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원자력

원자력의 활용 : 원자력발전소(2)

Que sais 2020. 10. 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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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에 존재하는 우라늄, 즉 우라늄 광산에서는 연쇄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자연적인 우라늄의 대부분이 U-238로 이루어져 있고 U-2350.7%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라늄을 이용하여 막대한 에너지를 뽑아내려면 우라늄의 농도를 증가시켜 연쇄 반응을 일으키기 쉽도록 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것을 우라늄 농축이라고 한다. 핵폭탄용 우라늄은 우라늄 235의 농도를 94% 정도로 충분히 높인 것이며 3~4%의 농축도에서 꺼내면 원자력 발전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원자력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사용한 핵연료를 다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U-235의 핵분열로 대량의 에너지를 얻은 후 원자로에서 뽑아낸 사용이 끝난 연료, 즉 사용 후 핵연료에는 우라늄 2351.5% 정도 남아 있다. 즉 사용 전 핵연료에 비해서는 절반이나 되는 데다 천연 우라늄에 함유된 우라늄 235의 비율보다는 무려 2배나 되는 양이다. 그러므로 이를 다시 농축해서 핵연료로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용 후 핵연료 1톤 중에는 U-238에서 만들어진 플루토늄 239를 약 10킬로그램 정도 추출할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연료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핵폭탄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원자로를 잘 설계하면 최초에 넣은 유효연료(U-235)보다도 더 많은 연료, 즉 플루토늄을 얻어낸다는 꿈과 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가능하게 되며 물론 핵폭탄도 만들 수 있다. 이것을 연료가 증가한다는 뜻에서 증식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용도로 만든 원자로를 증식로라고 부른다. 우라늄만 이용하는 일반 원자로를 사용할 때 세계 우라늄 자원은 앞으로 60년 정도밖에 활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고속증식로를 사용하면 활용기간을 3,600년으로 60배 이상 연장시키는 획기적인 자원 재활용 기술인 셈이다.

 

한국 특유의 재처리 공정인 듀픽(DUPIC)핵연료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볼 때 특수한 원자력 발전소 가동 구조를 갖고 있다. 한 마디로 경수로를 주 원자로로 사용하고 있지만 중수로도 보완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수로와 중수로의 특성을 이용하여 경수로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고 중수로에서 다시 사용하는 것이 튜픽핵연료 처리방식이다. 경수로에서는 우라늄 2353.2-4.4퍼센트 들어 있는 저농축 우라늄 연료를 사용하고 중수로는 우라늄2350.7퍼센트 들어있는 천연 우라늄을 사용한다. 이 기술의 핵심은 경수로에 사용된 우라늄 연료는 타고난 후에도 우라늄2351.5퍼센트 들어있는데 이것을 재가공하여 중수로의 핵연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듀픽핵연료를 만드는 기술은 기존 중수로 핵연료를 만드는 공정과 같다. 더구나 듀픽핵연료의 장점은 사용 후 경수로 핵연료를 직접 처분하는 대신 중수로에 재사용할 수 있으므로 기존의 천연 우라늄 연료가 30퍼센트 이상 절감되고 사용 후 핵연료의 양도 1/3정도 감소된다. 또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고 그 연료를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에 노출되는 방사능의 피해 가능성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이 연료의 특징으로는 핵연료주기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핵확산성이 없다는 것이다. 듀픽 핵연료의 제조 공정은 차폐된 공간 내에서 중수로 핵연료를 직접 가공하기 때문에 핵물질인 플루토늄이 분리되지 않는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갖고 있는 핵연료 처리 기술로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기술이다.

재처리는 일반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 자원과 폐기물로 구분하여 처리하는 기술이다. 더구나 재처리를 통해서 나오는 아메리슘(Am)은 인공위성용 초소형 원자로의 원료로 사용되는 값비싼 핵연료이기도 하다.

원자력발전소가 바닷가에 주로 건설되는 것은 냉각수를 원활하게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1GW급 원전 1기에 사용되는 냉각수는 매초 6070톤에 달하므로 이를 공급하는데 바닷물이 가장 적격이다. 반면에 바다를 갖고 있지 않은 나라들은 강물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강물 주변에 냉각탑을 세워 더워진 냉각수를 다시 냉각시켜 사용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파리 근교에 있는 노장 원자력발전소는 센강 상류에 있으므로 이곳의 물을 냉각수로 사용한다. 그러므로 거대한 냉각탑을 이용해 더워진 냉각수를 식혀 재사용하고 남은 물은 센강으로 흘려보낸다. 파리 시민들이 이 센강의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데 아무 불평이 없는 것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안전하다는 신뢰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전기에 도전한다>

전기 생산을 위해 원자력을 사용하든 화석연료를 사용하든 기본 틀은 같다. 그러나 원자력인 경우 난해하기 짝이 없는 핵분열 이론을 활용하므로 화석연료처럼 쉽게 머리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앞에서 설명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풀어서 다시 한 번 설명한다. 이 단원은 장기진 박사의 글을 많이 참조했다.

