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속인 거짓말/아나스타샤

아나스타샤 공주(7)

Que sais 2020. 11. 19. 11:31

youtu.be/4I6cLygXBS4

<유전자 분석 앞에 손 든 가짜>

니콜라이2세 가족DNA 조사 과정에서 한 명의 공주 유골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나스타샤공주 비밀의 제3을 열어주었다.

아나스타샤 공주 행세를 하면서 추후에 앤더슨 부인이 된 여자는 자신이 아나스타샤 공주라는 것을 끝까지 주장하면서 19842월 폐렴에 걸려 사망하였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아나스타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묘비에도 '아나스타샤 로마노바'라고 새겼다.

그녀의 사망으로 아나스타샤 공주에 대한 전설은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데 갑자기 대 반전이 일어난다. 1992년 러시아에서 황제 일가가 묻힌 곳에서 한 명의 남자와 여자의 유골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하자 발견되지 않은 여자는 아나스타샤 공주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명이 살아났다고 알려진 후 수많은 가짜들이 등장했는데 모두 자신이 아나스타샤와 알렉세이였다. 앤더슨 부인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할 수 있는 배경도 이에 근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도 이에 발빠르게 대처했다.

러시아에서도 세계를 뒤흔든 아나스타샤 공주의 사건을 잘 알고 있으므로 발견된 3구의 공주 두골 중에 아나스타샤 공주의 것이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했다.

러시아 법의학자 세르게이 아브라모프3명의 공주로 알려진 유골을 주도면밀하게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공주들의 생전 사진들과 비교했다. 이를 전문가들은 이중인화라고 부른다.

그런데 많은 호사가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브라모프 박사3개의 두골 중에서 아나스타샤 공주의 두골이 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그가 제시하는 프로그램에 의하면 아나스타샤의 해골과 사진을 통한 코뼈, 입술, 눈썹위치의 피부두께가 모두 똑같았다. 아나스타샤 얼굴의 특징은 정확히 증거물 6과 일치했다. 아나스타샤는 살인이 있던 그 날 밤에 분명히 죽었으며 해골과 일치하지 않는 인물은 그녀의 언니인 마리아라는 것이다. 아브라모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확인된 니콜라이2세 두개골(상단 타티아나(좌) 올가(중) 아나스타샤(우상) 니콜라이부부(하단))

마리아와 알렉세이가 구출되어 살아있다는 수많은 전설이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살인이 있던 그 날 밤에 죽었고, 다른 가족들 근처에 매장되었다는 사실이 이 자료로 인해 확실시 되었다. 다만 우리는 무덤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한마디로 두 사람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발견하지 못한 한 명의 여자가 아나스타샤는 아니라는 뜻으로 그동안 앤더슨 부인 등이 아나스타샤로 포장했지만 그 사실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알려졌다는 것이다.

아브도닌 박사는 나머지 2구의 시신을 찾기 위해 도전했다. 그는 유로프스키의 부하들이 시체를 불태우려고 했고 갱도인 4명의 형제들에 버렸다는 설명에 주목했다.

그는 부하들이 시체들을 불에 태우려고 했으나 방금 죽은 시체는 불에 잘 타지 않자 절단된 채로 그냥 갱도에 던졌다고 추정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오는 황제 군대에 의해 니콜라이 2세 가족의 시신들이 발견될 것으로 생각하여 시체를 코프트야키로 운반하기 위해 그 다음날 밤 다시 꺼냈다. 그런데 알렉세이와 마리아 2구의 시체만은 완전히 다 탔기 때문에 나머지 시신만 꺼내어 늪지대에 묻었다고 가정했다.

그는 갱도 안에서 거의 부패된 의복과 부서진 귀중품, 총알, 잘려진 손가락, 사람의 뼛조각들이 발견되었다. 그는 그 뼛조각이 알렉세이와 마리아의 유골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이들의 신원은 완전히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들의 일부 유해황제의 군인들이 추후에 갱도를 발굴한 후 유물들을 수습하여 브뤼셀에 있는 욥 교회에 기증했는데 욥 교회에서는 아브도닌 박사가 자신이 발견한 유해와 함께 검증하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아나스타샤의 유골이 발견되었으므로 그동안 아나스타샤 공주로 일어난 모든 사건이 가짜로 판명되었지만 끝까지 자신이 아나스타샤 공주라고 주장하며 사망한 앤더슨 부인이 도대체 누구냐이다.

