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놓친 비운의 천재들/황우석

생명공학 혁명의 주인공에서 좌초된 황우석(5)

Que sais 2020. 10. 21. 20:09

youtu.be/NSA21QSa1P0

<언론의 논쟁 가세>

MBC-TV의 보도황우석 사태에서 워낙 큰 파장을 일으켰으므로 보다 설명한다.

MBC-TV황우석 교수의 윤리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는 이유로 졸지에 국익도 모르는 '파렴치한' 언론사로 낙인 찍혔다. 보도가 나간 후 MBC-TV애국주의와 민족주의로 무장된 네티즌들의 집단 사냥을 당하며 한때 서버가 다운되는 일도 일어날 정도였다.

국민들은 생명공학 분야척박한 한국적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황 박사의 연구는 빛을 발한다고 설명하며 그의 연구 과정에서 불거진 윤리적인 문제 정도국익을 위해서라도 굳이 들추어낼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언론도 당장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큰 차질을 빚게 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곧바로 반사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난자 제공 의사를 밝힌 자원자가 1,000여명에 달했고 심지어는 황박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MBC-TV<PD수첩> 프로그램의 광고주들이 모두 광고를 취소할 정도였다.

이와 같이 황 교수 지키기 움직임이 확산되는 이면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의 길이 열리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환자와 가족들이 있으며 정보통신에 이어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세계 강국으로 우뚝 서고 싶은 국민적 염원도 담겨있었다. 또한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과학계의 스타로 떠오른 황 교수의 침몰을 원하지 않는 심리도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황교수를 돕겠다는 뜻은 좋으나 지나치게 감정적 애국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도리어 황교수 연구의 진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황교수 구하기대세에 밀려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황교수 문제가 국민들의 편 가르기로 발전하자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은 다음과 같이 핵심을 집어 성명서를 발표했다.

 

언론과 대중의 지나친 관심과 장미빛 기대에도 불구하고, 황우석 교수가 그동안 이루어 낸 과학적 발전순수 및 기초과학의 체력이 허약한 우리나라에서 단연 돋보이는 세계적 업적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먼저, 연구에 정진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내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의 전국가적, 심지어 세계적 논란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사태에 대한 일차적 책임황우석 교수에게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고자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것을 위한 경쟁에는 국경이 없으며 과학기술이야말로 세계적 표준(global standard)이 통용되는 분야이다. (중략) 연구 성과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구 활동의 과정과 수단, 그리고 과학기술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논점에 있어서도 전 세계 연구자들의 공감대와 합의를 존중해야 한다. 과학기술 선진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필수적이며, 하물며 생명윤리와 관련한 수많은 논란이 존재하고 일부 선진국에서는 연구 자체를 금기시하는 인간 배아를 이용한 연구를 수행할 때에는 더더욱 일말의 티끌도 없도록 했어야 한다. 아니, 일부러 노력하여 윤리적 하자가 없는 연구 수행을 한다기보다, 세계 일등의 연구팀으로서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당연히 체화되어 있었어야 하는 기본인 것이다. (중략) 이번 사태의 핵심적인 몇 가지 쟁점에 대해 현장 과학기술인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옳다고 본다.

첫째, 황우석 교수의 거짓말에 대한 것이다.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와 관련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 그것이 연구 과정이나 관련된 주변 상황에 대한 것일지라도 용납될 수 없다. 과학자가 신뢰를 잃는다면 그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황교수는 여러 사실을 은폐함으로써 이미 모든 국민과 전세계의 동료 과학기술인들을 기만하였으며, 여성 연구원의 프라이버시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은 과학자로서 그의 거짓말, 또 그러한 거짓말을 이끌어낸 상황에 대해 황교수에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연구원의 난자 기증에 대한 것이다. 전술했듯이, 헬싱키 선언은 연구자들의 공통된 믿음을 모아 표현한 것으로, 황교수헬싱키 선언을 인지했는지 여부는 본질적 문제가 아니다. 성과 위주의 연구 문화, 대학원생연구의 주체로 여겨지지 않고 일개 일손으로 여겨지는 집단주의식 연구실 문화,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로서 수단을 불문하고 개인의 영웅적 희생을 강요하는 풍토가 연구원의 난자 기증이라는 상상키 어려운 사건을 만든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난자를 기증한 연구원 개개인을 욕할 의도는 없으나, 연구원의 난자 기증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사건으로 규정한다.

