류 유전체와 비교하면 조류 유전체에는 반복 염기서열이 훨씬 적었으며, 파충류에서 갈라진 이후 초기 진화에서 수백 개 유전자가 소실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조류의 유전체 염기서열 정보 규모는 포유류의 것과 비교할 때 대략 70% 적다. 하늘을 나는 조류로 볼 때 유전자도 ‘적을수록 좋다(less is more)’는 말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포유류에서는 Y염색체가 남성을 결정해 남성은 XY 염색체, 여성은 XX염색체를 지니지만, 조류에서는 W가 여성을 결정해 숫컷은 ZZ염색체, 암컷은 WZ염색체를 지닌다. 특히 인간의 남성 염색체 Y는 진화 과정에서 생식과 관련한 유전자들 외에 다른 기능의 유전자들은 많이 퇴화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조류의 암컷 염색체 W는 현재에도 매우 활발한 기능을 한다고 분석됐다.
새의 부리에서 사라진 이빨의 흔적을 찾는 연구에서 새들은 이빨의 에나멜과 상아질을 만드는 유전체 부분에서 중요한 돌연변이를 일으켰음을 확인했다. 이빨과 관련한 5종 유전자들의 기능이 현존 조류의 공통조상에서 사라졌으며, 그 시기는 1억 년 훨씬 전으로 조류의 종 분화 빅뱅이 일어나기 훨씬 전에 이미 이빨은 새들의 공통조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학자들이 이와같이 계통도 작성에 투신하는 것은 조류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생명의 나무가 생물다양성의 성격에 관한 기초 연구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들 자료가 비교생물학, 생태학, 보존생물학, 기후변화, 농업, 유전체학 등 다 방면에서 응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2015년 230만 생물종 한자리에 모은 진화계통 '생명의 나무'가 공개됐다.
과학자들이 분자생물학에 의한 DNA 분석을 통한 ‘생명의 나무’로 그동안 제기된 학설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인데 한마디로 박테리아서부터 시작해 고등생물로 진화해나가는 모습이다.
이들 연구는 2012년에 발족되어 미국 듀크대학과 미시건대학 등 세계 11개국의 다국적 연구팀이 참여하고 있는데 작업이 방대하다. 그동안 지구상에서 35억년 전부터 살았던 약 2,300만 종에 이르는 동물과 식물, 균류와 미생물 등의 계통도인 ‘OTT(The Open Tree Taxonomy)’를 작성하는 것이다. 35억 년 지구 생물의 진화 과정을 한 자리에 모은 통합형 진화계통도를 그리자는 것이다.
이들의 목표는 간단하다. 생명의 나무가 생물다양성의 성격에 관한 기초 연구에 도움을 주며 비교생물학, 생태학, 보존생물학, 기후변화, 농업, 유전체학에서 응용할 수 있는 계통발생학 최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발표한 생명의 나무는 그동안 축적된 연구의 일부로 자동화 알고리즘을 이용해 학계에서 발표된 생물종 분류 정보와 진화계통 자료를 한 자리에 통합해 모두 233만 9460건의 생물종 정보(분류단위)를 담은 것이다. 물론 통합된 생명의 나무에 담긴 정보는 새로운 것은 아니며 기존에 발표된 500여 건의 계통발생도가 그 바탕이 된 것이다.
2016년, 2015년에 이어 보다 업그레이드된 분자생물학에 의한 DNA 분석을 통한 ‘생명의 나무’를 공개했다.그동안 제기된 학설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인데 한마디로 박테리아서부터 시작해 고등생물로 진화해나가는 모습이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의 로라 허그 박사를 비롯하여 17명이 참가한 것으로 이들은 92종의 박테리아와 26종의 단세포 고세균(古細菌), 그리고 5개 진핵생물(眞核生物) 그룹을 포함했다. 결론은 과거와 다름없이 지구상 곳곳에서 다양한 진화를 해왔지만 생명체의 기원이 박테리아였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 계통도에 따르면 박테리아에서 시작된 생물 종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식물과 동물로 진화해 고등생물로 진화하고 있는데 ‘생명의 나무’ 마지막 밑바닥 부분에 가장 진화한 진핵생물인 사람이 위치한다. 진핵생물에 남조식물(藍藻植物)을 제외한 식물 및 진핵균류(眞核菌類)와 단세포 및 다세포의 동물이 포함돼 있다.
그들이 연구에 동원한 생물 종은 3,000여개에 이른다. 그동안 알려진 2,072개종과 새로 발견한 1,011개종에서 DNA를 채취해 그 안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분석한 후 다윈의 ‘생명의 나무’를 잇는 최신 계통도를 완성한 것이다.
이들 연구는 과거와 정말 다르다. 그들은 아메바서부터 각종 식물과 동물, 인간에 이르는 이 거대한 생물 계통도를 작성하기 위해 DNA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장비와 슈퍼컴퓨터를 동원했다.
그동안 생명의 나무에 대한 많은 연구가 발표되었지만 단세포로 돼 있는 고세균(archaea)과 진핵생물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힌 것도 근래의 연구 성과에 의하며 지구 위의 토양이 박테리아가 끊임없이 진화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들 계통도에서 강조된 것은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연구이다. 지구 생명 탄생의 역사를 미생물에서부터 상세하게 분석해나가야 비로소 진화론의 가설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박테리아로부터 모든 생명체가 진화했다는 가설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특히 앞에 설명된 아르케이아가 따로 분리되었다는 것은 그들의 주장이 대세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보다 구체적인 연구로 진핵생물의 새로운 진화 사실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적어도 30억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생명의 나무가 그렇게 간단하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리라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학을 계속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참고문헌 :
「'1억년 간 새들은 어떻게 진화했나'..방대한 진화계통도 작성」, 오철우, 한겨레, 2014.12.12.
「230만 생물종 한자리에 모은 진화계통 '생명의 나무'」, 오철우, 한겨레, 2015.09.24
「다윈 ‘생명의 나무’ 최신 계통도 완성」, 이강봉, 사이언스타임즈, 2016.04.12
「데이비드 쾀멘, <진화를 묻다>로 진화 연구사의 '모자이크'를 맞추다」, 프리렉, 네이버포스트, 2020.06.18.
「다윈의 B노트_생명의 나무, 발아하다」, 프리렉, 네이버포스트, 2020.06.25.
「칼 워즈와 아르케이아_생명의 나무, 분기하다」, 프리렉, 네이버포스트, 2020.06.30
「린 마굴리스, 변혁의 나팔수_생명의 나무, 변이하다」, 프리렉, 네이버포스트, 2020.07.06
「나무 제작자들과 왕국 수호자들_ 생명의 나무, 완성되다?」, 프리렉, 네이버포스트, 2020.07.17
https://ko.wikipedia.org/wiki/%EC%83%9D%EB%AA%85%EC%9D%98_%EB%82%98%EB%AC%B4_(%EA%B3%BC%ED%95%99)
116. 『원서발췌/종의 기원』, 이종호, 지만지, 2018
117. 『원서발췌/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이종호, 지만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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