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방사능

방사능 다이제스트(3)

Que sais 2020. 10. 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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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혀지는 진상>

1945년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서 원자폭탄이 폭발하여 거의 30여만이 사망했다. 이처럼 엄청난 인명 피해는 원폭이 폭발한 후 화염, 폭풍 및 방사선의 세 가지에서 연유한다고 앞에서 설명하면서 방사선 때문에 사망한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방사선에 관한 한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이다. 원자폭탄의 폭발로 인한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살상된데다가 원자폭탄의 기본이 방사선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일본의 두 도시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가져다 준 방사선의 영향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의 원폭 영향>

동경대학교 의학부의 스즈끼 박사는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기 훨씬 전부터 방사선 특히 X선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토끼로 X선의 영향을 연구하였는데 일본에서 원폭이 투하된 후 육군에서 히로시마 참상을 조사하는데 합류할 것을 요청했다. 히로시마에 도착한 스즈끼는 환자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많은 시체를 해부하여 방사선의 영향을 면밀히 검사한 후 원자폭탄으로부터의 손상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의 보고서는 워낙 심층적인 문제를 다루었으므로 미국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의 보고서 중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은 것은 방사선을 한꺼번에 많이 받았을 때의 현상에 대한 것이다.

 

폭발 중심으로부터 반지름 500미터 내에 엤던 사람들은 모두 즉사하거나 중상을 입었으며 살아남은 사람들도 얼마 안 되어 사망했다. 의료 구조는 불가능하다. 반지름 5001000미터 권내에 있던 사람들 중 집밖에 있던 사람들은 방사선을 심하게 받아 거의 모두 사망했다. 집안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화재나 가옥 붕괴로 압사 당했고 일부만이 재난을 면하고 살아남았으나 방사선을 받은 지 23주 정도 지나서 탈모, 설사 등의 현상을 보이며 사망했다. 폭발 중심으로부터 2킬로미터 내에 있던 사람들 중 방사선 증세를 심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사망자도 다수 나왔다.

사건 발생 후 한 달 뒤, 부상자에 관한 임상적 관찰과 별리해부학적 검사소견으로 볼 때 방사선 증상의 경과는 대체로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된다. 한 달 후부터 10개월 정도가 되면 중환자는 더 이상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경증, 중간증은 말할 것도 없고 비록 중환자라고 할지라도 방사선 장애를 받은 혈액이나 내장기관이 이미 회복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방사선을 한꺼번에 많이 받아 비교적 빨리 일어나는 장해는 이것을 견뎌내기만 하면 회복된다고 하는 사실은 전부터 많이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원자병은 손쓸 수 없다는 소극적인 사고방식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환자들의 치료에 나서 한 사람의 목숨이라도 구해야 한다.‘

 

수즈끼 박사는 이런 주장을 토대로 환자의 증세에 따른 치료방법까지 제시했다. 그런데 그의 치료법이 재미있다. 그는 의료진이 응급처치한 후 주로 환자에게 안정을 취하도록 하고 신선하면서도 영양가 높은 음식을 제공하여 환자 스스로 병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늘의 발달된 기술로도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서 나온 방사선이 정확히 얼마나 강한 것이었는지는 물론 두 도시의 주민들이 정확히 얼마만큼의 방사선을 받았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추후 시뮬레이션에 의해 방사능의 효과에 대한 자료는 도출되어 있다. 원자폭탄이 폭발한 뒤 히로시마시 기상대에 근무하는 우다 박사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검은 비가 소나기가 되어 억수같이 쏟아졌으며 그 범위는 큰 지름 29킬로미터, 짧은 지름 15킬로미터 정도의 길쭉한 계란 모양이다. 이 검은 비는 아주 강력한 방사능을 가지고 있어 하천의 물고기들이 죽고 이 비를 맞고 자란 풀을 뜯어먹은 소가 설사를 하고 사람도 배탈이 나며 나중에는 탈모현상이 발생되었다.’

 

검은 비는 사실은 색깔이 검은 비가 아니라 원자폭탄 폭발시에 지상의 물체들이 가루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에 섞여 함께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 속에는 원자폭탄에서 생긴 방사성 물질들이 함께 섞여 있으므로 이를 죽음의 재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죽음의 재를 맞으면 사람이나 돌물들이 생명을 잃는 것이 아니라 단지 죽음의 재 속에 있는 방사선을 맞을 뿐이다.

