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의 오류 대백과 사전>
영화 역사상 최고의 능력을 갖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슈퍼맨이다. 초능력을 갖고 있는 주인공들이 수없이 많이 등장하지만 슈퍼맨과 같은 능력을 갖고 있는 주인공은 없다.
‘배트맨’은 보통 인간이지만 과학적인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으며, ‘600만 불의 사나이’나 ‘바이오닉 우먼(제이미 소머즈)’은 신체의 일부분을 교환한 사이보그이며 ‘스파이더맨’은 방사능을 띤 거미에 물려 거미의 능력, ‘헐크’는 감마선을 심하게 쬐는 바람에 화가 나면 푸른색 괴물로 변형되어 초능력을 발휘한다. 새로 리메이크된 「헐크」의 능력은 상당히 업그레이드되어 핵폭탄을 맞았는데도 끄떡없지만 그런 상상할 수 없는 능력을 갖고 있는 헐크일지라도 슈퍼맨에 비하면 어린아이 정도의 능력에 지나지 않는다.
「슈퍼맨」 시리즈 1편의 줄거리를 보자.
‘지구로부터 300만 광년이 떨어진 크립톤 행성의 조엘(Jor-El)은 행성이 곧 폭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수많은 은하계의 지식을 담은 푸른 수정과 함께 아들인 카렐(Baby Clark Kent)을 지구로 보낸다. 카렐이 타고 온 작은 우주선은 5000년의 여행을 거쳐 조나단 부부 앞에 떨어지고, 아이가 없던 그들이 카렐을 데려와 클락(Clark Kent/Superman)이라 부르며 키운다.
어느 덧 청년으로 성장한 클락은 알지 못하는 힘에 이끌려 북극으로 가서 수정궁을 만들어 아버지 조엘로부터 각종 정보를 전수받고 미국 뉴욕으로 돌아온다. 클락은 뉴욕에서 <데일리 플리닛>지의 기자로 살아가며, 위험한 순간마다 슈퍼맨으로 변신해 사람들을 구해낸다. 슈퍼맨의 활약이 커지면서 신문사마다 다투어 그의 기사를 실었고 클락은 같은 신문사의 여기자인 로이스 레인(Lois Lane)을 짝사랑하는데 그녀의 저녁 초대에 응하면서 자신의 신상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물론 함께 하늘을 날아다닌다.
한편 악당 렉스 루소(Lex Luthor)는 로이스 레인의 슈퍼맨에 대한 특집 기사를 읽고 크립턴 행성이 폭발했을 때 생긴 파편이 운석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을 것으로 예측했다. 크립토나이트는 슈퍼맨이 힘을 전혀 쓰지 못하게 만드는데 크립토나이트가 아프리카의 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박물관에 있는 크립토나이트를 확보한 악당 렉스는 슈퍼맨을 그의 집으로 유인해 크립톤나이트로 힘을 약하게 만든 후, 자신의 부동산 투자 계획을 진행시킨다. 그의 부동산 투자 계획이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서부 해안 지역을 바닷속으로 가라앉혀 헐값에 사들인 산안드레아스 단층선 동쪽 사막의 땅값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렉스는 두 개의 군사 미사일을 은밀히 조작하여 하나는 산안드레아스 단층, 다른 하나는 뉴저지주의 핵켄색에 충돌토록 한다.’
절대 절명의 위기에 처한 슈퍼맨은 악당 루소의 애인인 이브(Eve Teschmacher)의 어머니를 살려준다는 조건으로 극적으로 빠져나온다. 한편 로이스 레인은 토지사기에 관련된 기사를 취재하려다 사막의 한 중간에서 자동차 연료가 바닥나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이다.
슈퍼맨은 핵켄색으로 향하는 미사일을 중도에 가로채 우주로 던지지만 나머지 한 개의 미사일은 산안드레아스 단충에서 폭발하여 단층이 함몰한다. 슈퍼맨은 단층 속으로 들어가 수백만 톤의 땅을 들어 올려 단층을 원상태로 만들어 놓았지만 뒤를 이어 지진과 산사태가 계속 일어난다. 슈퍼맨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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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초능력을 가졌으므로 이에 걸맞게 시나리오가 작성되었지만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우선 초능력부터 오류가 생긴다.
