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코트의 SF 고전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또한 복제인간의 정체성 문제를 다루었다. 암울한 2019년 타이렐사는 ‘리플리컨트’라 불리는 복제인간을 만들어 우주 식민지 개척에 투입한다. 그러나 리플리컨트는 자신들의 생명이 4년으로 한정되었다는 것을 알고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키고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블레이드 러너가 호출된다.
블레이드 러너는 고도의 감정이입과 테스트를 통해 인간과 리플리컨트의 차이점을 식별할 수 있다. 리플리컨트를 찾아내는 방법이 매우 지능적으로 전개되는데 영화는 마지막으로 남은 리플리컨트가 주인공을 구해줌으로써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최후를 맞는 장면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복제인간이 오히려 인간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설정으로 많은 청중들을 놀라게했다.
복제인간을 만드는 과정을 영화화한 작품도 있다.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의 「닥터 모로의 DNA The Island of Dr. Moreau」. 노벨상을 수상한 모로 박사는 남태평양의 한 섬에서 동물과 사람의 생체 DNA를 합성하여 완벽한 인류를 창조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실험 중 과도기적인 창조물로 비스트맨(동물인간)을 만든다. 비스트맨은 고통 프로그램을 몸속에 이식받았는데 어느 날 자신들의 몸속에 장치된 충격 전달 전자칩을 제거하면 더 이상 고통이 재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곧바로 비스트맨들의 대반란이 일어나며 모로 박사를 비롯한 관련자들이 살해당한다. 비스트맨들의 요구는 단 하나. 자신들을 원상태로 복구,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들 SF 영화는 함부로 사용된 유전자 복제기술이 인류에게는 얼마나 큰 재앙인지를 보여준다.
SF영화에서는 인간과 똑 같은 복제인간이 나오며 심지어는 인간보다 더 월등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인간에 반란을 일으키는 소재도 SF영화에서는 자주 등장하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임포스터, Imposter」란 영화로도 제작된 필립 K. 딕의 소설 『사기꾼 로봇』이다.
‘지구와 외계인들이 심각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전쟁의 중요한 기밀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지구의 과학자 스펜스 올햄은 외계의 스파이로 몰려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의 동료와 수사기관은 그에게 진짜 올햄 박사를 죽이고 그의 행세를 하는 외계의 로봇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체포될 위기에서 탈출해 그의 무죄와 정체성을 증명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한다.’
30페이지도 되지 않는 짧은 단편인데도 마지막 반전이 독자를 놀라게 한다.
한 마디로 복제인간이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다.
감독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보아즈 데이비슨 감독의 「아메리칸 사이보그」는 누가 인간인지 누가 사이보그인지 도대체 구분할 수 없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3차 대전이 끔찍한 핵 파괴로 폐허화 된지도 17년, 지구상의 생존자들은, 인간을 위해 일하도록 개발했던 컴퓨터의 반란으로,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강제 수용되어 자연 소멸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포로의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컴퓨터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두뇌들은 지하에 집결해서, 반 컴퓨터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 활동의 하나가 핵은 물론 컴퓨터의 오염을 받지 않은 새로운 인간의 발육에 있었다.
지하연구소의 책임자 버클리 박사는 오염되지 않은 숫처녀 메리의 난자를 이용해서 그런 생명을 출산시켜, 미국보다는 깨끗한 유럽으로 옮기기로 한다. 그러나 정확하고 철저한 컴퓨터의 감시를 뚫고 시험관 속에 담은 태아를 유럽으로 옮기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사이보그의 끈질긴 추적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만난 오스틴의 도움으로 36시간의 어려움 많은 길을 항구를 향해 달려간다.
수많은 고비를 함께 넘기는 사이에 메리도 오스틴도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사이보그와의 치열한 격투 끝에, 오스틴 자신도 사이보그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런 사실은 메리에게 커다란 배신감을 안겨준다.’
복제인간이 인간에 대항하더라도 주인공에 의해 종국에는 인류가 구해지며 『사기꾼 로봇』도 정체가 밝혀지지만 이들 영화가 주는 화두는 복제인간들이 인간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복제가 가능한가이다. 바로 이 질문이 황박사의 연구를 둘러싸고 수없는 논쟁이 일어난 근원이라고 볼 수 있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
1997년 2월 영국의 <로스린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이안 윌머트 박사의 중대 발표는 그야말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 그것이다.
원래 포유동물은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합체된 수정란으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예를 든다면 단 한 개의 수정란 세포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면서 수를 늘려나가 세포가 60조 개 쯤 되었을 때 비로소 성인의 몸이 된다.
그런데 월머트 박사는 이러한 생명의 탄생 비밀을 깨뜨리는데 성공하여 복제양 돌리를 만든 것이다.
