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속인 거짓말/동방견문록

중국 여행 없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1)

Que sais 2020. 11. 3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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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 유럽인지구가 평평하고 네모나거나 원반모양으로 생겼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중심예루살렘이며 그 서쪽에 서유럽이 있으며 유럽 변경 저 너머에 있는 아시아 대륙은 수많은 땅이 복잡하게 어울린 기이한 곳으로 다채로운 신화와 괴수, 무서운 부족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루크(Rukh, 전설에 등장하는 대형 새로 코끼리를 새끼들의 먹이로 준다고 함)와 유니콘, 우상 숭배자들이 살고 있었다. 또한 금이 엄청나게 많았고 자극적인 향료들이 넘쳐난 향료의 땅또는 행운의 섬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유럽 중세 시대인들에게 비쳐진 아시아는 결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사실 고대 지중해 사람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의도적으로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교역했다. 인도와 실론 사람들은 로마의 배들과 갤리 선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인도 너머에 비단으로 옷을 해 입는 세레스(Seres) 중국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기원전 4세기알렉산더 대왕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인도까지 진출했다는 것으로도 증빙된다.

그러나 고대동서양이 끊임없이 교류하고 서로 영향을 받았지만 유럽에서 로마 제국몰락하고 기독교 사상으로 철저하게 무장하기 시작하자 유럽인들이 아시아에 대해 알고 있던 지식을 거의 잃어버렸다. 또한 그동안 남아 있는 지식들도 앞의 설명처럼 완전히 변형되었다. 특히 소아시아이슬람교로 변모하자 유럽과 아시아는 완전히 단절된 각자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믿음에 커다란 충격을 준 사람이 이탈리아 베네치아마르코 폴로(1254년경1324).

 

마르코폴로

그는 페르시아를 넘어가면 동쪽에 찬란한 문명이 있음을 알렸다. 그가 유럽인 최초중국(원나라)을 다녀간 사람은 아니지만, 그가 쓴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서유럽인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학자들은 󰡔동방견문록󰡕을 읽고 마르코 폴로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또한 그가 적은 내용이 사실인지조차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는 데 곤혹스러워 한다. 󰡔동방견문록󰡕에 대해 가장 모욕적이고도 심한 지적은 마르코 폴로중국들어간 적조차 없다는 설이다.

실제로 마르코 폴로가 임종하기 직전, 사제인 자코보 드스키 신부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쓴 책에는 이상한 것들과 믿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이 있으니 그러한 거짓 이야기를 그만하게 해 달라고 신에게 기도하시오.’

 

친구들도 그가 쓴 이야기가 진실이 아닌 상상의 산물임을 고백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의 절반도 적지 않았다며 이를 거절했다. 사실 󰡔동방견문록󰡕은 겸손과는 거리가 먼 구실로부터 시작한다.

 

황제국왕공작후작백작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아르메니아페르시아인도타르타리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의 아주 놀라운 특징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현명하고 교양있는 베니스의 시민마르코 폴로는 그가 직접 본 것과 혹은 남에게서 들은 것들을 명백히 구분하여 이 책에 서술해 놓았다. (중략) 인류의 시조인 아담이 창조된 태고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이교도사라센인그리스도교도나 그밖의 다른 어떤 사람들도 또한 언제 태어나 어느 세대에 살았든 간에 이 마르코 폴로만큼 넓은 이 세계의 여러 곳과 위대한 이야기나 현상을 듣고 보고 또한 탐구한 사람은 없었다는 것을 알지 않으면 아니 된다.’

 

대단히 불손한 서문부터 시작되지만 마르코 폴로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의 반밖에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말하곤 했다. 많은 사람이 그 말을 믿고 싶어 하지만, 󰡔동방견문록󰡕을 둘러싼 정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 무렵에 십자군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던 데다 중세시대의 무용담이 성행해 󰡔동방견문록󰡕의 기록 자체가 전설적인 이야기로 점철된 부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동방견문록

그럼에도 󰡔동방견문록󰡕은 많은 지지자로부터 전설이 아닌 전설로 인식되어 찬사를 받았다. 자연지리학의 시조로 알려진 독일의 알렉산더 폰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마르코 폴로는 세기의 위대한 탐험가이며 󰡔동방견문록󰡕은 매우 탁월한 기행문이자 역작이다라고 인정했다.

󰡔동방견문록󰡕을 가장 신봉한 사람은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한 콜럼버스. 그는 신대륙을 찾아 출항할 때 󰡔동방견문록󰡕을 소지해 책의 여백에 많은 메모를 남겼다. 실제로 콜럼버스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방견문록󰡕에 적힌 황금의 나라 지팡구'와 인도의 향료를 발견하기 위해 출항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마르코 폴로일본을 묘사한 최초의 유럽인으로, 학자들은 그가 적은 지팡구한국과 일본을 혼합해 설명한 것으로 추정하는데 특히 황금지붕 이야기는 한국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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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자가 󰡔동방견문록󰡕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과장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그 내용이 과장되었다는 것과 마르코 폴로중국을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만약 그가 중국에 가지 않았다면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12151294)도 만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한마디로 마르코 폴로세계적인 거짓말쟁이라는 설명이다.