「슈퍼맨」에서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는 <데일리 프라넷>의 동료 기자인 로이스와 인터뷰를 하는데 로이스가 슈퍼맨에게 어디서 왔고 어떤 색을 좋아하느냐고 질문하다가 얼마나 빨리 날 수 있냐고 묻는다. 그러자 슈퍼맨은 아직 측정해 본 적이 없으니 함께 한 번 날아 보자고 제의한다.
이때 로이스가 추울텐데 스웨터를 입지 않아도 되느냐고 되물었다. 그녀의 질문은 백 번 타당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이 낮아지는데 100미터마다 0.65도씩 낮아진다. 따라서 5,000미터 이상 올라가게 되면 지상보다 30도 이상 기온이 낮아진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구간이 대류권인데 고도에 따라 기온이 내려가서 대류현상이 발생한다. 대류 현상 때문에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등 날씨 변화가 일어난다.
「슈퍼맨」에서 로이스는 그보다 더 높은 하늘을 얇은 옷을 그대로 입고 우아하게 날라다니는데 슈퍼맨이야 그렇다 치고 평범한 인간이 얇은 옷만 입고 대기권 상층부를 날라 다닌다는 것은 비상식적으로 저체온증으로 한동안 고생하든가 사망했어야 옳은 이야기다.
「슈퍼맨」에서 악당 렉스 루소(Lex Luthor)는 로이스 레인의 슈퍼맨에 대한 특집 기사를 읽고 크립턴 행성이 폭발했을 때의 파편이 운석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크립톤 행성은 지구에서 300만 광년 즉 23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보다 70만 광년 더 먼 거리에 있다. 우리 은하인 은하수의 지름이 고작 10만 광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슈퍼맨」의 스케일이 얼마나 장대한지를 알 수 있다. 300만 광년이나 떨어진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까지 영화에서는 단 5천 년 만에 도착한다. 크립톤인의 기술이므로 슈퍼맨이 우주선을 타고 5,000년에 지구에 도착한다는 것 자체는 무리한 일이 아니라고 가정할 수 있다.
문제는 크립토나이트이다. 악당 루소는 크립토나이트가 아프리카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확보하여 슈퍼맨을 궁지에 몰아넣는데 과연 크립토나이트가 지구에서 발견될 수 있는가를 보자.
크립토나이트가 지구에서 발견되려면 3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크립톤 행성이 폭발할 때 파편이 튀어나와 이것이 우주를 달려 지구로 도달해야 한다. 「아마겟돈」에서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달려올 때의 시속은 현재 지구인들의 우주선 속도와 유사한 36,200킬로미터이다. 이 속도로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에 도달하려면 1조 년이 지나야 하므로 크립톤 행성에서 폭파된 크립토나이트를 지구의 박물관에서 발견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핵폭이 터지자 단층을 들어 올리는 장면에서 암석의 무게가 수백만 톤이라면 이를 들어 올릴 때 슈퍼맨의 작은 발에 가해지는 힘도 수백만 톤이다. 수백만 톤의 무게를 지탱해 줄 수 있는 밀도를 가진 물체는 지구상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슈퍼맨이 수백만 톤을 들어 올릴 힘이 있다하더라도 그는 땅 속으로 빠져 들어가야 옳은 이야기다.
「슈퍼맨4」에서 화산이 폭발하여 용암이 흘러내려 마을을 덮치자 슈퍼맨이 입으로 바람을 불어 용암을 식힌다. 영화 장면처럼 되기 위해서 그의 폐 안에 그만한 양의 공기가 저장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용암을 식힐 정도의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이런 장치 역시 보이지 않는다. 슈퍼맨은 슈퍼맨이므로 어떤 상황이라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그가 지구에 있는 한 지구에서 지켜지는 과학적 원리를 무시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슈퍼맨은 크립톤인>
「슈퍼맨」의 원전은 1938년 시걸과 슈스터가 만화잡지 <액션 코믹스>에 발표한 『슈퍼맨』이다. 슈퍼맨이 지구인과 원천적으로 다른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지구보다 정신적 육체적 능력이 뛰어난 행성 크립톤에서 태어난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그의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가는 반사 능력이 빨라 1〜2 미터 앞에서 발사한 권총 탄환도 잡는다.
물론 이 정도의 능력은 주성치 주연의 「쿵프 허슬」에서 전설 속의 쿵프 달인 ‘야수’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을 초청한 도끼파에게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권총을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 후 탄환을 두 손가락으로 잡아 도끼파들을 감격시킨다.
마카로니 무술 영화라면 중국을 따를 수 없지만 여하튼 머리에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음에도 탄환을 잡는 실력은 슈퍼맨급이 아니면 상상도 못할 능력이다.
