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의 방사선 효과는 학자들을 놀라게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방사선에 의한 유전자 연구에 의하면 유전자 변형이 궁극적으로 인간은 물론 생태계에 결정적으로 해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긍정적인 결과가 계속 도출되기 때문이다. 우주에 다녀온 씨앗들은 놀랍게도 유전자 형질이 크게 변해 있었는데 20퍼센트 정도는 열매가 많이 맺히고 병균에 대한 저항력이 커지는 등 인간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자랐다.
우주 육종은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길게는 1년씩 생활해야 했던 구소련 우주인들이 가져 가야할 식량의 무게를 줄이고자 고민했던 데서 비롯됐다. 1960〜1970년대 우주인들은 씨앗을 우주 공간으로 가져가 직접 재배하여 먹을 수만 있다면 정기적인 식량 배달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밀·양파 등을 시험적으로 재배해 보았다. 극한 환경에서 식물이 자라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식물의 성장속도는 지구보다 빨랐으며 놀랍게도 녹두 등 콩류는 단백질 함량까지 높아지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아직까지 지상 200〜400킬로미터의 무중력 우주 공간을 다녀온 씨앗의 유전자가 변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중력 상태와 우주 방사선 등 지구에는 없는 특수한 환경이 돌연변이를 유발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인 이소연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갈 때 무․벼․콩․유채 등 11가지 씨앗을 가지고 올라갔다. 우주 방사선에 씨앗을 노출시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보자는 의도다. 이에 앞서 한국원자력연구원부설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는 2006년 중국 우주선에 일곱 가지 씨앗을 실어 우주에 올리기도 했다.
우주 식량도 방사선 기술이 필수다.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우주인들이 상주하는데 이들은 방사선으로 완전히 멸균한 우주 식량을 먹는다. 방사선 식품조사기술은 대표적인 비가열 살균처리 방법으로 가열 및 건조 처리를 할 수 없는 식품의 살균에 매우 효과적인 기술이다. 또한 살균처리 후 재포장에 따른 2차 오염을 방지할 수 있고, 제품의 성분 파괴를 최소화하며, 냉장․냉동상태에서도 살균이 가능하며 방부제나 보존료를 첨가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이소연이 우주에 체류하는 동안 먹은 한국 식단도 방사선이 주역이다. 김치는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이지만 발효식품의 특성상 장기간 보관이 어렵고, 우주식품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김치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제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김치는 방사선 식품공학 융합기술로 개발된 '원터치 캔' 형태에 멸균상태로 담긴다. 캔 내부에는 김치로부터 발생되는 김치 국물을 흡수할 수 있는 식품용 특수패드를 함께 포장해 국물이 우주환경으로 비산하는 것을 방지하고 안전하게 섭취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식품에 방사선 살균이 허가되고 있으나 ‘방사선은 위험하다’라는 인식 때문에 실제로는 아직까지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 방사선을 조사한 식품이 인체에 해가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가정에서 매일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도 사실은 같은 전자파임을 알면 놀랄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거부 반응 없이 식품을 데워 먹는다.
한국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목재와 종이류 등 유기물이 주이므로 이들 유기문화재는 미생물이나 해충 등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큰 손상을 입는다. 목재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즈를 분해하는 부후균이나 권연벌레는 물론 흰개미 등이 목조 건축물의 많은 부분을 잠식한다. 그동안 이런 문화재의 생물피해 방제는 훈증처리 방법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대표적인 훈증처리에 사용되었던 메틸브로마이드(methyl bromide)가 강한 독성으로 1986년 선언된 몬트리올의정서에 따라 2005년부터 단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이에 대한 여러 훈증 대체 기술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기술이 바로 방사선이다. 이러한 방사선은 훈증과는 달리 처리 후 아무런 독성 물질을 잔존시키지 않으며 보존 대상인 문화재의 구성 성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방사선의 가장 큰 특징은 높은 투과력과 강한 에너지에 있다. 방사선의 높은 에너지는 살아 있는 생물체 내의 염색체를 부분적으로 절단하여 미생물이나 곤충류를 사멸시킬 수 있으며 투과력이 높기 때문에 내부에 있는 충균에 적용할 수 있다. 2001년 9․11 뉴욕 테러 사건이후 탄저균 우편물이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을 때 대안이 방사선이다. 이 당시 의문시되는 우편물은 모두 입자 빔을 쐼으로써 탄저균을 죽일 수 있었다.
감마선은 수 센티미터 두께의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가고 목재의 경우 35센티미터 깊이까지도 들어갈 수 있으므로 벌레나 곰팡이를 죽일 수 있다. 그러므로 감마선을 사용할 경우 컨테이너 한 개만큼의 목재를 한꺼번에 처리할수도 있으며 소요 시간도 몇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화재로 전소한 남대문에서 해체된 목재의 경우도 며칠이면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학자들은 해충을 죽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해충의 번데기에 방사선을 쏘여 수컷들이 불임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들판에 풀어 놓으면 야생 암컷들과 아무리 교미해도 알이나 새끼를 낳지 못하는데 이런 과정이 몇 대를 걸쳐 일어나면 그 해충의 씨가 마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방사선해충불임술’이라 한다.
실제로 목화다래나방은 목화에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지만 오늘날 목화 경작지에서는 방사선 해충불임술로 이들을 퇴치하여 크게 생산량을 높였다. 사과나무와 같은 과수(果樹)들은 잎말이나방의 피해가 심한데 이 역시 해충불임술로 퇴치된다. 미국 플로리다 앞바다에 있는 큐라스 섬에서 나선구더기파리가 기승을 부리자 방사선으로 완전히 박멸했다. 일본 큐우슈와 대만 사이에 있는 류우큐 제도에서는 오이와 수박에 피해를 주던 과실파리를 잡기 위해 이 방법을 동원했다. 남부 유럽의 과수원들도 지중해과수파리 때문에 골머리를 썩였는데 방사선을 사용하여 이들을 퇴치했다.
