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원자력

원자력의 활용 : 원자력발전소(3)

Que sais 2020. 10. 1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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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로는 중성자와 우라늄 같은 핵분열물질에 의한 연쇄반응의 결과 핵에너지를 방출시키는 장치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점에서 연탄난로와 다름이 없다. 근래 연탄이 거의 사라졌지만 연탄난로란 무연탄과 같은 연소물질이 산소와 연소한 결과 화학반응열을 방출하는 장치이다. 그런데 이들의 차이는 간단하게 전자와 원자핵의 차이다. 한마디로 원자로는 원자 속의 작은 원자핵과 관련하지만 화학반응열은 전자에만 관련된다. 즉 무연탄이 탄다는 것은 각각 탄소와 산소의 제일 바깥쪽의 구역에 있는 최외곽전자들의 조작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즉 전자들이 서로 함께 붙으면서 탄산가스가 나오는데 이때 화학반응열이 나오고 그 열로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다. 이때 원자의 한가운데 있는 원자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원자력 발전의 핵심이다.

 

감속재에 대해 좀 더 설명한다.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자로는 거의 모두 열중성자로라고 부르는데 이는 핵분열에서 생긴 빠른 중성자를 어떻게 해서든 감속시켜 속도를 떨어뜨려서 열중성자로 만들어 이를 우라늄핵연료에 효율 좋게 잡아먹혀서 핵분열을 계속 일으키게 하도록 만든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핵연료와 감속제를 적절하게 혼합해서 노심 속에 집어 넣어 주어야 한다.

감속재는 핵연료와 부부관계로 설정된다. 궁합이 맞지 않으면 원자로인 집안이 엉망이 된다. 가장 효율적인 감속재로 중수소를 거론하는데 중수소는 대단히 가벼우면서도 식욕이 대단하다. 그런데 중수소의 문제점은 물에서 극히 적어 1톤의 물 속에 불과 140그램뿐이다. 더구나 물에서 중수소를 분리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아 가격이 매우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장점 때문에 즉 천연 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중수로를 사용하는데 한국의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이것이다.

보통 물을 의미하는 경수는 중수소와 같은 높은 효율을 내지는 못하지만 가격이 저렴하여 대부분의 원자력발전소가 사용한다. 그런데 경수 속에 천연우라늄을 그대로 넣어서는 어떠한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원자로가 임계상태로 되지 않는다. 잡아먹히는 중성자가 더 많기 때문에 중성자의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준 것이 농축우라늄이다. 우라늄235의 비를 천연우라늄의 0.7퍼센트에서 23퍼센트로 올리는 것으로 이렇게 하면 핵 분열의 원천을 단번에 34배를 높이는 결과가 된다. 즉 그만큼 핵분열하는 비율이 증가하며 또한 중성자의 자손번영에 큰 도움을 준다. 즉 우라늄 체질을 개선하여 무한증가율을 1보다 높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라늄 농축이란 천연우라늄 속에서 우라늄238을 꺼냄으로써 상대적으로 우라늄235의 비를 높여주는 것인데 이 분리가 만만치 않다. 이유는 우라늄235와 우라늄238이 동위원소이므로 화학적 성질이 똑같아 화학적인 방법으로는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두 가지 우라늄의 무게를 이용한다.

문제는 이 차이가 너무 작지만 그래도 인간들은 이를 극복했다. 맨하튼 프로젝트에서 육불화우라늄 가스분리로 이 난관을 극복하였는데 현재도 이 공정이 간단치 않아 이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나라는 핵강국 뿐이다.

흑연도 훌륭한 감속재다 흑연의 원자핵은 수소나 중수소보다 무겁다. 흑연은 빨간 공 6, 하얀 공 6개이므로 무게는 수소의 12배이다. 따라서 중성자의 속도 저감 효과는 매우 떨어진다. 그러나 흑연은 열중성자에 대해서 소식가이므로 합격이다.

 

<안전하나 완전하지는 않다>

원자폭탄에 이어 원자력발전소의 가능성이 엿보이자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인류의 번영과 발전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 큰 기대감을 보였다.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된 지 10년 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우리가 이 계획을 실천하기만 하면 인류는 영원히 지치지 않는 원자력이라는 하인을 갖게 될 것이다.’

 

이후 60여년이 지난 현재, 전세계에서 수많은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전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정말로 안전한가이다. 자칫 폭발하지는 않는가? 그리고 원전 주위에 사는 사람들에게 건강상 피해는 정말로 없는가? 이런 의문과 궁금증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으므로 불신이 떠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원전은 안전하다. 문제는 완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완전하지 못한 이유를 큰 틀에서 본다면 인간이 만든 그 무엇이든 완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실을 원전에 관련하는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러므로 안전하지만 완전하지 않는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 초창기부터 인간의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온갖 장치들을 모두 동원한 것이 바로 현재 가동되고 있는 원전이라 볼 수 있다.

