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노벨상이 만든 세상/나노

나노 과학이 만드는 세상(2)

Que sais 2020. 10. 3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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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전의 흥행에 성공한 마이크로 결사대(A Fantastic Voyage)는 매우 흥미 있는 소재를 담았다. 정상적인 수술로는 치료할 수 없는 뇌장애환자를 위해 실험용 잠수함과 선원 그리고 의료 팀미생물 크기로 축소시켜 환자의 혈액에 주입한 후 대동맥을 타고 뇌의 상처 부분까지 항해한 후, 레이저 광선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고 눈물을 통해 극적으로 탈출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감독의 고유권한인 상상력을 두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영화 속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불가능의 영역을 모두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생물체의 기본구조는 놀랍게도 미세한 규모의 세포라는 것이 발목을 잡는다. 모든 생물체는 한 개 또는 다수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속에서 수천 가지의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면서 생명을 유지한다. 세포는 대체로 공 또는 타원 모양으로 생겼으며 1에서 100미크론의 크기이다.

세포들이 그들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작용을 위해 영양분섭취하고 또한 찌꺼기배출하는 과정은 세포 부피를 둘러싸고 있는 표면적에 의해 가능하다. 그러므로 영양분의 섭취와 노폐물의 배출에 요구되는 충분한 표면적을 갖지 못한 세포는 살아남을 수 없다. 또한 외부의 자극에 대한 세포의 반응 시간세포가 신호를 내부로 전달하여 적절한 반응을 시작하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만일 세포의 크기가 너무 커져 신호가 이동해야 할 거리가 너무 길어지면 세포는 외부의 자극에 대해 아주 느린 반응을 보인다. 그렇게 되면 세포는 심한 손상을 입고 죽게 된다. 문제는 이의 역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영화 '마이크로결사대'

그런데 마이크로 결사대의 경우 사람의 몸은 줄어들었지만 형체는 사람과 똑같다. 일반적으로 인간60조의 세포를 갖고 있는데 그것들도 모두 비례하여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포의 절대적인 크기는 대체로 1에서 100미크론이다. 이보다 작을 경우 세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인간다른 동물에 비해 잘난 척할 수 있는 것은 두뇌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에서 사고나 기억을 관장하는 부분은 140억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세포는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마이크로 결사대에 등장하는 180cm의 어른0.001g 정도로 줄어들었다면 체중은 물론 뇌도 이에 비례해 줄어들어야 한다. 눈 딱 감고 뇌세포의 숫자를 체중이 줄어드는 비례대로 줄이면 100개도 채 안 된다. 이래서는 기억이 존재할 수 있을지 의아하다. 설사 100개의 세포가 모두 기억물질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자신이 작아지기 전의 기억 대부분을 잊어버리고 사고력도 없어진다. 영화 속 의료진들은 작아지는 순간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미아로서 일생을 마쳐야 한다.

마이크로 결사대초소형 인간이 태어날 수 없다는 것은 에너지보존법칙에 위배된다는 것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70kg 정도의 사람이 갑자기 0.001g 정도로 축소된다면 원래 그가 갖고 있던 질량은 모두 어디로 갈까? 이 말은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들이나 원자의 구성물인 양성자·중성자·전자, 그리고 다른 소립자들이 어디론가 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영화처럼 변형된 사람이 본래의 몸으로 돌아오기 위해 사라진 소립자들을 환자의 몸속에서 다시 조합하여 정상질량으로 되돌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한마디로 현대과학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지 않는 한 위와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으므로 다소 불행한 일이지만 환자가 마이크로 결사대의 활약으로 살아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진실한 의미에서 과학이 발전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의미에서 절대로 실현될 수 없는 꿈에 대한 동경 때문이다. 과학인간의 미래를 만들어주는 기본 요소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후부터 이룰 수 없는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실 덕택에 중세시대의 천재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상상하지 못했던 영화, 핸드폰, 로케트, 컴퓨터가 현대과학 문명 속에 녹아 있다.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영화 감독의 주문대로 마이크로 결사대처럼 사람을 직접 축소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사람을 축소하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노 과학이 바로 그 길을 열어줄 수 있다.

나노 기술이 의학에 미칠 영향은 상상을 불허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노기계로 물리치는 것도 가능하다. 바이러스를 잡아먹고 스스로 분해해버리는 스프레이 감기약, 아주 작은 암세포를 검출할 수 있는 초고감도 생체센서, 몸 속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고장 난 단백질을 수리하는 생명연장기계 등도 개발될 수 있다.

