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갖고 싶은 초능력 1위>
초자연적이란 말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즉 마법은 평범한 인간의 활동 영역을 넘어선 외부의 신비적인 힘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해리포터」에서 해리포터 등 마법학교의 학생들은 킹스 크로스 역에 도착하여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의 개찰구를 향해 돌진한 후 곧바로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기다리는 9와 3/4 승강장에 나타난다.
이들이 순간적으로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은 가상의 지름길인 웜홀(worm hall, 벌레구멍)이기 때문으로 웜홀은 우주의 지름길로 설명된다. 땅만 보며 기어가는 지렁이는 2차원 종이를 가로질러 가려면 장시간이 필요하지만 종이를 접으면 단번에 종이 끝에 닿을 수 있다. 3차원 공간도 이와 마찬가지로 구멍을 만들면 통로로 연결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마법학교 학생들은 마법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는 장치를 승강장으로 들어갔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장면은 마법사가 거울을 통해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는 여타 영화들과 다름없는데 반드시 지구 상의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공간이동했다는 것으로 상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웜홀의 장점이다. 그러나 마법이 아니라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도 대단한 매력을 갖고 있다.
네티즌 484명에게 ‘갖고 싶은 초능력을 딱 한 가지만 고르라’고 했더니 1위는 ‘공간이동능력’, 2위에는 ‘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독심술’, 3위에는 ‘투명인간’이 뽑혔다.
공간이동이 실용화되면 자동차, 기차, 지하철, 비행기 등이 없어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순식간에 갈 수 있다. 수많은 작품에서 교통체증이나 자동차, 기차를 놓쳐 약속시간에 제대로 도착하지 못하여 여러 가지 돌발적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럴 염려는 전혀 없다. 더욱 좋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갈 수 있다.
2008년 2월 <점퍼>에서 ‘나에게 순간이동 능력이 생긴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라는 설문조사를 하자 많은 사람들이 응답했는데 이중 흥미 있는 대답은 다음과 같다.
① 영화관, 콘서트 등에 순간이동으로 들어가서 사람 없는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공짜로 본다. 물론 자리 주인이 오면 순간이동으로 다른 자리로 옮긴다.
② 학교에 다니려고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것도 너무 힘들고, 추운 아침에 밖에 나가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떠는 것도 너무 싫다. 순간이동 능력이 생긴다면, 조금 늦잠을 자도 한방에 학교에 갈 수 있으며 학교 쉬는 시간에는 책상에 엎드려 자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편히 잔 후 수업 시간이 되면 다시 돌아간다.
③ 내가 싫은 사람들 혹은 상처 준 사람들 하나씩 찾아가 10년 묵은 채증이 내려가게 복수한다.
④ 가고 싶었던 나라 한 번씩 돌아다닌다. 여권도 비자도 돈도 필요 없으며 대충 있고 싶을 만큼 있다가 배고프고 졸리면 집으로 돌아와 먹고 자고 다시 그 나라로 가서 마음껏 논다.
⑤ 비싼 음식점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배 터지게 먹은 후 계산하기 전에 순간 이동한다.
⑥ 시험 문제 출제 자리에 가서 나만이 풀 수 있는 문제로 바꾸어 놓는다.
⑦ 여자목욕탕에 갔다 온다.
⑧ 5대양 속에 가라 앉아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보물들을 찾아간다.
⑨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뭐하고 있나 살짝 보고 온다.
⑩ 헐리우드 배우를 비롯하여 좋아하는 배우들의 촬영현장은 물론 영화 시상식에도 간다.
물론 은행도 털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고, 비리 공직자의 돈을 모두 갖고 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거나 정의의 사자가 되어 악당들을 쳐부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공간이동이 가능해지면 인간사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제약이 단숨에 풀어진다. 즉 편리함이다. 직장에 출근하느라 교통지옥을 뚫고 갈 필요도 없고 생필품을 사러 일일이 시장에 갈 필요도 없다. 또한 휴가지를 굳이 어렵게 찾을 필요 없이 가고 싶은 곳을 선정하기만 하면 된다. 등산복 차림으로 어렵게 에베레스트 산 정상을 등정할 필요도 없다. 공간이동장치로 에베르스트 산 정상에 내려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저녁시간에 서울로 와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할 수도 있다. 병원에서는 전 세계에서 공간 이동해 오는 응급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휴대용이동장치를 설치하여 환자들을 받아들인 후 필요 조치를 취하면 된다. 병원에서 가족에게 알리면 가족도 공간이동 장치를 사용하여 순식간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다.
