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원자력

원자력의 활용 : 원자력발전소(4)

Que sais 2020. 10. 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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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질문은 원전 주위 주민들이 방사능 물질에 오염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원전을 가동하면 당연히 방사선이 나오며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그 정도가 극히 미비하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원전 측의 설명이다. 우리가 X선을 한번 찍을 때 받는 방사선량이 100밀리램 정도인데 원전으로 인해 주위 10킬로미터 이내 주민들이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은 대체로 연간 5밀리렘에도 이르지 않는다.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이 적다고는 하지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문제에 대비하여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발전소 중심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 방사선 감시기를 설치하여 공기 중의 방사선량, 미립자, , 토양, 각종 식품류, 해조류 등을 채취 분석 조사한 후 유관 기관 등에 곧바로 통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더구나 방사선 감시기에는 주민들이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설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운영하고 있는 방사능 감시 장치는 단순히 자기 나라의 방사능만 감시하는 것이 아니고 때때로 이웃 나라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19864월 구소련의 체르노빌에서 원전사고가 났을 때 이것을 가장 먼저 알아 낸 나라는 스웨덴이다. 스웨덴국립과학연구소는 그들이 측정한 방사능수치가 통상적인 것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알고 그 원인을 추적한 결과 구소련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했음을 확신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련에서는 이 사고를 비밀로 하고 있었다. 스웨덴 등이 원전 사고 의혹을 계속 질의하자 결국 소련도 체르노빌에 있는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 사고에 의한 대기 중의 방사능 증가는 사고 한 달 후인 5월 한국과 일본의 방사능감시망에서도 포착되었다.

 

<방사능 체크>

원전 사고라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방사능이다. 한마디로 방사능이 누출되기 때문에 원전을 기피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방사능의 유해성 여부는 방사선량에 따라 달라진다. 방사능량을 체크하는 단위를 먼저 설명한다.

방사능 조사량(피폭량)을 확인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어떤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많은 입자를 방출하는가 인데 퀴리라는 단위(Curie 약자로 Ci를 주로 사용)로 표시하며 둘째는 여기서 나오는 방사능이 얼마나 많은 양의 파괴적 에너지를 갖고 있는가인데 시버트(Sv, 밀리시버트는 1000분의 1시버트)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퀴리 부부의 이름을 따서 만든 이 단위는 라듐에서 맨처음 1초 동안에 사라지는 방사성 라듐 원자 숫자를 1퀴리라고 정한데서 시작하는데 그 숫자가 무려 370억 개가 된다. 그리고 다음 1초 동안에 사라지는 방사성 라듐 원자 숫자는 370억 개가 조금 못된다. 퀴리라는 단위는 방사선을 다룰 때 그 숫자가 너무 커서 실제로는 1퀴리의 1천분의 1 또는 100만분의 1이 되는 밀리퀴리(mCi)와 마이크로퀴리(μCi) 등을 사용한다. 후에 방사성 물질의 원자 1개가 1초 동안에 사라지는 것을 1케크렐(Bq)라 정했다. 1퀴리는 370억 베크렐이다. 퀴리와 베크렐은 방사성 붕괴능력 즉 방사능을 나타내기 위한 단위이다.

시버트는 인간의 건강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방사선에 노출되는 대상물이 받는 영향을 측정하는 단위로 시버트라는 이름은 방사선 노출을 측정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스웨덴의 물리학자 롤프 막스밀리안 시버트에서 유래됐다. 시버트(Sv)는 방사선의 형태와는 관계없이 그 방사선으로 인한 일정한 생물학적 영향만을 나타내는 단위로 시버트는 단순히 방출되는 방사선의 총량이 아니라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의 종류와 신체 각 부위가 받는 영향을 포함하는 수치다. 그러므로 같은 시버트가 쓰여도 피폭 허용치와 원전에서 방출되는 시간당 방사선량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방사선량한도라고 불리는 허용치는 1년 동안 일상생활을 하면서 몸에 누적되는 방사선의 양이 1mSv(밀리시버트 = 100밀리렘)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시간당 300mSv가 방출됐다는 것은 원전 앞에 한 시간 동안 서 있는 사람이 받게 되는 방사선량을 나타낸다. 30분 동안 노출됐다면 그 값은 150mSv로 떨어진다.

방사선량은 표준인의 전신이 노출됐을 때 피폭되는 양이기 때문에 손이나 얼굴 등 일부가 노출됐을 때와는 다르다. 표준인은 나이, 신체조건, 성별 등의 평균을 내 표준화한 가상의 인물이다. 한국 성인 남성의 경우 171cm68kg, 성인 여성은 160cm54kg이 기준이다. 따라서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은 표준인보다 2배 정도 더 많은 영향을 받으며 여성의 경우 유방암, 자궁암 등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암 발생률이 남성보다 30% 정도 높다고 알려진다.

이재기 박사는 신체 내부에서도 장기별로 방사선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시버트에는 신체부위별 민감도가 달리 적용돼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가장 민감한 생식기관이 0.20, 비교적 영향을 덜 받고 노출 위험이 적은 뼈의 표면은 0.01이다. 전체 민감도를 합친 전신 값이 1이 된다. 연간 피폭 허용치인 1mSv는 각 부위의 민감도를 합쳐 온몸에 고루 퍼진 방사선 영향을 나타내는 것이다. 1000μSv(마이크로시버트)1mSv이고, 1000mSv1Sv(시버트). 적은 양의 방사선량을 나타낼 때는 1Sv1000분의 11밀리시버트(mSv)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전신 노출 시에 1시버트 즉 1000밀리시버트를 받으면 약간의 혈액 변화, 2~5시버트는 메스꺼움-탈모-출혈을 유발하며, 많은 경우 숨지게 된다. 6시버트 이상은 2개월 이내에 80% 이상이 사망한다. 발암 최저 한계치는 연간 100밀리시버트인데 체르노빌 사태 때 주민들의 이주를 결정한 근거는 계속 그곳에 살면 평생 350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을 맞을 것으로 계산됐기 때문이다.