나노 로봇(나노봇)인체에 주입하면 잠수함처럼 혈류를 따라 떠돌면서 바이러스를 박멸하거나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자동차 수리공처럼 손상된 부위를 수리한다. 마이크로 결사대같은 이야기라고 비웃는 사람도 있겠지만, 미래에는 나노봇암세포바이러스박테리아를 찾아내 파괴하고 혈관에 쌓여있는 혈전(血栓)을 긁어내고 손상된 세포를 복구한다. 이론적으로는 나노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 학자들은 2030경이면 혈액 속을 헤엄치면서 병든 세포를 치료하는 나노봇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나노봇의 개념은 직경이 4마이크로미터에 지나지 않아 모세혈관 속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나노봇백혈구미생물을 파괴할 때와 유사한 방법을 사용한다. 우리 몸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나노봇인프렌자에이즈처럼 골머리 아픈 질병도 박물관에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나노 과학에 의존할 경우마이크로 결사대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노 만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 혁명 예고하는 나노기술>

나노기술의 장점은 특정 산업 분야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는데 장점이 있다. 생명공학기술이나 정보통신기술과는 달리 나노기술은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K. 에릭 드렉슬러(1955~)

나노과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에릭 드렉슬러창조의 엔진이란 저서에서 나노기술의 활용이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로 의학을 꼽았다. 또한 나노기술 이론가로버트 프레이터스는 자신의 저서 나노 의학을 통해 나노의학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그들의 예측대로 의료 분야의 혁신을 몰고 올 만한 새로운 나노기술들이 잇달아 개발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뇌종양의 한 형태인 다형성신경교아종이란 질병은 종양 내 출혈을 일으키기 쉬우므로 수술로써 적출이 곤란하며 방사선치료 및 화학요법에도 저항성이 많아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암 중 하나로 곱힌다. 그런데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 전달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연구진트랜스페린이라 불리는 단백질로 리포솜을 코팅하면 건강한 뇌세포를 피하면서 종양 부위에 나노입자가 축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경교아종 환자에게 투여되는 테모졸로마이드라는 화학요법 약물은 멍이 들거나 구역질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는데, 나노입자는 이런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

연구진은 테모졸로마이드를 리포솜 내부에 삽입하고 외부에는 브로모도메인 억제제라고 불리는 약물을 삽입했다. 이처럼 두 가지 약물을 탑재할 수 있는 이 나노입자혈액-뇌 장벽을 쉽게 넘어가서 종양세포와 직접 결합할 수 있다. 아직 완벽한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지만 근간 획기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폐암 세포80%를 파괴할 수 있는 나노입자도 개발됐다. 놀랍게도 이 나노물질찻잎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것이다. 찻잎 추출물에는 폴리페놀이나 비타민, 아미노산 등의 다양한 황산화제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학자들이 착안한 것은 찻잎 추출물과 황산카드뮴, 황산나트륨혼합한 용액을 배양하면 양자점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시 때문이다. 양자점이란 화학적 합성 공정을 통해 만드는 나노미터 크기반도체 결정체. 찻잎 추출물로 만든 양자점폐암 세포에 적용한 결과, 양자점암세포의 나노 구멍으로 침투암세포의 80%까지 파괴한다는 것이다.

또한 찻잎 추출물로 만든 황화카드뮴 양자점암세포 바이오이미징에서 특이한 형광을 나타냈다. 이는 일반적인 황화카드뮴 나노입자와는 다른 특징으로서, 양자점새로운 암 치료제 개발에도 유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력 상실 위기에 처한 환자들에게 광명을 주는 나노 인공보조장치도 개발되고 있다. 중국 푸단대학에서 이산화티탄 나노와이어금 나노입자를 코팅해 만든 새로운 광수용체가 그것이다. 망막색소변성증 같은 질환은 망막에 분포하는 광수용체의 기능 장애로 발생하는 망막변성질환으로서, 시신경과 관련된 망막 뉴런이 기능을 유지해도 시력 손상이나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 학자들은 외부 전원공급장치와 마이크로 전자처리장치가 필요한데 이런 장치들을 눈에 연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중국 연구진은 이산화티타늄과 금으로 구성된 1차원 반도체 나노와이어 어레이를 개발했다. 특히 이 장치는 안구 내에 케이블이나 전원공급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지닌다.

혈액 속 나노로봇(출처 케티이미지뱅크)

학자들이 크게 기대하는 분야는 나노로봇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혈액 속을 돌아다니며 독소와 해로운 박테리아를 제거할 수 있는 나노로봇을 개발했다. 우선 혈소판과 적혈구 멤브레인을 분리하여 하이브리드 코팅을 만들었다.

하이브리드 코팅나노로봇이 대표적인 슈퍼박테리아 중 하나인 MRSA 같은 병원체를 묶고 거기서 생성되는 독소의 흡수 및 중화하는 역할을 한다. 거기에다 연구진은 고주파 음파를 이용해 멤브레인을 융합시키고 마지막으로 금 나노와이어 위에 하이브리드 막을 코팅했다.

머리카락보다 약 25배 더 작은 이 나노로봇초음파에 반응해 혈액 속에서 초당 35마이크로미터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이 같은 빠른 이동성은 혈액 내의 표적과 효율적으로 혼합되어 해독 속도를 높인다. 학자들의 목표는 대신 생분해성 물질을 사용해 임무를 마친 뒤 혈액 속에서 자연적으로 소멸되는 나노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건축에 숨어있는 나노>

나노기술은 과거부터 강철재, 창문, 콘크리트건축물에 사용되었다면 놀랄 것이다.

