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변조는 단순 실수>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박사의 논문 진위에 대한 보도는 곧바로 국제적인 언론을 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가 황 교수 논문에 담긴 데이터의 유효성(validity)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네이처>는 2005년 11월, 난자의 출처와 관련해 거짓말을 한 사실을 시인한 황 교수가 이제는 과학적 데이터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에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처>는 황교수가 <사이언스> 논문에 2차례의 중대한 수정을 가한 사실과 MBC-TV가 의뢰한 실험에서 논문의 데이터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황교수 팀은 <사이언스>지의 2005년 5월에 발표된 원 논문에서 표 하나를 수정했다. 이 표에서 황 교수 팀은 모든 세포들이 다양한 세포 유형으로 분화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검사를 통과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통과한 것은 11개 세포주에서 3개에 불과했다고 수정했다. 또한 서로 다른 세포주를 나타내야하는 염색된 세포 사진들 중 일부가 같은 사진의 중복이라는 사실도 <사이언스>에 통보했다.
일본 교토대 나카쓰지 노리오 교수는 MBC-TV의 실험 결과와 관련해 다양한 설명을 할 수 있지만 배아줄기 세포주가 대체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논문만 봐서는 데이터가 진짜인지 아닌지 여부를 알아낼 길이 없다고 말했다.
또 세계 최초의 복제양 돌리의 연구팀 일원이었던 앨런 콜먼 박사는 황박사의 논문 진위에서 벌어진 내용이 실제로 단순 실수일 수도 있지만 일부 데이터는 여전히 매우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돌리 복제와 관련한 억측이 제기됐을 때 독립적인 DNA 검사 실시하여 의혹을 말끔하게 씻었음을 강조하면서 황박사 논문은 엄중한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사건은 황 교수팀의 일원이었던 K 연구원의 <PD수첩> 인터뷰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것 잡을 수 없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K 연구원은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2개만을 넘겨받은 뒤 황우석 교수의 직접 지시에 따라 <사이언스>에 제출할 11개 줄기세포의 사진을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또한 이같은 사진 제작 과정은 연구팀 안에서도 황 교수와 서울대 수의대의 K 교수 외에는 잘 모를 수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는 황 교수팀의 연구가 2개 정도의 줄기세포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11개로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팀은 '사진 진위 논란'이 제기된 이후 11개의 세포 가운데 4개(5~8번)의 경우 생체 내에서 분화할 수 있는 능력(테라토마 분화)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정정한 바 있다.
더구나 K 연구원의 폭로는 앞에서 설명한 ‘브릭’ 사이트에서 황교수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사진 가운데 여러 장이 동일한 세포를 촬영한 사진이라는 주장이 나온 뒤에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황박사 논문에 대한 의혹제기는 일부 소장 학자들에게도 확산됐다. 서울대 의대와 치대, 생명과학대 등에 속한 소장파 교수들은 총장에게 학교 차원의 진상 조사를 요구하였고 이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일부 교수들도 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황 교수팀 연구원 3명이 파견되어 있는 미국 피츠버그대학측은 황교수팀 연구결과에 대한 조사에서 중복 게재된 줄기세포 사진과 DNA지문 분석 잘못 뿐만 아니라 과학적 연구결과 전반을 검증할 계획이며 황 교수팀 파견 연구원 3명에 대한 조사방침도 밝혔다.
황 교수 논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이래 황 교수에 대해 지지를 천명한 <사이언스>지도 드디어 재검증을 요구했다. <사이언스>는 공동저자인 황우석 교수와 피츠버그대 새튼 교수 측에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DNA 지문에 대한 의혹에 답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황 박사 논문 진위에 대한 제2막이 오른 것이다.
<계속되는 폭탄선언>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진위논란은 결국 서울대에서 재검증을 하는 쪽으로 결론났다. 황 교수는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재검증 뿐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후속 논문으로 평가받겠다며 재검증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서울대학교도 사실상 황 교수 연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재검증에 나서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황 교수와 서울대측이 이처럼 기존 입장을 뒤집고 논문에 대한 재검증을 하기로 한 것은 <PD수첩>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황 교수팀이 줄기세포 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의 전필수 기자는 서울대의 재검증 결과는 대략 3가지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고 적었다.
