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의 지존 제우스>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인 제우스는 티탄 신족의 우라노스의 손자이자, 크로노스의 아들로 올림포스 12신 중에서도 왕이며, 하늘을 지배하는 신이다. 제우스란 이름의 어원 자체가 '신(神)'이며 상징 새는 독수리, 나무는 참나무, 목성의 이명이다. 고대 로마제국 이래 신성로마제국, 오스트리아제국, 모스크바 공국은 물론 독일 나치와 오늘날의 미국 국장으로도 독수리가 등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우스의 탄생은 다소 엽기적이다. 제우스의 할아버지 우라노스가 아들 크로노스에게 성기를 잘려 왕좌를 빼앗길 때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너도 자식에게 왕좌를 빼앗길 것이다.’
이에 놀란 크로노스가 태어난 자식들이 태어날 때마다 족족 삼켜버리는데 크로노스의 부인 레아가 이에 반발하여 여섯 번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어머니 가이아에게 지혜를 구한다. 가이아의 조언에 따라, 레아는 크레타섬 산속 동굴 안에서 비밀리에 아이를 낳고 남편 크로노스에게는 포대에 싼 돌덩이를 건네주는데 크로노스는 그걸 자신의 아이라고 생각해 냉큼 삼켜버린다.
그리스 크레타섬에는 제우스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진 동굴이 두 곳이 있는데 어느 곳이 신화 속 장소인지는 알려지지 않으며 그리스 본토 남부에 있는 뤼카이온(Lykaion)산에서 제우스가 태어나고 자랐다는 전설도 있다.
여하튼 특별한 배려로 태어난 제우스는 정령들은 칼을 부딪치고 청동 방패들을 요란하게 두드리면서 아기의 울음소리를 감추었다. 님프들의 돌봄을 받으며 자랐는데 제우스가 자랄 때 크로노스한테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님프들이 날마다 축제를 벌이며 소리를 감췄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리고 제우스는 아말테이아라는 님프의 젖을 먹고 자랐는데, 나중에 제우스는 아말테이아가 죽자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그녀를 하늘로 올려 보내 염소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한마디로 제우스는 특별한 금수저 신으로 태어나고 이에 맞게 성장한 것이다.
더불어 제우스의 능력은 남달라 가이아에게서 받은 구토제를 크로노스가 삼키게 하여 포세이돈, 하데스, 데메테르, 헤라, 헤스티아 등 예전에 삼킨 모든 자식과 돌을 토해냈다. 이를 보면 제우스가 막내동생이다.
막강한 형제들을 규합한 제우스는 올림포스 산을 거점으로 크로노스와 전쟁을 개시하여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제우스가 하늘의 주인이 되며 그의 형제자매들은 최고 신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들이 제우스의 자녀들과 함께 올림포스 12신으로 불리는데 포세이돈과 하데스와 세상을 삼분하여 통치하기로 한다. 제비뽑기로 결정했지만 이미 제우스에게 가장 중요한 지상과 하늘이 돌아가게끔 내정되어 있었다. 바다를 차지한 포세이돈은 그런대로 불평이 없었지만 지하세계를 맡은 하데스는 크게 불평했다.
그리스 신화를 담은 초기 서사시에는 제우스가 올림포스에 사는 모든 신들을 합친 것보다 강하다고 서술한다. 호머가 적은 『일리아드』를 보자.
자, 신들이여! 한 번 시험해보시오. 모두들 알도록.
그대들은 황금 밧줄을 하늘에 매달아놓고
남신이든 여신이든 모두 거기에 매달려보시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그대들은 최고의 조언자인 이 제우스
하늘에서 들판으로 끌어내리지 못할 것이오.
그러나 내가 마음먹고 그대들처럼 끌어당기려 한다면,
대지와 바다와 함께 그대들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오.
그러고 나서 내가 그 밧줄을 올림포스 꼭대기에 매어놓으면
이번에는 모든 것이 공중에 매달리게 될 것이오.
그만큼 나는 모든 신들과 인간들을 능가하오.
제우스의 최고 무기는 번개 또는 번개를 쏘는 무기다.
제우스의 번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만만치 않다. 그는 티탄 족과의 전투에서 고전하자 티탄족을 제압할 무기를 만드는 자에게 상으로 아프로디테를 주겠다고 하자 아들 헤파이스토스가 번개를 만들어 주었고 제우스가 그 무기로 티탄족들을 제압한다. 약속대로 아프로디테는 헤파이스토스의 아내가 되었다.
<바람둥이 제우스>
제우스는 신 중에서도 알아주는 바람둥이였다. 그는 아내인 헤라의 눈을 피해 백조나 황소, 심지어 황금 비로 변하면서까지 여신이나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의 피를 이어받은 이들 중에 강한 영향력을 가진 올림포스의 신들과 인간 영웅들이 나오게 된다. 신 중의 신인 그는 신화 속에서나 인간들 속에서나, 권력과 영광을 갖는 중요한 시발점인 셈이다.