복제양 돌리는 간단히 말하면 6살 난 암컷 양의 젖샘 세포를 채취해서 잠시 잠재운 후, 다른 암컷 양으로부터 미수정란을 채취하여 수정란의 핵을 제거한 후 젖샘 세포의 핵을 이 미수정란에 이식시켰다. 이 때 전기 쇼크를 주어 미수정란과 핵을 융합시켰는데 전기 쇼크는 핵을 융합시킬 뿐만 아니라 융합한 미수정란이 분열을 일으키는 기폭제 역할도 한다. 분열이 시작된 세포를 6일간 배양한 뒤 대리모가 되는 암컷 양의 자궁에 이식하였고, 그것이 자라 복제양 돌리가 탄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돌리의 DNA는 젖샘 세포를 제공한 양과 똑 같았다.
돌리의 탄생에는 아버지의 정자가 전혀 관계하지 않았다는데 중요성이 있다. 아버지가 없이도 새끼가 태어났기 때문에 전 세계가 경악한 것이다. 그것만으로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1997년 7월에는 돌리를 탄생시킨 로스린 연구소에서 인간의 유전자를 이식 받은 양의 젖샘 세포의 핵으로 복제 양을 탄생시켰다. 이번에는 폴리라고 이름을 붙였다. 1999년에는 돌리가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아 생식력이 정상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포유동물을 복제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간단한 것은 일란성 쌍둥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본뜨는 것이다. 난자가 몇 개의 세포로 분할되는 발생초기 단계에서 각각의 난자는 각기 똑같은 유전적 특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분리된 세포 하나하나가 각기 완벽한 하나의 개체로 자랄 수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이러한 과정이 우연히 일어난 결과다.
이러한 과정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 복제의 기원인 셈이다. 클론(clone)은 일종의 복사본으로, 유전적으로는 원본과 똑같다. 그러나 유성 생식을 하는 모든 포유동물은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하고는 클론을 만들지 않는다. 더욱이 성숙한 포유동물은 자신의 클론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동물 복제에 대한 연구는 곧 세포분화에 관한 연구다. 수정된 난세포는 뼈나 근육, 혹은 피부 등 모든 부위의 세포로 분열할 수 있지만 성장한 개체의 피부세포는 피부세포만을, 근육세포 역시 같은 근육세포만을 확대재생산할 뿐이다.
지금까지 생물학에서는 '체세포처럼 완전히 분화하여 기능이 고정된 세포는 분화 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미 분화된 세포는 그것이 소속된 조직의 기능만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세포의 핵은 개체 발생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수많은 의문이 생겨난다. 피부세포 역시 수정된 난세포가 지닌 모든 DNA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뼈나 근육세포로 분열되지는 않는다. 왜 피부 세포는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난세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하는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학자들은 어른 개구리의 암세포에서 빼낸 핵을 난세포 속에 집어넣었을 때도 올챙이가 태어나고 어른 개구리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는 암세포를 집어넣으면 암세포들만 생겨날 거라고 생각했던 많은 생물학자들의 예상과는 다른 것이었다. 말하자면 정상적인 세포가 암세포로 변할 때, 성장한 개체 내에서 각종 기능이 정지되었던 유전자들이 다시 되살아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충분히 성장한 올챙이의 내장세포에서 핵을 빼내어 핵을 제거한 난세포에 이식한 결과 정상적인 개구리가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올챙이 단계에서 분화된 유전자들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완전한 기능정지가 일어나지 않으며, 난세포의 조건만 충족되면 그러한 기능들이 복원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구과정을 거쳐 1997년에 월머트가 6년생 암양의 유선(乳腺) 조직에서 채취한 DNA 유전자를 다른 양의 난자와 결합시킨 결과, 암수의 성교나 수컷의 정액 없이도 미수정란 핵을 체세포 핵으로 바꾸어 유전적으로 똑같은 양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연구 전까지는 포유동물의 복제를 연구할 때 주로 핵 이식(nuclear transfer) 방법을 이용했다. DNA 정보를 담은 공여(供與) 세포와 DNA를 제거한 난자를 융합하는 방식이었다. 두 세포가 융합되면(세포 융합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보통 약한 전기충격을 가한다) 발생단계의 배자(胚子, embryo)를 대리모에게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생산한 포유동물의 클론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즉 초기 배자로부터 직접 추출한 공여세포 대신 장성한 체세포를 이용해 클론을 만들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월머트는 공여세포와 난자의 상태를 교묘하게 조정했다. 한 개의 세포는 두 개의 딸세포로 유사분열(有絲分裂, mitosis)하기 전까지 G1, S, G2 등 세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 S단계에서 염색체가 복제되고 DNA가 두 배로 늘어난다. 세포가 분열되면 각각의 딸세포는 똑같은 양의 DNA를 갖게 된다.