셋째, 매매된 난자의 사용에 대한 것이다. 매매된 난자의 사용에 대한 일차적 책임미즈메디 병원측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유감스럽게도, 이는 국내 의료계 일부의, 여성과 환자의 인권에 대한 후진적 의식의 발로로 보인다. 또한 낙태 문제를 비롯하여 장기매매, 난자매매 등의 보건 분야에서 유독 법과 제도가 미비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우석 교수는 해당 연구의 총책임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난자제공-기증 또는 매매한 여성들에게 수차례 감사의 뜻을 공개적으로 표했고, 매매된 난자의 사용에 대한 최종적 책임을 지겠다는 대국민 사과를 했으므로, 과학기술인들은 그의 사과를 받아들일 것이다.

(중략) 이번 사태로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위축되어선 안 되며, 오히려 줄기세포의 제어와 적용에 대한 연구의 저변이 확대되고, 줄기세포 분야 이외에는 아직 척박한 국내 생명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이 견인되기를 기원한다. 사회와 윤리에 대한 고려가 과학기술 연구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임을 만천하가 인지하게 된 만큼, 향후 법적 제도적 정비와 정책적 지원이 성과 도출 중심의 밀어붙이기식이 아닌 세계적 표준(Global standard)을 따라잡는 방향으로 형성되기를 바란다.’

 

<끝을 모르는 사건의 확대>

문제는 윤리성 문제로 초점이 맞춰졌던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의혹은 곧바로 연구의 진위논란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MBC-TV<PD수첩>황박사 구하기여론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가 논문에 발표한 줄기세포에 대한 자체의 검증 결과 환자의 체세포복제한 배아줄기세포는 없고, 불임시술 후 남은 배아에서 추출한 미즈메디병원의 줄기세포일 뿐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MBC-TV황박사가 제공한 줄기세포주 5를 민간기관에서 검사한 결과 2개의 유전자 형질이 논문에 나온 것과 달랐고 나머지 3판독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검사에 쓰인 줄기세포는 모두 황 교수팀이 직접 건네준 것이므로 검사 결과가 확실하다면 세계 최초 배양했다는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황박사의 연구 업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이언스>지 논문은 희대의 과학 사기극이 된다. 황 교수의 연구가 세계적 주목을 끈 이유는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복제배아4세포기(four-cell stage)까지 밖에 배양되지 않는다는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황 교수측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반박했다. 또한 황 교수팀에서는 만약 MBC-TV가 근거도 없이 방영할 경우 이번엔 <사이언스>지 측이 나서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하면서 사건은 점점 확대되기 시작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전문과학용어가 나오므로 관련 용어를 설명한다.

 

테라토마(Teratoma)

테라토마비정상적으로 분화된 세포를 말하는데 종양학에서는 `기형종'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통 암의 경우외형상 혹처럼 보이지만 테라토마손톱이 나기도 하고, 털이 생기기도 하는 등 기형적 형태로 관찰되기 때문이다.

줄기세포의 경우 무한정 증식하는 암과 같은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면역결핍증상을 유발한 (스키드마우스)에 주입하면 테라토마가 만들어져야 정상이다. 보통 실험에서는 스키드마우스에 줄기세포를 주입한 뒤 약 100일 정도를 관찰한다.

제왕절개 중에 발견된 난소 의 작은(4cm)  유피낭종

스테이닝

스테이닝테라토마 조직이나 줄기세포 DNA화학물질로 염색해 사진을 찍는 일을 말한다. 쉽게 말해 사진 촬영을 위한 염색 작업으로 보면 된다.

황 교수팀의 논문에는 2, 3번 줄기세포의 스테이닝 사진, 부속서에는 2~1211개의 줄기세포 스테이닝 사진이 각각 실려 있었는데 이 사진들이 사건이 확대되는 핵심이 된다.

 

계대배양

보통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할 때는 원래 배양접시에 있던 모세포에서 세포를 떼어내 새로운 배양접시에서 배양하는 방법으로 세포를 증식시킨다.

이처럼 세포를 떼어 낸 다음 1, 2, 3 등의 식으로 배양하는데 이를 `계대배양'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세포들은 계대배양을 계속할 경우 어느 정도 배양이 되다가 더 이상 증식되지 않고 죽게 된다. 그러나 일부는 계속해서 계대 배양할 수 있는 세포가 생기기도 하는 데 이러한 세포를 세포주(cell line)라고 부르며 시험관에서 계속 배양이 가능하다.