원자력발전의 기본이 되는 원자의 크기는 그야말로 작다. 당구공을 원자라고 한다면 진짜 당구공은 달의 크기가 된다. 이런 원자들이 모여서 우리 세계는 물론 인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무나 인체의 근육과 같은 유기물은 산소, 탄소, 수소, 질소, 칼슘, 인 등 대단히 많은 원자들이 복잡하게 엉겨있다.

그런데 이 원자도 속을 들여다보면 다시 전자가 미친 듯이 원자핵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다. 원자핵은 원자 전체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아 크기로만 따지면 원자 전체 크기의 10만분의 1정도이다. 이는 마치 태양계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들이 돌고 있는 정황과 유사하다. 태양을 원자핵이라면 행성들은 전자들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원자핵도 양자와 중성자라는 알맹이로 되어 있다. 이를 당구공으로 비교하여 양자를 붉은 공, 중성자를 하얀 공으로 간주하면 원자핵은 붉은 공과 하얀 공이 여러 개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붉은 공 즉 양자 한 개로서 된 것이 수소의 원자핵이다. 헬륨의 경우 붉은 공 2, 흰 공 2개로 되어 있다. 산소는 붉은 공 8, 하얀 공 8개로 되어 있으며 가장 무거운 우라늄은 붉은 공 92, 흰 공 146개로 되어 있다.

이제 다소 감성적으로 설명한다. 붉은 공의 양자는 ‘+’ 전기를 갖고 있으므로 항상 찌릿찌릿하다. 그러므로 자기들 끼리 만나면 서로 밀치기에 바쁘다. 동종의 전기는 서로 반발한다라는 원리 때문이다. 반면에 하얀 공은 중성이다. 사이가 나쁜 빨간 공 사이에 하얀 공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붉은 공과 하얀 공 사이에는 서로 당기는 힘 즉 핵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 주위를 전자가 회전하고 있는데 이 전자는 크기는 작으나 ‘-’전기를 띠고 있다. 원자는 원자핵의 ‘+’전기를 갖는 빨간 공과 똑같은 수의 전자를 갖고 있으므로 원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원자의 성격은 전자의 수(양자의 수)에 따라 결정된다. 이 전자의 수를 순서적으로 수소부터 차례로 나열해 보면 어느 조합의 원자들은 성격이 비슷해진다. 이것은 전자의 궤도 속에 전자가 차있는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바로 이를 명쾌하게 설명한 사람이 멘델레예프이다.

그런데 원자핵에도 차별이 있다. 소위 뚱보와 홀쭉이가 있다. 뚱보 원자핵은 빨간 공의 숫자는 동일하나 하얀 공을 다른 것에 비해 많이 가진 것을 말한다. 따라서 무게는 다르나 성질은 같다. 말하자면 한 가족인데 이를 동위원소라고 한다. 수소를 예를 들면 보통 수소는 1개의 양자, 1개의 전자 뿐이다. 그러므로 원자세계의 저울(질량)으로는 약 1이다. 그런데 수소에도 뚱보가 있는데 빨간 공 이외에 하얀 공 1개를 물고 들어와서 결합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질량수 2의 중수소이다. 그러나 이들도 다 같은 수소이며 화학적 성질은 똑 같다. 자연 속에 수소 원자 1만 개 중 이들 뚱보는 15개 정도다.

 

참고적으로 중수소는 100만분의 20내지 30의 농도로 우주 전체에 존재한다. 그런데 중수소는 별에서 만들어지는 일이 없다. 한 개의 빨간 공과 한 개의 하얀 공은 서로 대단히 느슨하게 결합되어 있어 이 둘을 분리시키는 데 큰 에너지는 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주에 존재하는 중수소는 원시의 불덩어리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빅뱅(Big Bang) 이론은 중수소의 농도가 대단히 작은 이유를 설명한다. 중수소의 형성은 헬륨 생성의 한 단계다. 중수소의 대부분은 헬륨 핵이 형성되었을 때 소멸되었는데 오늘 날 존재하는 중수소핵은 상대를 만나지 못해 남은 것이다.

 

원자세계의 헤비급은 우라늄인데 이들은 세 가지 동위원소를 갖고 있다. 모두 92개의 빨간 공을 갖고 있는데 하얀 공을 142, 143, 146개를 갖고 있다. 이들이 우라늄234, 우라늄235, 우라늄238이다. 자연계에서 우라늄235는 우라늄238993에 비해 7 정도로 일정한 비율로 존재하며 우라늄234는 너무 적어서 거론조차 되지 않는다.