그런데 「슈퍼맨」의 슈퍼맨 능력은 차원을 달리한다. 지구에서 이미 발사된 미사일을 포획하여 우주 공간으로 날리는데 이때 보호복도 입지 않고 슈퍼맨의 복장만으로도 우주 공간에서 끄떡도 없다. 슈퍼맨의 초능력은 애인인 로이스 레인이 산사태로 사망하자 그녀를 살리기 위해 지구를 거꾸로 회전하도록 하여 그녀를 다시 살려낸다. 지구를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데 놀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만화 작가인 시걸과 슈스터는 슈퍼맨이 초능력을 갖게 된 비결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슈퍼맨은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로 왔으며 그 곳 주민들은 수백만 년에 걸쳐 신체적으로 완벽한 상태로 진화했다. 우리 행성의 크기가 조금 더 작아 중력이 더 작은 것도 슈퍼맨이 엄청난 근육으로 기적같은 힘을 발휘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가 지구인과 달리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요인으로 크립톤인은 분자 구조가 지구인들과 다르다고 설명된다. 작가의 이 말이 나가자마자 슈퍼맨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지기 위해 크립톤 행성의 중력이 얼마나 되어야하는 가를 과학자들이 도전했다. 이 문제는 간단하게 크립톤 행성의 크기가 얼마인가를 알면 된다. 슈퍼맨의 체구는 약 100킬로그램으로 지구인으로 보아 작은 체구가 아니다.
처음에는 자동차나 버스를 들어 올리며 한 번에 200미터를 뛸 수 있고 20층 건물을 뛰어 넘을 수 있을 정도였다. 달리기는 급행열차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으며 폭발하는 포탄이라도 그의 피부를 뚫을 수 없지만 처음에는 자동차나 버스를 들어 올리며 한 번에 200미터를 뛸 수 있고 20층 건물을 뛰어 넘을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영화에서 지구를 돌릴 정도의 초능력을 발휘하는데 이런 능력은 추후에 추가된 것이다.
여하튼 그가 지구인보다 1,000배 더 힘이 세다고 하자. 이는 100톤을 들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므로(일반적으로 자신의 몸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음) 대충 연료와 탑승객이 없는 상태의 중형 여객기에 해당한다. 「슈퍼맨 리턴즈」에서 슈퍼맨이 고장난 비행기를 들고 야구장에 내려놓는데 이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다.
여기에서 중력에 대해서 잠시 설명한다. 달은 지구 중력의 6분의 1이므로 100킬로그램 무게의 사람은 600킬로그램을 들어올릴 수 있다. 그러므로 슈퍼맨이 지구에서 1,000배 더 힘이 세다면 크립톤 행성은 지구보다 1,000배 더 무거워야 한다.
지구의 중력은 9.8m/sec2이다. 여기에 1,000을 곱하면 대충 크립톤 행성의 중력은 9.800m/sec2이 된다. 문제는 그런 중력장을 가진 행성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애리조나 대학의 브라더 가이 콘솔매그노 교수는 중력이 지구의 50배 정도인 행성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간단하게 말하여 표면 중력이 9.800m/sec2인 천체는 질량이 태양의 3,000배 정도가 되어야 하므로 물리학 기본 법칙에 따르면 크립톤 행성은 존재할 수 없다. 과학의 잣대를 대면 슈퍼맨은 지구 상에 존재할 수 없는 허구의 인물이다.
더구나 크립톤 행성의 주민들이 영화처럼 지구인과 다름없다면 그들은 인간보다 뼈와 근육이 1,000배 정도 더 강해야 한다. 현재 지구의 과학 기술로는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몸 속의 복잡한 장기들이나 뼈, 근육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클립톤 행성이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현재 인간이 알고 있는 우주의 원리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과학적 지적에 작가인 시걸과 슈스터는 슈퍼맨의 능력을 설명하는 부분을 수정했다. 슈퍼맨의 능력은 크립톤 행성의 강한 중력에 힘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노란 태양 아래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태양계의 태양처럼 붉은 태양이 아니라 노란 태양이라고 하는데 빛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식의 극치이다.