첫째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와 논문이 다소의 착오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진정성이 입증되는 경우, 둘째 배아줄기세포는 있지만 논문에 데이터 조작이 있는 경우, 셋째 배아줄기세포가 전혀 없고 연구 성과가 모두 거짓으로 판명되는 경우이다.
황 교수팀 연구의 진정성이 입증되는 경우, 황 교수팀은 그동안의 의혹을 털고 연구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논란을 야기한 MBC-TV에 대한 네티즌들의 공세는 한층 더 심해질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배아줄기세포는 있지만 논문에 데이터 조작이 발견된 경우, 황 교수팀에 대한 국내외 학계에서의 신뢰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의 줄기세포 연구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배아줄기세포가 전혀 없을 경우, 그 타격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황 교수에 수백 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며 갖은 의혹제기에도 황 교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정부부터 책임론에 직면하게 되며 과학계, 일반 국민 모두 엄청난 심리적 공황상태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되었다.
황우석 사태가 <PD수첩>팀이 주장한 것처럼 논문의 진위문제로 확대되자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이하 PD연합회)>가 <PD수첩> 재개와 '황우석 2탄' 방송을 강력히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PD연합회>는 그동안 황우석 교수팀은 줄기세포 사진 중복 게재, DNA 지문 조작 의혹 등 여러 가지 의혹이 눈덩이처럼 쏟아져 나왔음에도 '비전문가에 의한 검증은 과학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등의 비과학적인 논리를 내세워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했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여기에 황우석 박사의 2005년 5월 <사이언스> 논문 공동 저자였던 제럴드 섀튼 교수는 논문의 공동 저자를 취소한다고 밝혀 사태를 보다 악화시켰다.
그는 연구와 관련된 누군가로부터 논문이 조작됐다는 몇 개의 자료를 받아 논문의 사진과 자료를 조심스럽게 분석한 결과 논문의 정확성에 의심을 갖게 됐다며 논문 취소 이유를 밝혔다. 황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저자는 모두 25명이다. 황 교수가 가장 먼저 나오며 제럴드 섀튼(피츠버그 의대) 교수는 25번째인 메신저로 이름이 등재돼 있다.
황교수는 논문 검증에 임하면서 조직적 음해세력 있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반격에 나섰다. 그는 국민들에게 한 점 부끄럼이 없이 떳떳하며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해외도피설에 대해 대한민국을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한 황 교수 후원회 회원들에게 자신의 떳떳함을 전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그런데 사건은 급변한다.
한국에서 남북한 분단 이래 최대의 국론 분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이때 황우석 박사가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이유로 병원에 입원하자 이것이 보다 사건을 악화
시켰다. 한마디로 정확한 해명보다는 앓아눕는 퍼포먼스 정치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황박사에 불리한 강타가 터진다. 사건이 한치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와중에 황우석에게 줄기세포를 제공한 미즈메디 병원의 노성일 박사가 ‘체세포 줄기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란 폭탄 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황 박사가 이런 사실을 자신에게 직접 말했으며 다른 교수들에도 같은 내용의 말을 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서울대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시작했고, 얼마 후 연구결과가 조작되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줄기세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인데 황박사는 자신이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는 원천 기술이 있다며 6개월만 주면 재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추적에 의해 황우석 교수와 K 교수가 K 연구원에게 사진 등 데이터 조작을 지시했다는 것도 밝혀졌고 황 교수가 K 연구원에게 국내 복귀를 종용하며 위협했다는 점도 말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논문에 나온 줄기세포 11개 중 6개가 곰팡이에 사멸됐고, 나머지는 줄기세포가 아닌 체세포라는 것이다. 그는 황 교수가 만들었다고 주장한 11개의 배아줄기세포 가운데 9개는 가짜가 확실하며 나머지 2개의 진위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 문제는 나중에 큰 관건이 된다.
더불어 그는 황우석 교수와 서울대 의대 M교수의 이름으로 <사이언스> 측에 논문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힘으로써 사건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노성일 박사의 폭탄선언은 그야말로 황 박사를 둘러싼 진위 공방에서 핵폭탄이 터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노성일 박사의 말 그대로 배아줄기세포가 전혀 없는데 있는 것처럼 논문을 조작했다면 황 교수는 국내는 물론 국제학계, 더 넓게는 세계 각국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곧바로 배아줄기세포는 과연 존재하는지, 황박사가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 진실한 것인지, 그리고 만약 연구내용이 가짜라면 왜, 무엇 때문에 그런 엄청난 일을 했는지를 황 박사가 직접 답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노성일 박사의 폭탄선언은 곧바로 세계의 언론의 주요 제목으로 보도되었다.
