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95) : 파라오의 저주(6)

https://youtu.be/N5ZGAYpVNCY

⑥ 옥좌

옥좌는 상단부에서 하단부까지 모두 금으로 덮였고 유리와 도자기, 보석으로 상감 장식을 했다. 옥좌의 다리는 고양이과 동물의 다리 모습이며 다리 맨 위는 사자머리 모양으로 장식했다. 팔걸이는 화려한 관을 쓰고 날개가 달린 독사의 형태다. 옥좌의 뒤판을 지지해주는 세로대 사이에는 나무에 조각을 하고 금박을 입혔으며, 보석으로 상감 장식한 여섯 마리의 코브라 수호신들이 있는데 모두 머리에 태양 원반을 이고 있다.

 

투탕카문 옥좌

옥좌의 장식널에는 왕이 한 팔을 등받이에 아무렇게나 걸친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그 앞에는 앳된 모습을 한 왕비가 서서 왕의 몸단장을 마무리해주고 있다. 장식널의 배경을 이루는 옥좌의 다른 뒷면은 금판으로 덮여있다.

카터는 이 옥좌를 예술적인 가치 외에도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 옥좌의 그림들은 투탕카문이 살던 시대의 정치와 종교적 동요를 보여주는데, 바로 ‘아케나톤 신앙’이다.

 

⑦ 전차

투탕카문의 무덤에는 여러 대의 전차가 있다. 전차들은 무덤의 출입구가 너무 좁아 애초부터 두 개로 잘라 나누었고, 바퀴도 분리하여 따로 쌓아놓았다. 전차들은 모두 금박으로 덮여 있고 금판에는 양각으로 각종 유리와 보석으로 상감 장식했다. 다행하게도 목재로 만든 전차의 경우엔 보관 상태가 좋았지만 마구들과 가죽은 습기의 영향을 받아 검게 변색돼 있었다. 그러나 마구의 가죽이 거의 금판으로 둘러싸여 비교적 보존이 잘 되어 있었던 까닭에 원래 상태로 복원이 가능했다. 현재 투탕카문의 유물 중 가장 많이 주목받는 것이 전차에 그려진 활쏘는 장면이다. 카터는 무덤 안에서 많은 활과 화살이 발견된 것을 볼 때 투탕카문이 뛰어난 활솜씨를 갖고 있었다고 추정했다.

 

발굴 당시 전차 모습

⑧ 채색함

투탕카문의 부장품 중에서 카터가 채색함이라고 불렀던 것도 무척 놀라운 유물이다. 여러 개의 채색함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기실에서 발견된 것인데, 이 채색함은 겉면을 석고로 완전히 도포한 후 그림을 정교하게 그려 넣었다. 뚜껑에는 사냥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고 양 옆에는 전투 장면이 있는데, 투탕카문과 시종들이 적들과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또 채색함의 양쪽 끝 면에는 사자 형상을 한 파라오가 외국의 적들을 짓밟고 있는데, 카터는 이들 그림의 생생함과 상상력, 극적인 표현 방식 등을 볼 때 이집트 예술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 중 하나라고 적었다.

 

⑨ 놀이기구

투탕카문의 무덤에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끈 것은 놀이기구다. 놀이기구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방에 두고 사용해야 할 정도로 큰 것에서부터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작은 것들까지 다양했다. 투탕카문의 무덤에 그런 놀이기구들을 함께 부장한 것은 내세에서도 파라오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중에서 카터는 작은 놀이기구는 생전에 투탕카문이 직접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놀이기구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가로 53.7센티미터, 세로 27.5센티미터, 높이 17.5센티미터 가량의 게임판이다. 재료는 흑단이지만 윗면과 아랫면에 상아를 입혔고 전체적으로 직사각형 비슷한 타원형인데, 치수가 27.5센티미터, 9센티미터, 5센티미터 가량 되는 중간 크기는 나무 몸체에 조각된 상아를 입혀서 만들었다. 이 게임판들은 크기가 똑같은 서른 개의 정사각형으로 나뉘었으며 가로로 열 개, 세로로 세 개씩 배열했다.

게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게임판마다 체스의 폰(pawn)과 같이 검고 하얀 열 개의 말이 있어 게임 참여자에게 5개의 말을 배정한다. 이것을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숫자대로 이동시키면서 경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주사위 대신 검고 하얀 작은 막대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 게임은 현재도 중동 사람들이 즐기는 ‘엘-타벨-세가’라는 게임의 초기 형태로 추정한다.