표준사람이 방사선으로부터 받는 영향을 수량화할 수 있는 단위인 렘(rem)1g의 라듐(1퀴리의 방사능)으로부터 1m 떨어진 거리에서 1시간 동안 받은 방사선의 영향을 말하며 1렘의 1000분의 11밀리렘(mrem)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자연으로부터 연간 받는 방사선으로 인한 인체에의 영향은 연간 약 200240밀리렘정도다. 그런데 원전이나 방사성 물질을 직업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법적인 제한치는 연간 5천 밀리렘정도다. 이는 연간 5천 밀리렘 정도의 방사선 영향은 인체에 별다른 나쁜 장애 현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뜻과 다름없다.

그런데 사람의 몸이 의학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사선의 영향을 나타내려면 사람에 따라 다르나 적어도 25,00050,000 밀리렘 정도의 방사선 영향을 받아야 한다. 이는 방사선의 영향이 지극히 미약하거나 아니면 전혀 없든지 또는 방사선을 조금씩 받으면 신체에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초래하든지 셋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방사선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방사선 장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병원에서 가슴에 X1회 촬영할 때에 약 100밀리렘의 방사선을 받는다. 이때 생물학적 영향을 고려한 개념으로 1밀리시버트의 영향을 받았다고 표현한다. 1밀리시버트는 X선이나 핵의학, 양전자 단층 촬영, 컴퓨터 단층 촬영등과 같은 의료 검진 시 발생하는 유효 노출을 측정하는 경우 사용된다. 이 수치와 위에서 설명한 방사선량한도를 감안하면 의료용이라도 X선 촬영을 가능한 한 자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위 숫자를 보면 일년 내내 매일 X선을 촬영해도 인체에 큰 영향은 없음을 알 수 있다.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

지구 도처에 존재하는 방사선(전리방사선)으로부터 지구인들은 모두 1년에 평균 200밀리렘 정도의 자연방사선을 받는다. 이들 중 15퍼센트만이 우주에서 지구로 날아오는 우주선이고 나머지 85퍼센트는 모두 땅 속에서 나오는 방사선이다. 따라서 방사성 물질을 천연적으로 함유하고 있는 암석이나 토양이 많은 지역에서는 더 많은 자연방사선이 나온다.

예를 들어 브라질 상파울시의 북쪽 폰수데 칼다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주민들이 연간 받는 자연방사선량은 무려 25천밀리렘 정도라고 한다. 해안에 위치하여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구아라 파리라는 마을도 약 17,500밀리렘이나 되는 높은 수준이며 라듐 온천으로 유명한 이란 람사 지역의 자연방사선도 4만 밀리렘이 넘는다. 우리나라 토양에도 방사성 토륨이 약간 섞여 있으나 자연방사선은 세계의 평균치인 연간 200240밀리렘 수준이다.

자연방사선이 아닌 인공방사선은 인간이 만든 기계나 설비 또는 제품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말한다. 인공방사선은 방사선을 일부러 만들어 사용하는 X선 발생기로부터 원전 방사선 등 우리가 원치않는 방사선도 포함된다. 인류가 인공방사선을 문명의 이기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하고부터이다.

인간이 유용하게 사용하려고 만드는 인공방사선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것은 원치 않음에도 생기는 방사선이다. 원자력발전소는 방사선을 만들어 그것을 사용하려고 세운 것은 아니다. 단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세운 발전소인데 원자력을 사용하다보니 거기서 방사선이 부수적으로 생긴다. 그런데 원전은 워낙 방사선에 관한 규제가 엄격하므로 원전 주변에 있는 주민들에게 끼칠 수 있는 방사선의 영향은 1년에 최대 1밀리렘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방사성 폐기물을 지하에 파묻을 때 처분장 주변의 사람들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방사선량도 연간 23밀리렘을 넘지 않는다. X선을 한 번 촬영할 때 100밀리렘을 받는 것을 생각하면 원전 주변의 주민들이 방사선을 무차별로 받는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과장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이 자연방사선량의 0.5퍼센트도 되지 않는 미미한 양이라고 하지만 원전 주변의 방사선의 질이 자연방사선보다 훨씬 질이 나쁘지 않느냐고 의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답은 단순하다.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은 그 성질이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이다. 즉 인공방사선이라 해서 자연방사선보다 사람에게 훨씬 더 큰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방사선이 자연방사선보다 훨씬 나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영향이 결정적이라 볼 수 있다. 사실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방사선 특히 인공방사선은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무기로서가 아니라 사람의 병을 진단하고 산업현장에서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문명의 이기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다가 단 두 발의 원자폭탄의 위력에 깜짝 놀라 원자탄은 물론 방사선에 대한 소문이 무차별로 나돌기 시작했다. 원폭의 피해는 화재나 열 폭풍이 우선이고 방사선의 피해는 극히 적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폭의 피해는 마치 방사선에 의한 피해가 전부인 것처럼 과장되어 소문이 퍼진 것이다. 한마디로 지구에 살고 있는 지구인이라면 어느 곳이든 방사선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 방사선이라면 2차 세계대전 때 많은 인명과 재산을 빼앗아간 원자폭탄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연상시킨다고 볼 수 있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하지만 인공방사선이 암을 발생시키고 기형아를 많이 만드는 살인광선이 아님은 분명하다. 다시 말하자면 인공방사선이나 자연방사선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방사선을 얼마만큼 많이 받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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