제우스의 개인 생활을 보면 그야말로 천방지축이다.
그의 첫 번째 아내는 지혜의 여신 메티스였다. 하지만 제우스는 그녀가 임신하자 아내를 통째로 삼켜버렸다. 그 이유는 아내에게서 제우스를 대신할 지배자가 태어난다는 예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경우와는 다르게, 아내인 메티스를 삼킨 제우스는 지혜와 분별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달이 차자 제우스의 머리에서 여신 아테네가 무장한 채 튀어나왔다. 그녀는 메티스의 소질을 이어받아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 되었고, 제우스의 가장 사랑받는 딸로 올림포스 12신 중의 하나가 된다.
제우스의 두 번째 아내는 율법과 질서의 여신 테미스다. 둘 사이에서는 계절의 여신인 호라이 세 자매와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세 자매가 태어났다. 하지만 그녀들은 모두 올림포스12신에 들지 못했다. 제우스가 두 명의 부인으로부터 지혜와 분별력, 율법과 질서를 갖추었다는 것은 당대에 가장 중요한 덕목을 여자로부터 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제우스의 세 번 째 부인은 그의 누나인 헤라다. 그와 헤라사이에서 4명의 자녀가 태어나는데 모두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다.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 전쟁의 신 아레스가 그의 아들로 올림포스12신이 됐다.
이 둘은 형제이지만 여러 면에서 대조적으로 헤파이스토스는 못생긴 절름발이이지만, 신들의 무기와 장신구들을 만들며 올림포스에 많은 도움을 주어 아프로디테와 결혼한다. 반면 아레스는 건장하고 뛰어난 외모를 소유한 군신(軍神)이었지만, 성격이 난폭한 데다 전쟁의 신인데 아프로디테와 불륜을 저질러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제우스의 바람기가 만든 대표적인 신이 태양신 아폴론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다. 아폴론은 다양한 덕목을 갖고 있는데 빛, 태양, 이성과 예언, 의술, 궁술, 시, 음악 등 다양한 것들을 관장한다. 즉 아폴론이 그리스의 정신인 ‘합리적 이성’을 상징하므로 아폴론이야말로 가장 그리스다운 신의 상징이 되었다.
제우스의 일화를 보면 그야말로 바람둥이로 현대로 치면 성추행범으로 종신형을 살았을 것이 분명하지만 제우스의 이러한 호색한적 측면은 우주 만물은 주신의 힘과 질서와 정의를 바탕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우주에 주신의 힘과 질서와 정의가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하튼 이 문제에 관한 한 고대 신화의 이야기 즉 당대의 이야기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제우스가 신들의 수장으로 군림하 수 있는 것은 신의 제왕답게 이 세상의 질서를 감시하고 리더십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천둥과 번개, 독수리의 속성을 따라 탁월한 결단력을 갖고 있다. 망설이는 법없이 빨리 판단하고 즉시 실행에 옮긴다.또한 용인술도 뛰어나다. 여러 자식 중에서 최고의 아들 아폴론과 아테나를 좌우에 거느리고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그뿐 아니라 탁월한 협상력과 술책까지 지닌 헤르메스를 책사로 두고 있다. 더불어 신상필벌의 원칙을 엄격하게 지킨다. 아폴론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뜻을 거역하자 남의 집 머슴살이를 시킬 정도로 철저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뛰어난 정보력을 활용할 줄 안다는 점이다. 헤르메스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마차를 타고 하늘을 도는 태양신 헬리오스와 아폴론을 통해 한낮에 일어난 일들을 파악한다. 마지막으로 냉정한 정치적 감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막강한 힘을 가진 포세이돈과 하데스를 수시로 다독거려 형제간의 갈등 여지를 없애고 신들의 다툼을 중재한다.
더불어 그가 섭리를 관장하는 주신이므로 손님 대접을 극진하게 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했다. 그러므로 이를 어길 경우 최고신 제우스를 모독하는 끔찍한 죄악으로 여겼다. 인간의 도리가 바닥에 떨어져 손님에게 접대를 하지 않은 인간들을 홍수로 쓸어버린 것은 마치 노아의 홍수를 연상시킨다.
긴 수염이 나 있는 강인하고 위엄있는 남성의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상체는 나신이며, 한쪽 손에는 번개 혹은 홀(笏)을 들고 있다. 제우스는 번개나 비 같은 기상 현상을 주재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질서와 정의를 유지하며, 왕권 및 사회적 위계질서를 보장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면에서 제우스가 기독교의 신의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학자들은 대표적으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천지창조에서 신의 모습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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