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에 한 획을 긋다>
SF영화에서 다루는 복제는 대부분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여 복제의 위험성을 알려주며 일부 종교계에서 기본적으로 인간과 관련되는 어떠한 복제에 대해서조차 반대하는 경우는 있지만 치료를 위한 복제연구는 허용되는 추세임을 사전에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복제에 대한 세계의 여론은 둘로 나뉘어져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복제기술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은 최소한 치료용 복제는 허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제3국가들은 복제기술 자체를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4년 유엔에서 인간 배아 복제 연구를 완전히 금지하자고 코스타리카가 제안했다. 반면에 벨기에는 불치병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연구는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04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투표에 부쳐진 '줄기세포 연구지원' 주민 발안이 통과됐다. 이 발안 통과로 줄기세포 연구는 앞으로 10년 간 30억 달러의 캘리포니아 주 기금을 지원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영국정부는 뉴캐슬대학교 연구팀에 대해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했고 중국도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어 2004년 2월, 황우석 박사가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전 세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의 발표는 복제에 있어 한 획을 긋는 중대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단원은 비교적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전문과학용어가 나오므로 먼저 용어를 설명한다.
① 줄기세포(stem cell)
줄기세포란 신체 내에 있는 모든 세포나 조직을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세포를 말하며 아직 분화가 결정되지 않은 `미분화 세포'다.
즉 난자와 정자가 수정돼 처음 생긴 수정란은 분열을 거듭하고 세포수가 많아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세포가 다리가 되는지, 뇌는 어떤 세포인지 등이 정해지지 않은 시기를 말한다. 이후 특정한 세포로 진행될 때 이를 분화라고 한다.
우리 몸의 근육·뼈·내장·뇌·피부 등 신체 각 기관조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분화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는 사람의 배아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복수기능 줄기세포)'와 혈구세포를 끊임없이 만드는 골수세포와 같은 '성체줄기세포(다기능 줄기세포)', 신연구분야로 각광받는 ‘역분화줄기세포’로 나뉜다.
② 배아줄기세포
배아줄기세포에서 `배아(embryo)'는 생식세포인 정자와 난자가 만나 결합된 수정란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수정된 후 조직과 기관으로 분화가 마무리되는 8주까지 의 단계를 가리킨다.
배아는 보통 5~7일 동안 세포분열을 거쳐 100~200여개의 세포로 구성된 `배반포기배아(blastocyst)'로 발생돼 자궁에 착상하게 되며 계속해서 세포분열과 분화 과정을 통해 인간 개체로 발생하게 된다.
배아줄기세포는 착상 직전 배반포기배아나 임신 8~12주 사이에 유산된 태아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으로 발생하는 세포이기 때문에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줄기세포의 분화를 억제시켜, 210여개 장기로 발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원시세포를 유지시켜 준 상태를 배아줄기세포주(Stem Cell line)라고 한다.
③ 성체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는 기본적으로 혈액을 구성하는 백혈구나 적혈구 세포처럼 정해진 방향으로만 분화하는 특성이 있는 줄기세포다. 그런데 근래 학자들이 성체줄기세포에 주목하는 것은 뇌에서 채취한 신경 줄기세포를 근육세포, 간(肝)세포, 심장세포로 전환할 수 있음이 알려지면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가능성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성체줄기세포는 면역거부반응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골수뿐만 아니라 신경, 근육, 피부, 눈, 유방, 장, 혈관, 간, 췌장, 신장, 폐 그리고 출산아의 탯줄, 태반 등에서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성체줄기세포에도 약점은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 단계부터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포 증식 능력이 약하고 분화의 방향이 정해져 있어 다른 조직의 세포로 분화시키기 어렵고 또한 환자 치료에 필요한 충분한 세포량을 만들어 내는 데 제한이 따른다.
④ 역분화줄기세포
역분화란 수정란이 분화해 줄기세포가 되고 이후 다양한 세포로 분화되는 것과는 반대로 다 자란 체세포에서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즉 환자의 세포를 원하는 조직세포로 바로 변환시킬 수 있다. 이것은 환자세포를 아예 줄기세포 단계로 역분화시켜 여기서 원하는 세포를 고를 수 있으므로 윤리논란이 생길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했지만 줄기세포란 신체 내에 있는 모든 조직을 만들어내는 기본적인 구성 요소로 뼈, 뇌, 근육, 피부 등 모든 신체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만능세포다. 학자들이 줄기세포 연구에 집착하는 것은 줄기세포의 분화과정을 조절할 수 있다면 손상된 신체에 줄기세포를 이식, 원래 상태로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여 당뇨병 등 퇴행성 질환 환자들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당뇨병을 원천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놀라게 한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불임치료에 쓰고 남은 잉여 수정란을 이용하는 것, 골수나 탯줄혈액에서 세포를 추출하는 성체줄기세포 방식, 체세포복제방식 등이다.
