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노벨상이 만든 세상/방사능

방사능이 만드는 세상(4) : 마리 퀴리

Que sais 2020. 10. 1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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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듐에 대해 완전한 지식이 없었으므로 과학자들조차 라듐에 관해 무지할 수밖에 없었다. 당대의 과학자들이 얼마나 무지했는가는 1901에 발간된 천문학 개관을 보아도 알 수 있다고 페터 크뢰닝은 소개했다.

 

베크렐선산소오존으로 변환시킨다. 오존이 아주 탁월한 소독용 물질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미래에 우리의 주거공간베크렐선을 발하는 물체를 배치함으로써 지금은 폭우가 퍼부은 들이나 산에서 마실 수 있는 그런 신선한 공기를 아주 간단하게 집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보아도 좋을 듯하다.’

 

당대의 과학자들이 이런 예상을 했을 정도이니 일반인들에게 어떤 폭풍이 몰아닥쳤는지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사들은 병원이 문 닫지 않기 위해서라도 라듐을 둘러싼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피부미용실에서도 흉터나 만성피부병, 몸에 난 반점이나 사마귀, 습진에 라듐광선을 쏘여주었다. 갑상선에까지 라듐광선을 쏘았다고 페테 크뢰닝은 적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조그마한 사건이 벌어졌다. 중공업 분야에서 성공한 H. C. 시몬스의 부인라듐광선을 쏘인 부위에 피부암이 생겼다. 그러자 시몬스는 부인이 다니던 미용실에 찾아가 여사장의 따귀를 때리며 그녀를 살인자라고 말했다. 미용실 사장은 사업가를 상해죄고소했는데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시몬스 씨의 부인에 대한 의학적 처방은 오늘날 학문적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적합한 조치였다.’

 

당연히 시몬스중형을 받았다. 각국에서 방사능이 함유된 압박붕대, , 머드, 입욕제, 연고, 치약 등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뉴욕의 한 도박장에서는 고객에게 라듐 룰렛이라는 발광칩판매했다. 더불어 라듐으로 잔 테두리를 두른 발광칵테일도 팔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쇼걸들이 라듐이 박힌 발광의상을 입고 어둠 속 무대에서 춤을 추어 한때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심지어는 라듐이 함유된 식수가 건강에 좋다고 부지런히 마셔댔다. 다음 광고는 당시에 라듐 열풍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알게 해 준다.

 

여성들은 어떻게 젊음을 유지하는가. ‘주노라듐크림이야말로 얼굴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주노라듐크림은 주름지고 늘어진 얼굴 피부를 젊고 싱싱하게 만들어주고 이마의 주름살을 제거해주는 것은 물론 여드름이나 다른 불순물을 없애줍니다. 유명 여류예술가들과 사교계의 저명한 여성들이 사용하여 이미 그 효과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라듐이 무차별적으로 사용되자 부작용 사례가 계속 일어났다. 브라질의 한 커피 재벌라듐이 함유된 물을 지속적으로 마신 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사망했다. 사체를 부검해 본 결과 그의 몸에서 무려 30밀리그램이나 되는 라듐이 검출되었다.

개구리와 쥐, 토끼, 돼지, , . , 원숭이와 같은 동물들에 대한 실험을 통해 라듐에는 건강을 해치는 치명적인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1924년 치과의사 시어도어 블럼은 시계공 여성들의 턱 부위에서 아주 독특한 형태의 암 증세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턱암을 앓고 있는 어떤 소녀는 매독성의 골수염으로 진단되기도 했다. 매독일 수 없다고 생각한 포름은 환자들의 환경을 조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에게 치료받은 턱암 환자들은 모두 시계공장에서 야광문자판을 새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야광문자판의 도료 속에는 라듐이 포함되어 시계 하나를 만드는데 100만 분의 1그램의 라듐이 사용되었다. 라듐의 방사능야광을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지금도 야광, 그 중에서 계기판이나 시계에 쓰이는 것을 인광이라고 하는데 인광에너지를 받아 들뜬 전자에너지원이 사라져도 에너지를 즉각 방출하지 않고 머금고 있다 서서히 방출하기 때문밤에도 빛을 발한다. 이런 성질을 가진 인광체방사성 물질을 함유 시키면 효과가 더욱 커진다. 야광 도료에 미량의 라듐을 섞으면 방사선의 자극에 의해 빛이 장기간 유지된다. 최근에는 야광 기술이 발전하여 야광물질방사능전혀 포함하지 않는 것도 있고, 포함한다 해도 아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당대에 야광은 그야말로 히트상품이므로 라듐 시계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여하튼 시계공들은 시계 문자판을 새길 때 라듐이 묻은 붓을 혀에 대곤 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아무런 이상이 없지만 드디어 혀 가운데 종기가 생겨나더니 암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12명의 여성들이 이 때문에 죽었다. 블럼은 이 병을 라듐턱이라고 이름지었다. 블럼의 설명을 들은 플로렌스 팔츠그래프 기자19285마리 퀴리에게 한 통의 편지를 썼다.