빨간 공과 하얀 공은 원자번호가 낮으면 숫자가 거의 같다. 그러나 원자번호가 높은 즉 무거운 원자핵이 되면 형편이 달라진다. 원자번호가 낮은 경우 ‘+’극의 빨간 공을 하얀 공이 핵력으로 어떻게 해서든지 안정화시킬 수 있지만 원자번호가 높은 경우 같은 숫자의 하얀 공으로는 빨간 공을 달래서 안정시키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철은 빨간 공 28개에 하얀 공 30, 주석은 빨간 공 50개에 하얀 공 68인데 라듐인 경우 빨간 공 88개에 하얀 공 138개로 하얀 공이 급격히 늘어나며 우라늄의 경우 빨간 공 92개에 하얀 공 146개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들 하얀 공으로는 빨간 공의 반발력을 안정화시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핵력이 가지는 특별한 성질이 있는데 빨간 공 2개와 하얀 공 2개가 합쳐져 4개가 되었을 때 죽이 잘 맞는다. 큰 원자핵의 경우 가끔 이와 같은 결합의 입자가 튀어나오는데 이것을 알파입자라고 한다. 이것은 헬륨의 원자핵 즉 헬륨 원자로부터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 전부를 빼앗는 것이다. 자연에서 이와 같은 입자를 방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소위 빨간 공, 하얀 공 2개가 손을 잡고 집단 가출하는 것인데 당연히 원래의 원자핵 속에서 빨간 공 2개가 줄어든다. 이때 원자핵의 빨간 공의 숫자가 변했으므로 그 전과 다른 원자가 된다. 이와 같은 집단가출의 현상을 알파 붕괴라고 하는데 이것이 자연방사능의 일종이다. 이런 집단가출의 정도는 원자핵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항상 일정한 비()로서 일어난다.

빨간 공이 많은 원자인 경우 즉 무거운 원자핵들은 빨간 공이 많으므로 나누어지려는 현상 즉 핵분열하려는 충동을 항상 갖는다. 빨간 공이 너무 많아 욕구불만 상태가 되므로 기회만 있으면 튀어나가려는 것이다.

아무리 이러한 특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런 가출을 간단하게 유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전기를 갖고 있는 양자나 알파입자를 원자핵 속에 집어넣어 충격하여 핵을 분열시키려 해도 서로 부딪히게 하는 것은 물론 근처에 가도록 만드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러더퍼드가 놀랐다는 실험이 이것이다. 즉 그는 질소에 알파 입자를 부딪혀서 빨간 공을 튀어나오게 하는데 성공했는데 간단하게 말하여 질소가 알파입자로 두들겨 맞더니 산소로 변한 것이다. 이때 러더퍼드는 매우 높은 에너지를 주어 질소에 알파입자가 부딪히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우라늄과 같은 큰 원자핵이 되면 ‘+’ 전기를 갖는 빨간 공의 숫자가 매우 많으므로 반발력이 커서 알파 입자를 충격시키는 것이 간단한 것이 아니다. 반발력이 크기 때문이다.

이때 중성자가 등장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하얀 공은 기본적으로 중성이므로 전기적인 반발력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한마디로 불감증이므로 다소 느린 속도라 해도 손쉽게 과녁인 원자핵을 맞추어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철이나 금이나 우라늄이라 해도 중성자는 아무 상관없이 그 속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이런 뻔뻔스런 녀석을 받아들여야 할 빨간 공은 그야말로 곤욕이 아닐수 없다. 한마디로 하얀 공으로 두둘겨 맞은 빨간 공은 발끈하면서 상황에 따라 빨간 공을 방출하거나 어떤 것은 알파입자를 방출하는 것은 물론 하얀 공도 방출한다. 또 어떤 때는 감마선도 방출한다.

이를 우라늄의 경우로 생각한다. 우라늄은 원래 빨간 공이 많으므로 평소에도 잠잠하지 못한 성격인데 중성자가 부딪히면 그야말로 콩 튀듯 팥 튀듯 한다. 이들 중에서도 과민성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우라늄235이다. 그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도 하얀 공을 흡수하여 핵분열을 일으키는데 고의적으로 하얀 공으로 충격하면 곧바로 KO 상태가 되면서 스스로 두 개의 원자핵으로 나뉘어진다. 이때 중성자와 열을 내는데 이를 핵분열이라고 한다.