어느 화합물이나 표면이 빛을 받아 촉매노릇을 하면 광촉매 특성이 있다고 표현한다. 이산화티타늄빛을 받으면 물을 분해시켜 수소와 산소를 만들고 수소연료로 사용하면 다시 물이 된다. 또한 이산화티타늄나노크기로 만들면 빛으로 전기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특히 이산화티타늄광산화반응의 촉매 노릇을 하여 이것으로 코팅된 유리햇볕에 노출되면 초친수성(superhydrophilicity)을 지니게 되므로 먼지가 저절로 닦이며 안개가 서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산화티타늄을 배합한 시멘트를 사용하면 건축물 표면때가 끼지 않는다. 실제로 이런 광촉매 시멘트이탈리아, 프랑스에서 교회에 사용되었고 2008 <타임>지의 50대 최고 발명에 뽑혔다. 콘크리트다공요성이라 오염물이 흡착되기 쉬운데 이산화티타늄 광촉매가 이들을 광산화 분해시키기 쉽게 하도록 나노크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슈렌드라 샤 교수탄소 나노튜브와 탄소섬유를 이용해 시멘트의 크랙을 크게 줄였다. 그가 사용한 양은 0.06% 정도로 매우 적은데 문제는 이 양도 매우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지만 가격이 떨어지면 대부분의 건축물에 사용될 수 있으리라 본다.

독일의 BASF나노결정들이 서로 들러붙지 않게 고분자 물질을 사용하는 콘크리트를 개발했는데 실온에서의 콘크리트 경화시산12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BASF는 이에 더불어 외벽용 페인트에도 나노기술을 사용한다. 유기고분자 입자나노크기실리카 입자 분산체가 바로 그것이다. 이 배합은 추울 때 페인트의 크래킹을 방지함과 동시에 더워도 끈적이지 않는다. 나노입자들이 친수성이라 비올 때 표면의 때가 잘 닦이며 비가 그치면 빨리 마른다.

 

탄소강도 나노 복합체라 볼 수 있다. 철의 강도는 주로 탄소의 함량과 열처리에 좌우된다. 탄소 함량0.050.3%인 경우 보통강’, 탄소 함량0.71.3%가 되면 공구강이라 부르는데 이런 철은 담글질 열처리가 잘 되므로 쉽게 단단해진다. 탄소를 0.8% 포함한 ɤ(면심입방)을 서서히 냉각하면 α(체심입방구조)탄화철이 샌드위치 모양의 적층구조펄라이트가 되고 여분의 α(탄소를 약 0.01% 함유)페라이트라 부른다. 그러나 같은 조성을 급랭하면 고온에서 안정된 ɤ이 상변화를 거치지 못하고 섞여 있는 오스테나이트가 된다. 반면에 냉각속도를 조절하면 α철과 시멘타이트로 변하는 상변화가 저지되고 매우 단단한 마르텐사이트가 된다. 결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α철과 ɤ중간상태인데 이를 적절하게 조절하면 나노 구조를 지닌 고급 철강재 MMFX2가 된다. 이것은 일반 철강보다 2배 정도로 강하여 현재 건축물, 고속도로다리 건설에 활용된다. 나노 기술철강에도 도입된 것이다.

유리창은 과거부터 스테인드글라스 등으로 나노기술이 접목되었는데 주안점은 나노크기의 이산화티타늄이다. 이산화티타늄흰 안료이므로 유리창을 하얗게 코팅하면 투광을 막아 유리창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산화티타늄나노 크기로 코팅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더구나 자외선에 노출되면 친수성으로 변한다. 친수성 유리창은 물을 끌어 흘러내리게 하므로 비가 오거나 호스로 물청소를 하면 표면에 묻은 먼지나 때를 씻어낼 수 있다.

 

터키성소피아성당천장(스테인드글라스)

물론 만사형통은 아니다. 유리분자 수준의 자정 능력을 지니지만 새의 분비물, 거미줄더미, 오염물덩이, 성진 덩이큰 오염물에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더구나 유리창50nm 크기의 두께이산화티타늄을 코팅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현재 기체화학증착법 등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은 점이 있어 대량 생산에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학자들은 건축물에서 나노기술이 활용될 분야는 거의 무한대로 탄소나노튜브로 보강된 재료는 현재 건축물 재료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철강재, 콘크리트를 대체하고 기둥 없는 건축물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나노입자 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점은 상존한다. 작업자들의 나노 취급 및 주의사항에도 제한이 있는데 이는 과거 각광받았던 석면(아스베스토스)이 인체 내에 축적되어 발암물질이 되는 뼈아픈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노 재료의 문제점을 슬기롭게 해결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환경은 획기적으로 변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