많은 과학자들이 클론을 만들기 위해 S단계나 G2 단계의 공여세포와 이미 유사분열을 시작한 난자를 이용했지만 결과는 실패로 나타났다. 공여세포와 난자가 융합될 때 좀 더 많은 DNA 복제가 일어났지만 그로 말미암아 유사분열에 혼란이 오는가 하면 손상되거나 쓸모없는 염색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월머트는 S나 G2 단계의 세포 대신 휴지기 세포를 이용하여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이것은 개구리를 이용한 실험이 포유류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모든 유전정보를 갖고 있는 성숙한 세포를 비활성(非活性) 상태로 만들면 그 세포의 모든 유전자가 재생 가능한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세계가 월머트 박사의 연구에 놀란 이유이다.
<복제의 득과 실>
근래 연구되는 복제는 크게 두 분야로 나뉘어 진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인간복제도 가능할 개연성이 있는 동물 복제이고 다른 하나는 축소된 의미의 인간복제 즉 치료용 복제다.
학자들이 복제양 돌리 등 동물복제에 힘을 쏟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동물 복제가 의학적인 측면에서 매우 유용하다는 점이다. 인간에게 치명적인 암이나 고혈압, 당뇨, 유전질환 등 고질병의 치료약 개발이 어려운 것은 인체를 대상으로 직접 실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인체 대용 동물인 모르모트나 돼지 등을 사용하는데 시료용 동물을 확보하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특히 시료용 동물도 각 개체가 엄밀한 의미에서 다르다고 볼 수 있으므로 실험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반복 실험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인체와 유사한 형질을 소유한 복제된 시료용 동물을 사용하면 인체 실험과 거의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당연히 실험기간이 단축됨은 물론 실험의 오차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축산 효율의 극대화다. 가장 좋은 품종을 무한정 생산해낼 수 있다면 가축의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젖을 많이 내거나 육질이 좋은 품종을 개발한 후 집중적으로 복제하는 기술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황우석 박사는 1999년 2월에 복제 송아지 영롱이(젖소)와 진이(한우)를 탄생시켰는데 일반 송아지보다 6개월 정도 빠르게 성장한다고 발표했다. 2000년 3월에는 국내 최초로 수컷 복제소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한우의 경우 다 자라면 체중이 보통 소(500킬로그램)의 두 배 가까운 800~900킬로그램이 되며 우유 생산량도 일반 젖소의 3배 가량이 되며 고기의 품질 면에서 몇 배 뛰어나다고 평가되었는데 황박사의 논문 조작사건으로 의미가 크게 퇴색되었지만 축산용 동물 복제는 매우 전망이 밝은 분야 중에 하나이다.
복제 기술을 사용하여 멸종 위기에 놓인 갖가지 포유동물의 개체를 인위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점도 복제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환경론자들은 이미 태어난 생물이 어떠한 경우라도 멸종되었다면 그 생물로 인해서 생겼던 생태계가 파괴되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므로 각종 생태계의 변화에 의한 생물의 멸종을 막아야 하는데 복제기술이 이들의 우려를 씻어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동물복제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물복제의 기술이 어떻든 인위적으로 유전자 등을 조작하는 것이므로 그 여파를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SF 영화에서 유전자 분야를 연구하다가 실수 또는 고의에 의해 괴물 등이 태어나거나 치명적인 전염병 등이 발생한다는 것은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과학자들은 동물복제는 다른 유전자 조합 기술과는 달리 '나쁜 영향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실예로 복제소는 유전형질을 변화시키거나 외래 유전자를 넣는 것이 아니고 어미의 체세포 하나를 떼어내서 만든 것일 뿐이므로 보통 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무적인 차원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복제 문제로 넘어오면 상황은 매우 달라진다.
우선 인간복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연구결과가 악용될 경우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인간복제가 성공하면 나이만 다를 뿐 생김새가 모두 똑같은 쌍둥이 가족이 생겨날 수도 있다. 황당한 이야기 같지만, 여자가 자신과 똑같은 쌍둥이를 낳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또 어떤 아이가 매우 우수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저온으로 저장시킨 그 아이의 클론들을 높은 값에 팔수도 있다.
고약한 예는 그뿐만이 아니다. 장기이식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여 자신의 배(胚)를 냉동시켜 놓았다가, 여차하면 그걸 성장시켜 필요한 장기를 공급받는 것도 가능하다. 클론은 원래 자기 몸에서 떼어낸 세포를 복제한 것이기 때문에 거부반응도 없다.
그러나 이럴 경우,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또 다른 자신을 살해해야 한다는 모순이 생긴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 있다. 자연 질서에 따르면 생물체가 수정될 경우 정자와 난자가 서로 유전인자를 교환해서 각기 다른 면역 체계를 가진 후손을 탄생시키게 된다. 결과적으로 종족 전체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복제된 동물들은 똑같은 체질만을 지니게 되므로 특정한 병에 약점이 있을 경우 떼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는 복제가 인간을 만든다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설명하는 것은 SF영화에 나오는 큰 틀에서의 인간복제가 아니라 축소된 의미의 복제 즉 치료용에 국한되는 복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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