 

MBC-TV황박사 논문의 진위문제를 거론하자 황박사 팬카페'아이러브 황우석' 운영진은 곧바로 MBC-TV <PD수첩>공격했다. 이들은 MBC-TV<사이언스> 논문의 진위를 심사해보겠다는 것은 국민여론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잘못된 제보에 의거해 논문진위를 심사하겠다는 시도의 중지

황 교수 연구팀에게 논문검증을 위한 줄기세포주 제공요구 중단

줄기세포 연구를 방해하는 행위의 중단

 

정부에서도 곧바로 황우석 교수 지원에 나섰다. 특허청황우석 교수 지원책의 일환으로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들을 `핵심원천기술`로 지정하고 해외특허등록 관련 비용 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사건은 엉뚱하게 흘러간다.

<PD수첩>이 미국에 파견된 P 연구원과 K 연구원에게 처음 취재협조를 요청하면서 생명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고 취재 목적을 속이고, 몰래카메라도 사용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P 연구원YTN과의 인터뷰를 통해 (PD수첩 취재진이) 셀라인이 가짜로 판명 났고 그 관계로 두 논문이 아마 취소가 될 것이며, 그 일로 황 교수도 구속될 것이고 그 다음에 세상이 바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음을 밝혔다.

K 연구원 역시 <PD수첩> 취재진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 미국에서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본인은 K 박사가 젊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은 원하지 않는다. 알고 있는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PD수첩> 취재진은 이들 연구원들과의 취재과정에서 황우석을 죽이려고 왔다는 발언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P 연구원<PD수첩> 취재팀이 황 교수를 죽이러 왔다. 다른 사람까지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YTN은 또 <PD수첩>난자 제공 논란논문의 허위 가능성에 대한 취재내용을 새튼 박사 측에 보고서 형태로 보고해 PD수첩의 취재 황 교수와 새튼 교수간의 결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파견된 두 연구원의 인터뷰 사실은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고 <PD수첩>은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다. 이러한 폭탄 발언으로 MBC-TV는 곧바로 취재윤리 위반 사실인정하고 PD수첩의 PD경질됐고 MBC대국민 사과문발표하였으며 황우석 사태의 진원지라고 볼 수 있는 <PD수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므로 일단 황우석 파문은 종결된 상황처럼 보였다.

그러나 <PD수첩>팀이 제기한 논문의 진위 논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혹이 남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PD수첩>팀도 취재과정의 윤리적 문제는 사과하지만 자신들이 취재한 내용이 틀리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국민여론에 편승하는 압박에 승복하지 않았다.

문제는 황 교수팀과학자의 자존심 등을 들어 <PD수첩>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황박사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재검증에 연연하지 않고 진전된 연구논문을 통해 연구의 진실성을 증명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황박사의 사건200512, 소장 생명과학자들이 자주 찾는 <한국과학재단지정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이하 브릭)>게시판황 교수의 2005<사이언스>지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사진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올라오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익명(anonymous)이란 이름의 유저가 BRIC(포항공대 생물학 정보 센터) 게시판에 논문에 실린 사진 몇몇이 조작되었다고 게재했다.

 

논문을 무료로 볼 수 없어 아쉬운대로 부록만 봤는데, 똑같은 사진이 몇 개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 사건은 파국적으로 퍼지는데 해당 사진을 확인한 결과 같은 세포 사진을 다른 세포인 것처럼 올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자 황우석에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황우석 박사논문에 발표한 줄기세포 사진들이 '가짜'인지 '실수'인지를 밝히라는 주문도 있었다.

그러자 황 교수팀은 논문에 많은 현미경 사진을 배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로 이미 자체적으로 파악해 <사이언스>측에 오류 보고를 해 놓은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4년의 논문도 사진조작되었다는 것을 밝히면서 논문의 가필 사진이 계속 올라오자 사건은 황박사의 조작으로 귀결되기 시작했다.

사건이 엉뚱한 논문의 진위문제로 확대되자 <아이러브 황우석> 팬카페 등 황교수 지지자 200여명은 왼쪽 가슴에 황우석 박사님 힘내세요란 문구가 적힌 노란 리본을 달고 1,000여명이 서명한 난자 기증서를 연구원에게 전달했다. 또한 이들은 황교수의 연구실 문 앞부터 수의대 정문 앞까지 진달래꽃을 깔아 놓기도 했다.

<한국산삼협회>황우석 박사가 생명 과학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인정하여 40년 이상 된 천종(최상급) 천연산삼 2뿌리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