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방사능

세상을 바꾸어 주는 방사능(1)

Que sais 2020. 10. 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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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많은 유용한 물질과 마찬가지로 방사능은 장점에 못지않을 정도로 단점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방사능이 남용될 경우 인간은 물론 각종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다. 방사능의 발견으로부터 파생된 연구결과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핵처리 기술은 원자폭탄이라는 가공할 무기를 만들었고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원자력은 원자력발전소라는 문명의 이기도 발명했고 이들 때문에 수많은 혜택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들이 갖고 있는 원천적인 부작용 때문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역으로 설명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심각한 후유증을 불러일으키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은 단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20세기는 과학 기술의 발전을 향해 달리는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20세기로 들어오기 직전에 이루어진 두 가지의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 때문이다. 바로 X선과 방사능의 발견이다. 이는 X선과 방사능이 인간과 접목되어 수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사선의 조사 이용>

병원에서 X선 촬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X선은 극히 짧은 파장의 전자기 복사선으로 물체를 뚫고 지나가는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골절이나 부상자에게 박힌 파편이나 유리 조각, 또는 어린아이가 우연히 삼킨 물건 등을 찾아내는 데 사용된다는 것을 앞에서 설명했다.

 

비행기에 실리는 짐들을 조사하는 데도 이용되며 테러범이 휴대하고 있을지 모를 불법 무기를 색출하여 여행객들이 안전한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X선이 있기에 가능하다.

20082월 한국을 깜짝 놀라게 하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의 국가 상징으로 나라의 중요 문서에 사용하는 도장인 국새를 정밀 검사한 결과 내부 깊숙한 곳까지 금이 간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국새는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행하는 헌법공포문, 포장증, 5급 이상 공무원의 임명장, 중요 외교문서 등에 날인되는데 연간 16,000번 정도 사용된다.

그런데 국새에 금이 갔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비파괴 검사를 통해서이다. 물체를 파괴하지 않고 내부의 결함을 검사하는 방법 전부를 비파괴검사라고 한다. 과거에는 초음파를 이용하여 금속의 이상여부를 파악하는데 사용했다. 초음파는 돌고래가 신호를 보내 바다 멀이 있는 먹이를 찾는데서 생각해낸 것으로 우리가 듣는 소리보다 진동수가 크기 때문에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다. 1920년에 소련의 과학자인 소콜로프가 금속에 초음파를 쏘아서 다시 돌아온 초음파의 세기를 측정한 것이 초음파검사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초음파를 쏘면 금속의 결함 부분에서는 세기가 약해진다는 점을 이용한 초음파검사는 얼마 전까지도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는 결함이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결함의 정도가 얼마나 깊은지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을 개선한 방법이 X선이나 감마선을 쏘아 사진을 찍는 비파괴검사다. 사람 몸속을 들여다보는 X선 촬영도 일종의 비파괴검사이다. 그러나 국새의 경우 금, , 구리, 아연, 주석의 합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반적인 X선 촬영으로는 내부를 살필 수 없다. 사실 X선의 약점은 승객 가방 안에 숨겨진 얇은 막의 플라스틱 폭발물을 감지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이 경우 X선 대신에 중성자를 사용한다. 중성자는 X선과는 반대의 성질을 갖고 있어 무거운 물질도 투과한다. 반면에 중성자 비파괴검사는 비행기, 우주선 부품 등 안전이 매우 중요하지만 속을 뜯어볼 수 없는 물체에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중성자의 성능을 보다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은 검색 대상 물질의 종류를 파악할 수 있다. 중성자가 원자핵에 흡수되면 그 원자핵의 고유성질을 나타내는 감마선이 원자핵에서 방출된다. 이 감마선의 세기와 강도를 측정하면 검사되는 물질 내에 존재하는 특정한 원소의 양과 종류를 추정할 수 있다. 중성자 검색 개념은 이러한 원리를 기반으로 하여 주로 폭발물에 많이 존재하는 탄소, 질소, 산소를 감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사선은 이와 같은 검색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는데 그 중요성이 있다. 어떤 기계 부품 내부에 균열이 있다면 육안으로 알아낼 방법이 없지만 방사선의 투시력은 이때 진가를 발휘한다. 비행기의 부품, 몸체의 검사, 선박 제조, 대형 건물이나 대형 기계장치의 결함을 찾아내는데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런 방사선 활용법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수많은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다. 과거에는 비파괴검사에 X선이 주로 사용되었으나 강한 투과력을 얻기 위해 감마선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많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방사선동위원소를 사용하는 감마선의 에너지선택 용이

