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40) : 피라미드 건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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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가 다른 고대국가와 어딘가 다르다고 느끼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제시되는 것은 피라미드다. 그것은 고대 문명이 세계 각지에서 수없이 일어났는데도 이집트의 고유성 즉 피라미드, 스핑크스, 미라 등이 어느 나라와도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집트 특유의 사막지대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삼각형의 건물이 거의 4500년 전에 건설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경외심을 느낄만하다. 당대에 세계 각지의 문화 수준은 신석기 후반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고대 이집트가 고대 문명에 관한 한 다른 고대 국가와는 다른 무엇인가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당대에 세계 최고 문명을 영위하던 이집트가 현재는 세계 최고의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상 세계에서 건설된 수많은 대형 건축물 중에서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인상적인 건물은 많지 않다. 그것은 필론의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에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필론이 기원전 3세기의 사람임을 감안하면 피라미드가 필론이 살던 시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지를 이해할 것이다.

 

〈피라미드의 역사〉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보다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먼저 피라미드와 깊은 연관이 있는, 이집트 기후의 산물인 미라와 고대 이집트인들의 내세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다.

미라는 죽은 사람의 시체를 인공적으로 보존하는 방법이다. 물론 고대 이집트가 유일하게 미라를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집트 미라가 가장 잘 알려져 있으므로 미라 하면 거의 모두 고대 이집트의 미라를 연상하게 된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왕조 시대 이전의 사망한 사람들의 매장은 매우 간단했다. 사막 경계에서 약간 깊은 구덩이에 시체를 놓고 모래로 덮었다. 그러나 건조한 공기와 더운 모래의 접촉을 받은 시신은 급속히 탈수되어 수의가 썩기 이전에 자연적인 방법으로 완전하게 보존 처리가 되곤 하였다. 이렇게 매장된 미라를 우연히 발견한 이집트인들은 죽은 후에도 살아갈 수 있으려면 시신 보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조그마한 구덩이에 시신을 매장하던 원시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차츰 커다란 무덤을 만들고 관을 사용하자 모래가 시신과 직접 접촉하는 자연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미라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전에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던 미라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그러나 시신을 영구히 보관하는 데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었다. 공들여 사자(死者)를 미라로 만들고 모래나 자갈로 커다란 봉분을 만들었음에도 끊임없이 불어 닥치는 사막의 바람이 무덤을 파괴하거나 자칼 등의 동물이 돌을 파헤쳐 시체들을 훼손하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무덤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도 생각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이런 용도로 개발된 것이 진흙 벽돌로 상부가 평평하고 옆이 경사진 무덤 마스타파다. 피라미드의 기원이 되는 마스타파란 현대의 아랍 말로 벤치라는 직사각형의 묘로서, 무덤 모양이 이집트인들의 집 앞에 놓여 있는 흙벽돌로 만든 벤치와 유사하기 때문에 그러한 이름이 붙었다.

오늘날 마스타파 무덤들은 아비도스, 나카다, 사카라, 기자, 메이둠, 아부시르 등지에서 발견된다. 초기의 마스타파들은 암반을 파고 내려가서 매장실을 만든 다음 장례가 끝난 뒤 천장을 나무 등으로 메우고 그 위에 흙벽돌로 직사각형의 언덕을 만들었다.

시간이 더욱 지나자 점점 더 큰 마스타파가 만들어져 지상 또는 지하에 여러 개의 방을 만들고 그 중 한 방에는 죽은 사람의 미라를 안치했고 다른 방에는 사자를 위한 물건들을 넣었다. 일부 마스터파에는 포도주 항아리, 식량을 담은 그릇, 무기, 배 등 내세에 필요한 각종 물품을 저장했다. 그런데 방들 사이에 복도는 필요가 없었다. 당시 영혼들은 벽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높이가 5미터에 달하는 것도 나타났는데 마스타파를 완전하게 만든 다음에 매장하기 쉽도록 매장실로 통하는 계단식 통로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마스타파는 곧바로 피라미드에게 자리를 내준다.

