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살충제(DDT)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물질, 살충제 DDT(3)

Que sais 2020. 9. 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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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철 카슨의 치명타>

DDT치명타를 안긴 것은 환경재앙을 경고한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레이첼 카슨(Rachel Louise Carson, 19071964)1962에 발간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이다. 그녀는 인간이 무심코 사용해온 살충제와 같은 화학약품환경을 파괴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 동물의 몸에 쌓여 각종 질병을 일으키고 어미의 모유를 통해 2에까지 전달된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했다. 이 단원은 송성수 박사의 글에서 많이 참조했다.

레이철 카슨 (1907~1964)

카슨190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스프링데일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음악과 독서를 좋아했으며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녀는 1925장학금을 받고 펜실베이니아여자대학교(케이텀 칼리지로 개명) 영문학과에 진학했다. 글에 재주를 갖고 있었지만 3학년메리 스콧 스킹거 교수의 생물학 강의를 들으면서 영문학에서 화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그녀는 대학교를 2등으로 졸업했고 1929년 매사추세츠주 웃즈 홀에 있는 해양생물학연구소에서 하계연구원 자격을 획득했고 이것이 그녀의 첫 해양연구 경험이다. 그녀는 스킹커 교수의 도움으로 1932존스홉킨스대학의 대학원에서 해양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홉킨스 대학 연구실 조수로 일했으며 메릴랜드 대학에서 동물학과 조교로 일했다.

1935년과 1936년 아버지와 언니사망하자 그녀는 언니의 두 딸을 어머니와 함께 양육해야했다. 그녀는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1936년 워싱턴 DC에 있는 미연방수산업국에 취직했는데 글쓰기에 재주가 있는 그녀는 해양 생태에 관한 첫 번째 에세이인 해저 세계출간했고 이것이 매우 호평을 받아 전업작가의 길로 나선다. 1941 해풍 아래에서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은 해양의 자연사에 관한 책으로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생물학자이자 문필가로 보다 유명해지기 시작했지만 전쟁 여파로 출판 시장에서는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의 <어류 및 야생 생물청>편집장으로 승진했고 1951에 두 번째 책인 우리 주위의 바다를 출간했는데 이 책이 무려 86주 동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뉴욕 타임즈>가 선정하는 전국 도서상을 받았으며 추후 32개국의 언어번역되기도 했다.

그녀의 저술 활동은 계속되어 1955바다의 끝을 출간했는데 이 책은 두 번째 책보다 훨씬 많은 상을 받았고 매우 대중적인 과학자라는 이름도 얻었다. 카슨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작가이자 과학자의 반열에 든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어머니가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고 1957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 해 여름 매사추세츠 주 정부모기박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북부해안지역의 모기를 없애기 위해 DDT를 대량으로 살포했다. 당시에 살충제는 미국인들에게 매우 호평을 받고 있었다. 그러므로 당시에 DDT라이스(), BHC(벤젠핵사클로리드)햄버거, 엔드린달걀살충제의 이름을 먹거리에다 붙이는 것이 유행했을 정도였다.

문제는 살충제바람을 타고 인근 마을로 퍼져나가 모기를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니라 대신 새나 방아깨비, 과 같은 유익충들이 수없이 죽었다는 점이다. 예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자 카슨의 친구이자 조류학자올가 허킨스주 정부에 항의했다. 그러나 주 정부DDT인간에게 살포해도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허킨스주 정부의 답변을 믿을 수 없다며 직접 DDT에 의한 피해사례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서도 살충제가 살포되어 물고기, , 등이 무수히 죽었다는 사실을 발표하고 보스턴의 <헤럴드>지에 항의 편지를 기고했다. 허킨스카슨에게도 자신의 편지를 보여주었는데 카슨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그동안 내버려두었던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며 침묵한다면 나는 어떤 평화도 누릴 수 없다DDT의 폐해를 고발하는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것이 19629에 출간되어 전 세계를 강타한 침묵의 봄이다. 그녀의 책이 출판되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는데 1에서 다음과 같은 글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자연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조용했다. 그처럼 즐겁게 재잘거리며 날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봄은 왔는데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녀의 공격적인 책60만 부가 팔릴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침묵의 봄은 그녀의 그 전의 책에 비해 고발의 성격이 짙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만약 우리가 현재의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지구에 어떤 사태가 닥쳐올지 모른다.’