전원이 필요 없으므로 야외에서도 사용가능

장치의 소형화로 운반 및 사용편리

경제성

 

비행기에 실리는 짐들을 조사하는 데도 이용되며 테러범이 휴대하고 있을지 모를 불법 무기를 색출하여 여행객들이 안전한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X선이 있기에 가능하다.

방사성동위원소들의 화학적 성질을 연구하고 이를 이용하는 분야를 방사선화학(radiation chemistry)이라 한다. 이 분야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데 산업적으로 전자빔을 조사하는 방법도 많이 사용된다. 플라스틱으로 된 튜브를 가열하면 쪼그라들어 반경이 줄어들기 십상이다. 폴리에틸렌에 전자 빔을 쬐면 폴리머의 구조가 변하는데 이 특성에 의해 처리된 플라스틱 튜브가 바로 이렇게 변형되는 튜브다. 전자빔에 조사된 폴리에틸렌은 이외에도 여러 가지 성질이 좋아지는데 예를 들면 전선의 피복으로 사용하면 월등히 좋은 절연 효과를 나타낸다. 방사선을 조사하여 거의 3배나 강한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다. 강하고 탄성이 좋은 화학섬유, 비닐, 합성고무 등을 생산하기도 한다. 강화 플라스틱은 송유관, 송수관, 담수화공장이나 정유공장의 배관 등에 이용된다.

방사선 조사로 근래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화장품 분야다. 화장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생화학, 약리학, 화장품 제형학, 유화화학 등 아주 다양하고 복잡한 학문적 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화장품 산업의 매력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피부에 도포하는 것 인만큼 가장 신경 쓰는 분야가 안전성인데 그동안 사용된 방부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긴다. 화장품은 사용기간이 길고 다양한 영양물질이 포함되어 미생물의 번식이 매우 용이하므로 방부제가 첨가되어야만 제품의 수명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부제는 피부에 자극성을 동반하므로 알레르기의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방부제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방사선이다. 에센스, 스킨에 방사선을 조사한 결과 황색포도쌍구균, 대장균 등이 완전히 사멸되었고 일정기간 저장해도 화장품의 물성변화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인간의 멜라노마 색소 세포의 억제활성도도 높였다. 한마디로 화장품의 생리활성에 도움을 주어 항균과 미백 기능의 시너지를 얻는 것이다.

그러나 X선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곳은 의학 분야이다. 병원에서 X선 촬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X선은 극히 짧은 파장의 전자기 복사선으로 물체를 뚫고 지나가는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골절이나 부상자에게 박힌 파편이나 유리 조각, 또는 어린아이가 우연히 삼킨 물건 등을 찾아내는 데 사용된다는 것을 앞에서 설명했다.