제1왕조(기원전 3,000년경)의 파라오 중에는 가까운 사막의 절벽에서 절개한 석회암을 묘혈(墓穴) 즉 무덤 구멍 바닥에 깔았고 제2왕조의 파라오는 묘실 내부 전면을 석회암으로 두르기도 하였다. 그리고는 곧 석회석들을 대규모로 이용하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세계 최초의 돌로 된 피라미드는 사카라 지역에 세워진 것으로 제3왕조(기원전 2,600년경) ‘죠세르’ 시대에서 시작되었다. 죠세르는 제3왕조 두 번 째 왕인데 연마된 돌을 사용한 계단식 피라미드를 건설하였다.

제4왕조의 스네프루는 쿠프의 아버지로 피라미드의 전형을 세운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일반적으로 3개에서 5개의 피라미드를 건설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그가 이루어 논 피라미드의 건설 방법을 토대로 이집트의 수많은 피라미드들이 건설될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는 140여 개의 대‧소 피라미드가 건설되었다고 추정하는데 현재 그 위치가 확인된 것만도 80여 개가 된다. 80여 개의 피라미드 중에서 이집트 역사상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피라미드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설명한다.

 

<피라미드는 하늘에 오르는 계단>

‘피라미드’라는 말은 그리스어 피라미스(Pyramis)에서 기원한다. 이 명칭이 고대 이집트어 메르(mer)에서 직접 파생했는지 아닌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여기에 정관사 파(pa)를 덧붙인 파메르(pamer)라는 말은 피라미드와 유사하게 들린다.

학자들에 따라 메르(mer)라는 말은 에마르(em-ar)에서 파생한 것으로 보는데, 이는 ‘통치자가 매장된 뒤에 하늘로 올라가는 장소’를 뜻한다. 제5왕조의 마지막 통치자인 우나스의 피라미드 석실 벽에 쓰인 「피라미드 텍스트」에는 ‘영생의 별을 향해 승천하는 것’이란 글이 있는데, 이는 죽은 왕들의 소망을 잘 보여준다.

피라미드는 삼각뿔 형태로 정상이 뾰족하다. 학자들은 피라미드가 왜 이런 형태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완전한 결론을 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하늘에 이르는 성스러운 계단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하늘 또는 높은 곳이 갖는 신화적 의미에 대해 미르치아 엘리아데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장 높음’은 당연히 신의 속성이 된다. 인간이 도달하기 어려운 최상층 성좌는 초월, 절대적 실체, 영원성의 성스러운 위엄을 의미한다. 이런 영역은 신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특별한 사자들의 혼은 천상에 오르자마자 인간성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피라미드에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독특한 형태의 피라미드가 파라오를 상징하는 기념비이자 그들의 거처인 ‘복합장례건축물’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피라미드는 제식 행위를 위한 건축물이며 부속건물이 있고 크기가 다양했다. 피라미드 묘역에는 파라오뿐만 아니라 사망한 파라오의 다음 서열에 해당하는 친족과 신하들의 묘소가 있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피라미드 건축물의 핵심은 피라미드 신전과 본체다. 피라미드 신전은 외부와 내부로 나뉘는데 외부는 장제신전, 내부는 영전에 제물을 바치는 성소다. 장제신전에는 미니 피라미드인 제식용 피라미드가 있는데 ‘카 피라미드(Ka-Pyramid)’라고 불렸다. 물론 두 곳 모두 성역이었기 때문에 일반 백성은 들어갈 수 없었다.

대형 피라미드가 세워지는 과정은 대부분 비슷하다.

파라오가 죽으면 필요한 모든 제식을 치른 다음 미라로 만든 시신을 묘실 안에 안장했다. 그리고 피라미드를 폐쇄한 후 건설공사의 마지막 흔적까지 지웠다.

이때부터 피라미드는 사자(死者)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의 활동무대로 바뀌었다. 사자가 차질 없이 저승으로 떠나기 위해서 피라미드에는 사제와 신전관리인, 서기뿐만 아니라 악사와 수공업자, 농부가 필요했다.

피라미드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기구가 따로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당 기구에서는 밭과 마을 및 작업장을 관리하고 신전에 필요한 식량과 장비를 조달했다. 신전 소유의 땅이 있었으며 여기에서 필요한 물품을 마련했다. 파라오가 거처하는 수도와 궁전, 왕들의 성전 역시 서로 경제적 네트워크를 이루었으며, 피라미드에 물품을 조달하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집트에 대형 피라미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상하 이집트가 통일되면서부터다. 통일왕국이 되면서 파라오의 권한은 자연적으로 크게 커졌고, 이는 대형 피라미드를 건설하는 원동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