 

<원전 안전하게 만들기>

SF영화의 큰 주제는 악당 천재과학자가 나타나 세계를 정복하는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 이때 제기되는 아이디어 중 하나가 핵융합과 핵분열 기술이다. 한마디로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수소폭탄과 원자폭탄을 마음대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영화의 속성상 정의의 용사(주인공)이 나타나 악당 천재과학자의 야욕을 수포로 돌리지만 인간사에서 악당이 반드시 패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상 최대의 악당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영웅으로 치켜지는데 이 말은 악당이 언제든지 활보할 수 있는 마당이 제공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과거에 악당이 현재에 영웅으로 인식된다면 현대의 악당이 미래에 영웅으로 불러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히 영화에서 악당이 원자폭탄을 탈취하여 세계를 위협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원자폭탄처럼 매력적인 무기는 없다는 뜻으로도 이해되는데 이때마나 발사 암호가 관건이 된다. 사실 핵무기가 기계의 고장이나 인간의 실수로 인하여 결코 취소할 수 없는 발사명령이 내려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즉 히로시마나 나카사키에 투하된 의도적인 원자폭탄 발사는 제처 두고라도 실수에 의한 폭발만 일어나도 한 순간에 지구는 멸망할 수 있다. 이러한 걱정은 원자폭탄을 소유한 모든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말 못할 고민거리 중의 하나이다.

SF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우여곡절을 겪은 후 원자폭탄으로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을 처치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인간사에 정말로 그렇게 될 지는 의문된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영화의 이야기는 과장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취된 원자폭탄에 관한 한 영화처럼 간단하게 발사가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정을 총괄하는 한 명의 주인공, 대통령에게 권총을 들이대어 한 두 번의 암호 입력으로 발사되는 체계는 더욱 아니다. 일단 원자폭탄을 확보한 미국과 소련은 이러한 우려를 알고 총알같은 대안을 내 놓았다.

 

새로운 세계 전쟁의 위협은 항상 존재한다. 핵무기의 우발적 또는 무단 발사를 예방하기 위해 매우 단호한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폭탄에 대해 만반의 안전조치를 취할 여타 나라들은 원자폭탄을 가지려는 생각조차 꿈꾸지 말라는 뜻이다. 사실 원자폭탄에 대한 안전조치는 영화에서 보이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1960년대 초 미국에서 매우 위험한 사고가 발생했다. 무려 24메가톤급의 원자폭탄을 실은 폭격기 한 대가 미국 본토에서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이 사고로 원자폭탄이 지상에 떨어졌는데 다행히 많은 안전장치 덕분에 폭발하지는 않았다. 후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회수해서 정밀 조사해 보니 여섯 개의 안전 장치 중 다섯 개가 풀려 있었다. 실로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만약에 이 폭탄의 안전장치 중 남은 한 개 마져 풀어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다. 24메가톤이라면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약 1,000배 이상에 해당한다. 영화를 보면 이런 경우 미국은 소련이 공격했다고 믿고 곧바로 반격에 나서 소련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즉각 발사되고 원자폭탄을 탑재한 전폭기들이 소련을 향해 발진한다. 영문을 모르는 소련은 미국의 공격을 받자마자 곧바로 이에 맞서 원자폭탄 발사 명령을 내린다. 세계 3차대전이 순식간에 벌어지고 지구는 완전히 쑥대밭이 된다. 원폭을 탑재한 폭격기 한 대의 고장이 순식간에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원자폭탄 보유국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안전장치를 더욱 더 강화하여 결코 사고나 우연에 의해 원자폭탄이 발사되지 않도록 치밀한 주의를 하고 있다. 물론 아무리 준비를 완전하게 하더라도 핵폭탄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하려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 최상이다.

원자폭탄에 관한 문제는 여기에서 거론할 문제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원전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있지 않겠느냐하는 우려다. 원전에 대한 두려움을 다시 정리하면 대체로 다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원전이 폭발하지 않을까 둘째는 운영 중 사고로 인해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이고 마지막은 원전에서 나온 폐기물이나 원전 자체에서 발생되는 방사능이 혹시 주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이다.

첫 번째 원전이 원폭처럼 폭발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클라우드 The Cloud란 영화의 주제는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일어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거대한 먹구름이 대 재앙을 일으킨다. 이 영화는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구름이라는 소설이 원작인데 영화에서 원자력발전소가 원자폭탄처럼 폭발한다. 영화 속성상 흥미를 주기 위해 픽션들이 가미된 건 당연한 일이지만 영화처럼 원전이 폭발하여 재앙을 몰고 오는 핵구름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원자력 발전소가 애초에 폭발이 일어나기 힘든 구조를 하고 있다는 것은 차제하더라도 원전은 결코 폭발하지 않는다. 원전에서 사용하는 연료가 우라늄이든 재처리해서 나온 플루토늄이든 농축 정도가 폭발할 만큼 높지 않기 때문이다. 도수가 높은 위스키나 보드카에 성냥불을 대면 불이 붙지만 도수가 낮은 막걸리나 맥주에 성냥불을 갖다 댄다고 해서 결코 불이 붙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다.

