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원자력

원자력의 활용 : 원자력발전소(1)

Que sais 2020. 10. 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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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이라는 괴물의 위용을 본 구소련과 미국의 학자들 모두 원자폭탄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전쟁에 사용되어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데 이용되기도 했지만 도로나 교량 건설, 광산 등에서 평화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핵도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원폭의 폭발력이 다이너마이트보다 더 위력적이므로 댐과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의 건설 계획에 광범위하게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항구의 건설, 해협을 파는 것, 암석 파괴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소박한 꿈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타난 것이다. 바로 마리 퀴리가 명명한 '방사능'이다.

방사능이라는 장애가 나타나자 원자폭탄을 산업화에 사용하려는 생각은 포기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방사능의 문제가 돌출되었지만 원자력을 산업에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매력적이므로 학자들은 역발상의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방사능이 문제가 된다면 이를 제어하는 방법을 알아내고 원자력이 꼭 필요한 수요처를 찾아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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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폭탄의 산업 이용>

방사능이라는 복병 때문에 애물단지가 될지도 모를 원자력의 산업화에 물꼬를 튼 것은 군사적 용도로의 효용성 때문이다. 학자들은 잠수함의 동력으로 원자력을 생각했다. 물이나 용융된 금속을 냉각재로 사용하여 원자로를 제어하기만 하면 전기 생산이나 난방을 위해 많은 열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잠수함용 동력원으로 원자력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잠수함의 동력원으로 핵분열에너지를 사용하자는 생각은 1930년대에 이미 예견되었고 1945년에 원자력잠수함 개발계획서가 실제로 작성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사장되었는데 1947년 미 해군 대령인 릭코바가 이미 구상되었던 원자력잠수함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원자력잠수함 계획을 되살렸다. 해군은 곧바로 그의 제안을 받아드려 해군 함선국내에 원자력부를 설치하였고 그가 책임자가 되었다. 릭코바 대령은 사상 초유의 원자력잠수함을 만들기 위해 다소 독선적으로 업무를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가 없었으면 원자력잠수함은 지구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인식할 정도로 핵잠수함 건설에 매진했다.

잠수항속시간(거리)은 잠수함의 중요한 성능이다. 원자력이 잠수함의 동력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연소(산화) 과정이 없으므로 공기(산소)가 필요 없어 한 번의 연료 장전으로 몇 년간 수만 킬로미터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석유연료를 사용할 경우에는 연료보급을 빈번히 해야 하며 연료의 연소용 산소를 위해 정기적으로 해면으로 떠올라 공기를 공급해야 하므로 잠수항속거리에 한계가 있었다.

릭코바는 다음 두 가지를 핵잠수함의 선결요건이라고 제시했다. 첫째는 원자로를 잠수함 내에 탑재해야 하므로 소형일 것 둘째는 구소련과의 군비 경쟁 중이므로 빨리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원자로로서 유일하게 운전 실적이 있던 것은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로로 사용되고 있던 것으로 천연우라늄을 원료로 하고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한 것이지만 부피가 커서 낙제점을 받았다. 당시에 고속증식로라는 개념도 도출되어 있었고 소형이라는 대전제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었으나 실용화 면에서 두 번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러므로 고속증식로 대신에 중속증식로라는 아이디어가 도출되었지만 릭코바는 최종적으로 가압경수로를 채택하여 세계 최초의 원자력잠수함인 노틸러스 호를 19541월에 진수하였고 1955117일 항해 시험에 성공했다. 이 성공이 그 후 거의 모든 원자력발전소에서 가압경수로를 채택토록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노틸러스호는 배수량 3,000t, 잠항속도 3050km/h, 잠항시간 50, 잠항심도 200m 내외, 항속거리 5km 이상의 성능을 가졌다. 1955년에 완성된 이래 1957년에 제1회의 연료보급을 받을 때까지의 26개월간에 약 7만 해리를 주행하였고, 1959년에 제2차의 연료를 공급받을 때까지 다시 93000해리(그 중 8만 해리는 잠항)를 항해함으로써 재래식 잠수함의 결점을 일거에 배제하여 잠수함 자체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일신하였다. 잠수함에 이어 항공모함도 원자력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19609월에 취역한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는 8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한번 출항하면 재공급 없이 지구를 20바퀴나 돌 수 있어 떠다니는 섬이라 불린다.

현재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이 핵추진 군함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은 대체로 원자로를 2개 설치하여 만약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대형 항공모함인 엔터프라이즈 호는 8개의 원자로를 장착했다. 국토가 북극의 얼음바다로 둘러싸인 러시아는 얼음을 깨면서 항해하는 원자력 추진 쇄빙선을 1959년부터 취항시키고 있다.