공간이동장치가 정말로 개발된다면 위와 같은 낭만적인 개인사가 아니라 국가적인 용도에서 절대적으로 유용하다. 아군의 병력을 적진의 후방으로 전송하여 급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예 적군의 지휘자를 공간 이동시켜 간단하게 납치한 후 적진을 궤란시킬 수 있다.
또한 달에 갈 때 우주선을 탈 필요가 없다. 남극기지를 갈 때도 번거롭게 비행기와 배를 타고가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세계를 주름잡던 항공사 즉 구식 항공기를 운행하던 공룡 항공사들은 모두 문을 닫는다. 화성의 지구화도 간단해진다. 우선 화성에 로봇을 보내 공간이동장치수신기를 설치한 후 식량을 비롯한 생필품을 비롯한 기자재들을 특정 송신처에서 전송하고 인간들을 보내 기초기지를 건설한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공간이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만 하면 화성에서 지구까지 오는데 현재 로켓처럼 8개월이나 걸리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빛의 속도로 생각하면 4분 20초면 충분하다.
물론 공간이동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부인 몰래 은밀한 데이트를 하는데 갑자기 튀어나온다면 어떻게 되나? 은행털이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정보만 있다면 특공대가 순식간에 금고 안으로 들어가 범인 체포는 따 논 당상이다.
공간이동장치의 영향으로 수많은 구식 시대를 빛내준 문명의 이기들이 사라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구식 대형유람선은 호황을 누린다. 공간이동이 실용화되어 여행의 스릴과 낭만이 사라지자 이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천천히 여행할 수 있는 유람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소위 슬로우 관광이다. 유람선을 타면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그림 같은 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geulmoe.quesais
<공간이동이 만드는 세상>
공간이동이라는 말 자체가 매력을 주어 컴퓨터 게임에서도 대단한 위력을 보인다. 게임에서 비밀리에 이동하여 전투에 들어갈 때 공간이동 아이디어처럼 간단하고 유용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간이동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것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까지 무려 140편이나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끈 텔레비전 드라마 「내 사랑 지니 I dream of Jennie」 덕분이기도 하다.
미국의 우주비행사인 안토니 넬슨은 우주선의 고장으로 태평양의 한 섬에 떨어져 구조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에서 호리병을 줍는다. 호리병 속에는 요정인 지니가 들어 있었는데 그녀는 자신을 호리병에서 꺼내 준 안토니 넬슨을 주인이라 부르며 수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그녀는 눈깜짝할 사이에 장소를 옮기면서(그야말로 눈만 깜빡거리면 됨) 주인을 위해 상대자들을 골탕 먹이는데 거기에는 우주공간이나 다른 행성으로의 이동도 포함된다. 요정이므로 우주 공간으로 나가도 문제가 없다.
「내 사랑 지니」가 그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은 보통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무수한 욕구 불만과 좌절에 부딪혀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데 신과 다름없는 능력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미인인 요정 지니가 나타나 주인의 제반 문제점들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런 엄청난 일을 해주는데도 무료봉사라니 더욱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의 심적인 생각을 적절하게 묘사한 것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내 사랑 지니」에서 지니가 공간이동 능력이 없었다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을까는 의문이다.
만화 역사상 최고의 흥행에 성공한 토리야마 아키라 감독의 「드래곤볼」의 기본 소재도 공간이동이다. 「드래곤볼」은 주인공 손오공을 중심으로 전 우주를 무대로 펼쳐지는데 역대 일본 만화 세계 판매량 1위로 2012년 기준으로 일본에서의 발행부수는 1억 5천만 부, 전 세계 3억 6천만 부 이상, 한국에서만 2천만 부 이상이 판매되어 세계를 그야말로 평정한 만화이다.
「드래곤볼」의 장점은 시간이 갈수록 진화했다는 점에 있다. 「드래곤볼」이 처음부터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 초기 작품은 『서유기』 등에서 소재를 차용하고 볼을 모으는 아이디어는 『난소사토미 팔견전』에서 차용했는데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어느 정도 독자들이 있었지만 서서히 인기가 하강했다.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손오공의 캐릭터가 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토리야마는 강한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손오공으로 하여금 세계무술대회에서 우승하도록 했는데 이것이 당대의 무술 영화 등의 인기에 힘입어 판매수가 급격히 상승했다.