 

<동방견문록의 내용>

학자들이 제일 먼저 제시하는 것은 동방견문록'여행기'라기 보다는 체계적인 지리서라는 것이다. 동방견문록의 내용을 크게 나누어 보면 대체로 여덟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자들이 제일 먼저 제시하는 것은 동방견문록'여행기'라기 보다는 체계적인 지리서제네바의 감옥에 갇혀 루스티첼로라는 작가를 만나게 되어 그에게 책을 구술하는 등의 배경적 설명들이 포함되어 있다.

나머지 일곱 편세계 각지에 대한 설명이다.

1은 현재의 소아시아 반도에 해당하는 ·소 아르메니아와 투르크메니아에서 시작하여 이라크와 페르시아 지방을 포함하는 서아시아에 대해 적었고 2아프가니스탄에서 파미르를 넘어 타림 분지를 경유하는 중앙 아시아를 다루고 있다.

3몽골 제국의 황제 쿠빌라이의 수도인 상도(上都)1)와 대도(大都)의 모습그의 통치 내용을 다루고, 4에서는 마르코 폴로쿠빌라이의 제국에 체류하는 동안 체험했던, 당시 '키타이'라고 불리던 중국의 북부와 쓰촨성(四川省), 윈난성(雲南省)을 거쳐 미얀마에 이르는 지역을 설명하며, 5'만지'라고 부르던 중국의 남부를 포괄하고 있다.

6은 폴로 일가가 중국을 떠나 귀환하는 길에 보고 들은 인도양 각지에 관한 사정을 설명했고, 마지막 7에서는 중앙아시아 대초원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북극 지방까지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그가 설명하는 지역의 범위는, 으로는 '암흑의 지방'이라고 부르는 극지대에서 으로는 자바와 수마트라, 잔지바르, 모가디슈에 이르며 로는 아나톨리아 고원에서 으로는 일본까지 설명하여 사실상 유럽을 제외하고 당시까지 알려진 모든 '세계'를 포괄했다 볼 수 있다.

이를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동방견문록서문과 본문2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문폴로 일행 3이 두 차례에 걸쳐 동방으로 여행한 과정을 개괄적으로 서술한다.

본문은 크게 4가지 내용으로 분류하여 적었는데 첫 부분은 폴로 일행이 소아르메니아에서 원제국의 상도에 이르는 도중의 목격한 것을 적었으며 둘째 부분몽골의 칸과 궁정도성치적 등과 마르코의 중국 각지 여행담을 다루었다.

셋째 부분일본과 남해 제국, 인도와 인도양 제도, 그리고 폴로 일행의 귀로 여정을 적었으며 마지막으로 몽골 여러 부족들간의 전쟁과 아시아 대륙 북부 지역의 개황을 각각 설명했다.

 

마르코폴로의 베니스 출발

그런데 동방견문록이 많은 지적을 받는 것은 이 광범위한 지역을 설명하면서 전체적으로 경로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는 중앙아시아의 하미(哈密)에서 중국 서북부의 감숙 지방을 거쳐 쿠빌라이가 있는 상도로 가는 여행로를 설명하는데 학자들은 이들 설명에 여러 가지 모순점이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이런 일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그는 자신이 방문한 곳주민들의 특징에 대한 설명을 상당 부분 할애했다.

당시 유럽기독교사상으로 똘똘 뭉쳐있을 때이므로 그는 종교적으로 기독교·이슬람·불교를 적시하며 특히 불교도우상 숭배자라고 꼭 집어 설명했다. 특히 그들의 주식과 생업, 언어, 정치적으로 누구에게 속해있는가에 대한 것은 물론 마지막으로 그 지방에 특기할 만한 물산과 동식물을 적었다. 여행 경로가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이런 내용을 가보지 않고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여하튼 그의 글 가운데 상당 부분은 무미건조할 정도로 기계적으로 마치 '편람'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방견문록이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고 지금까지 부동의 고전으로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요인은 분명하다.

당시까지 유럽인 어느 누구도 일찍이 밟아 본 적이 없는 세계의 다양한 지역과 주민들의 모습을 마치 눈앞에 파노라마를 펼치듯 생생하게 그려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에는 필자의 눈을 통해 여과되고 변색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세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설명하여 독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물론 자신이 묘사하는 경이로운 것들이 상당히 과장되었지만 그는 자신의 글 자체가 허구와 상상에 의해 날조된 것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말을 계속 강조했다.

 

그것을 보지 않고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들어도 믿기 힘들 정도다.

 

한마디로 자신의 말을 듣고 믿기 힘들 정도이지만 그것은 사실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이러한 '대화식' 표현들이 독자들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부여했음은 물론이다.

그의 글이 지니고 있는 힘은 마르코 폴로가 직접 본 것이든 들은 것이든 당시 유럽인들로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경이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그는 확신에 찬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설명하는 것 모두 아무런 거짓이 없는 올바르고 참된 것이며 그가 직접 보거나 진실이라고 들은 갖가지 경이로운 내용을 글로 쓰지 않아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한다면 그 자체가 큰 최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확신에 의해 출간된 󰡔동방견문록󰡕 대체 어떤 이유로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