당연히 갈라진 핵은 이전보다 훨씬 작아지는데 이는 말썽만 부리는 빨간 공의 수가 확연히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개역할을 하는 중성자 즉 하얀 공의 수도 전보다 적어진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하얀 공의 몇 개가 감원되면서 밖으로 쫓겨난다. 이것이 핵분열에 따라 방출되는 새로운 중성자이다. 이것이 소위 핵분열 에너지 방출의 열쇠인데 이때 운동에너지와 방사능이 튀어나온다. 운동에너지는 즉시 인간이 원하는 열이 되는데 바로 아인슈타인의 E=mc2가 바로 그 원리다.

분열에 의해 생긴 생성물은 자연에 있는 동위원소에 비해 매우 흥분된 상태로 만든 것이므로 불안정해서 베타선 등의 방사선을 방출한다. 베타선은 본질이 전자가 흐르는 선이지만 그 자신은 변화한다. 이와 같은 변화를 방사능붕괴 또는 베타붕괴라 한다. 이것이 핵분열 생성물의 특징이며 소위 방사성 폐기물의 정체다.

우라늄235는 불과 같은 성질을 갖고 있지만 우라늄238은 다소 둔감한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웬만한 중성자를 맞더라도 지리멸렬하여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렇지만 계속 하얀 공의 펀치만 맞을 수는 없는 일이다. 우선 무언가를 방출하는데 이것이 베타선이다. 그러면서 순간적으로 원자세계의 원자번호 93인 냅튠으로 변한다. 그러나 냅튠도 소화불량을 일으키면서 다시 베타선을 계속 방출하며 곧바로 플루토늄239로 변한다. 플루토늄239는 우라늄235와 버금간다. 그러므로 계속하여 중성자로 공격하면 화가 치밀어 맹렬한 열을 내면서 스스로 2개로 갈라진다. 앞에 여러 번 설명했으므로 이와 같은 현상을 독자들이 이해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우라늄238은 플루토늄239가 되어야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이런 의미에서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를 핵분열성 물질이라고 한다.

핵분열의 원리는 규명되었지만 인간이 원하는 에너지를 만들게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이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다. 즉 우라늄은 에너지 창고를 함부로 열지 않는다. 이를 강제로 열게 만든 것이 바로 원자폭탄이요 원자력발전소이다.

우선 우라늄의 창고를 열게 하는 키워드 열쇠는 중성자 즉 하얀 공이다. 다행한 것은 중성자를 대기권(대기권에도 약간의 중성자가 있다는 뜻)에서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라늄 속에 있다는 점이다. 우라늄235가 핵분열하면서 2개 내지 3개의 새로운 중성자가 생기는데 바로 이 하얀 공이 그 열쇠다.

이제 실용적인 면을 설명한다. 어떤 방법으로든 우라늄 원자핵에 중성자를 때려 주었을 때 핵분열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실용적인 면에서 인간이 활용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문제점을 집고 넘어가야 한다. 핵분열을 한 직후의 중성자는 큰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빛의 10분의 1 정도의 속도로 지상에 태어나지만 핵에 수없이 부딪히면서 속도가 떨어진다. 나중에는 처음 튀어 나올 때 속도의 1만분의 1가량이 되어 지쳐 버린다. 이때의 중성자를 열중성자라고 하는데 그래도 초속 2200킬로미터나 되며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 이와 같이 중성자가 원자핵에 부딪혔다가 튀어 나가는 것을 산란이라고 하며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을 감속이라고 한다. 감속이 중요한 이유다.

비유가 심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중성자 즉 하얀 공의 속도가 떨어지면 원자핵은 이를 포획 즉 잡아먹으려고 용을 쓴다. 한마디로 속도가 떨어진 중성자는 원자핵에 흡수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식욕도 원자핵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른데 중성자의 대식가 챔피언은 붕소와 카드뮴이고 소식가는 중수소와 흑연이다. 독자들은 감속재로 물, 중수소와 흑연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앞에서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원자로는 사실상 중성자를 어떻게 하든 잘 감속시켜 열중성자로 만들어 연쇄반응에 사용하는 것이다.

중성자에 대한 식욕의 정도는 물질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노심에 이들을 넣을 때 되도록 대식가가 혼입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모든 물질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잡아먹는 버릇이 있으므로 증배율(增配率)을 높인다는 것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만약 증배율이 1보다 작으면 핵분열 반응은 곧 소멸해버린다. 증배율이 1보다 적다는 것은 마치 얼음에 불을 붙이는 것과 다름없다. 한마디로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다시 설명한다면 에너지 창고인 원자로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연속하여 핵분열을 일으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성자의 무한증배율이 반드시 1보다 높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너무 증배율이 높아도 문제가 되므로 증배율을 1.01보다 작게 만들어도 이것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면 폭발적으로 핵분열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