 

그녀는 느릅나무를 좀먹는 해충을 잡으려고 뿌린 DDT먹이 사슬을 통해 어떻게 종달새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침묵의 봄을 가져왔는가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느릅나무에 뿌려진 DDT여러 곤충과 거미를 죽였다. 그 과정에서 DDT는 나뭇잎에 붙었고 가을에 떨어진 썩은 낙엽지렁이가 먹었다. 그중에서 살아 남은 지렁이는 겨울을 넘기고 에 날아온 종달새에게 먹혔다. 그 결과 DDT가 뿌려진 지 2년 만에 어떤 지역에서는 400마리에 이르렀던 종달새20마리로 줄어들었다.’

 

그녀는 해충을 없애기 위해 생물학적 조절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가 말한 생물학적 조절방법은 조절하고자 하는 생물과 그 생물이 속해 있는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안된 방법을 말한다. 카슨이 예상했던 대로 침묵의 봄농화학약품업체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카슨의 자료들이 워낙 충실하여 업체의 주장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당시의 미국대통령 J. F. 케네디<과학자문위원회>를 소집해 농약의 피해를 조사케 했으며 <미국환경청>DDT의 사용금지 문제를 논의하는 청문회를 열었다. 1964미국 의회야생보호법을 제정하여 무절제한 개발에서 자연을 보호하는 정책으로 선회했지만 건강이 나쁜 카슨은 한창 일할 나이인 57사망했다.

미국 최고의 영예 자유 훈장

그녀가 사망한 후에도 환경정책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며 마침내 1972 미국에서 DDT 사용이 전면 금지됐고 1980미국 정부민간인에게 수여하는 가장 영예로운 상인 자유훈장카슨에게 추서했다. 침묵의 봄에 영향을 받은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케네디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 순례를 갖자고 건의했다. 이를 계기로 지구의 날(422)이 만들어졌다. 그녀가 처음 침묵의 봄을 발표할 때 그녀에게 반대 입장이었던 <타임>레이철 카슨을 지난 100년간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선정했다. 그녀에 의해 비로소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은 이제 지배가 아니라 보호 혹은 조화로 자리를 옮겨가게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영향은 다음과 같은 말로 함축된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몇 천 개의 단어 때문에 세계 전체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게 되었다.’

 

<환경호르몬에 주의하라>

1970년대 초 생물학자들은 바다갈매기 암컷들이 묘하게도 한 둥지에 모여 사는 것을 발견하고 그들을 동성연애 갈매기라고 불렀다. 동물들 중에서 동성연애자들이 있다는 것은 당시 동성연애세계적인 화두였기 때문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실상은 인간의 죄 때문이라는 것이 발견되었다. DDT주범이었다. DDT 때문에 수컷 바다갈매기들의 화학적으로 거세당함으로써 교미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암컷들끼리 짝을 지어 살게 된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DDT가 만든 폐해의 다른 한 면으로 이를 DDT가 만든 환경호르몬 부작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환경호르몬1960컵라면에서 발견되었다고 하여 한국을 발칵 뒤집은 적이 있다. 환경호르몬은 우리 주변 환경에 존재하는 물질이 생체 내로 들어와 기존의 호르몬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말로 학술 용어로는 내분비계 교란물질(endocrine disrupters)'이라고 한다. 이런 화학 물질의 특징생태계 내에서 자연적으로는 거의 분해가 되지 않는 반면 생체 내로 유입되면 인간이 만드는 호르몬 작용모방하거나 또는 호르몬이 아예 작용하지 못하게 한다. 2000까지 알려진 환경호르몬은 거의 70이지만 계속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환경호르몬이 문제가 되는 것은 생체 내에서 성장과 발육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각종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추정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환경호르몬생식 능력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주의 엘리게이터(악어의 일종) 농장에서 갑자기 평균 7080% 악어알 부화율520%로 뚝 떨어졌다. 더구나 태어난 새끼들도 절반 정도가 2주 내로 죽었다. 조사 결과 이 지역의 암컷 악어들은 정상치보다 두 배나 높은 에스트로겐 함량을 나타냈고 수컷테스토스테론을 전혀 지니지 않았다. 악어들이 사는 아포프카 호수 주변타워케미칼사 공장에서 흘러나온 디코플이라는 물질이 악어들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1980대 초 영국과 프랑스에서 참굴 암컷수컷 생식기페니스가 달린 기현상이 보고되었다. 원인을 일으킨 주범TBT이다. TBT선박 밑 부분생물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페인트에 섞어 사용되는 부착방지제의 원료인데 이것이 바다에 흘러들어 참굴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국해양연구소>1998년 조선소와 공업단지가 밀집한 진해와 마산 앞바다에 흘러든 트리뷰틱주석에 의해 암컷 고등2030%에서 수컷 생식기가 나타나는 기현상을 보였다. 트리뷰틸주석배의 바닥조개나 해초 같은 바다 생명체가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흡착방지제페인트와 섞어 선박에 바르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환경호르몬 유발 물체들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재료들이라는 점이다. 전기절연체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페닐(PCB), 고엽제, 쓰레기 소각장, 담배연기 등에서 나오는 다이옥신, 살충제로 널리 쓰이는 아트라진과 아미놀도 환경호르몬이다. 계면활성제(세제)인 노닐페놀. 일회용 용기인 스티렌, 음료수캔과 플라스틱의 내부 코팅로 사용되는 비스페놀 A 등도 환경호르몬의 주범이다.