그녀에 대한 조사는 생각보다 쉽게 진행되는 듯 했다. 다행히도 그녀가 사망하기 4년 반 전에 장 수술을 받았을 때의 조직버지니아 샬롯츠빌 근처에 있는 병원에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일어났다. 환자에 대한 비밀 준수와 법 규정 때문에 병원당국DNA 검사를 위한 조직 제공을 반대했다. 또한 러시아 황실협회도 강력히 반대했다. 만약 앤더슨이 아나스타샤 공주로 밝혀질 경우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나스타샤 공주 미스터리를 둘러싸고 세기의 이목이 다시 집중되자 수사팀은 법적 소송을 걸었다. 긴 소송에서 결국 승소한 수사팀은 병원에서 얻은 앤더슨의 DNA지문과 프란지스카 가족, 황실가족의 DNA지문과 비교했다. 프란지스카 가족의 지문을 확인한 것은 아나스타샤 공주라고 주장하면서 추후에 앤더슨 부인이 된 여자의 신원이 과거에 폴란드의 프란지스카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앤더슨의 남편잭 마나한의 책에서 추가로 DNA 샘플이 나왔다. 잭 마나한1990년 세상을 떠난 뒤 서적상이 그의 장서를 사들였는데 그 중 한 권의 책장 사이아나스탸샤의 머리카락이라 쓰인 봉투가 있었다. 봉투 안에는 머리카락 몇 올이 있었다.

1994 드디어 이 조직 시료를 대상으로 페터 질 박사의 DNA검사가 이루어졌다. 프란지스카의 가족으로는 그녀의 조카인 독일에 살고 있는 칼의 DNA도 조사되었다. 결론은 예상한 대로였다. 검사 결과 다음과 같았다.

 

안나 앤더슨 : GGAT

프란지스카 가족 : GGAT

러시아 황제 일족 : GGGT

 

한마디로 그녀는 로마노프 가족과는 관련이 전혀 없었고 폴란드에 그녀가 태어났다고 알려진 가족과 유전자가 일치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수사결과도 있었다. 프란지스카(앤더슨)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그녀가 빗질을 하면서 머리카락을 모아 둔 한 상자가 발견됐다. 그 머리카락에서 얻은 DNA 지문니콜라이 황실 가족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병원에서 얻은 DNA지문과 완전히 일치했다.

그녀는 로마노프 가족과는 관련이 전혀 없었고 영국 필립 공의 유전자와 일치하지 않았다. 대신 폴란드의 가족과 유전자가 일치했고 본명은 프란지스카 스한스코프스카(Franziska Schanzkowska)로 판명되었다.

 

철저하게 세계를 속인  프란지스카 스한스코프스카

20세기 초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소설과 같은 이야기가 사실은 교묘하게 조작된 사기극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얼마나 영악스러운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와 같은 사기 사건으로도 잘 알 수 있다. 특히 그녀가 정신병원에서 2년간이나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함구하였다는 것도 사전에 계획된 것이다.

그녀의 거짓말이 이와 같은 파급효과를 갖고 올 수 있었던 것은 당대 러시아의 특수성 때문이다. 아나스타샤 공주를 표방한 거짓말 즉 정교하게 조작된 사기는 오히려 사실로 인정받기 쉽다. 러시아 황제의 일가에 대한 사건 자체가 워낙 극비의 일인 동시에 그들의 생활 역시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고 소문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세계 역사상 프란지스카 스한스코프스카처럼 러시아의 황실 내부를 잘 파악한 후 러시아 혁명 와중에 사라졌다는 재산을 탈취하려고 철저하게 음모를 계획한 사람은 이제까지 없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스한스코프스카는 다른 악녀처럼 사람을 죽이거나 악독한 일을 한 것도 아니며 나라를 망치게 한 장본인도 아니다. 그러나 그녀의 거짓말은 당대 세계 최대의 화두로 수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울렸다. 소위 천재적인 거짓말쟁이라 볼 수 있는데 그녀가 많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주어 관련자들로 하여금 거짓말과 이간질을 조장했고 많은 사람들을 파산케 만들었다. 그녀의 폐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뜻이다. 사람을 꼭 죽여야만 악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모자가 있다>

