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엘리베이터>
우주선을 타고 우주 공간을 나가야 결혼식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은 우주선이 아니라 우주 엘리베이터에서도 우주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고 믿는다. 한마디로 지구에서 우주 공간으로 우주엘리베이터를 올린다는 것인데 학자들은 다소 황당한 이 계획이 매우 실현성이 있다고 믿는다.
우주엘리베이터의 아이디어는 매우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잠재했다. 성서 속의 바벨탑이나 어린이 동화 『잭과 콩나무』의 콩줄기는 엄밀한 의미에서 우주엘리베이터나 다름없다. 그러나 우주엘리베이터가 우리 생활에 들어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도 넘는 1895년, 로켓의 아버지로 알려지는 러시아의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가 프랑스 파리에서 에펠탑을 보고 크게 감동해 ‘우주 엘리베이터’를 고안한 것으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는 우주로 뻗은 기상천외한 성을 제안했다. ‘천상의 성’이라 불린 이 성은 파리의 에펠탑과 같이 지상에 있는 탑에 기초를 두고 항상 지구자전과 같은 속도로 도는 궤도에 위치한다고 그는 상상했다. 그러나 당대는 비행기조차 발명되지 않은 상태(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는 1903년에 등장)로 우주 여행 자체를 허무맹랑한 공상으로 보았던 시대이므로 그가 구상한 우주 엘리베이터는 한마디로 몽상가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약 한 세기 만에 우주 엘리베이터는 과학의 품으로 돌아 와 치올코프스키의 예언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수십 년 전에 통신위성을 제안한 장본인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SF작가로 불리는 아서 클라크는 아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우주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도 등장시킨다.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은 그녀는 순식간에 100㎞ 상공으로 솟아올랐다. 까만 하늘을 수놓은 별은 숨막히도록 아름다웠고, 지구에 숨은 태양은 지표를 따라 금빛 빛줄기를 흘렸다. 별다른 진동은 느낄 수 없었지만 그녀의 몸은 마치 줄을 타고 올라가는 거미처럼 유연하게 비상하고 있었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geulmoe.quesais
우주엘리베이터의 개념은 간단하다. 우주엘리베이터는 수직으로 뻗은 선로다. 한쪽 끝은 지구의 표면에, 다른 한쪽 끝은 우주공간에 걸어두는 아주 기다란 케이블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지구 표면에서는 적도 근처 대양 한복판에 승강장을 설치하고 고도 36,000km가 넘는 우주 공간에 인공위성 즉 우주정거장이나 소행성을 갖다놓고 두 곳을 케이블을 묶는 것이다.
우주엘리베이터를 이렇게 만드는 이유는 우주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이 아무 것에도 고정되지 않은 채 우주공간에 놓인다면 지구 중력 때문에 금방 무너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구를 도는 물체는 지구에서 벗어나려는 원심력이 작용한다. 우주엘리베이터가 지구를 돌면서 생기는 원심력이 구심력인 중력과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안정된 케이블은 우주공간에 수직으로 꼿꼿이 매달려 있게 된다. 이때 지구의 승강장으로 약 50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탑이 필요하며 이곳까지는 일반 항공기가 이용된다.
문제는 우주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는 재료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강철로 만든 케이블과 탑인데 강철로는 5km의 높이에도 이르지 못하고 자체 무게 때문에 붕괴되고 만다. 알루미늄의 경우에는 15km, 탄소와 에폭시 복합재료는 115km 높이에도 못 미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주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은 지구 표면에서부터 정지궤도에 이르기까지 점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굵기가 달라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지궤도에서 가장 굵고 지구 표면에 다가갈수록 점점 가늘어져야 하는 것이다. 지상에서 1센티미터로 출발하면 우주정거장에서는 100미터가 되어야 한다.
학자들은 탄소나노튜브, 그래핀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탄소나노튜브는 잡아당기는 힘에 대한 강도(인장강도)에서는 강철의 1/5 질량으로 강철보다 100배나 강하다. 우주엘리베이터에는 당연히 케이블을 오르내리는 차량이 연결된다. 엘리베이터 차량은 지구와 우주공간 사이에서 사람과 화물도 실어 나른다. 차량의 구체적인 후보로는 시속 수천km에 달하는 속도로 여행할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가 연구되고 있다. 자기부상열차는 고속을 유지할 수 있고 기계적으로 소모되지도 않는다.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체의 성질 덕분에 에너지 손실은 거의 없다.
우주엘리베이터는 여러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 발사대다. 지구에서 매번 로켓을 발사하는 것보다 고도 36,000km의 우주정거장에서 달이나 화성기지로 우주선을 발사하면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다. 우주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지상에서 고도 3만6천km의 우주정거장까지 화물을 옮기는데 드는 에너지는 현재의 우주왕복선이나 로켓보다 훨씬 적게 든다. 1회 수송 한도도 로켓은 20t이지만 우주 엘리베이터는 1,000t까지 가능하다. 로켓이 발사될 때처럼 무시무시한 진동도, 폭발 위험도 없다.