그런데 X선은 입체적인 인체가 평면으로 찍혀지기 때문에 병든 부분이 겹쳐져 나타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낼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CT(X선 단층촬영기)-스캐너이다. CT 역시 X선을 이용하지만 평면적인 X선 촬영과 달리 360도로 회전하면서 인체를 단면으로 나눠 촬영하기 때문에 몸속을 입체적으로 알 수 있다. 복부와 가슴, 체 내의 여러 조직을 관찰하는 데 사용되는데 투사부분의 흡수계수를 정확히 파악한 후 단면도를 만들면 병변과 정상 조직의 차이가 근소하더라도 곧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CT-스캐너는 곧바로 천사의 선물이라는 말을 들으며 전 세계에 보급되었고 병원의 신뢰성은 CT-스캐너가 확보되었느냐 안 되었느냐로 평가될 정도였다. CT-스캐너를 발명한 코맥(Alan MacLeod Cormack, 19241998)과 하운스필드(Godfrey Newbold Hounsfield, 1919~2004)1979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CT-스캐너 여전히 X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체가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한 CT-스캐너는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만 보여줄 뿐 내부조직의 기능적인 상태나 생리학적인 상태를 보여줄 수 없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인체의 내부 모습을 해부하지 않고도 조사할 수 있게 된 것은 핵자기공명(NMR)법이다. 의학에서 NMR-CT(nucelar magnetic resonance-computed tomography)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지는데 인체를 강한 정자기장 안에 두고 수소 원자의 공명 주파수와 같은 주파수의 전자파를 순간적으로 건다. 그 직후에 인체 속의 수소 원자의 핵자기 공명에 의해 방사되는 전자파를 측정하여 그것으로부터 인체의 어떤 단면상의 수소 원자 분포를 이용해 그 단면의 단층화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NMR을 개선한 쿠르트 뷔트리히(Kurt Wuthrich)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광우병의 원인이 프리온이란 단백질이라는 것을 밝혀낸 것도 NMR기법에 의한 것이다.

NMR이 획기적인 기자재임은 틀림없지만 인체와 같은 복잡한 고분자를 측정하기에는 아직도 분해능이 불충분했다. 이 단점을 개선한 것이 유명한 MRI(자기 공명 화상 장치, Magnetic Resonance Imaging) 장치이다. MRI-CT가 등장하자 인체에의 활용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곧바로 뇌와 척수 질환을 비롯하여 심장 및 혈관질환, , 간 등 장기는 물론 부인과 및 비뇨기계의 종양, 유방질환, 관절질환 등도 진단할 수 있게 되어 암의 경우 조기 발견이 쉬워진 이유이기도 하다. MRI-CT가 개발되자 노벨상의 영예를 누가 획득하느냐가 관심사였는데 예상대로 2003년에 미국의 폴 로버터(Paul C. Lauterbur)와 피터 맨스필드(Peter Mansfield)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러나 MRI-CTCT-스캐너로 볼 수 없는 뇌나 척수 같은 신경계의 질병을 진단하는데 탁월한 성능을 보이지만 촬영시간이 길어 폐나 위처럼 움직이는 장기를 찍는 것이 어려운 등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의사들은 환자의 병명에 따라 방사능을 사용하는 CT-스캐너를 선별적으로 사용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방사능은 백혈병을 포함한 암 종양의 치료에도 이용된다. 방사선으로 종양이 크고 침습이 되어 수술이 어렵거나 수술로 제거하지 못한 국한 부위를 치료(local/regional control)하는 수단으로 암환자의 거의 60퍼센트가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다고 알려진다. 또한 출혈을 멎게 하거나 통증을 경감시켜 고통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나자 일본에 요오드를 보내주고 중국 사람들은 요오드를 사재기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는 방사능 자체를 인체의 질병에 직접 활용하는 특이한 예이다. 희한하게도 사람이 요오도를 먹으면 이것은 항상 갑상선에 가서 모이고 갑상선에 가득 차면 밖으로 배출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므로 약간의 방사선이 나오는 방사능 요오도를 먹으면 갑상선에 고여 계속 방사선을 내면서 암세포를 죽인다. 그런데 방사능에 피폭되었을 때 즉 암이 걸리지 않았더라도 요오드를 먹는 것은 갑상선에 요오드가 꽉차면 방사능 물질이 들어가도 밖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방사능의 효과를 정확히 파악하면 오히려 방사능이 인간의 방사능 감염으로부터도 방어할 수 있는 길이 생긴다고 설명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