식물에 이용되는 비료의 효용 성능을 조사하기 위해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標識) 화합물로 만들어 비료와 함께 농작물에 주면 비료의 어떤 성분이 식물의 어느 부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계란이나 우유, 콩, 밀가루, 땅콩 등을 먹으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상당수다. 성인의 경우 2%, 어린이는 8% 정도가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계란의 경우 오브알부민이라는 물질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데 거기에 방사선을 쪼이면 그 구조가 바뀐다. 즉 방사선을 조사한 오브알부민을 먹으면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면역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 후 계속하여 계란을 먹어도 알레르기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아예 우유나 계란 등 주요 식품에 방사선을 조사하여 알레르기 물질의 구조를 바꾸기도 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아크누클레아르(ARC-Nucleart) 연구소에서는 이집트의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 2세 미라의 생물학적 멸균을 위해 방사선을 사용했고 2010년에는 러시아와 프랑스가 공동으로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새끼 매머드에게도 방사선 기술을 이용하여 보존처리했다. 방사선의 효용도가 얼마나 높은 지 알 수 있다.
<특수 목적에 이용>
방사선을 활용하여 산업 용도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마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학자들은 방사선이 만드는 '마술'을 이용하여 다방면의 산업에 활용되도록 총력을 기우리는데 이는 방사선이 남다른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방사선 마술의 실예를 보자.
과학자들과 보석상들의 바람은 무색 다이아몬드를 유색 다이아몬드로 만들어보자는 것인데 근래 그 꿈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비법은 방사선이다. 방사선을 무색 다이아몬드에 쪼여주면 색이 변한다. 다이아몬드가 노랑, 초록, 파랑 등 갖가지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방사선을 쪼이면 광물의 색도 바뀐다는 것을 파악한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광물에도 실험했는데 학자들의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백수정은 자수정으로, 무색 토파즈는 청색으로, 진주는 은청색과 은갈색. 은흑색 등으로 바뀐다.
방사선으로 각종 유물의 제작 연도를 파악하는 탄소연대측정법은 구문이 되었을 정도로 고고학 분야 등에서 필수적이다. 그런데 방사선으로 미술품 복원에도 이용되고 있다. 많이 훼손된 유화를 겉으로 보면 어떤 물감을 사용했는지, 어떻게 붓 칠을 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X선 촬영을 해보면 그 속에 밑그림을 어떻게 그렸고 터치는 어떠했는지 두께는 어느 정도로 칠했는지 또는 숨겨진 서명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위작 여부도 가려낼 수 있다. 한 예로 19세기의 프랑스 화가 까미유 꼬로가 그린 풍경화는 풍경화의 밑에 보다 먼저 그렸던 꼬로의 초상화가 있다는 것이 X선 투과로 밝혀졌다. 이 그림이 가짜라면 진짜 그림 위에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 상식이다. 원작자가 자신의 초상화를 지우고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캔버스를 새로 구입하는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고 추정할 수 있다. X선은 미술전문가들에게 그야말로 절대적인 무기를 쥐어준 것이다.
방사선은 공해물질을 추방하는데도 이용된다. 석유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가스에는 황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어 피해를 준다. 이러한 공해 가스의 배출량이라든가 피해 범위들을 추적하는 방법으로 황34가 활용되기도 한다.
학교나 사무실은 물론 호텔, 영화관 등의 천장에 있는 화재감식기 즉 연기감지장치도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것이다. 여기에는 반감기가 긴 아메리슘이 주로 사용되는데 아메리슘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공기 중에서 이온으로 작용하여 (+)단자와 (-) 단자에 전류를 흐르게 한다. 여기에 연기가 들어오면 흐르는 전류의 양이 감소되므로 이것을 느낀 장치가 경보를 울리는 것이다. 연기감지기에 함유되어 있는 방사능은 1개당 10마이크로큐리 이하로 이 양은 인체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X선 투과력은 지구를 이해하는데도 중요하게 활용된다. 해저에 쌓여 있는 퇴적물 분석은 현재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정은 물론 과거의 바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해양에서 채취된 퇴적물 시료들을 X선으로 촬영하면 퇴적물의 퇴적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분석하면 퇴적물들이 쌓였을 당시의 퇴적 조건과 과정들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우주선의 특수 동력원, 심장박동기 등 특수용도에 사용하는 동위원소전지도 방사능이 기본이다. 원리는 매우 간단하여 기본적으로 플루토늄238, 스트론튬90등에서 방출되는 붕괴열을 열전대(Thermo Couple)에 의해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방사선이 차폐물에 흡수되면 작지만 열이 생긴다. 이 미미한 열을 전기로 변환시키는 것인데 플루토늄과 스트론튬은 1만 큐리로 약 3와트의 전기를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이동식동위원소전지(Mobile Nuclear Battery)산업 연구기반조성 및 제품실용화 기술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소형핵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소형핵전지는 방사성 물질이 자가 방출하는 베타선원(Beta Source)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반영구적 미래 전지로, 기존의 태양전지 제조기술에 방사성 동위원소 응용기술을 융합한 대표적인 융합기술이다. 소형핵전지의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동위원소는 인체에 해가 없는 작은 에너지용량의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폭발의 위험이 있는 리튬계 전지보다 더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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