죽음의 재 속에 들어 있는 방사선은 그 발생지에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약해진다. 따라서 보통의 경우는 죽음의 재를 받아도 건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 죽음의 재를 반복해서 자주 받을 경우가 바로 앞에서 설명한 방사선을 조금씩 반복해서 받는 경우가 된다. 이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신체적 이상은 원폭에서 나온 방사선을 받고도 수 개월 내에 아무런 신체 이상이 생기지 않는 사람에게서 먼 훗날 생길 수 있는 현상과 똑같은 것이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시간적인 관점에서 분류해보면 방사선을 받은 지 수일 또는 수 주일 이내에 나타나는 급성과 수 년 또는 수 십년 후에 나타나는 만성 영향 등 두 가지가 있다. 스즈끼 박사가 설명한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의 원폭투하 직후 나타난 인명피해는 일종의 급성이다. 이에 반해 소위 죽음의 재에 노출되어 초기에는 아무런 신체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사람에게서 먼 훗날 나타날 수 있는 방사선의 영향은 만성 영향이다. 전쟁이 끝난 후 수십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오늘날에 와서 원폭의 방사선 휴유증이라고 일컫는 것들이 바로 여기에 속한다.

원폭이 떨어진 후 생존자들에게서 만성 영향으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백혈병이다. 백혈병은 원폭이 투하된 후 3년에서 25년 사이에 계속 발생했는데 백혈병은 방사선에 의해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암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백혈병 환자와 이들이 받은 추정 방사선량을 비교한 자료가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적어도 3040만 밀리렘 정도를 받아야 비로소 방사선 외의 다른 원인에 의해서 생기는 백혈병 환자와 분명히 구별된다고 적었다. 그러므로 매년 받는 자연방사선의 100200배 정도인 24만 밀리렘 정도의 방사선을 받는 사람에게서는 방사선의 영향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백혈병환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이 말은 방사선을 4만 밀리렘까지 받아도 백혈병이 안 생기거나 아니면 생길 가능성이 너무 적어서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백혈병 외에도 폐암, 골암, 갑상선암 등이 발생될 수 있고 특히 여성의 경우 유방암도 관찰되었다는 발표다. 그러나 통계적인 자료에 의하면 수만 밀리렘의 방사선을 받은 원폭 생존자들에게서 암이 눈에 띄게 발생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는 결론이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원폭의 생존자들에게 나타나는 방사선의 영향으로 유전적인 기형을 제일 먼저 우려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한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일본의 경우 원폭 생존자는 물론 그 자손들의 건강상태까지 계속적으로 체계적인 조사를 하였는데 현재까지 방사선의 영향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 유전적 결함이 나타난 예는 단 한 번도 찾아내지 못했다. 학자들의 예상과 다소 다른 이런 결론은 방사선에 의해 유전인자 변화가 생길 수는 있지만 그런 유전인자 변화가 후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사라지거나 아니면 다시 원상 복구되어 실제로 유전결함이 밖으로 나타날 확률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에 의한 방사선의 영향에 대해서 과학적인 결론은 살인광선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특히 방사선 피해를 걱정하기에 앞서 방사선을 수만 밀리렘 이하로 받으면 우리의 건강에 거의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된 것이 큰 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

 

<독이 독을 구제>

방사능에 대한 매우 놀라운 자료는 핵폭이 실제로 떨어졌던 히로시마로부터 나왔다. 19458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이 지역의 모든 식물을 고사시켰다. 피해상황에 관한 첫 보고서는 핵폭발 후 70년 동안 이 지역에서는 아무것도 자라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핵폭탄이 폭발한 지 몇 주도 지나지 않아 폐허가 된 도시는 푸른 풀과 야생화로 뒤덮였다. 폭발의 열기가 땅속에 묻혀 있었던 씨앗의 발화를 촉진시켰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그동안 히로시마에서는 생육이 어려웠던 토마토와 같은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밀과 콩의 수확량도 높아졌는데 이는 마름병과 전염병의 원인이 된 균류와 해충이 화염과 원자핵의 방사열로 멸균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방사능의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지역 일대의 식물들에 이상한 돌연변이가 일어나 모양이 뒤틀린 꽃들과 하얀 색으로 바뀐 잎, 돌연한 성장저해 등이 일어났다. 방사능이 장기적으로 유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돌연변이를 일으킨 변종들은 34년 안에 모두 죽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히로시마와 나카사키에 진정한 핵폭탄이 투하되었는데도 현재 이들 도시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번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후 40년간에 걸친 피해자 역학조사에서도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원자폭탄 피해 지역의 생존자들 중 0.3시버트(Sv) 정도의 피폭자 그룹은 일반인보다 발암율이 높게 나타났으나, 0.1시버트 정도의 피폭자 그룹은 일반인보다 발암율이 오히려 낮고 기형아 자녀의 출산율도 낮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원폭 투하지점 3내에 있던 남자 그룹(피폭량 0.05~1시버트)60세 이상의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낮았으며 각종 질병에 대한 면역성이 높았다.