 

둘째 질문은 원전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문제점으로 원전이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다. 그러므로 원전측이 남다른 안전에 신경 쓰고 있는데 안전에 대비한 방법 자체는 무모할 정도로 최상급의 보안책을 갖고 있다.

현재 가동되거나 건설 중인 원전은 3중으로 안전대책을 갖고 있다. 첫째는 여유 있는 설계다. 운전 중 각 기기에 가해지는 힘이나 온도 등에 대해 최대한의 안전율을 갖도록 설계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오디오를 선택할 때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이상의 출력을 지닌 것을 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지진, 태풍 등 최악의 자연 재해에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건설하는 것은 물론 재료도 고성능고품질을 선택한다.

둘째는 인터로크(Interlock) 시스템이다. 원전은 만약에 인위적인 과실이 있을 경우에도 그 과실이나 오동작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것은 마치 첫 번째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으면 다음 문이 열리지 않도록 되어 있는 것과 같다.

셋째는 페일세이프(Fail Safe)라는 안전기능 장치로 기계가 고장이 나면 자동적으로 안전이 확보되도록 해준다. 예를 들면 고장이 발생했을 때 기계가 정지되는 것이 안전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정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은 파이프가 파손돼서 밸브를 잠그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밸브가 스스로 잠궈지는 것이다.

사실 원전처럼 안전에 주의하는 시설은 지구상에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자로는 압력, 온도, 출력 등을 항상 감시하면서 조금이라도 정상 상태를 벗어나면 스스로 이유를 찾아내어 자동적으로 원상 복구시키는데 원상 복구가 되지 않으면 정지된다. 더구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많은 냉각 시스템을 준비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의 원전 사고로 방사능 누출을 방지하기 위해 원자로는 다중 방호시스템을 채택한다.

1방벽은 펠레트다. 이것은 핵연료 자체로서 우라늄 분말을 고온에서 처리하여 직경 9mm, 높이 15mm의 원통형 세라믹으로 핵분열하면서 발생되는 스트론튬, 세슘 등 고체 방사성 물질이 그 안에 밀폐되도록 한다. 그러나 크립톤, 크세논 등 기체방사성물질과 요드와 같은 휘발성이 강한 물질의 일부는 펠레트 밖으로 달아난다. 펠레트는 섭씨 2800도에도 녹지 않는다.

2방벽은 특수 금속으로 된 핵연료 피복관이다. 지르코늄의 합금으로 만든 원통형의 긴 관으로 펠레트를 그 속에 넣고 양쪽을 밀봉하여 핵연료통(핵연료봉)이라 부른다. 펠레트 밖으로 나온 미량의 기체방사성물질까지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3방벽은 약 25센티미터나 되는 두께의 강철로 된 원자로 압력용기로 만일에 피복관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더라도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압력용기의 지름은 5미터 높이가 10미터 정도이며 노심이 물에 완전히 잠길 수 있도록 3분의 2 정도가 물로 채워져 있다. 펠레트를 담고 있는 연료피복관은 289개를 한 덩어리로 묶은 4각형의 다발로 되어 있는데 25센티미터 두께의 철제압력용기에 담는다. 따라서 연료피복관에 구멍이 생긴다 하더라도 방사성물질은 철제압력용기 안에 갇힌다. 압력용기는 방사성물질뿐만 아니라 높은 압력과 온도에도 견딜 수 있다.

4방벽은 약 34센티미터 두께의 원자로 격납용기로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여 원자로 압력용기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더라도 이 안에 갇힌다. 원자로압력용기 안에서 핵연료가 핵분열을 일으키면 물이 과열되고 이 물이 파이프를 통해 증기발생기로 넘어가 증기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고온고압의 물이나 그 속에 함유된 방사성물질이 원자로압력용기 배관계통 증기발생기 가압장치 등을 지날 때 새어나갈 경우가 있더라도 이들을 격납용기 안에 가둬둔다.

5방벽은 콘크리트로 된 원자로 건물이다. 원자로계통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원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형 돔이 바로 이것이다. 한국은 콘크리트 두께가 75센티미터이지만 독일의 경우 150센티미터로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근처를 지나던 LPG운반선이 폭파돼도 원자로계통이 손상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안전 보호상 중요한 기기는 같은 기능을 갖는 설비를 두 계통 이상 독립적으로 설치하며 원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기들은 한 종류 당 세 개씩 존재한다. 어느 한 계기가 원자로의 고장을 나타낼 경우 이것의 계기 자체의 결함 때문에 나타날 수 있으므로 결정은 항상 세 개 중 두 개의 논리에 따른다. 즉 두 개가 고장을 나타내는 수치를 보이면 원자로에 고장이 난 것이지만, 세 개 중 둘은 정상이고 하나만 정상이 아닌 경우 원자로의 고장이 아니라 계기의 고장이다.

한마디로 완전이라는 말을 동원할 수는 없지만 가능할 수 있는 각종 재난에 대비하여 안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경악시키는 재난이 일어났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