붉은 태양에서도 노란색의 빛이 나온다. 붉은 태양에서 나오는 빛은 노란 태양에서 나오는 빛에 비해 단지 짧은 파장의 빛이 더 적을 뿐이다. 적외선은 더 많겠지만 그밖에 별다른 점은 없다. 한마디로 붉은 별이나 노란 별이나 슈퍼맨의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없으므로 작가들의 설명은 과학도 모르는 무식장이라고 치부되었다. 물론 이 역시 작가의 마음 즉 상상력의 영역인데 과학으로 굳이 설명하려는데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여하튼 작가의 의도를 100% 인정한다고 해도 슈퍼맨이 지구에 산다는 것은 큰 문제점을 일으킨다. 슈퍼맨은 외계인이기는 하지만 먹는 것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지구인과 다름없다. 그러므로 달리거나 어떤 운동을 할 때 소비되는 열량은 몸무게, 운동의 강도, 신체조건, 물질 대사의 함수가 지구의 일반 사람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슈퍼맨이 외계인이라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에너지를 공급할 수는 없으므로 지구에 적응한 슈퍼맨이 소비하는 열량은 속도와 거리에 따라 증가한다. 보통 사람이 20,000보 걸으면 약 17km정도를 걷는데 이때 소모되는 칼로리는 보통 70킬로그램의 성인 남자의 경우 약 800〜900kcal이므로 슈퍼맨의 경우 1,000kcal를 소비한다고 하자.
슈퍼맨이 미국 워싱턴에서 캘리포니아까지의 거리 약 4,500킬로미터를 왕복한다면 단순계산으로 최소한 530,000킬로칼로리를 먹어야 한다. 이 숫자는 짜장면으로 최소한 880그릇(600킬로칼로리/짜장면 한 그릇) 정도를 먹어야 하므로 간단한 일은 아니다(슈퍼맨이 짜장면을 먹는지는 불명).
물론 특유의 우주 음식을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가 지구인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동료들과 함께 음식을 먹은 것을 보면 그는 지구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았음이 틀림없다. 영화에서 엄청난 음식을 먹는 장면은 없지만 그가 폼나게 창공을 활보하고 난 후 허겁지겁 음식을 먹지 않았다가는 영양실조로 움직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슈퍼맨의 옷>
1978년에 등장한 「슈퍼맨」은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여 4편까지 출시되었으며 2006년에는 「슈퍼맨 리턴즈」가 나올 정도로 여러 분야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미국 마블코믹스사의 만화 『슈퍼맨』을 영화 「슈퍼맨」을 제작하였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슈퍼맨의 일거수일투족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슈퍼맨을 좀 더 분석한다.
슈퍼맨은 평소에 다소 멍청한 기자이다가 긴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인적 드문 곳에서 슈퍼맨의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 망토를 걸치고 나타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준다. 그런데 상황이 워낙 다급하여 인적 드문 곳이 여의치 않게 되면 한 건물의 출입구인 회전문을 통해 외부로 나가거나 인적이 드믄 곳에서 뛰어가며 슈퍼맨으로 변신한다. 그가 망토 등 변신에 필요한 옷을 평소에 지니고 다니지 않는 것을 볼 때, 슈퍼맨은 회전문 안에서 옷을 순식간에 만들어 입는다고 볼 수 있다. 속옷으로 입고 있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지만 그가 입고 있는 망토 만은 적어도 입고 다니지 않는다. 한마디로 슈퍼맨의 망토는 몇 번 몸을 돌릴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초능력을 갖고 있는 슈퍼맨의 옷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에 말도 안 된다는 대답이 정답처럼 보이지만 원리적으로 슈퍼맨이 옷을 만들 수 있는 ‘원소이용장치’를 갖고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슈퍼맨이 20세기 최대의 발명품이라 불리는 폴리에스터라는 화학섬유로 옷을 만들었다면 이를 만드는 원료인 탄소ㆍ산소ㆍ수소는 공기 중에서 얼마든지 뽑아 쓸 수 있다. 한가지 문제는 탄소의 양이다.
슈퍼맨이 입는 망토를 비롯한 최첨단 옷이 1킬로그램 정도의 무게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 때 1킬로그램의 옷을 만들려면 탄소가 700g 정도 필요하다.
탄소를 갖고 있는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0.03%밖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옷을 만들려면 무려 4,400세제곱미터의 공기가 필요하다. 그 양이 상상가지 않는다면 길이 50m, 폭 25m의 국제경기 수영장 면적에다 3.5m 높이의 공간으로 생각하면 된다.
여하튼 영화에서는 그런 기자재가 보이지 않지만 슈퍼맨이 몸 어딘가에 갖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면 실제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슈퍼맨의 변신과정에서 볼 수 있는 회전 속도로 집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슈퍼맨이 회전문에서 한 번 돌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데 이때 회전 속도는 1,800m/sec이나 된다.