 

미국 뉴저지 주 오렌지라는 도시에는 라듐으로 인해 다섯 명의 여성들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이미 열두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시계공장에서 손목시계와 자명종 숫자판발광용 도료를 바르는 일을 한 사람들입니다. 도료에는 라듐이 함유되어 있었습니다. (중략) 혹시 부인께서 그 훌륭한 연구 활동을 하는 과정에 무언가 이 여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마리 퀴리는 이 끔찍한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로서는 어떤 방안도 제시해 줄 수 없었다. 그녀는 라듐이 지닌 화학적, 물리적 특징에 대해서만 연구했지 라듐이 지닌 파괴적이고 생물학적 위력을 평가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퀴리가 라듐을 두고 벌어지는 광풍에도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자신의 발견으로 이득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리특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불가능한 일이다. 과학 정신에 위배하는 일이다. (중략) 물리학자들은 언제나 자신의 결과완전히 공개한다. 우리의 발견으로 언젠가 부를 축적할 수 있을 지라도 이익을 추구해선 안 된다. 라듐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나는 라듐을 이용해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지 않겠다.’

 

그후 라듐을 추출하는 공장, 라듐을 사용하는 연구소에서도 희생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희생자들의 거의 전부는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었다. 라듐에 의한 이러한 장애를 주시한 과학자들은 1928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제방사선학회에서 <국제X선 라듐방호위원회>를 설립했다. 이 위원회는 1950<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현재도 방사선으로부터의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한 퀴리 가족의 건강노벨상 수상처럼 그렇게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오랜 시간 라듐을 연구한 마리 퀴리는 연구 경력 동안 엄청난 양의 방사능에 노출되었다. 마리는 붉게 타는 방사능 물질을 두 사람의 침대 머리맡에 두기도 했다고 적었다. 실제로 그녀의 실험실 공책오늘날까지도 강하게 방사능을 띠고 있는데 현재 납으로 된 통 속에 보관되어 있고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만 그것을 볼 수 있다.

그녀는 이때 노출된 방사능 때문에 전형적인 방사성 장해인 무형성빈혈1934사망했다. 이런 형의 빈혈증은 라듐의 체내 축적보다는 오랫동안 체외로부터의 조사에 의해 일어난다.

마리와 피에르1995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요청으로 프랑스의 위인들이 잠들어 있는 파리의 팡테옹에 나란히 누워있다.

이렌느 퀴리도 실험실에서 방사능에 과다 노출된 결과로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1931 결국 만병통치약 라듐시판금지되었다. 투명한 광선을 발하는 라듐이 정말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30년이나 걸린 셈이다. 1그램의 라듐이 발하는 빛이 얼마나 엄청난 방사능을 지니고 있는지는 1그램의 라듐 안에서 매초 370억 번의 원자핵 분열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방사능백혈병을 포함한 암 종양의 치료에 이용되기도 한다. 인공 방사능 물질요오드 131갑상선 질병을 진단하는 데 사용되기도 하며, 소변 속의 코발트60을 파악함으로써 악성 빈혈 진단할 수도 있다. 포스트 맨은 인간에게 유용한 기술을 가르쳐 주었지만 그것을 선용하는 것은 인간 책임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한 것이다.

 

<동위원소 발견>

1907년 미국 예일대학교의 버트럼 볼트우드(Betram Boltwood)우라늄의 방사성 붕괴에 수반되는 원소들의 변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우라늄 광물에 대해 체계적 화학분석을 수행하면서 특히 (Pb)이 많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볼트우드는 이 결과로부터 우라늄의 최종 붕괴 산물인 것 같다는 가설을 세웠다. 자연계에서 안정된 동위원소를 갖는 원소들 중 가장 원자번호가 높은 원소.

그는 곧바로 러더퍼드(18711937)와 상의한 후 우라늄-납의 모래시계를 만들기로 했다. 러더퍼드는 방사선이 발견된 초창기 물리학과 화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다. 러더퍼드는 방사능의 성질 중에서 방사능 붕괴 반응을 다음과 같이 확립시켰다.

 

방사능원소외부 온도나 압력의 변화상관없이 일정한 속도로 붕괴하며 이 붕괴속도방사능원소의 질량(원자수)에 비례한다.’