<일본경제(日本經濟)>신문은 줄기세포는 존재하지 않으며 황 교수팀이 논문철회에 동의했다는 한국 언론보도를 전하면서 공동연구자가 사실상 논문 날조를 인정함에 따라 세계를 리드해온 것으로 알려진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성과의 신빙성이 의심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조일(朝日)신문> 영웅시 해온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가 거짓일 가능성이 제기돼 한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이왕재 서울대의대연구부학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성공했다고 보고한 배아줄기세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늘을 한국 과학계의 국치일로 선언해도 좋다.’
황박사는 줄기세포는 아예 없었다는 폭탄선언에 다음날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줄기세포가 없는 것 같다는 주장에 대해 아직까지 규명 안 된 부분이 많으므로 서울대의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사진을 미국에 파견된 K 박사가 찍었는데 사진에 오류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해 일부 오류가 있다는 점은 시인했다.
가장 큰 의문으로 지적된 줄기세포의 유무와 관련, 황 교수는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줄기세포는 아직 동결(凍結) 과정에 있는 것이 많다. 일부는 배양을 하고 있고 아직 배양에 못 들어간 것도 많다. 차츰 시간을 갖고 배양을 해서 검사를 하면 모든 것을 밝힐 수 있다고 답했다.
<원천기술은 있는가?>
노성일 박사가 황박사가 만들었다는 줄기세포는 원천적으로 없었다는 발표에 대한 황우석 박사의 원천기술은 있지만 뒤바뀌었을지 모른다는 황박사의 반격은 상황을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황교수는 특히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것은 연구일지와 사진 등으로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언론도 황교수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든 것이 확실하므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생산과 관련한 위조 의혹을 부인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황 박사가 <사이언스> 논문 제출을 위해 만든 줄기세포가 오염돼 살리지 못했지만 10일 이내로 줄기세포 기술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말했다고 전하는 등 황박사가 원천기술은 갖고 있음을 보도했다.
황 박사의 반격으로 줄기세포 진위 논란은 ‘진실게임’으로 변한 모습이 되었다.
그러자 황박사의 반격에 노박사도 곧바로 반격에 반격을 가했다. 그는 황 박사의 논문은 허위이며 황우석 교수와 K교수가 시켜서 조작했다는 얘기를 K 연구원에게 들었다고 발표하는 등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자신의 주장을 반복했다.
황박사는 2005년 1월 초, 서울대 실험실에서 오염사고로 줄기세포 6개가 훼손돼 복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그 후 6개를 다시 만들고, 3개를 추가로 만들어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줄기세포 원천 기술이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냉동보관 중인 5개의 줄기세포를 해동작업하고 있으며 10일 후면 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울러 2004년 2월에 발표된 논문의 진위 논란에 대해서도 ‘체세포 제공을 동의한 분이 협조한다면 다시 검증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복제개 스너피도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2005년 논문뿐만 아니라 2004년에 제출한 <사이언스>지의 논문도 의심의 눈초리가 모아진 것은 생명과학 전문가들이 2004년 논문에 게재된 DNA 지문분석에 조작의혹이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또한 황 교수팀이 2005년 8월에 발표한 사상 처음으로 포유류 동물 중에서 가장 복제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복제개 스피너에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개는 감염성 질환의 경우만 해도 사람과 동일한 병을 65가지나 갖고 있는데다가 개의 난자가 특이하여 여러 나라에서 개의 복제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상태였다. 다른 동물은 난소에서 성숙된 난자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개는 배란될 때 미성숙 난자가 나와 이 난자를 채취해도 수정란을 만들 수 없었는데 황박사가 드디어 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이처>지에 실린 논문이 논문이라기보다는 보고서에 가까울 정도로 내용이 간략하고 객관적인 검증자료들이 없으므로 스피너도 체세포복제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는 의문점이 제기된 것이다.
여하튼 황 박사의 업적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어나는 것에 노박사는 ‘테라토마 검증을 하기 위해서는 12주 이상이 소요되는데 시간적으로도 맞지 않다. 논문을 내기 위해서 황 교수가 최소한 줄기세포 9개를 위조했다’고 또 다시 주장하면서 의혹을 더욱 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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