2009년 9월 12일 태풍 ‘매미’가 보여준 순간 최대 풍속은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 수월봉 기상대 풍속계에서 기록된 60.0m/sec이다. 바람이 초속 25∼28m에 이르면 나무가 뿌리째 뽑힐 수 있으며 60m이면 철탑을 휘어버리는 그야말로 초특급 강풍이다. 초속 60m의 태풍 ‘매미’에 의해 건물은 물론 나무, 전신주, 기차가 탈선되고 침수‧정전(150만 가구에 이르렀음)은 물론 교각(부산 구포대교)이 무너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약 3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슈퍼맨이 옷을 만들어 입으면 그때마다 회전문과 건물이 왕창 파괴되는 것은 물론,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사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슈퍼맨은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고 악인을 무찌르는 것이 목적인데 인간을 구하기 위해 옷을 만들다가 건물을 부수는 것은 물론 인간에게 피해를 준다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슈퍼맨이 악당을 쳐부술 때마다 관객들은 신이 나서 박수를 치지만 모든 면에서 슈퍼 능력을 갖고 있는 주인공의 등장은 그야말로 불공평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감독은 모든 분야에서 슈퍼맨이 뛰어나게 하지는 않았다.
「슈퍼맨 2」에서 동료 기자인 로이스 레인과 결혼하자 슈퍼맨은 보통 인간으로 돌아가고 그의 능력은 사라진다. 사랑이 슈퍼맨의 모든 능력을 빼앗아간다니 얼마나 놀라운 설정인가! 물론 지구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슈퍼맨은 어렵사리 얻은 사랑을 포기하고 다시 슈퍼맨으로 돌아가지만, 보통 인간으로 사는 슈퍼맨의 모습은 정말 신선했다. 이때 슈퍼맨은 자신과 함께 했던 로이스의 기억을 지워주는데 이 장면이야말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다. 로이스의 기억 중에서 슈퍼맨에 대한 것만 제거하는 것이 얼마나 출중한 실력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황당한 것은 아니다. 슈퍼맨이 석탄을 한 움큼 손에 쥐고 꽉 짜자 잠시 후 호두만한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영롱한 빛을 발한다. 이것은 다이아몬드의 특성은 물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보여주는 실례이다.
석탄과 다이아몬드 모두 탄소로 만들어져 있으며 단지 탄소 원자 배열이 다르다. 다이아몬드는 탄소가 열과 압력에 의해 변한 것이다. 이를 이용한 것이 인공다이아몬드다. 오늘날 사용되는 다이아몬드 중 약 80퍼센트는 인공 다이아몬드로 산업용으로만 사용되며 그 생산량은 매년 100톤이 넘는다. 또한 슈퍼맨이 만든 다이아몬드가 영화에서처럼 빛을 발하려면 잘 연마해야 하겠지만 슈퍼맨이 그런 능력도 갖고 있다고 설정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슈퍼맨은 이름 그대로 슈퍼맨이기 때문이다.
「슈퍼맨」에서 악당 렉스 루소가 슈퍼맨만 들을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하여 자신을 찾아오도록 만드는데 여기에는 렉스의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들어있다. 인간의 귀는 진동수가 약 20〜20,000Hz 사이인 소리만 들을 수 있는데 렉스 루소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20,000Hz보다 높은 소리를 사용하여 슈퍼맨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루소는 슈퍼맨에게 네 다리로 걷지 않은 생물 중에서 유일하게 슈퍼맨만 이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메시지로 슈퍼맨이 루소의 아지트를 찾아가고 루소의 예상대로 고통을 당한다. 루소는 자신이 인간이 태어난 이래 사상 최고의 천재 악당이라고 말하는데 세계적인 악당이 되려면 이정도의 지식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볼 수 있다.
2004년 슈퍼맨으로 열연했던 크리스토퍼 리브는 사망했다. 앞으로 지구는 누가 구하느냐고 농담어린 질문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슈퍼맨의 능력이 남다르기 때문이지만 지구인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슈퍼맨 리턴즈」가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슈퍼맨은 항상 지구인들과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멋진 항해』, 레로이 W. 두벡 외, 한승, 1996
『영화 속에 과학이 쏙쏙』, 최원석, 도서출판북스힐, 2003
『수퍼 영웅의 과학』, 로이스 그레시, 한승,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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