프란지스카 스한스코프스카가 이와 같은 사기극을 벌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그녀가 어떻게 제정 러시아 황실의 비밀과 예법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지이다.

가장 설득력있는 이야기는 그녀의 사기극에 다른 배후가 있다는 주장이다. 프란지스카 스한스코프스카는 단지 가짜 아나스타샤를 연기한 배우일 뿐이고 사기극을 연출한 감독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아나스타샤의 귀 모양 등이 자신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있지만 제정 러시아의 예법은 물론 황궁의 내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자신이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한 여자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모두 초기 검증에서 곧바로 탄로가 났다.

그런데 프란지스카 스한스코프스카는 아나스타샤라고 인정받을 정도로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폴란드의 평민이 독자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개인적으로 아나스탸샤를 비롯한 황가의 개인적인 사생활은 물론 제정 러시아의 예법 등을 알아내서 가짜 황녀 행세를 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여하튼 우연히 폴란드에서 아나스타샤와 닮은 여자를 찾아낸 배후 조종자가 그녀를 가짜 공주로 내세우면서 러시아 예법 등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철저한 시나리오를 주입시켰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그녀가 많은 사람들의 검증에서 로마노프 황실과 가까이 지내지 않았다면 모를 아나스타샤와 관련된 알려지지 않은 사소한 일화까지 알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나스타샤의 주변인물로 추정한다. 아마도 러시아 혁명에 반대하는 구 황실의 일족이거나 러시아 귀족들이 사기극을 연출한 감독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여하튼 프란지스카 스한스코프스카의 철저한 사기 행각은 결국 가짜로 판명되었지만 영화 아나스타샤가 나올만큼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켰고 인간의 영악함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학자들은 그녀가 러시아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면 재판의 결과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실제의 아나스타샤는 태어날 때부터 러시아어모국어를 사용한 것은 물론 외국어에 자질을 보여 프랑스어유창하게 즐겨 사용한 반면 유독 독일어에는 약했다고 한다.

그런데 프란지스카 스한스코프스카러시아어,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고 독일어만 사용했다는 것은 결정적인 하자가 아닐 수 없다. 그녀를 포장한 연출가 즉 사기꾼에게 언어라는 장벽과 유전자 분석이 등장했다는 것을 몰랐다는 치명상 때문에 아나스타샤의 신화가 무너졌다는 것은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에게 큰 위안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유전자 분석에도 불구하고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2004, 과거에 발표된 결과에 의문이 있다고 재도전했다. 그들의 주안점은 이전 검사에 사용된 DNA가 오염되었으며 러시아 황족의 유골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소 껄끄러운 논쟁이 계속되었는데 2007 드디어 최종 결론이 내려진다.

러시아 고고학자들이 니콜라이2세 가족의 유골이 발견된 구덩이 인근에서 유골 두 개를 추가로 발견했기 때문이다. 새로 발견된 유골은 열 살에서 열세 살 가량의 남자 아이와 열여덟에서 스물세 살 가량의 여자 것이다. 철저한 조사를 거쳐 남자는 알렉세이 황태자 그리고 여자는 아나스타샤의 언니인 마리아였다.

당시 처형에 가담했던 자들의 친척 등의 증언에 따르면, 처음에 알렉세이와 마리아의 시신을 묻고 그 근처 다른 곳에 남은 시신들을 묻었기 때문에, 알렉세이와 마리아의 시신만 뒤늦게 발굴되었다는 것이다. 처형 당시 11명 모두 살해되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알렉세이 황태자프란지스카 스한스코프스카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다음 4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