 

이것은 방사능 붕괴반응수학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퀴리 부인이 예상했던 반감기를 뜻한다. 반감기는 각 방사성물질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최초의 양에 상관없이 일정하다. 다시 말하면 방사성물질들은 그들 자신의 일정한 반감기를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방사능 붕괴의 특징반감기를 알고 있는 방사능원소의 부모원소방사능 붕괴로 만들어진 딸 원소의 개수를 측정하여 얼마 동안 방사능 붕괴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방사능은 바로 자연 속에서 절대시간을 알아낼 수 있는 시계를 간직하고 있으므로 이를 모래시계라고 부른다. 부모원소가 사라지고 대신 딸원소가 생긴다면 광석의 나이 등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러더퍼드와 소디방사성 붕괴현상이 시간에 대해 지수함수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법칙에 따르면 방사 에너지양이 일정 기간에 초기 값의 반으로 줄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반으로 줄어 4분의 1이 되고 그 다음에는 8분의 1이 되는 식이다. 러더퍼드의 동기생으로 예일 대학버트럼 볼트우드는 이 원리를 이용해 1907 지구의 나이가 적어도 20억 년은 된다고 추정했다. 이는 1860켈빈경이 추산한 나이보다 20배가 많은 것이다. 당시 볼트우드의 지구 나이 계산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는데 그가 지구의 나이를 획기적으로 늘렸기 때문에 진화론을 제창한 찰스 다윈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진화의 시간적인 문제해결해 주었기 때문이다.

러더퍼드방사능 연구에서 이룩한 또 하나의 중요한 업적방사선이 크게 세 종류로 구별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러더퍼드는 이들에 각각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방사선전기장을 걸어 방사선이 세 종류로 나눠지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방사능에서 동위원소(Isotrope)는 매우 중요한데 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1910년 러더퍼드와 함께 방사능연구를 수행했던 소디(Frederick Soddy, 18771956). 그는 방사선을 방출하는 원소 중에 화학적인 성질은 동일하나 질량이 다른 원소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들을 분별하기 위해 동위원소라는 말을 제안했다. 원자번호원자핵 속에 있는 양성자의 수가 같아 화학적 성질이 같고 주기율표상에서도 같은 자리(동위)에 있지만 핵 내의 중성자 수가 달라 물리적 성질무게가 다른 원자들을 가리키는 용어.

이 당시 이미 자연에서 확인된 방사성원소의 개수주기율표에서 채 발견되지 않고 남어 있던 빈칸의 개수보다 훨씬 많았다. 따라서 소디방사성원소들에서 동위원소의 존재를 설정했다. 동위라는 것은 동일한 위치, 주기율표에서 같은 위치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소디방사능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영국에서 대학 공부를 마치고 1900년 교수직을 구하려고 캐나다를 방문했다가 당시 러더퍼드가 연구하고 있던 맥길대학교 화학과에서 실험 조교 자리를 얻으면서부터다. 당시 러더퍼드우라늄, 토륨 및 라듐의 방사능 성질을 연구하고 있었으므로 조교가 필요했다. 소디가 이를 맡자마자 라듐 방사성 붕괴를 하면서 방출하는 기체가 바로 헬륨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소디는 이 헬륨이 입자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러더퍼드가 이미 예언한 것이다. 자연계에는 우라늄에서 시작해서 으로 끝나는 방사능 붕괴계열토륨에서 으로 끝나는 방사능 붕괴계열두 가지의 방사능 붕괴계열존재한다는 것이다.

 

소디는 처음 동위원소방사능원소들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했으나 1913 톰슨방사성동위원소아닌 원소에서도 동위원소를 발견했다. 톰슨네온가스전리시켜 전자발견했던 것과 같은 실험으로 질량과 전하비측정네온에는 전자를 잃고 이온화된 수소 질량 20배의 네온22배의 네온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질량 20배인 네온이 90%, 22배인 네온이 10% 존재한다는 것도 발견하여 이미 알려졌던 네온의 원자량20.2를 설명했다. 일부 원소들의 원자량수소 질량의 정수배로 잘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동위원소존재하기 때문이다.

 

애스턴(Francis William Aston)톰슨의 방법을 개량하여 만든 동위원소들을 구별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발명하면서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구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애스턴은 화학을 전공한 후 톰슨네온의 동위원소발견할 때 캐빈디쉬연구소에서 톰슨과 함께 연구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18 다시 캐빈디시수연구소로 돌아와 동위원소들을 분리할 수 있는 정밀한 기구를 제작한 것이다. 소디는 이 연구로 1921년 노벨화학상, 애스턴192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동위원소 개념이 자리 잡고 방사능 붕괴계열을 이해하면서 도출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연계우라늄238, 우라늄235 두 종류의 동위원소가 각각 99.3%. 0.7%로 존재한다.

 

우라늄238반감기45억 년으로 최종적으로206으로 변환한다.

 

우라늄235반감기 7억년으로 최종적으로 207변환된다.

 

이는 우라늄납으로 붕괴과정이 둘로 나뉘어 첫째는 우라늄238이 납206으로 바뀌고 우라늄235는 납207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이용하면 우라늄과 납을 이용하는 모래시계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자연계에는 반감기 140억 년 토륨232가 붕괴하면서 208을 만드는 붕괴계열이 있음도 발견하여 이들을 이용한 모래시계수십 억 년 전의 암석의 나이를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