원자력잠수함과 같은 소형 시설로도 원자력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지자 상업용 발전에 원자력을 이용하려는 계획이 급속도로 추진된다. 군비확장경쟁과 원자력의 군사이용에 따르는 반발을 누그러뜨리는데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미국 펜실바니아 주 쉬핑포트에서 195712월 세계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가 상업운전에 성공하였다고 대대적으로 선전되었다. 그러나 영국이 발끈했다. 1956년에 세워진 콜더홀 1호기가 세계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라는 것이다. 그러자 소련이 보다 크게 발끈했다. 소련의 오브닌스크의 원자력 발전소가 19546월부터 가동되어 오브닌스크 인근에 공급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영국과 소련의 원자력발전소가 모두 군사용 플루토늄 생산을 겸한 발전소이므로 순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는 미국의 쉬핑포트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소련의 원자력발전소는 그야말로 쾌속전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소련은 1951년에 이미 원자력발전수 부지를 확보하고 첫 삽질이 시작된 지 만 3년도 안된 1954년에 원자력발전소 가동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의 주장은 어떠하든 소련의 원자력발전소는 세계인들의 미목을 끌어 세계 100여국의 저명인사 8천여 명이 이 발전소를 방문한다. 인도의 네루 수상, 인디라 간디, 호지명, 유고의 티토 등은 물론 졸리오 퀴리 등이 이곳을 방문했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의 김일성도 이 방문자 명단에 끼어 있다.

 

<일반 발전소와 다름없는 원자력 발전소>

원자폭탄은 핵분열 물질을 임계 질량이 되지 않는 두 개의 덩어리로 배치한 다음 어느 순간 그 둘이 갑자기 합쳐지게 함으로서 임계 질량을 넘겨 버리는 것이며, 이 과정을 조절하여 전기 발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자력 발전소이다.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의 기본 개념은 모두 비슷하다. 모든 발전소는 터빈에 연결되어 있는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어낸다. 이때 터빈을 돌리는 동력으로 물을 이용하면 수력발전소가 되고 화력을 이용하면 화력발전소, 원자력을 이용하면 원자력발전소가 된다.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소도 그 원리만 놓고 보면 크게 복잡할 게 없다. 일반적인 화력발전소는 보일러에다 석탄 또는 석유 등의 화석 연료를 태워서 얻은 열로 물을 끓인다. 거기서 나온 수증기를 가지고 터빈을 돌리고, 이 터빈이 다시 발전기를 돌림으로써 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원자력발전소는 불을 때는 것이 아니라 핵분열을 할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물을 끓이는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원자로가 화력발전의 보일러 역할을 담당한다. 원자로는 우라늄이 핵분열하면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도록 만들어진 우라늄 전용보일러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로 열에너지를 방출하는 우라늄 전용보일러와 핵연료를 장전하는 노심(爐心), 핵연료의 부식 또는 방사성 물질의 누출(漏出)을 막기 위한 피복재, 핵분열을 돕기 위한 감속재(減速材), 발생된 막대한 열을 빼앗거나 냉각시키기 위한 냉각재(冷却材), 중성자의 누출을 막기 위한 차폐재(遮蔽材), 핵분열을 제어하여 원자로의 출력을 조정하기 위한 제어재(制御材), 이들을 외부 공간과 차단하는 구조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로 속에 핵연료를 집어넣어 핵분열을 일으키면 우선 원자로 속에는 섭씨 300150기압에 달하는 고온, 고압의 물이 생긴다. 이 물은 급수를 데우면서 28055기압으로 내려가며, 다시 원자로 속으로 들어가 가열된 원자로를 식히는 동시에 핵연료가 발생시키는 열에 의해 다시 뜨거워지는 순환 과정을 되풀이한다. 한편 뜨거워진 급수는 수증기로 변해 터빈을 돌리고, 그 다음에는 커다란 탱크 속으로 들어가 바닷물에 의해 식혀지면서 보통 물이 된다. 이 물이 다시 급수로 사용되어 보일러에 들어가 수증기가 되고 계속해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이 수증기가 파이프를 통하여 터빈을 돌리면서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계통도로 간단하게 설명하면 핵분열로 얻은 열에너지-냉각재-열교환기-증기-터빈-발전기-발전 등의 단계를 거친다.

뜨거운 냉각재가 돌아다니는 파이프나 기계를 총칭하여 ‘1차 계통이라고 하며 급수가 돌아다니는 파이프나 기계를 ‘2차 계통이라고 한다. 뜨거워진 1차 냉각재는 파이프를 통해 증기발생기라는 보일러 속으로 들어가 별도로 격리된 ‘2차 냉각재혹은 급수라는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든다. 이는 마치 끓는 물 속에 통조림을 넣어 덥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계통도로 간단하게 설명하면 핵분열로 얻은 열에너지냉각재열교환기증기터빈발전기발전 등의 단계를 거친다.