학자들은 우주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2t의 화물을 정지궤도로 나르는데 겨우 1만7천7백 달러가 든다고 계산했다. 1kg 당 1.5달러 정도가 소요되는 셈이다. 현재 우주왕복선으로 1kg 당 2만2천 달러가 드는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싼 값이다. 또한 우주에서 새로운 재료를 만드는 공장이나 달로 떠나는 우주 신혼여행, 휴가여행 등 짧은 비행에도 적합하다. 이 밖에 핵 폐기물 같은 위험 물질을 지구 밖으로 배출하거나 케이블카처럼 관광용으로 쓸 수도 있다.
우주엘리베이터 건설의 복병은 지구를 둘러싼 밴앨런복사대다.
밴앨런 복사대는 남극과 북극을 연결하는 가상의 축을 중심으로 지구를 둘러싼 고에너지 입자들이 모인 층이다. 지상 1,000〜20,000km에 위치하며 전리층에 분포한 자기장과 함께 지구로 날라 오는 태양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인간을 포함한 생물체에 유해한 방사선이 가득한 위험 지대로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알려진 우주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시속 약 200km인데 이 속도로는 밴앨런대에서만 3~4일을 보내게 된다. 이런 경우 승객은 우주인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양의 약 200배나 많은 방사선에 노출된다. 물론 이에 대한 대안은 엘리베이터 자체를 애초 계획보다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드는 것으로 학자들은 밴앨런 복사대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추정한다.
학자들은 적어도 50년 안에 우주 엘리베이터가 완성될 것으로 본다.
탄소나노튜브(CNT)와 그래핀을 활용하면 강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전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제프 호프만 교수는 “우주 엘리베이터는 ‘만약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쯤’의 문제”라며 그 시간을 당기는 것은 인간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나노테크의 발전 비밀>
나노테크의 비약적인 발전은 현미경이라는 장비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물리노벨상이 만든 세상’ 「나노 과학의 일등 공신, 현미경」에서 그동안의 현미경 개발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는 인간들이 확대현상을 발견하면서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작은 것에서 더 작은 것으로 관심의 영역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호기심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보다 한참 아래인 10억분의 1이라는 나노 세계까지 파악할 수 있게 했는데 현재 나노 과학을 주도하고 있는 원자현미경은 기존의 현미경과 차원이 다르다.
나노 단위로 내려가면 빛 자체가 점과 점 사이를 구분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광학현미경을 이용해 아무리 확대를 해도 한 덩어리로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를 구분해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가 필요한데 이것이 전자현미경과 원자현미경이다.
제1세대 광학현미경과 제2세대 전자현미경에 뒤를 이어 등장한 원자현미경은 제3세대 현미경으로 불린다. 진공에서만 관찰이 가능한 전자현미경과 달리 대기 중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며, 시료의 모양을 수평방향과 수직방향 모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또한 시료의 물리적 성질과 전기적 성질까지 알아낼 수 있다. 특히 광학현미경의 배율이 최고 수천 배, 전자현미경의 배율이 최고 수십만 배인데 비해 원자현미경의 배율은 최고 수천만 배여서 원자 하나하나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또 원자지름의 수십분의 1(0.01nm)까지도 측정해낼 수 있다.
그러나 원자현미경의 장점은 단순히 물질을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나노 세계를 조작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현미경은 작은 것을 볼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아주 작은 원자를 원하는 위치로 움직일 수 있고 나노크기로 표면을 가공할 수 있다.
원자·분자의 조립 설계자인 나노 과학자들은 DNA를 자연에 존재하는 아주 훌륭한 나노 재료로 인식한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 자체가 현대 과학으론 상상할 수 없는 ‘분자의 자기조립’ 능력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DNA를 이루는 염기인 구아닌(G)은 시토신(C)과, 티민(T)은 아데닌(A)과 만날 때 결합하는 성질(상보성)을 지닌다. 그래서 G-C와 T-A는 한 짝이다. 예컨대 G-A-T-C라는 염기서열 가닥이 C-T-A-G라는 염기서열 가닥을 만나면 저절로 지퍼처럼 달라붙는다.
이런 DNA의 성질을 이용해 갖가지 모양의 나노 물질 구조를 조립·제작하려는 연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최근엔 바이러스에 설계된 DNA를 넣어 바이러스 껍질 단백질의 성질을 바꿈으로써 원하는 나노 물질을 쉽게 달라붙게 해 신소재를 만들려는 나노 연구도 등장했다.
과학자들이 DNA, 바이러스에 눈을 돌리는 것은 이들이 이미 존재하는 천연의 나노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즉 염기서열을 적절히 조작하면 여러 꼴의 나노 구조를 쉽게 만들 수 있고, 다른 나노 물질들을 선택적으로 달라붙게 하는 조립 능력도 뛰어나다.
그러므로 학자들은 DNA의 분자의 자기조립 능력을 이용하여 복잡한 나노 회로를 만들거나 다른 물질을 담는 공이나 그릇을 만드는데 열중한다. 염기서열 정보를 연산 처리 단위로 쓰면 이론상 DNA 컴퓨터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DNA가 나노 물질의 자기조립을 일으키는 나노 프로그래머 성질을 이용하는 것인데 이들이 만들어주는 세상은 정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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