잉여 수정란을 이용하여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식은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을 다시 분화시키는 것이다. 불임치료 후 냉동보관 됐던 수정란을 다시 해동(解凍)하여 이를 분화시킨 뒤, 실험실 조작으로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오는 세포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처럼 무한대로 증식이 가능하다. 하지만 환자의 세포가 아니라 타인의 세포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이식할 때 면역 거부 반응이 생길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알려진 것이다. 현재 TV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질병인 백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골수이식’이라는 방법이 바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1956년 미국의 내과의사 E. 도널 토머스가 생체에 골수를 주사하면 골수가 새로운 혈구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그는 199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체세포복제방식은 황박사가 세계를 놀라게 한 것으로 일명 ‘환자맞춤형줄기세포’라고도 불린다. 제공된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 환자의 핵을 넣어서 복제를 한다. 이렇게 탄생한 인간 배아를 4~5일 동안 시험관에서 배양해 얻은 줄기세포가 곧 인간 배아 줄기세포가 된다. 이 줄기세포의 장점은 환자의 유전 정보를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에 이식 때 면역거부 반응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세포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내는 배아 단계의 것이기 때문에 환자에게 필요한, 한마디로 원하는 세포를 무한대로 증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여하튼 체세포 복제 방식은 환자의 체세포에서 떼어낸 세포핵을 난자에 융합시키는 것으로 이를 통해 얻은 인간 배아 줄기세포는 첫째 이식거부 반응이 없는 세포와 장기를 무한정 얻을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 방법이 면역거부반응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황교수는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유전자를 제공한 쥐에게 이식했더니 아무런 면역거부반응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체세포 복제의 또 다른 장점은 윤리적 문제를 다소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이다. 수정란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난자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진 복제 배아는 생명체, 즉 사람으로 성장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생명윤리논쟁에서 조금 비켜갈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으므로 꿈의 복제기술로 평가된다. 세계가 황박사의 논문에 경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자 기증이 필수이며 인간 세포의 복제 기술의 발전이 궁극적으로 복제 인간 탄생을 도울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는 지적은 상존한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설명한다.
여하튼 황박사가 ‘환자맞춤형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생명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로저 피터슨 교수는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다면 21세기 한국에서는 생명공학 혁명이 시작됐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것은 체세포 복제로 특정 질병의 치료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얼마나 인간 질병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지는 당뇨병의 예를 들어서도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당뇨병연맹(IDF)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 약 320만 명이 당뇨병으로 사망한다. 이는 과거에 추정한 숫자보다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1분당 6명이 당뇨병 관련 질환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WHO는 2000년 전세계의 당뇨병 환자가 1억7100만 명이나 2030년에는 이보다 배가 늘어난 3억6600만 명으로 추산했다.
당뇨병은 지구인들에게 치명적인 질병인데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β세포가 바로 그 치료의 열쇠다. 황박사가 성공한 줄기세포 복제로 당뇨병 치료에 필요한 β세포를 충분히 보충해주는 ‘세포이식’을 한다면 당뇨병의 원천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더불어 부가가치성을 따진다면 2020년경에 당뇨병 치료제 시장규모가 2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하는데 환자 절반에만 적용한다고 해도 100억 달러 이상이 된다. 그야말로 당뇨병 하나만으로도 그 파급 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황우석 박사가 다른 국가의 수많은 연구자들을 제치고 체세포 기술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젓가락 기술’로 알려졌다.
사람의 난자는 동물의 난자에 비해 막이 훨씬 더 끈적끈적하다. 이 때문에 막을 뚫고 난자핵을 제거하거나 체세포의 핵을 집어넣는 일은 동물난자의 경우보다 훨씬 어렵다.
황 교수는 `젓가락 기술'로 난자에 구멍을 내서 핵을 짜내고, 여기에 체세포를 이식해 복제배아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누 방물처럼 터지기 쉬운 난자를 미세한 실험도구로 조작하는 기술이 마치 젓가락으로 조그만 쌀 한 톨을 집는 것처럼 섬세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다른 나라 연구원들은 체세포 연구에서 흡입 장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난자와 핵에 손상을 줄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한국인 연구원들은 평소에 사용하는 젓가락 기술로 세포의 핵을 포도알처럼 눌러 짜내는 ‘스퀴징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효율을 한층 높였다는 설명이다.
참고적으로 학자들은 젓가락질이 의학적으로 64개의 근육과 30여개의 관절을 동시에 사용하므로 두뇌개발에도 좋고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황박사의 성공은 한국을 환호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수많은 명예와 연구비가 지원된 것은 물론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협의회>에서 대전직할시 대덕특구 내 간선 도로명 4곳을 충청지역 출신 과학자의 이름으로 바꿀 때 황박사의 이름도 들어갈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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