「드래곤볼」 처음의 주제는 그야말로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의 작은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꼬리가 달린 소년 손오공은 어느 날 소녀 부르마와 만나 드래곤볼 7개를 모으면 어떤 소원이든 하나만 들어준다는 전설과 그의 양조부인 손오반이 남긴 유품 중 하나가 사성구라는 사실을 알고 나머지 6개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소녀를 유괴한 오룡, 도적인 야무치를 격투 끝에 일행으로 맞이하여 드래곤볼을 찾았지만 세계정복을 노리는 피라후 일당에게 드래곤볼을 뺐기는 등 위기를 극복할 때마다 손오공의 능력은 업그레이된다.
이후 「드래곤볼」은 지구 차원이 아니라 우주에서 온 친형 라데츠에 의해 자신이 행성 베지터의 전투민족 사이어인임을 알게 되고 사이어인들이 드래곤볼을 손에 넣기 위해 지구를 공격하자 손오공은 사이언인인 베지터 왕자와 혈투를 벌인다. 무대는 계속 우주로 확장되며 드래곤볼을 만든 신도 만나 훈련을 하면서 초사이언으로 변신도 가능하게 된다. 이후 우주 최강의 마인 부우가 등장하자 지구를 포함한 우주의 운명을 걸고 손오공이 부우와 대결하여 승리함으로 우주를 지킨다.
이런 장대한 스케일로 무장한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만화다운 아이디어는 많이 있으나 광대한 우주를 무대로 삼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기술은 공간이동이다. 악을 퇴치하기 위해 주인공인 손오공, 손오반, 베지터 등은 우주의 어떤 공간이라도 한순간에 이동한다. 공간이동을 하는 데 어떤 기계장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기(氣)’를 이용하는 것이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이다. 한마디로 어디로 가겠다고 하면 「내 사랑 지니」의 지니처럼 생각만 해도 순식간에 이동한다. 137억 광년이나 되는 광대한 우주를 상대로 최후의 전투를 벌여야 하므로 광대한 우주의 어느 곳이라도 순간적으로 이동하지 못한다면 작품이 되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다.
원격이동이라는 아이디어는 이미 19세기에 소설에서 등장했다. 에드워드 페이지 미첼(Edward Page Mitchell)이 1877년에 쓴 『몸이 없는 남자』에는 한 남자가 전화선을 통해 고양이 몸을 원자단위로 분해한 후 전송하는데 성공한다. 이 실험에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자신의 몸을 전송하다가 배터리가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머리만 전송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진다.
공간이동(Tlelportation)이라는 단어 자체는 신기한 이야기만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찰스 호이 포트(Charles Hoy Fort)가 1919년 『자. 보라 Lo!』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로 처음 사용했다.
‘이 책에서는 사물이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신기한 현상이 소개된다. 앞으로 이 현상을 ‘공간이동(teleportation)’이라 부른다.’
공간이동 개념은 ‘셜록홈즈’로 유명한 코난도일의 소설에도 등장한다. 코난도일이 1927년에 발표한 소설 『파쇄기계 The Disintegration Machine』에서 챌린저 교수는 사람을 분해한 후 다른 장소에서 재조립하는 기계를 발명한 남자를 알게 된다. 그런데 이 기계를 손에 넣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수백만 명이 살고 있는 도시 전체를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하자 챌린저 교수는 파쇄기계를 발명한 당사자를 기계 속에 넣고 분해한 후 재조립하지 않는다. 지구는 챌린저 교수에 의해 구제되지만 이 소설에서 막상 공간이동이라는 단어 자체는 나오지 않는다.
이후 공간이동은 SF 작품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데 1950년대에 조지 랑겔란이 <플레이보이>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더 플라이 The Fly』가 주목을 받았다. 소설 자체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쿠르트 노이만 감독이 SF 영화인 「더 플라이 The Fly」로 만들었는데 이 영화가 흥행에 큰 성공하자 공간이동이라는 개념이 지구인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과학적인 잣대를 고려하면 공간이동이란 내용은 상당한 과학지식이 토대가 되어야 하므로 다음 장과 나누어서 설명한다.
참고문헌 :
『멋진 항해』, 레로이 W. 두벡 외, 한승, 1996
『해리포터의 과학』, 로저 하이필드, 해냄, 2003
『판타스틱 사이언스』, 수 넬슨 외, 웅진닷컴, 2005
『불가능한 도약, 공간이동』, 데이비드 달링, 한승, 2006
『불가능은 없다』, 미치오 카쿠, 김영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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