 

<투트 마니아 열풍>

투탕카문 보물은 전 세계의 호사가들을 강타하여 ‘투트 마니아’라는 말을 만들었다. 그리고 쇠똥구리 모양의 스카라베, 주석으로 만든 투탕카문 시가 케이스, 청록색의 투탕카문 팔찌, 이집트 상형문자가 들어간 옷과 핸드백, 투탕카문의 옥좌를 본뜬 식당의자 등이 크게 유행했다. 또한 미국의 많은 가정에서는 투탕카문의 이름을 따 아들은 튜터(Tutter), 딸은 튜티(Tuttie)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와 같은 열풍은 1929년 대공황이 일어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투탕카문은 어린 나이에 파라오가 된 후 10년 정도 왕위에 있었으므로, 이집트 역사에서 볼 때 그다지 큰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집트의 파라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로 부각되었다. 가히 클레오파트라와 견줄만했다.

1970년대에 55점의 투탕카문 유물이 미국 전역을 돌며 전시된 적이 있었는데, 400곳이 넘는 회사들이 투트 마니아 만들기에 열중했을 정도였다. 유명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이 부른 이집트 풍 노래가 대단한 인기를 끌었으며, 유명 백화점에서는 인테리어를 각종 투탕카문 양식으로 장식하기도 했다.

학자들은 투탕카문 열풍이 그토록 오랫동안 지속된 것은 투탕카문의 무덤 발굴이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고고학적 발굴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주 저급한 수준의 것일지라도 그것이 투탕카문 무덤 발굴에서 나온 유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유물을 통해 자신이 세기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발굴 작업에 동참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이집트 전문가는 아니라도 소년왕 투탕카문과 그 무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지식인다운 교양을 갖추었다고 생각되었다.

투탕카문의 무덤에서 나온 유물은 하나하나 일일이 철저하게 검증을 받는데 근래 투탕카문의 보석 중에 ‘외계의 돌’ 즉 운석이 포함되어 있다고 발표되었다.

투탕카멘 목걸이의 펜던트 한 가운데 박혀 있는 노란 빛깔의 이 보석은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해 발굴된 직후부터 성분과 출처 등에서 많은 의문이 제기돼왔다. 보석 입자들의 성분 분석 결과 유리와 비슷한 종류로 밝혀졌으며, 사하라 사막지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추측됐는데 당대의 여건 상 사막 한 가운데서 이같은 보석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오스트리아의 과학자인 크리스틴 쾨어벨 박사는 이들 보석이 상당히 고온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소행성의 폭발로 생겨난 운석일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그의 주장에 미국의 지질물리학자인 존 왓슨 박사도 이 보석이 소행성이나 외계에서 온 우주선의 거대 폭발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이 보석이 1908년 러시아 중부 시베리아의 퉁구스카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과 비슷한 과정을 통해 생성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폭발로 퉁구스카의 숲 2,000㎢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나 아직까지도 폭발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 지지 않아 미스터리 물에서 단골 손님이다.

1994년 목성에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충돌했는데 이때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면서 거대한 공모양의 불길이 1,000km 높이까지 치솟았다. 학자들은 당시 목성 표면의 온도는 섭씨 1,800도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마디로 고대 이집트의 사막이나 숲 위에서 이와 비슷한 거대 폭발이 일어나면서 투탕카멘의 보석이 생성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는 당시 이집트인들이 단단한 운석을 요긴한 곳에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석이라면 단단한 공구나 파라오의 보석으로 사용될 만큼 중요하게 인식되었다는 뜻도 된다.

 

<소년왕, 투탕카문의 정체>

파라오의 저주가 사람들에게 더욱 신비롭게 각인된 것은 저주의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투탕카문의 일생이 드라마틱할 뿐 아니라 베일에 싸여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전설에 의하면 투탕카문은 죽을 때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엉뚱하다. 투탕카문이 권좌를 노리던 이들에게 계획적으로 살해당하자 ‘죽음의 저주’라는 극약 처방까지 동원하여 후대에라도 그 음모가 밝혀지기를 고대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투탕카문 왕을 ‘비운의 소년왕’이라고들 한다. 10살의 나이에 파라오가 된 그가 겨우 18~19살의 어린 나이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이집트의 파라오가 비교적 장수한 것에 비하면 그는 예외적으로 단명했다. 특히 소년왕 투탕카문이 자연사하거나 질병, 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살해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더욱 파라오의 저주를 부추겼다.

갑작스럽게 사망하여 ‘파라오의 저주’가 태어나는 데 크게 기여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카터의 조수, 아서 C. 메이스도 투탕카문의 살해설을 지지했다.

 

‘우리는 왕이 죽었을 때 그가 아직 소년에 불과했고, 그가 왕위를 계승하는 것을 거들어주고 그의 짧은 치세 동안 조언자 역할을 한 사람이 그의 후계자 아이(Ay)였다고 믿을 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 또한 그의 장례식을 주재한 사람도 아이였으므로 그가 자신이 정권을 장악할 만한 시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고 투탕카문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몄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