보다 심층적인 원폭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의 분석 결과가 발표되었다. 히로시마방사선영향연구소(Radiation Effect Research Foundation)의 에반 두플(Evan B. Douple) 부소장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 현장과 인근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63년 동안 진행된 대규모 연구조사를 분석했다. 그는 다양한 양의 방사능에 노출된 생존자 그룹과 원폭 투하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았던 주민 그룹 등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조사했다.

원폭 생존자들의 피폭량은 다양했다. 5밀리시버트 이하가 61천명, 5100밀리시버트가 28천명 정도였고 치사량에 가까운 2천밀리시버트에 노출된 경우도 있다. 치사량이란 일반적으로 1회 방사선 조사로 30일 후에 사망할 확률이 50%가 되는 선량을 말한다. 피폭량에 의거한 분석 결과, 과도한 방사선이 암 발생율을 높이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 수치가 예상보다 높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방사선 피폭량에 따라서 결과의 차이가 확연했다.

독성 물질을 적절하게 소량으로 사용할 경우 인체에 유용한 효과를 내는 것을 호르메시스(Hormesis) 이론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호르메시스라는 말은 위험하지만 저준위인 물리 혹은 화학인자에 노출되면 생리적인 방어 메카니즘이 활발하게 가동되는 유기체의 일반적인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많은 양으로는 살상력이 있는 독약이지만 적은 양으로는 생명체의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구리, 카드뮴, 아연, 셀레늄 같은 많은 금속은 소량일 경우 인체에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것들이 체내에서 농도가 높아지면 아주 유해 즉 중금속중독을 일으킨다.

독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의학적으로 사용되는 디기탈리스는 소량으로 사용될 경우 심장활력제가 되나 다량을 사용하면 경련 뿐만 아니라 죽음까지 가져온다. 라돈도 적당량 사용하면 피부를 자극하여 목욕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라돈탕은 바로 방사선 호르메시스를 이용한 생활의 지혜라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살아있는 생명체 세포들은 진화하는 동안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환경에 적응해 왔는데 이는 방사선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즉 방사선 피해로부터 쉽게 회복되기 위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 세포들은 방사선으로부터 피해를 받았더라도 이를 복구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약한 방사선 때문에 손상된 인간의 세포가운데 90퍼센트 정도는 불과 몇 시간 안에 회복될 수 있다. 물론 이런 회복은 유전자의 손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소량의 방사선이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짚신벌레의 연구에서 두드러진다. 과학자들은 짚신벌레 배양기를 해면에서보다 우주선을 5배나 많이 받는 3,800미터 고지의 산, 해면보다 3배인 1,000미터, 해면과 같은 높이, 우주선의 영향이 매우 감소되는 지하에 설치한 후 이들의 성장을 비교했다. 이 결과 높은 산에 설치된 배양기에 둔 짚신벌레가 가장 잘 자랐고 지하에 둔 짚신벌레의 성장이 가장 늦었다. 그런데 지하에 두었던 짚신벌레를 해면의 높이로 옮기자 그들의 성장속도는 해면에 두었던 다른 짚신벌레의 성장속도와 같았다.

소량의 자연방사선에 의한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자료들도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많다. 브라질, 인도, 중공의 일부 지역은 세계평균지역보다 20배가량 많은 자연방사선을 받고 있지만 이들 지역에서 암 발생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보고는 없다.

중국 광동성의 경우 다른 고장보다 자연 방사선이 많은 고준위 자연 방사선 지역이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기후와 생활 방식이 비슷한 인근 지역의 주민보다 암 사망률이 15%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방사선을 많이 쬐면 인체에 해롭지만 적당량 이하의 소량만 쬐일 경우 오히려 인체에 이로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셈이다. 반면에 미국 덴버 등 7개 고지대에서의 암 사망률이 미국 동부해안지방의 암 사망률보다 낮은데 이를 방사선 호르메시스 때문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원자력에 대한 선악은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

원자력 환경 안정성에 관한 갈등과 대책의 재조명, 이재기, 과학사상, 2003년 여름(45)

후쿠시마에 기대하는 호르메시스 효과, 이성규, 사이언스타임스, 2011.03.25

미량의 방사능도 암 일으킬 수 있을까, 임동욱, 사이언스타임스, 2011.04.08.

우리들을 위한 원자력 이야기, 이용수, 도서출판 보고, 1990

아인슈타인의 실수, 송명재, 한국원자력문화재단, 1993

물리적 사고 길들이기, 케이스 로케트, 에드텍, 1996

상식속의 놀라운 세계, 두산동아, 1996

원자력과 방사선 이야기, 윤실, 전파과학사,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