1차 계통을 제외하면 일반 발전소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1차 계통의 물은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 속을 드나들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어 있다. 물론 1차 계통과 2차 계통을 엄격히 분리하고 폐쇄회로로 순환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유출되지는 않는다. 핵분열은 원자로 속에서만 일어나고 원자로 속을 돌고 있는 물 즉 냉각재는 2차 계통이나 다른 회로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요소 중에서 감속재, 냉각재, 반사재 및 차폐제로 다양하게 두루 활용되는 것이 바로 물이다. 물은 열용량이 크고, 냉각재를 순환시키는데 필요한 펌프의 동력이 적게 들며, 질량이 작아서 감속 작용이 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값이 싸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물에다 압력을 걸어 주는 과정이다. 이른바 가압 경수로’, ‘가압 중수로하는 게 이런 개념인데, 이것은 우리가 높은 산에 올라가 밥을 하면 생쌀이 씹히는 경우가 많은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높은 산에서는 평지보다 공기의 압력, 즉 기압이 낮다. 평소에는 물이 100도가 되어야 끓지만, 기압이 낮으면 100도가 안 되어도 끓어 버린다. 그래서 쌀이 설익는 것이다.

원자로에서는 물이 100도에서 끓어 버리면 곤란하다. 그 정도 온도로는 급수를 데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청난 압력을 걸어 주면 100도가 넘어가도 물은 수증기로 변하지 않고 계속 액체로 남아있다. 앞에서 섭씨 300도의 물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런 이유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1차 냉각재로 쓰이는 보통 물(경수)100배 이상으로 압력을 가하여 끓지 않도록 만든 원전을 가압경수로원자력발전소라고 부른다.

한편 보통의 수소보다 두 배가 무거운 중수소와 산소가 결합한 중수를 감속재와 냉각재로 사용하는 발전소를 가압중수로원자력 발전소라고 한다. 중수는 수소 원자핵에 중성자가 하나 더 들어간 중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만들어진 물이다. 중수로는 우라늄 2350.7퍼센트 포함되어 있는 천연 우라늄을 그냥 원료로 쓸 수 있다. 그러나 경수로는 자연 상태에서 채취한 천연 우라늄의 농도를 34퍼센트 정도로 높여 주어야 원료로 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른바 핵연료 농축이라는 별도의 공정이 필요하다. 그밖에도 경수로는 연료를 교체할 원자로 가동을 약 2달 정도 중단해야 하는 데 중수로는 연료를 교체하기 위해 원자로의 가동을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중수는 물 속에 약 0.015퍼센트가 들어 있으며 보통 물보다 1.2배가 무거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보통 물에서 중수를 얻기 위해서는 물을 전기 분해하거나 증류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따르고 비용도 많이 먹히지만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설비와 기술,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선호된다. 특히 경수로보다 유리하게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 용도로 일부 국가에서 선호하는에 여하튼 여러 가지 제한 때문에 중수로는 경수로보다 많이 보급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경수형 원자로는 우라늄235의 비율이 34퍼센트인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해야 하지만 그 대신 냉각재와 감속재로 경수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원자력발전소는 경수형 원자로로 건설되며 한국의 경우도 경수형 원자로가 주력을 이루고 있다. KEDO의 주도하에 북한 신포시에 건설하던 신포원전도 물론 경수형이다.

원자로 내에서 핵분열을 제어하는 기능은 원자로 속에 설치된 제어봉(control rod)이 담당한다. 핵분열 연쇄반응이 시작되면 반응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많은 핵분열이 일어나고 생성되는 중성자의 수도 증가하며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때 핵분열 반응을 계속 지속하게 되면 핵연료 과열을 초래하여 원자로 내부를 녹아버리게 할 수 있다. 소위 핵연료가 녹는 노심용해(멜트다운)와 같은 사태로 간단하게 말하여 핵분열 반응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열을 식히지 못하면 발생한다.

이러한 결과를 막기 위해 연쇄반응이 적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장치가 제어봉이다. 제어봉은 원자로 속의 핵연료 사이를 상하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 제어봉이 원자로 위로 올라가 있을 때는 중성자가 많아져 연쇄반응이 왕성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제어봉이 원자로 아래로 깊이 들어가 있을 때는 중성자가 제어봉에 흡수되어 연쇄반응이 중단된다. 제어봉이 핵연료 속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연쇄반응의 속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 장치로 항상 원자로의 출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조종한다.

한편 원자로 속에서 핵연료의 연쇄반응이 일어나 열이 발생할 때 방사능 물질도 나온다. 이때 방사성 물질이 새나가지 않도록 핵연료는 지르코니움이라는 특수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관 속에 밀봉된다. 따라서 핵분열이 일어나 방사성 물질이 생긴다 하더라도 지르코니움 관 속에 들어 있으므로 밖으로 새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