이들이 동물의 생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동물의 암컷과 수컷의 작은 차이 때문이다. 동물상염색체 대부분 암수가 공통인데 성염색체에서 XXXY의 차이가 있다. 처음에 난자와 정자가 수정에 성공하면 성적인 분화가 일어나지 않고 대부분 암컷이 된다. 그런데 수컷이 가지고 있는 Y염색체에서 어떤 신호가 발생되면 남성으로 되는 스위치가 켜지면서 개체는 남성호르몬으로 뒤덮여 결국에는 수컷이 된다. 염색체상으로 분명한 XX인 여성도 이 시기에 남성 호르몬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생식기수컷으로 분화되기도 한다. 이는 역으로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면 암컷으로 변환된다. 인간의 경우 임신 34개월 사이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

환경 호르몬이 작용하는 것은 바로 이 순간으로 Y염색체남성 스위치가 켜질 때이다. 학자들은 이 스위치가 대단히 민감하여 1피코그램(10-12그램)의 물질만 작용해도 스위치가 켜진다고 한다. 이 양이 얼마나 작은가는 1,000톤의 수영장(50x20x1미터)우유 한 방울(1mg)을 떨어뜨렸을 때의 상황이다. 환경호르몬이 이 순간에 작용할 때 성분화를 엉망으로 만들기 때문에 개체들의 생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일단 한 번 만들어지면 자연분해가 매우 더디기 때문에 뚜렷한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자들이 처음부터 만들어내지 않는 방법 이외에는 대안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세계 각국은 가능한 한 환경 호르몬 기능을 하는 물질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DDT는 물론 전기 절연체로 사용되던 PCB도 사용 중지되었고 비스페놀 A를 사용한 깡통의 내부 코팅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학자들 사이에 인간 남성의 정액에 들어 있는 정자 수1백 년 전의 절반으로 감소되었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이다. 남성1회 사정 시 정액 속에 13억 개의 정자를 배출한다. 보통 한 번에 24cc 정도가 배출되므로 1cc4,0005,000만 마리 이상이 된다. 이 중에서 50퍼센트 이상이 정상이면 건강하다고 진단을 내린다(정자가 워낙 많이 한꺼번에 만들어지므로 기형이거나 운동성이 없는 것들이 매우 많이 있다). 거꾸로 말해서 정자수가 이 수치보다 적거나 50퍼센트 이상기형이면 생식 능력이 떨어지고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근래 환경 호르몬 유발 물질에 대해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다.

DDT의 문제DDT의 사용 중지로 따른 피해이다. 스리랑카에서 1963년에 DDT 살포중단했는데 말라리아 환자 발생 건수가 5년 만250만 건으로 푹발했다. 1970년대스리랑카파라티온을 사용했는데 사용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반면에 DDT 살포로 인해 죽는 사람은 없었다.

학자들도 DDT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중독될 위험은 다른 살충제보다 현저히 낮으모 더불어 DDT발암물질로 인정되지 않는다. 스리랑카와 인도에서 말라리아는 여전히 큰 문제인데 DDT 살포 중단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DDT가 사라지자 매년 말리라아 환자는 급증하여 지구 전체 인구의 거의 510%나 될 정도로 엄청나다. 연간 사망자 수도 250300만 명에 이르는데 대부분 희생자는 아프리카의 아동과 임신부이다. 그러므로 DDT인구 40%가 살고 있는 20여 국에서 사용되는데 중국, 인도, 멕시코 등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환경학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료진들이 DDT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1999UN에서 유해 물질금지하는 협정을 시도하자 오늘날 설명되는 DDT의 양소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한 나라 전체가 사용하는 DDT의 양미국의 한 농부1,000에이커의 목화밭에 사용하던 양보다 적다. 더구나 집 안의 벽에만 살포함으로써 야생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세계은행, 게이츠 재단을 포함에 여러 기구들과 단체가 전세계적으로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공동 노력에 착수했다. 이들의 목표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이들은 세계 전체에서 발병되는 말라리아의 발병율을 절반 정도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DDT퇴출시킬 새로운 살충제를 개발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성격을 지닌 뮐러 박사의 살충제는 영원히 퇴출시킬 수 있는 방법이 언젠가 개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